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광명으로 안양으로

서울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 점점 커지자 거주지를 옮기려는 ‘탈서울’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떠난 10명 중 6명이 경기도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4년 8월~2025년 7월) 서울의 순유출 인구는 2만9577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로 전입한 인구보다 전출한 인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타 시도로 전출한 전체 인구는 46만8212명이며, 이 중 60.38%인 28만2719명이 경기도로 이동했다.

인접한
도시로

같은 기간 경기도에 전입한 전체 인구 54만9865명 가운데 51.42%(28만2719명)는 서울에서 왔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매년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순유입 인구는 4만4041명이며, 서울에서 이동해 온 인구만 4만6993명에 달한다.

행정구역별로 살펴보면 광명(15.94%), 안양(10.57%), 파주(9.86%), 양주(9.33%), 의정부(9.03%) 순으로 서울과 인접한 도시들에 서울 전출자들이 집중됐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주된 이유는 ‘주택’으로, 12년 연속 가족이나 직업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의 집값 부담이 나날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경기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주택 매매가는 물론 분양가, 심지어 전셋값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보니,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경기도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월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4654만원으로 확인됐는데, 같은 시기 경기도(1853만원)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이 6억582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권에서는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서울 전셋돈에 조금만 자금을 더하면 경기도에서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이다.

서울 신축 분양가도 경기와 비교해 2배가량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격(공급면적 기준)은 평균 4536만원인 반면 경기는 2223만원에 불과했다. 참고로 부동산 전문 업체가 분석한 올 8월 기준 서울 84㎡ 평균 분양가는 16억8588만원이다.

오르는
전셋값

올해 경기에서 분양한 ‘고양 더샵포레나(고양·1순위 평균 4.73 대 1)’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안양·6.7 대 1)’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수원·14.4 대 1)’ 등이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이유다. 이들 단지들은 서울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양 더샵포레나의 경우 가장 큰 평수인 74㎡(이하 전용면적)가 최고 6억3900만원에 불과했다.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는 59㎡가 최고 7억6990만원, 84㎡가 최고 11억1010만원으로 책정됐다.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 84㎡는 11억4510만~11억923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탈서울은 단순한 집값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인 인구·주거 구조 변화”라며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의 인구 분산이 더 빨라질 수 있고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비해 분양가가 비교적 싸면서도 교통망이 잘 구축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인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경기도 신축 단지.

▲하남 스타포레 3차= 3기 신도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하남 교산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하남 스타포레 3차’가 총 2500세대 대단지 랜드마크 신축 아파트란 평가를 받고 있다. 1, 2차 완판에 이어 안정성·사업성 분위기 반전을 보이며 3차 조합 설립도 순항 중이다.

하남스타포레는 2025년 내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예정하고 있으며, 현재 조합원 모집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허가를 갖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라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안정성과 투자 가치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하남 스타포레가 위치한 하남 원도심은 오랜 기간 개발이 지체됐던 지역으로, 이번 아파트 사업을 기점으로 지역 활성화와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되고 있다.

서울 주거 부담 커지자
경기 신축 단지로 이주

실제로 경기 하남시의 경우 교통망 개선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 시행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하남 구도심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 송파하남선(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의 기본계획 통과로 인해 하남시청역이 향후 교통 요지로 급부상하면서다.

송파하남선은 3호선 대화~오금 구간을 연장해 5호선 하남시청역까지 잇는 총길이 11.7㎞ 노선이다. 새 노선이 개통되면 하남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이동 시간이 기존 1시간10분대에서 4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남시청역 주변 역세권에 위치한 재개발 구역들이 수혜 지역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5호선과 함께 3호선이 지난다는 건 강남·대치권역과 광화문 업무지구도 한번에 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입지 따라
양극화 심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 신설 효과는 종착역에 가까울수록 큰데 3호선 연장선인 송파하남선에서는 하남시청역 인근이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동남권에 있는 하남 교산지구는 교통망 확충에 기대감이 높다. 3호선 연장 ‘송파하남선’과 9호선 연장 ‘강동하남남양주선’ 사업이 추진 중이며, 3만3000여가구 규모로 개발된다. 스타필드 하남, 5호선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가 가능하다.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 경기도 구리에서 31개월 만에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예고됐다. 주인공은 중흥토건이 구리시 교문동에서 9월 공급을 앞둔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드문 지역 특성과 대단지 희소성이 맞물리며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딸기원2지구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5층, 22개 동, 1·2단지 총 1096세대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59·84㎡ 637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주력 평형은 ▲59㎡A 216세대 ▲59㎡B 54세대 ▲84㎡A 254세대 ▲84㎡B 113세대 등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중심이다. 분양가를 59㎡ 6억원대·84㎡ 8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단지는 남향 위주 배치와 판상형 구조로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일부 1층 세대에는 개인 정원을 도입했다.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케어센터, 작은도서관, 경로당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떠난 10명 중 6명 ‘경기도로’
중장기 인구·주거 구조 변화

지하철 7호선 상봉역과 8호선 구리역 접근성이 우수해 강남·잠실 등 주요 업무지구로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GTX-B(계획) 상봉역,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북부간선도로, 강변북로 등 광역 교통망도 풍부하다. 특히 올해 개통된 고덕토평대교로 강동구 진입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반경 3㎞ 내 코스트코 상봉점, 홈플러스 신내점, 롯데백화점·아울렛 구리점 등이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과 동부제일병원, CGV·롯데시네마 등 의료·문화시설도 가깝다. 구리시청, 구리소방서, 구리아트홀 등 공공 인프라도 단지 주변에 자리한다.


단지 내 어린이집, 인근 도림초·서울삼육중·고교 등이 반경 1.5㎞내에 위치한다. 초등생 전용 셔틀버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단지 인근에는 소공원과 완충녹지가 조성되며, 남쪽 망우산과 북쪽 구릉산이 단지를 감싼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중랑캠핑숲, 둘레길 등도 가까워 도심 속 친자연적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안양자이 헤리티온=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에서 ‘안양자이 헤리티온’을 분양한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일원에서 상록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17개 동, 총 171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 중 조합원 및 임대 물량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 49~101㎡ 63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일반분양 물량의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49㎡ 164가구 △59㎡ 404가구 △76㎡ 39가구 △84㎡ 25가구 △101㎡ 7가구 등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된다. 84㎡의 분양가를 12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도보 거리에 수도권 1호선 명학역이 위치한 ‘역세권’ 입지로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해 서울역, 용산역, 종각역 등의 주요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한번에 도달 가능하다. 명학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 정거장인 안양역(1호선)은 월곶판교선(월판선)이 개통할 예정이고, 명학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금정역(1, 4호선) 역시GTX-C노선이 계획돼 있어 향후 교통 여건은 향상될 전망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

단지 남측으로 수리산이 접해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은 물론 수리산 조망(일부 가구)이 가능하다. 안양천 수변 산책로, 명학공원 등의 공원 시설도 도보권에 있어 여유로운 여가 생활이 가능하다. 우수한 교육 및 생활 인프라도 가치를 더한다. 단지 남측 도보권에 명학초가 있는 것을 비롯해 성문중, 성문고 등의 각급 학교를 걸어서 통학 가능하고, 인근에 신성중, 신성고도 위치해 있다.

여기에 수도권 대표 학원가 중 하나인 평촌 학원가도 차량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롯데백화점(평촌점), 이마트(안양점), 홈플러스(평촌점), 뉴코아아울렛(평촌점) 등의 대형 유통시설을 비롯해 안양 1번가, 만안구청, 보건소, 메트로병원, 안양아트센터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차량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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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