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 최장수 보좌관 김현목

"별정직 파리목숨? 전문성 있다면 걱정 없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현직 국회 보좌관 중 최장수 보좌관이다. 되기도 어렵고 버티기는 더 어렵다는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했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김 보좌관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보좌관은 어떻게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김 보좌관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국회 보좌관은 채용도 해임도 국회의원 마음이다. 언제 면직될지 몰라 흔히 ‘별정직 파리목숨’이라고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 중이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비결은 전문성. 김 보좌관은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 비리를 파헤친 주인공이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모시던 의원이 낙선해도 곧바로 다른 의원실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다음은 김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 최장수 국회 보좌관이다. 보좌관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버티기가 더 어렵다고 하던데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좌진은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실무자다. 보좌하는 의원이 원활한 의정활동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근무한 점을 의원님들이 인정해 준 것 같다.

- 국회 보좌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 1986년 대학 재학 시절에 민주화시위로 구속된 경험이 있다. 감방에서 만났던 정치권 인사가 출소 후 혹시 국회 보좌진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 저는 제안을 받고 한참을 고심하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보좌진이 되었다. 당시에는 저뿐만 아니라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보좌관으로 진출했다. 13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89년,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님을 보좌한 것이 보좌관 생활의 시작이었다. 89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9월에 정식 4급 보좌관이 되어 만 24세로 최연소 보좌관 기록도 세웠다.

- 국회에 입성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의 금융특혜를 당시 금융권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고 파헤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보그룹의 여신 및 담보현황을 자료로 요청하자 금융기관, 감독당국, 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를 통해 퇴직자 단체의 제도개선을 이끌어 냈던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일명 도피아(도로공사 마피아)로 불리우는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사단법인 도성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도성회의 출자회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파악해 시정을 촉구했다.

- 의원실 인턴 채용만 해도 경쟁률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국회 보좌관을 꿈꾸고 있는데 보좌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국회의원들은 보통 공개채용 방식으로 보좌진을 선발하고 있는 추세다.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을 공개모집하면 경쟁률이 100:1에 달한다. 소위 스펙이 좋은 응시자들도 상당히 많다. 회계사,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도 있다. 하지만 스펙만 좋다고 보좌진에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경력직의 경우 평판도 중요하다.

새내기 보좌진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 문장력도 본다. 보좌진을 하고 싶은 동기, 포부와 계획, 일에 대한 열정, 성실함이 있는지 고루 본다. 단지 이 분야를 몇 년 경험해 보겠다는 자세로는 지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지나가는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 국회 보좌관으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보좌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 보좌관도 이제는 전문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변호사, 회계사, 기자, 금융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히려 거꾸로 보좌진이 되려는 시대가 됐다. 다만 힘든 점이 있다면 일반 직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26년간 버티기는 했지만 그동안 나도 속앓이를 많이 했다. 선거 때마다, 국회 임기가 바뀔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그동안 보좌진이 된 것을 크게 후회해 본 적은 없으나 다소 회의감이 든 적은 있다. 솔직히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때는 실무자라는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의원정수 확대, 국민 시선 곱지 않을 것"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부터 바꿔야"

-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처우와 관련해 임명이나 해임이 너무 주먹구구식이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종종 국회의원들이 보좌진들에게 너무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해결할 대책은 없나? 
▲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다소 고용이 불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5년 이상 근속하는 보좌진들도 늘고 있어 무조건 고용이 불안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은 어차피 별로 없다. 주변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모신 의원님들은 보좌진들에게 무척 잘 대해줬다.
 


- 국회가 매년 국민 신뢰도 조사를 할 때마다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장수 국회 보좌관으로서 내부에서 지켜봤을 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회는 법보다 관행이 우선하고, 관행보다 여야 협상이 우선한다. 그러다보니 언제 회의가 열리는지, 언제 안건이 상정되는지 보좌진은 물론 의원들조차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과도하게 당론이 강요되는 정치풍토도 문제다. 자칫 소신 투표라도 하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간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시급한 법안은 물론 민생현안조차 처리하기 쉽지 않다. 정당정치에서 당론은 불가피하지만 현안과 사안에 따라 다르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의원이 소속 정당안에 반대하거나 반대당에 찬성하는 투표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인 크로스 보팅(cross voting)을 확대하는 것도 선진의회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최근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정서가 팽배하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지켜본 보좌관으로서 국회의원 정수 논란에 대한 생각은?
▲ 실무자인 보좌관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솔직히 현재의 정치수준을 감안하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다. 자칫 기득권 유지로 비쳐질 수도 있다.

-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의 여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 과거보다는 돈이 안 드는 정치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치 관행은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 풍토다. 과거와 같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행태는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잘못된 의식과 사고를 갖고 있는 악덕기업인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자금을 음성화시킬 수 있다. 합법적인 후원회는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사무실을 운영해 지역주민들로부터 고충과 애로, 지역현안 민원도 받아야 한다.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가 막대하다. 이런 경비는 국가에서 지원도 안 한다. 오직 후원금으로만 충당해야 하는데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 끝으로 현재 보좌관 출신 정치인이 꽤 많다. 향후 선거에 직접 도전할 의향은 없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솔직히 국회에서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보좌하다보니 직접 선출직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간 국회에서 체득한 지식 등을 바탕으로 고향 포천에서 지역일꾼이 돼 봉사의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현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은퇴 후에는 의정활동 실무보좌를 하는 교육을 하거나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예산낭비 감시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을 해 보고 싶은 소망도 있다. 


<mi737@ilyosisa.co.kr>


[김현목 보좌관 프로필]

▲ 13∼19대 국회 보좌관 (1989∼2015, 현재 26년 재직 )
▲ 국회 정책연구위원, 원내대표실 부실장 (2005, 별정직 2급)
▲ 산업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2006∼2008, 별정직 2급)
▲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국회보좌진 양성과정 강사 (2006)
▲ 사)한국비서협회 보좌진 교육과정 강사 (2012∼2015)
▲ 국회 의정연수원 보좌진 직무교육 강사 (201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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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