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안철수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18 10:05:39
  • 호수 1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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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 신망을 받는 외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작성한 백서가 국민의힘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시절 제시한 인적 쇄신안을 굉장히 곤란해했다”며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혁신위원장 포기 등 인적 쇄신 관련 갈등을 겪은 후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면서 “대선 패배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주류는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좌절시켰다. 안철수 의원이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던 이유는?

▲국민의힘은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다.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혁신위원회는 실행안을 만들 뿐, 실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비대위에서 승인해야 실행할 수 있다. 당시 저는 ‘혁신은 필요하니, 나라도 혁신위원장을 맡자’고 생각했다.

비대위엔 혁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미리 알려줬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미리 알아야 발표 후 자연스럽게 비대위가 통과시켜서 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준비한 첫 혁신안은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인적 쇄신안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질 때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면 그들이 깜짝 놀라서,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수월하게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곤란해했고, 협상도 실패했다. 결국 실패한 혁신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제가 맡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혁신안을 만들기만 할 뿐, 처분만 바라는 수동적인 혁신위원장을 맡을 게 아니라,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선 패배 이후 백서 작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인적 쇄신안을 만들고, 공천 심사 기초 자료로 삼겠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꽤 신랄했지만, 사실상 실천된 건 없었다. 백서 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이 있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왜 패배했는지 다 아는데, 백서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1~2년이 지나면 다 잊는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내부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계파 논쟁 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저는 당 밖에서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전문가들에게 백서 작성을 맡기려고 했다.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인 백서를 만든 후, 사과할 분은 사과하고, 징계가 필요한 분들은 인사위원회에 조치를 맡기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단 생각을 했다.

-모든 선거는 조직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리를 위한 공식은?

▲혁신 반대 진영의 주장은 곧 전한길씨 중심의 계엄 옹호론이다. 계엄 옹호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는 법치주의인데 이를 거부하면서 위헌을 옹호하면 우리와 함께하기 힘들다.


“지지율 16%…바꾸려 나왔다”
“합리적 보수 세력 중심 재건”

어떤 분들은 “전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통합해야 숫자가 많아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당 안에서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면, 힘이 분산된다. 또 합리적 보수 세력이 떨어져 나가서 당이 쪼그라든다.

계엄에 반대하는 분들은 각종 여론조사서 약 70%로 확인된다. 남은 30%를 기반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민심을 따라야 하고,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한다.

최근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우리 당원조차도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단 의미다. 등 돌린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게 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유능함·품격·헌신을 토대로 다시 이미지를 구축하면, 합리적인 보수 성향의 우리 당원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고, 세력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백서 작성에 따른 인적 쇄신·새로운 인재 영입·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 혁신안을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청년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고 한다. 청년에게 제대로 일하고,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2016년부터 총선서 3연속 패배했고, 수도권서 많은 후보가 낙선했다. 이 때문에 일명 ‘언더 찐윤’으로 알려진 주류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단 분석도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도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당 의원 중 약 100명은 영남의 목소리를 내고, 10명 정도만 수도권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수도권의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의원총회서도 수도권의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온다. 대체로 수도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저는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했다. 그러자 저에게 “그런 얘기할 거면 배에서 내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남 출신 의원들은 지금 수도권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전혀 모르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민심을 많은 의원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많다. 패배 시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의 전세 역전 비법은?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지율도 떨어졌다. 새 대표는 실제로 개혁해야 한다. 개혁하면 조금씩 국민의 믿음을 얻을 것이다. 좋은 메시지를 내더라도 메신저가 신뢰를 못 얻으면 의미가 없다. 메신저가 관심과 믿음을 얻는 개혁부터 하겠다.

어느 정도 믿음을 얻으면,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지적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밖에 믿을 게 없다. 국회서도 소수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없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언더 찐윤이 또 혁신을 방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1명씩 만나서 “내년 지방선거는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할 것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지방 의원을 1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목을 건다. 그 공감대는 있다.

-국민의힘에선 계파 갈등이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건강한 것 같다. 이념적으로 같은 비전·가치관을 가지고 모이는 것은 구태여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활발하게 대화·토론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문제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인데 그런 계파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인적 쇄신은 총선 공천권을 통해 실현된다. 총선까진 약 3년여가 남았다. 새 당 대표는 어떻게 인적 쇄신을 할 수 있겠는가?

▲제가 주장하는 인적 쇄신은 사과 및 윤리위 제소 후 징계 처분 정도의 선을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영입해 그 공백을 메우고, 당의 규모를 키우겠다.


-일명 ‘쌍권’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만 정리하면, 인적 쇄신이 완료되는 건가?

▲혁신위원장 시절 상징적으로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두 분을 지목했다. 당 대표가 되면, 시간이 좀 더 있을 것이다. 급하게 혁신안을 발표할 필요는 없다. 외부에 백서 제작팀을 따로 만들고, 가능하면 빨리 백서 내용에 따라서 순서대로 처리하려고 한다.

“수도권 위기론 얘기하니
‘그럴 거면 나가라’ 비난”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을 하면 안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는 곧 선거 개입이 된다. 국민의힘은 범죄 성립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선 협조하고,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그것까지 다 막으면, 결국 빌미가 돼서 수사 기간을 연장할 핑계로 삼을 것이다. 다만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정치 탄압 목적으로 수사하면, 거기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란 특검은 저부터 소환했는데 ‘우리 당을 내란 정당으로 만드는 밑바닥을 깔기 위해 저를 불렀다’고 생각했다. 저만큼 깨끗한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저를 불러내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정치 탄압’ 방향으로 가려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협조를 거부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그 사실만으로도 국민께선 ‘당이 바뀌고, 개혁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를 많이 하실 것이다. 저는 당 대표를 4번(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 2번·바른미래당)이나 경험했다. 그 경험을 잘 살려서 당을 제대로 운영하겠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들처럼 지역구를 세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능한 일인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에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가 지역구 경기 의정부갑을 세습하려다가 실패했다. 이 문제는 ‘전문 경영인과 세습 경영인 중 누가 괜찮냐’는 것과 같다. 실력으로 겨뤄서,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답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극우 세력과 따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옛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으로 부활하는 등 진보 정당이 여러 개 있다. 이들이 극좌를 맡으면서 민주당은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간다. 우리도 극우 정당이 따로 있는 게 낫다. 그러면 우리는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가?

▲이 대통령은 말로만 ‘중도 보수’라고 하고, 실제 정책은 ‘돈 나눠주기’부터 시작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그저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와 다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민주당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30번이 넘는 탄핵소추를 하면서 국정 발목 잡기만 했다. 이 대통령도 정권을 잡은 후엔 범죄 혐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판을 다 미루더니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중도 보수’인가.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국회의원의 갑질 문제가 세간에 알려졌다. 당 대표 후보 겸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갑질 피해를 본 보좌진에게 격려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의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새 지침을 만들 것이다. 만약 지침을 어긴 의원이 나온다면, 윤리위 등을 통한 적합한 조치가 진행되도록 상세한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이재명정부 2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 출범 후 3개월 정도는 아무 지적도 안 하려고 했는데 각종 인사 실패 논란 등 문제가 너무 많다. 이재명정부 인사는 성남파(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인맥)가 주도했다. 그래서 인재풀이 너무 적다. 제가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지역구이기 때문에 잘 안다. 또 경제 성장 정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돈 나눠주기’부터 했으며 그 다음이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은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고, 사내 유보금을 쌓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내 유보금을 배당금으로 다 주면, 그때만 반짝 주가가 오를 뿐, 금방 떨어져서 똑같은 위기를 겪는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데, 이정부와 민주당은 ‘돈 나눠주기’만 한다. 그건 단기 투자자의 시각밖에 안 된다.

이런 경제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서 국민·당원·<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여당도 제 역할을 잘하고, 대한민국이 번창하면서 국민도 잘 산다. 저희가 내부 정리가 덜 끝나 아무 역할도 못해서 많은 분께서 실망하셨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저는 이걸 바꾸려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제가 대표가 되면, 약속드린 대로 제대로 혁신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야당을 만들겠다. 여당의 잘못은 비판하고, 잘한 점은 인정하는 야당을 만들어 국민 생활 향상에 기여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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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