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 최장수 보좌관 김현목

"별정직 파리목숨? 전문성 있다면 걱정 없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현직 국회 보좌관 중 최장수 보좌관이다. 되기도 어렵고 버티기는 더 어렵다는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했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김 보좌관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보좌관은 어떻게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김 보좌관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국회 보좌관은 채용도 해임도 국회의원 마음이다. 언제 면직될지 몰라 흔히 ‘별정직 파리목숨’이라고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 중이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비결은 전문성. 김 보좌관은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 비리를 파헤친 주인공이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모시던 의원이 낙선해도 곧바로 다른 의원실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다음은 김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 최장수 국회 보좌관이다. 보좌관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버티기가 더 어렵다고 하던데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좌진은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실무자다. 보좌하는 의원이 원활한 의정활동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근무한 점을 의원님들이 인정해 준 것 같다.

- 국회 보좌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 1986년 대학 재학 시절에 민주화시위로 구속된 경험이 있다. 감방에서 만났던 정치권 인사가 출소 후 혹시 국회 보좌진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 저는 제안을 받고 한참을 고심하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보좌진이 되었다. 당시에는 저뿐만 아니라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보좌관으로 진출했다. 13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89년,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님을 보좌한 것이 보좌관 생활의 시작이었다. 89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9월에 정식 4급 보좌관이 되어 만 24세로 최연소 보좌관 기록도 세웠다.

- 국회에 입성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의 금융특혜를 당시 금융권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고 파헤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보그룹의 여신 및 담보현황을 자료로 요청하자 금융기관, 감독당국, 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를 통해 퇴직자 단체의 제도개선을 이끌어 냈던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일명 도피아(도로공사 마피아)로 불리우는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사단법인 도성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도성회의 출자회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파악해 시정을 촉구했다.

- 의원실 인턴 채용만 해도 경쟁률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국회 보좌관을 꿈꾸고 있는데 보좌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국회의원들은 보통 공개채용 방식으로 보좌진을 선발하고 있는 추세다.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을 공개모집하면 경쟁률이 100:1에 달한다. 소위 스펙이 좋은 응시자들도 상당히 많다. 회계사,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도 있다. 하지만 스펙만 좋다고 보좌진에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경력직의 경우 평판도 중요하다.

새내기 보좌진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 문장력도 본다. 보좌진을 하고 싶은 동기, 포부와 계획, 일에 대한 열정, 성실함이 있는지 고루 본다. 단지 이 분야를 몇 년 경험해 보겠다는 자세로는 지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지나가는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 국회 보좌관으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보좌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 보좌관도 이제는 전문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변호사, 회계사, 기자, 금융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히려 거꾸로 보좌진이 되려는 시대가 됐다. 다만 힘든 점이 있다면 일반 직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26년간 버티기는 했지만 그동안 나도 속앓이를 많이 했다. 선거 때마다, 국회 임기가 바뀔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그동안 보좌진이 된 것을 크게 후회해 본 적은 없으나 다소 회의감이 든 적은 있다. 솔직히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때는 실무자라는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의원정수 확대, 국민 시선 곱지 않을 것"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부터 바꿔야"

-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처우와 관련해 임명이나 해임이 너무 주먹구구식이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종종 국회의원들이 보좌진들에게 너무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해결할 대책은 없나? 
▲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다소 고용이 불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5년 이상 근속하는 보좌진들도 늘고 있어 무조건 고용이 불안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은 어차피 별로 없다. 주변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모신 의원님들은 보좌진들에게 무척 잘 대해줬다.
 


- 국회가 매년 국민 신뢰도 조사를 할 때마다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장수 국회 보좌관으로서 내부에서 지켜봤을 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회는 법보다 관행이 우선하고, 관행보다 여야 협상이 우선한다. 그러다보니 언제 회의가 열리는지, 언제 안건이 상정되는지 보좌진은 물론 의원들조차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과도하게 당론이 강요되는 정치풍토도 문제다. 자칫 소신 투표라도 하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간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시급한 법안은 물론 민생현안조차 처리하기 쉽지 않다. 정당정치에서 당론은 불가피하지만 현안과 사안에 따라 다르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의원이 소속 정당안에 반대하거나 반대당에 찬성하는 투표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인 크로스 보팅(cross voting)을 확대하는 것도 선진의회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최근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정서가 팽배하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지켜본 보좌관으로서 국회의원 정수 논란에 대한 생각은?
▲ 실무자인 보좌관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솔직히 현재의 정치수준을 감안하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다. 자칫 기득권 유지로 비쳐질 수도 있다.

-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의 여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 과거보다는 돈이 안 드는 정치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치 관행은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 풍토다. 과거와 같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행태는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잘못된 의식과 사고를 갖고 있는 악덕기업인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자금을 음성화시킬 수 있다. 합법적인 후원회는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사무실을 운영해 지역주민들로부터 고충과 애로, 지역현안 민원도 받아야 한다.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가 막대하다. 이런 경비는 국가에서 지원도 안 한다. 오직 후원금으로만 충당해야 하는데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 끝으로 현재 보좌관 출신 정치인이 꽤 많다. 향후 선거에 직접 도전할 의향은 없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솔직히 국회에서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보좌하다보니 직접 선출직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간 국회에서 체득한 지식 등을 바탕으로 고향 포천에서 지역일꾼이 돼 봉사의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현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은퇴 후에는 의정활동 실무보좌를 하는 교육을 하거나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예산낭비 감시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을 해 보고 싶은 소망도 있다. 


<mi737@ilyosisa.co.kr>


[김현목 보좌관 프로필]

▲ 13∼19대 국회 보좌관 (1989∼2015, 현재 26년 재직 )
▲ 국회 정책연구위원, 원내대표실 부실장 (2005, 별정직 2급)
▲ 산업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2006∼2008, 별정직 2급)
▲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국회보좌진 양성과정 강사 (2006)
▲ 사)한국비서협회 보좌진 교육과정 강사 (2012∼2015)
▲ 국회 의정연수원 보좌진 직무교육 강사 (201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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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