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세력화’ 김종인 마이웨이 플랜

“시한부? 뒷방 늙은이 되지 않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한부'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가 앞으로 2선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면서 외연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근 행보가 매섭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를 초청해 회동을 가졌다.

모임 주도
존재감 여전

정 원내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일주일 전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며 “라운드 중간에 ‘우리끼리는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자’ ‘국민이 3당을 만든 뜻은 결국 잘 대화하라는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골프회동을 놓고 우 원내대표도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긴밀한 소통도 중요하다”며 “공사 모두 제대로 어울리자는 의미에서 가진 첫 번째 사석 모임”이라고 했다.

모임은 김 대표가 참석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초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회 화합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당 내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에 밀려 있는 그가 자신의 정치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김 대표는 4·13총선이 끝난 후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27일까지만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한 상태. 지난달 3일 더민주는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와 경제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의결했다. 같은 날 당무위에서 한 당무위원이 “김종인 대표가 경제비상대책기구를 맡아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그러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합의추대설’ 등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 국면을 연출하기도 했었지만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나는 방향을 택함으로써 친노(친 노무현)·친문계와 전면전을 피하기도 했다.

3당 원내대표 초청 골프회동 “긴밀한 소통”
전대 열리는 8월까지 대표직 유지…이후는?

최근에는 경제비상대책기구 출범이 미뤄지면서 김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늦어도 5월말쯤에는 김 대표가 인선을 완료하고 기구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기구 출범 지연 원인을 김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대 이후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 주도하의 경제기구가 출범될 경우 스스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인선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추진 중단 상태임을 시인했다. 그는 “사실상 멈춰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단순히 2선에 물러나기 보다는 전면에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다툼을 벌일 때 김 대표는 원칙론을 앞세웠다. 지난 8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그는 “총선 결과 엄연히 더민주가 1당이 됐다”며 “그럼 의회 관행상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건 협상 여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인 더민주가 맡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원구성 협상 결과를 놓고 더민주 관계자들은 “공천권을 휘두를 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김 대표의 존재감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명분을 쥐고 본질을 꿰뚫는 김종인식 해법이 원구성 협상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보와 경제
투트랙 행보


6월 들어서는 ‘안보와 경제’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오전 야당대표로는 최초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합참 방문에 앞서 김포 해병2사단본부와 보훈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병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우리가 6.25사변을 겪은지 66년이 됐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상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은 계속 무력증강에 혈안이 돼 있다”며 “남북관계의 진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당 차원에서도 대표회의실의 배경막 문구를 '살피는 민생 지키는 안보’로 바꿨다. 민생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최근의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안보행보에 대해 박광온 대변인은 “우리 당이 집권을 위해 ‘유능한 경제정당’과 ‘유능한 안보정당’을 표방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중”이라며 “더민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최대한 예우하고 국민이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일정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 부분에 있어서도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합참 방문 이후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방안’ 포럼과 ‘서민주거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주거정책 심포지엄에 각각 참석했다.

김 대표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과 관련해 “이번 20대 국회, 특히 내년 대선 이전에 이 문제를 더민주의 안으로 의원입법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 자체를 단순화하고, 불평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지만 그동안 이 과제 자체가 복잡한데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 연관돼 있어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민주거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단순하게 경기 부양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부동산 가격의 인상을 가져오지 않고서는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항상 투기성의 경기 정책을 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민주택 문제를 골똘하고 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주택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느냐는 각도에서 서민주택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행사는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돼 있다. 이처럼 안보와 경제분야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 대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외연확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한다. 친노·친문세력이 장악한 당 내에서 보다는 당 밖에서 입지 다지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본인의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석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넘어간 권력을 되찾느냐는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 실현의 어려움에 대해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은 제도적 장치가 시장의 메커니즘에 포함되는 것인데 그 과정은 쉽지 않다”며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경제세력이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하려고 하면 불편하니 절대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젠다 2050’
개헌론 가세

최근에는 20대 국회의 화두인 개헌론에 가세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개인적으로 개헌은 시도를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 의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헌론에 대해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째 체험하고 있는데 5년 단임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점점 민주화가 발전하게 될 것 같으면 서로 간 상호 협치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 방법에 대해서는 헌법만 다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선거법까지 다뤄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이 이원집정부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권력을 분산 시킨다.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대외 정책을 수행하고 총리는 대내 행정을 맡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는 내각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이원집정부제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이원집정부제가 반갑지 않은 문 전 대표는 개헌엔 찬성 입장이지만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문 전 대표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당 밖 외연 다지기 수순
“5년 단임제 문제 있어”

김 대표의 독자세력화 플랜의 중심축은 ‘어젠다2050’이다. 어젠다2050은 여야 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초당적 입법 연구 모임이다. 모임의 이름은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와 사회분열 위기 속 독일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노동개혁 모델인 ‘어젠다 201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3선 김세연 의원은 어젠다2050에 대해 “미래입법에 대한 논의를 특정 정당만의 전유물로 다뤄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며 “정당·정파를 따지기보다는 정책적 노선에서 방향성을 공유하고, 또 실제 정책 구현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사들로 초점을 맞춰 모신 것이 전부”라고 소개했다.


국회 연구단체로 공식 등록될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6명, 더민주 3명, 국민의당 3명 등 12명의 의원이 참여 서명을 마쳤다. 김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권주자 및 킹메이커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뿐만 아니라 논의 의제들도 대선 공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도왔던 인연이 있다. 또한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노선을 지향하다 친박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김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으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했다가 당선 뒤 공약이 후퇴하자 비판하며 탈당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세연 의원이 연구모임을 같이하자고 해서 ‘좋다’고 대답 했을 뿐 정계개편과는 상관없다. 단지 유승민·김성식 등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들이 좀 모여 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최근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당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김 대표는 리더십도 훌륭하지만,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짚어낸다”고 말했다. 친노계 한 의원도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도 그렇지만, 안보정책에서도 당 내 여론을 확장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폭 행보
엇갈린 반응

한 정치학교수는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등 전문적인 측면에서 킹메이커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선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을 끼쳤다기보다 관리인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가 킹메이커로 나설 경우, 더민주 대선 후보가 호남에서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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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