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탐사보도팀] 박근혜정부의 유산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재 문재인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투명한 예산 집행과 공정한 운영이 담보돼야 하지만 혁신센터를 둘러싼 잡음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 <일요시사> 탐사보도팀은 지난 6개월간 전국 17개 혁신센터서 일어난 비리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2014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았을 때였다. 담화문은 ‘경제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전국 17개 시도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를 구축·운영하겠다는 계획이 핵심이었다.
퇴색
같은 해 9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서 주재한 영상 국무회의서 전국 17개 시도별 혁신센터를 주요 대기업과 1대1로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구-삼성, 대전-SK, 부산-롯데, 경남-두산, 광주-현대차, 전남-GS, 강원-네이버, 제주-다음 등이 연결됐다.
초대 센터장은 대부분 해당 기업 출신들로 채워졌다.
전국 17개 혁신센터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7월 사이에 모두 개소했다. 단 10개월 만이었다. 대략 한 달에 2개 혁신센터가 개소한 셈이다. 혁신센터는 박 전 대통령 및 청와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도해 운영했다. 박 대통령은 전8국을 다니며 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러던 중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졌다. 앞서 2014년 9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구 혁신센터 개소식 후 독대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중 한 명인 차은택 CF감독의 측근 김모씨가 혁신센터 17곳의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알려졌다. 혁신센터 설립의 ‘순수성’은 퇴색됐다.
박근혜·전경련 주도
1대1 매칭 손봤지만…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의 경제 슬로건이었다. 이 때문에 국정 농단 사태 당시 혁신센터의 태생적 문제점과 지속 가능성 여부 등을 들어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반대로 지역경제와 스타트업 활성화 차원서 선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그는 혁신센터를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을 선택했다. 2017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없어짐에 따라 혁신센터의 관리·감독 권한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넘어갔다. 2018년 2월 문재인정부는 기존의 혁신센터-대기업 1대1 매칭 방식을 보완‧확대했다.
문정부는 혁신센터를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했다. 혁신센터는 국비 40%, 지방비 40%, 민간기부금 20%로 운영된다. 혁신센터 운영 예산의 80%가 국민의 혈세다. 공직유관단체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연간 10억원 이상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으로 재산등록 및 공개, 김영란법 적용, 공무원 행동강령 준수 등 공직자윤리법상의 의무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혁신센터는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박 전 대통령 및 청와대 주도로 단기간 내 주먹구구식으로 설립돼 규정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혁신센터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추진비, 해외출장비 등과 관련한 서류를 부실하게 관리했다.
재활용
또 지난해 중기부 조직혁신 TF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하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의 채용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전국의 모든 혁신센터서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그러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혁신센터 직원이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혁신센터가 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중징계를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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