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날의 검’ 이재명정부의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 등록 2025.09.24 10:04:50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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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통령실이 역대 정부 최초로 특수활동비(특활비), 업무추진비(업추비), 특정업무경비(특경비) 등에 대한 집행 정보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에 특활비, 업추비, 특경비의 집행 결과와 내역을 게시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특활비 집행액은 총 4억 6422만6000원으로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관련 집행액이 1억5802만5000원으로 가장 컸다.

또 민심·여론 청취 및 갈등 조정·관리에 9845만2000원, 국정 현안·공직 비위·인사 등 정보 수집 및 관리에 9700만8000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업추비 집행액은 9억7838만1421원, 특경비는 1914만1980원을 썼다.

앞서 지난 7월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대 의견에 특활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법무부는 검찰청의 특수활동비의 경우도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하겠다고 돼있다”며 “국회와 법무부, 검찰청 등의 의견을 고려해 향후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대통령비서실·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활비 105억원을 추경예산안에 포함시켰는데, 이번 대통령실의 공개는 첫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통제라는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재정의 집행은 철저한 감시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제기된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요구는 당연한 흐름처럼 보인다.


국민은 왜곡 없이 권력의 주머니가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정보 공개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논의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의 특활비 공개는 단순한 투명성 확보를 넘어, 국가안보·외교·정보활동과 직결되는 영역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특활비는 말 그대로 특정 목적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외교·안보 관련 부처에서 주로 쓰이며, 일반 회계처럼 영수증과 세부 항목을 일일이 공개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 특히 대통령실은 국가 최고 통치 기관으로서, 외교·안보·정보와 직결된 민감한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타국 정상이나 외교관과의 비공식 접촉, 정보기관과의 은밀한 협조, 돌발적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긴급 자금 집행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특활비는 일반 정부 부처의 집행 비용과는 성격이 다르며, 그만큼 공개의 범위와 수준을 두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이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를 요구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첫째, 특활비는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오남용 논란에 휩싸여 왔다. 과거 정부에서도 특활비가 정치인들을 회유하거나 여론을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심지어 ‘애먼 돈’이라는 오명을 쓰며 권력형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둘째, 투명성 시대의 요구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회계가 전산화되고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불투명한 비용 집행이 용인되지 않는다. 다른 부처의 특활비가 일정 부분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만 예외로 남는다면 국민적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와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특활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개가 무조건 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 특활비의 공개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가 안보의 잠재적 위협이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단순한 행사 비용이나 업추비가 아니다. 국내외 정보 협력, 외교 채널 가동, 긴급 상황 대응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공개 과정에서 항목이 지나치게 구체화된다면, 외교 협상 전략이나 정보 수집망의 일단이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외국 정보기관이나 외교 당국이 대통령실의 자금 흐름을 분석할 경우, 우리 정부의 비공식 라인이나 전략적 접근법이 드러날 위험이 있다.

둘째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으로 특활비 내역이 부분적으로 공개되더라도, 야당이나 언론이 이를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에 지출된 비용이 정무적 활동과 연결된 것처럼 해석되거나, 실제와 달리 과장되거나 왜곡된 서사가 덧씌워질 수 있다. 결국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집행 위축과 행정 비효율이다. 모든 지출이 공개될 것을 전제한다면, 담당자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 외교 현장에서의 긴급한 접대, 정보 협력 과정에서의 즉각적 지원,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지체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결국 이는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무조건 비공개 영역에 두는 것도 문제다.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이냐’는 것이다.

우선 감사와 통제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직접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독립성과 신뢰성을 갖춘 감사 기구에 보고하고 점검받아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사원, 혹은 국회의 특활비 전담 소위원회 등을 통해 비공개로라도 철저한 검증을 받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은 ‘누군가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공개 범위의 단계적 설정도 요구된다. 모든 내역을 일괄 공개하기보다, 일정 비율의 예산 배분 현황이나 큰 틀의 지출 목적 정도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전체 예산 중 외교·정보·행사 관련 비율을 공개하고, 구체적인 상대방이나 시점은 비공개 처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보안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특활비는 그 특성상 완전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신 오남용을 막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사용 가능한 목적을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불필요한 의혹을 줄이고 특활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문제는 민주주의가 가진 고질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쪽에는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성 확보라는 가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국가의 안전과 효율적 운영이라는 현실이 있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한다면 균형은 쉽게 무너진다.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면 권력의 정당성은 흔들리지만, 국가 기밀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안전과 국익이 위협받는다.

결국 민주주의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하고, 대통령실은 ‘국가 운영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 이 두 요구는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답은 ‘절제된 공개’와 ‘강화된 통제’에 있겠다. 내역 전부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정 부분의 큰 틀 공개와 철저한 내부 감사는 가능하다. 국민은 투명성에 대한 최소한의 만족을 얻고, 대통령실은 안보와 기밀을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특활비의 남용을 방지한다면, 특활비는 더 이상 ‘애먼 돈’이 아닌, 국가 운영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예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논의는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명성과 보안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극단이 아닌 절제와 균형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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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장까지 옮긴 장례지도사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수천 명의 고인을 모셨다. 하지만 대유행의 시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정산’을 끝마치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대부분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감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20년 1월20일 30대 남성의 감염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전 세계 덮친 감염병 공포 코로나19는 기침, 재채기 등에서 발생하는 비말(침방울)을 매개 삼아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동을 통제했다. 집합시설의 이용 시간이 정해졌고 인원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023년 5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은 코로나19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고 문화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4월11일 권준욱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다. 영화계, 공연계 등 관객 친화형 문화 콘텐츠는 나락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뀐 소비 패턴이나 생활 방식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사회든 개인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라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당시 최전선에서 정부와 발맞췄던 장례지도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원, 집 등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한 후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시신 수습·화장장 운구 업무 방진복 입고 2년 동안 일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해는 화장장의 마지막 타임인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됐다.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장례지도사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꼼꼼히 챙겨 입었어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장례지도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A 단체가 서울, 경기, 충청 등의 일부 지자체와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장 B씨에 따르면 아직 소송으로 가지 않은 곳까지 따지면 서른 개가 넘는 지자체가 A 단체에 채무가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 처리 및 장례 지원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 불안 요인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내놨다. 화장을 원칙으로 하고 유가족의 동의하에 ‘선 화장, 후 장례’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이 임박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가 대기하도록 요청한다. 감염자가 사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보건소 등에 상황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장례지도사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원하고 사망자가 머물던 장소를 방역·소독한다. 이후 사망자는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된다.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자의 유해를 비닐로 감싸고 보디백에 넣은 뒤 관에 담아 화장장으로 운구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염을 하거나 수의를 입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는 할 수 없다. 화장장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화장한다. 유가족은 유골을 가지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완전 바뀐 사회 상황 B 회장은 “매일 아침 지자체에서 모셔야 할 고인이 몇 분인지, 어디에서 돌아가셨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오후 6시 전까지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해 고인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어디로 몇 명을 보낼지, 운구차는 어떻게 할지 등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이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2년 동안 매일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명도 모셔봤다. 방진복을 챙겨 입었지만 다들 감염될까 무섭지 않았겠나. 그래도 최대한 예우를 다해 한 분, 한 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게 장례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A 단체가 2년여 동안 모신 사망자 수는 수천 여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2년여 뒤 A 단체가 직면한 상황은 법정 공방이다. 단체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무렵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라 시신 수습과 화장장까지의 운구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B 회장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사망자를 수습하는 경우 우리 단체의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파 방지 비용’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환자가 사망해 장례를 치를 경우 감염 예방 및 관리 조치에 소용되는 비용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했다. 2022년 6월19일 이전까지 사망자에게 지급된 비용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게 주던 1000만원가량의 위로금과는 별개였다. 시신 수습, 안치, 입관 등 장례 절차 관련 비용과 관, 보디백 등 장례 물품, 운구 등 기타 전파 방지 관련 비용 등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먹구구 일 처리 B 회장은 “당시 우리 단체가 먼저 용역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 청구해 돈을 받아 다시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장례 관련 모든 절차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비용 지급 과정에서 우리 단체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장례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다 보니 말 그대로 먼저 (비용을) 청구하는 쪽이 우선이었다. 늦어지면 말 그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32개 지자체에서 받지 못한 비용이 4700여만원에 이른다. A 단체가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지만, 전파 방지 비용은 사망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급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천안시에 주소지를 둔 감염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사망하면 서울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만 비용 지급은 천안시에서 하는 식이다. A 단체는 받지 못한 돈이 큰 지자체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명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8곳, 경기 1곳, 충청 1곳 등 총 10개 지역 지자체에 2500여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는 판결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낸 후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단체는 “지자체는 이 비용에 관해 질병관리청에 질의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의 관계는 우리 단체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사용하거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교부받는 등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비용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상대로 초과 비용 달라 법원마다 판결 천차만별 ‘분통’ B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은 또 있었다. 지자체마다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결이 제멋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법을 공부했다. 아무리 민사소송이라지만 법원 판결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A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화해권고결정’으로 이어졌다. 지자체가 A 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고 특정 날짜 이후에는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전액, 어떤 지자체는 반액, 또 다른 지자체는 ‘줄 수 있는 만큼’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A 단체에 따르면 10개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 7건의 판결이 나왔다. 비용 전액을 준 지자체는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절반, 일부 지자체는 1/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총 1800여만원을 청구해 1200만원가량을 받은 셈으로 전체 비용의 70% 정도다. B 회장은 “우리 단체가 초과 비용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거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비용을 지급했다. 거꾸로 말하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침 등 안내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 관련 비용 지원> 안내서는 8판까지 나왔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안내서에 그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안이 다 끝나고 나면 그 안내서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이다. 초과 비용 청구 문제도 초기 안내서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어나면 그땐 누가? B 회장은 “우리 단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장례 관련 업무를 맡아 일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놨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그 대가가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받지 못한 돈이 몇십 만원 단위인 곳도 있고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인데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단체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