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 통합 선언'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

"진보의 마지막 기회, 죽어도 다 같이 죽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영입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모임이 돌연 창당 작업을 중단하고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과 함께 통합진보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분열돼 있던 진보세력들의 결집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국민모임과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가 지난 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르면 오는 9월까지 새로운 통합진보신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던 진보인사들은 통합진보신당을 통해 종북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창당하려는 통합진보신당은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존중의 대안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미 진보연대와 관련해서는 통합진보당의 실패전례가 있고, 일각에선 국민모임이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창당동력을 잃고 사실상 정의당에 흡수된 것 아니냐며 통합진보신당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통합진보신당은 정치권에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통합진보신당 참여를 선언한 국민모임의 김세균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국민모임이 창당선언을 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창당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도 못했는데 통합신당 참여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국민모임은 처음부터 기존의 진보정당과 무당파 사회 각계 진보인사 및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탈당파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오래 전부터 연대를 준비해왔다. 통합신당은 이번에 참여한 4자연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4자연대는 더 많은 세력을 집결시키기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

- 이번 연대 논의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국민모임 신당 추진위를 구성한 직후부터 진보정당과 단체들에게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의를 했고, 4자협의는 사실 그때부터 진행됐다. 지난 4·29보궐선거를 앞두고는 통합을 위한 전 단계로써 4자선거연대를 하자고 협의가 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선거연대가 무산됐다. 보궐선거 이후 다시 4자연대를 재추진해서 지난 4일 공동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 국민모임이 사실상 창당작업에 실패한 후 정의당에 흡수되는 것은 아닌가? 연대과정에서 공평한 지분 분배가 어려워 보이는데?
▲ 지분 문제는 아직 논의를 안 했다. 지분 문제는 논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4·29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우리가 원래 구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모임이 지난 선거에 참여했던 것은 연대과정에서 우리들의 지분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선거 승리로 진보 결집의 추동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지분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실망스런 선거 결과로 연대과정에서 우리들의 발언권이 축소된 측면은 있지만 중요한 점은 아니다.

- 이번 연대에 참여하는 4개 정당이 모두 정치철학과 가치노선, 정책 등에서 차이가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진보정당 연대와 관련해 이미 통합진보당의 실패사례도 있다.
▲ 물론 각자 정책이나 가치노선에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우리는 크게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는 가치노선을 추구하는 세력의 연합이고, 비 통합진보당 노선으로 북한의 세습, 북핵 문제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자는 입장이다. 두 가지 기본적인 노선을 바탕으로 나머지 시각 차이는 오히려 당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동영 결별설은 사실 아냐"
"내년 총선서 최소 20석 목표"

- 통합신당은 향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게 되나? 통합신당의 당명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게 되나?
▲ 지도부 구성이라든지, 정강정책, 당명 등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다만 제 생각에는 가능하면 6월 말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대략적인 논의를 끝내고 통합추진기구를 공식적으로 발족시키려고 한다. 또 그것을 기초로 해서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는 신당을 창당한다는 목표다.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어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진보세력의 분열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지 못했던 진보인사들을 모두 참여시켜서 거대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 국민모임 창당 당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새정치연합과는 연대하지 않고 계속 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 야권을 교체한다는 기본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혁신하느냐에 달렸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에 실패한다면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새정치연합이 계속 새누리당 2중대 수준의 중도 보수화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는 연대할 수 없다. 

-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진보진영의 이합집산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도 많은데.
▲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번이 진보세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번에 실패한다면 더 이상 진보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번에 연대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분열하지는 않을 것이다.

- 정동영 전 장관도 연대에 참여하게 되는 것인가? 일각에선 정 전 장관이 이미 국민모임과 결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 정 전 장관이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우리는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낙선하더라도 2등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거 결과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러웠다. 우리에게도 정 전 장관 개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일단 정 전 장관은 선거 이후 중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과 결별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정 전 장관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통합신당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푹 쉬고 돌아와서 자세한 얘기를 하자고 했다.

- 마지막으로 통합신당의 최종 목표를 말해 달라.
▲ 내년 총선에서 최소 20석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욕심을 부린다면 30~40석까지도 목표로 할 수 있다.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 제1야당도 위기감을 가지고 강력한 혁신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혁신된 제1야당과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mi737@ilyosisa.co.kr>

 

[김세균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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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