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돈 안 드는 정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에 묻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15 13:32:15
  • 호수 1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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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내란…이제 지루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선거 문화를 비판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돈 안 들이고 정치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말장난을 많이 한다”며 “국민이 오롯이 진실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개혁신당 지방의원 후보들이 300만원 내 비용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이 대표를 만나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기초·광역의원 후보들이 300만원 내 비용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을 한 계기는?

▲선거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도덕적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주니, 정치인이나 관련 업자들이 서로 가격을 뻥튀기한다. 제 정치적 지향점 중 하나는 돈 안 들이고 정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는 일종의 산업이 됐다. 비용 절감 시도가 성공하면, 개혁신당이 관계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데 선거비 절감을 통해 실질적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분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부가 이익까지 챙길 여력은 없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경쟁화·효율화되고 있다. 선거·정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중앙당·지역당·부설 연구소를 포함해 당직자 약 250명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개혁신당의 관련 인력은 9명이다. 개혁신당으로선 극대화된 AI 활용과 자동화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저희에겐 언젠가 정치권 전체를 대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개혁신당은 대선이란 총력전을 먼저 진행한 후 지방선거에 대비해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 당의 규모는 2배로 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당원 기반을 확실히 늘려야 한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당원도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훈련된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비결을 하나하나 전수하면서 이들이 효율적으로 기동하게 해야 한다.

만약 제가 컨설팅 업체 관계자라면 10명 남짓 고객만 상대하면서 챙기면 된다. 그런데 다수의 후보에게 비결을 전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쓰고 있다. 기초는 금방 배울 수 있다. 선거도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기초조차 모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개혁신당은 후보들에게 최대한의 기초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통·반 단위까지 세분해서 관리해야 하고, 그만큼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개혁신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인 고령 유권자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고령 유권자 중엔 보수의 단순 의의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분들은 “6뭉치면 이긴다”는 식의 단순한 정치 논점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이제 보수는 소수 진영이다.


따라서 새로움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국민의힘처럼 비상계엄·탄핵에 책임이 있는 기성 정당이 아니라 새 주체가 그 새로움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적 우위를 통한 보수의 집권은 영구히 멀어진다.

-개혁신당은 대학가 위주로 지방선거 전략 지역을 설정했다. 대학가에선 대학 기숙사 건립 문제가 예민하다. 세대 갈등이 일어나는 결정적 지점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청년 주택이 들어오면 교통·주차 등 주변 환경이 나빠진단 인식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재생이 늦어지고 있고, 신규 공급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주택 소유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재건축·재개발 촉진을 통해 도시를 재생해서,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

-민주당은 재건축·재개발에 소극적이지 않은가?

▲제가 살던 상계동 5층 아파트는 재건축이 완료된 후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표심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래서 민주당은 “도시 재생 등 성과가 거둬지면, 우리의 표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택은 주기가 있다. 그 주기에 맞춰 적절하게 새 형태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

그게 지연되면,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신축 아파트들은 과부족 상태에 이른다. 민주당도 “동네가 발전하면 우리가 불리하다”는 식의 이기적인 논리를 거두고, 도시 재생의 주기에 맞춰 전략을 짜길 바란다.

-민주당은 광주·전북 등에서 복합쇼핑몰·대형마트 유치가 유치되는 것을 반대했다. 기성 정당에 ‘텃밭’의 발전을 등한시하는 기류가 있는가?

▲당원 민주주의가 굳어지면, 지역을 오래 지키는 소상공인 위주로 당원이 편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상공인도 잘 생각해야 한다. 한 지역의 상권은 인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주의 젊은 세대가 광주를 많이 떠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젊은 세대는 경험하고 싶은 하는 문화·필수 시설이 없어서 떠난 것이다.

“선거비 뻥튀기 문화 바꿔야”
“업자들 이익 챙길 여력 없어”

광주엔 아직도 5성급 호텔이 없다. 굉장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가 전라도 최대 도시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복합쇼핑몰·대형 마트가 필요하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파이는 계속 작아지고, 소상공인의 삶은 더 어려워진다.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서 과학고 유치가 무산됐다. 그 이유는?

▲화성시엔 과학고를 유치하기 좋은 부지가 많다. 그래서 굉장히 유리했다. 그런데 화성시는 가장 좋은 부지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주당이 경기도의회·화성시의회를 장악한 특성이 많이 작용했다. 그들이 과학고 선정 주체인 경기도 교육감에게 과학고 기반 영재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 같다. 


교육청에서도 “국회의원이 저렇게 열성적으로 유치하려고 하는데, 시청·지방의원들이 왜 시큰둥하냐”면서 의아해한 것 같다.

민주당은 이념 때문에 영재 교육에 반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AI를 활용한 교육에 열성적이다.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선 아주 좋은 수준의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

-화성 지역 언론은 “우리 시 학생만 입학하는 것이 아닌 과학고를 유치하는 것보다 종합 예술고 유치·과밀 학급 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과학고를 유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 고교가 개교하는 게 아니다. 종합예술고가 개교한다고 해서 화성 학생들만 가는 것도 아니다. 전혀 다른 영역이다. 저도 처음엔 웃어넘겼던 주장이었다. 그런데 화성에 잘못된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

지역 유지들이 만들어낸 주장 같다. 화성은 여전히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교육 환경을 대폭 개선하려면, 교육에 무한 투자를 해야 한다. 화성에 있는 우수 학생들이 경기 수원에 있는 경기과학고에 가지 못하면,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까지 가야 한다.

이건 “과학고에 가지 말라”는 얘기다. 당파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과학고가 생기면, 주변 교육 환경이 실질적으로 좋아진다. 화성엔 교육 기회가 배제된 우수 학생들이 많아서 과학고를 유치해야 했다. 유치 실패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화성 지역 언론은 이준석 대표를 많이 비판한다. 지역 언론과의 관계는 어떤가?

▲화성에선 지금까지 민주당이 일당 독재했다. 저는 그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들에 대해선 굉장히 비판적이다. 저는 화성의 발전을 위해 과학고 유치 등 공약을 밝혔고, 주민들도 그 때문에 저를 선택하셨다. 민주당의 이념에 경도돼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화성시민들이 지금까지 무시당했단 증거다. 저는 그들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평소에 “커뮤니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빠르고 공격적인 말투로 타인을 거론하는 것 때문인 듯하다. 이게 고령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아닐까?

▲결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또 지하철에서 시위한다. 제가 처음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을 때, 제게 “싸가지가 없다”거나 “장애인을 혐오한다”고 말씀하셨던 분들이 지금에 이르러 저렇게 번진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개혁신당 언젠가 정치권 대체할 것”
“한동훈의 재보궐 용기·배짱 의문”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준석이 지금까지 지적했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등 문제도 지금에 와서야 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한다. 개혁신당은 이미 적시에 관련 제안을 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선거 유불리를 따지면서 그 주장을 무조건 혐오로 몰았다.

기성세대는 젠더·장애인 문제 등과 관련해 너무 과거의 관성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우리의 고정관념 중 하나는 “강자는 악, 약자는 선”이란 것인데…

▲어떤 집단을 싸잡는 순간부터 굉장한 충돌이 일어난다. 그래서 개개인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민주’ 등 ‘민’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을 소수의 상징으로 인식한다. 그들은 현재 수적 우위를 가졌다. 그런데도 본인들을 약자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수단은 목적을 위해 정당화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건 나치 철학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굉장히 우려된다. 저들은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 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 이분들이 합리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

-4050 남성에 대한 2030 남성의 비판·조롱이 굉장히 거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20대 초·중반에 형성된 정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우리 세대의 20대 초·중반 시절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극한 대립을 했다.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최근 진보 진영 내 일부 사람들은 “이준석 대표와 지지자들은 극우”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극우는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독존하기 위해 폭력성까지 용인하는 집단이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2찍(국민의힘 지지자)은 한 날 한 시에 모아 한번에 생매장하면,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도약한다”고 말했다. 이거야말로 극우적 발상의 극한이다.

최 전 의원과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야말로 극우의 사전적 정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조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또 정치적 능력이 검증되기 전에 급하게 창당해서 현재의 입지를 확보해서 그런지, 정치적으로 미숙한 점을 보이는 것 같다.

-유권자가 절대선은 아니다. 유권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 정치인은 어떡해야 하는가?

▲정치인은 솔직해져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언어유희에 가까운 말장난을 많이 한다. 미국에서 국민 300여명이 추방 형식으로 쫓겨왔는데, 정부는 ‘추방’ 대신 ‘석방’이란 표현을 쓰면서 ‘석방 교섭’이란 표현을 만들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이 얘기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예산·통계 기능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빼서 운영한다고 한다. 예산 기능은 ‘돈 퍼주기’로 연결될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구축하려는 것 같다. 그런 기술적인 잔머리를 안 부렸으면 좋겠다. 국민이 오롯이 진실 그대로 알 수 있게 해야 하는데도 기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실재가 무엇이냐”보다 “어떻게 믿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이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장 대표는 굉장한 용꿈을 꿀 것 같다. 그래서 초기엔 전선을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적대감은 상당히 드러낼 수도 있다. 그를 대표해 각종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인이 한 전 대표를 적대시하고 있다. 우리 정치에선 “상대를 미끄러트려야 내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친한(친 한동훈)계가 거론된다.

-한 전 대표 측은 “1985년생인 이준석 대표가 1973년생인 한 전 대표를 제치고, 스스로 보수의 적자가 되고자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한 전 대표에게 “50대는 옛날 같으면 손주 볼 나이”라고 했던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한 게 아니다. “한 전 대표에겐 다른 역할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한 전 대표 측은 아직도 ‘젊은 나이’에 집착하는 것 같다.

제가 한 전 대표라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것 같다. 그 방법 외엔 굉장히 피동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정도 배짱과 용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엔 정당해산심판을 언급하고, 이준석 대표에겐 제명을 언급한다. 당사자로서 할 말이 있다면?

▲민주당은 문정부 시절에도 많은 의석수를 믿고 기고만장해서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만약 협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서로의 의견이 절반씩 버무려진 안을 선택하면, 대통령이 홀로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에도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결국 똑같은 실패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엔 의원 171명이 있다. 의원의 자질을 일일이 조율하기 쉽지 않다. 민주당으로선 비상계엄·탄핵 국면을 통해 상대를 절멸시킬 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도 그런 의도는 다 알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재명정부에서 어떤 야당이 돼야 하겠는가?

▲개혁신당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여러 얘기를 했다. 나중엔 “개혁신당이 옳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앞으로도 항상 옳은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겠다. 정치가 젊어지고,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가는 데 있어서 저희가 할 일이 있다면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보일 개혁신당의 시스템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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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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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