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기존판 뒤흔들 새로운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새누리당이 계파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야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고 국민의당이 정계개편에 성공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정계개편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 야권에 기존 판을 뒤흔들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지난 4·13 총선에서 분출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며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 주도할
새판을 짠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광주 5·18묘역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5·18의 뜻은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의 시작, 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라며 “지금 국민들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짜기’를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 들어 새 그릇, 새판 등을 언급하면서 독자세력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 전 고문이 당적을 두고 있는 더민주는 일단 그의 당 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환영한다는 입장를 밝혔고, 능력 있고 소중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그와 함께 5·18묘역을 참배했던 더민주 이개호 의원도 손 전 고문의 복귀에 대해 “그분께서 정치를 한다면 당연히 우리 당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우리 당에서 그 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손 전 고문에 힘을 실어줬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선주자 곁에 손 전 고문과 같은 건전한 경쟁자가 많아야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당 안팎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총선 전 더민주의 지원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정계복귀 자체에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을 차지한 상황에서 뒤늦게 숟가락을 올리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지난 2014년 7월30일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를 했고, 총선이 일단락 됐기 때문에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슬슬 움직이는 손학규
흐름 주도하는 박지원

타당에서도 손 전 고문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의 복귀 타이밍이 늦었다고 본다”며 “복귀할 생각이 있었다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에 정계복귀해서 정리를 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학규-문재인-천정배가 당내에서 존재감을 보였다면 안 대표는 혼자서 탈당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손 전 고문의 독자세력화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손 전 고문은 독자 세력화에 나설 만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성품이 훌륭하기는 한데 그래서 자기 계파를 요란하게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손 전 고문이 세력화에 나설 경우 더민주나 국민의당을 탈당해 따라나설 인사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김 대표가 8월 말∼9월 초 임기가 끝나는 점과 그가 문 전 대표와 함께 갈 생각이 없는 점에 비춰볼 때 손 전 상임고문을 끌어들여 당내에서 2012년 대선 경선의 리턴매치 국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손 전 상임고문은 문 전 대표에 뒤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친노(친 노무현)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손 전 고문의 측근을 비롯한 비노(비 노무현) 의원들이 똘똘 뭉친다 해도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와서 안 대표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도 안 대표는 친노와 달리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손 전 고문의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해 ‘손학규 영입론’이 제기되고 있다.

“함께 하자”
손에 러브콜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손 전 고문)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정치에 기여할 바가 있을지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새판짜기에 대해서도 “정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박 원대대표는 정계개편 정국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5일 정의화 국회의장, 손학규 전 고문, 합리적인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안 대표가 이미 말한대로 열린 정당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분들 같으면 함께 해서 판을 키워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단독집권을 위해서 본격적 세 불리기에 나선 셈이다. 또한 정의화 전 의장이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고 손 전 고문도 새판짜기를 언급했기 때문에 이 둘의 세력을 국민의당이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계개편 정국에서 국민의당 안 대표도 박 원내대표와 같은 생각이다. 이미 정계개편을 통해 원내 제3당에 오른 안 대표 입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정계개편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안 대표는 5·18 기념식에 앞서 가진 지역언론사 대표들과 조찬간담회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안 대표는 다만 새누리당에서 합리적인 성향의 인사가 온다면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광주에 이어 전남 고흥의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때 편가르고 정치공학적으로 뭔가를 더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정당을 만들 때부터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와 함께 합리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전국위원회가 무산되는 등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간 내홍이 확산된 상황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손 전 고문의 정계개편 논의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야권내 차기 대권 후보자들도 대권에 대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충남지역 20대 총선 당선인 초청 정책설명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대의 요구가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군대조직으로 치면 장수의 문제이고,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며 대권 도전의지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또 “지난번 도지사 선거 때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력을 쌓아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약속 드렸었다”며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가 확정적으로 대권 도전을 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 중 ‘부름에 응답’ ‘정치 지도자’ ‘슛을 쏘겠다’ 등을 해석하면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안 지사는 손 전고문이 “새 판을 짜겠다”며 최근 잇달아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정계개편 구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도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정계에서는 안 지사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인적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의 돌풍의 핵이 될 수도있다는 평가다. 다음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안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대선 앞두고
잠룡들 시동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친노계인 만큼 문 전 대표의 대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것은 잘못된 분석 같다”며 “문재인은 문재인, 안희정은 안희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두분이 같은 가문은 맞지만 한 가문에서 한 명만 나오라는 법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4·13 총선 이후 더민주 내 대권 잠룡인 박원순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 이런 박 시장이 본격적인 ‘호남 챙기기’에 나선 모습도 대권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12일 광주에서 “광주는 늘 내 생각의 뿌리이자 가치관이었다”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 나도 뒤로 숨지 않겠다”라고 말해 호남 챙기기와 더불어 대권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최근에는 박근혜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4일 국회서 “11년째 국민소득은 2만 달러대로 정체되고 창조경제를 내걸었던 박근혜정부에서조차 성장 동력은 식어버린 상황”이라며 “일자리 문제도 중앙집권적인 성장고용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최근 일련의 광폭행보가 야권 내 잠룡들의 급부상과 연관됐다고 분석한다. 총선 결과 친노계로 분류되는 ‘안희정계’의 상당수가 국회에 입성해 안 지사는 물론 문 전 대표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박 시장은 지자체장이라는 핸디캡으로 총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어려웠고 ‘박원순계’가 대거 낙선하면서 대권행보에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시큰둥한 안희정
광폭행보 시작한 박원순

최근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해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바로 대권 행보로 이어진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 박 시장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서울시민의 안녕과 생활에 더 보탬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회의원 선거 때는 직책 때문에 역할이 제한됐지만 원래 서울시장은 행정가이면서 정치가”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도 견제구를 날리면서 여야 가리지 않고 대권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박 시장은 2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유엔 결의문을 언급했다.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의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원국은 사무총장에게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의문 대로한다면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시장은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 및 간부로서 여러 국가의 비밀 정보를 많이 알게 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특정 국가의 공직자가 되면 이를 활용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직책의 공정성 담보하고자 (이러한 결의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야권 잠룡들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최근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가 “더민주는 이미 문재인 대표로 다 정해져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그런 절차가 있었나”라며 “정치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최종의 심판자 국민이 보고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5월 이후 정계개편 화두를 던지면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전 고문에 대해서는 “총선이 지금 얼마 전에 끝났는데 갑자기 정계개편이 될 리 없다”라며 “모든 일은 국민이 결정하는 바”라고 말했다.

불안한 중진들
여기저기 견제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 이후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 정계개편 예선전이 펼치고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서야 정계개편이 실현되겠지만 어느 정당이든 민생경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할 때야 비로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거론되는 개헌론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가에서 개헌론이 떠오르고 있다. 개헌론은 1987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론의 핵심 주장은 87년 때 제정된 헌법이 오늘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은 대통령의 임기, 선출 방식, 내각제, 양원제 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판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개헌론은 1997년 ‘DJP연합’이 내각제 카드로 뭉쳤지만 대선이후 각종 논란 속에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 4년 임기 대통령 중임제를 공론화 했었고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주기가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로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분권형 개헌론’을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철회했다.

최근에는 결선투표제를 둘러싸고 야권 곳곳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25일 퇴임한 정의화 전 의장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개헌논의부터 해야한다”며 “낡은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틀 역시 바꿔야 한다.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라고 주장했다. 개헌론은 매번 정치권에 주요 쟁점 사항으로 떠오르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 속에 국면전환용에 머물렀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