김종인-문재인 동상이몽 내막

시한부 관계…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1년 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 둘의 불편한 공생관계는 과연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지난 3일 김 전 대표는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대선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는 더민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주체에 대해서는 단정짓지 않았다.

편치 않은 둘
당내 갈등 심화

김 대표는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전북 1석, 전남 2석에 그쳐 호남에 철저히 외면 받았다. 지난달 8일,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전북에서의 발언은 문 전 대표까지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호남 민심이 더 나빠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 승리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이 호남의 절대적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후 총선 결과를 놓고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인한 호남 참패라는 이른바 ‘김종인 책임론’이 친노 진영에서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후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총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총선 이후에 독대 자리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수시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계속 대표를 맡도록 하는 이른바 ‘합의추대론’이 거론됐지만 당내에서 민주적 정당의 모습에 맞지 않다는 비판론이 일면서 차갑게 식었다. 이에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면서 김 대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날 달 22일 배석자 없이 만난 회동에서 발언 내용이 각자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대표 대신 수권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문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문 전 대표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선 후 책임 공방…당권 놓고 입씨름
전대 앞두고 갈등 가능성 높다는 분석

이후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라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쾌감도 함께 드러냈다. 당내 세력이 부족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합의추대를 이끌어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했지만 문 전 대표의 반발에 막힌 모양새다.

또한 당내서는 김 대표 체제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조기전대론’이 떠오르면서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반면에 김 대표 측에서 ‘전대연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시키고자 했다. 전대가 연기되면 자연스럽게 김 대표는 정기 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친문직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과도기적 체제이고, 임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제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며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하자는 건 당내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해 김 대표를 압박했다.

더민주는 지난 3일 당선인·핵심당직자 연석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전대를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열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또한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의 절충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밖에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김 대표에게 구성 권한을 위임키로해 김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절충안은 친노계가 다시 한 번 친노 패권주의로 흐를 경우의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김 대표 체제가 약 4개월간 유지되면서 내년에 있을 대권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을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임명하게 되면 대권 판도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친문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요직
김 대표 손으로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 정책위의장에 변재일 의원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내비쳤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으로 불리는 요직이다. 이렇기 때문에 문 전 대표를 대권 후보로 내세우려는 친문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중도온건 노선으로 계파색도 옅어 당내 거부감이 크지는 않다. 친문계에서는 변 의장이 4선의 중진이고 정책위의장과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정책 분야를 두루 역임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치고 받고…
화합은 없다?

김 대표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후임에 대한 임명권도 가지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대선 전략을 기획하는 주요 기관으로 당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현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임기는 오는 8월7일까지다. 때문에 8월말에서 9월 초까지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권을 쥐고 있을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물러나는 당 대표가 요직을 인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더민주가 전대 일정을 잡고 김 대표의 입지를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가 4개월 뒤 당 대표에 물러나 당내 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기로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에게 패권이 넘어가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어찌됐건 문 전 대표가 친문계를 앞세워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카드는 손학규 전 고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전략적제휴’를 한다면 손 전 고문의 복귀 시점이 앞당겨 질 전망이다. 또한 전당대회를 4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야당 내 거물인 손 전 고문의 제휴는 친노·친문을 견제할 가장 현실성 있는 대항마라고 볼 수 있다. 더민주 전체 123석 중 손 전 고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20여명에 달한다. 친노·친문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다.

김, 손학규와 손잡고 문 치나?
뜨는 우상호 역할론…불편한 김

현 비대위 체제에서 8명의 비대위원 중 4명은 손학규계다. 김 대표가 비대위 2기 인선을 하면서 손학규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손학규계와 손을 잡고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김 대표의 평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도개혁 성향에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라는 측면에서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년아카데미 강연자로 참석한 바가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의중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적절한 시점에서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이제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것은 야권 내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것과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계은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소통·대화 부족
전기 마련될 수도

이후 5월 들어 칩거에 들어간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 잡기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전주의 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천이두 전 원광대 교수를 병문하면서 총선 후 두 번째 호남방문을 시작했다. 천 교수는 호남 문단의 원로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승수 전주시장을 다음날에는 군산·익산 일대를 순회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 대해 “예전부터 미뤄온 개인적 일정 때문에 전북에 온 김에 다른 일정도 함께 소화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 달래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편 우상호 의원이 지난 4일, 신임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격으로 범친노·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앞서 김 대표가 줄곧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표면상 둘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은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놓고 지원할 경우 친노 패권주의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나”며 짧게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가지 당 관련 보도를 보면 당내 지도자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소통이 내 전공분야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서 내가 중재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 대표의 의지에 따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전략적 제휴자로 꼽히는 손 전 고문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18일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그 다음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손 전 상임고문은 오는 7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 등 각종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8∼9월에 예정된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손 전 고문이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를 한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 대표와 친문계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간 알력 다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5·18만 되면…
또 ‘임을 위한 행진곡’논란

5·18 광주민주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이 기념자 제정, 제창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보훈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1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를 말했고 13일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지정촉구 결의안을) 의결까지 했는데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에 대한 존중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념곡 지정을 미루는 정부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태경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훈처가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나의 선을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훈>
 

<기사 속 기사> 본회의장 자리 재배치 득과 실
섞어 앉다 보면 친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본회의장 자리배치 변화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은 지난 9일 “과거처럼 여야가 나뉜 벽돌 구조로 갈 게 아니라 여야가 섞여서 실질적으로 바로 소통하고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좌석 재배치를 제안했다.

지금 까지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제1당이 중앙을 차지하고 제2당이 1제당의 오른쪽, 그 외 소수 정당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했다. 정 원내대표는 소속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앉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選數)에 따른 의석 배치의 변화도 제안했다. 앞쪽부터 초선, 재선, 다선의원 순으로 앉았던 구조를 손 본다는 의도다. 좌석에 당색의 구분이 사라지면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기 어렵고, 당론 투표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섞여 앉으면 가뜩이나 서로 색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좋은 아이디어지만 막상 하다보면 (정 원내대표가) 후회하실 것이다. 나중에 좀 해봐야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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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