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2 10:57:38
  • 호수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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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정은 외화내빈…그저 특이할 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민연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선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설립해 의사를 군인처럼 복무시킬 수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에 대한 유튜버 겸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향력 논란에 대해선 “인상 비평”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의대 증원 문제 최일선에 서 있고, 민주당의 검찰개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의원을 만나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몇 배로 불려서 노년에 연금으로 돌려준다”거나 “기금을 풀어서 연금을 지급한다”는 오해가 있다.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연금은 보험료·기금 운용 수익·국가의 재정 보조로 운용되는데, 국가 재정 보조가 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수개혁을 하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취지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국민께서 연금을 못 받으실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 이재명정부의 목표이자, 법의 정신이다.

따라서 “내가 낸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15%). 이 상황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일각에선 고갈 가능성을 지적하고, 반대편에선 “기금 고갈 공포는 잘못된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기금이 소진되면, 적립금·투입된 국가 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물론 기금이 전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조정·연금 일부 조정·수익률 개선 등 방법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신·구 연금 분리를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신·구 연금 분리는 ‘사회 연대성’이란 연금의 기본 원칙과 정신을 훼손한다. 자동조정장치는 현재 모수개혁의 일부가 됐다. 적절한 모수개혁을 진행하지 않은 채 자동조정장치를 붙이면, 지급 연금을 줄이는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대부분의 국민은 연금을 거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조정장치를 붙여 대책 없이 지급액만 줄이면, 노인 빈곤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포함되는 만 18세를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시키는 방안이 발의됐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은 폰지인데, 어린 학생을 강제로 가입시키느냐”고 반발하는데…

▲연금에 가입된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받는 연금이 늘어난다. 고3 학생을 무조건 가입시킨다기보단 적절한 지원을 해서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입하면, 기금 전체가 커지고 수익률도 높아진다. ‘윈윈’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런 고민이 나온 것 같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빌미로 약탈한다”는 인식도 있다.


▲반대로 “용돈 연금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실제 납부액보다 받는 연금이 더 많다. 물론 받는 돈 자체가 적은 측면은 있다. 그래서 구조개혁과 수익률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해 개선할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에 가려져 있지만, 간호 인력 증원 문제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를 명확하게 정한 후 그에 맞춰 간호 인력을 충원하자”고 요구한다. 반대로 병원에선 “여러 이유로 상황이 어려운데, 어떻게 그 기준을 또 맞추겠느냐”고 반박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의료 수가인 것 같다.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어느 나라든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비가 많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잘사는 나라에선 의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결국 “늘어나는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하면서,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느냐”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과제다.

“신·구연금 분리는 사회연대 훼손”
“간병 문제는 사회·국가 연대책임”

이 과제들을 풀 방법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이 양호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AI에 의한 진단·처방·로봇 수술 등 새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의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제네릭(합성의약품) 등을 잘 생산해서 약값도 하락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 능력도 많이 향상됐고, 디지털 헬스 케어 등 기술도 경쟁력이 있다. 이를 실생활과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다. 건강보험이 조금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새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는 항상 논란이 된다.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서 판단해야 할 텐데, 그 과정은 매우 민감하고 어렵다. 항상 신속하게 결정해야 해서 많은 행정력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는 아예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환경을 조성하고, 새 기술을 빨리 의료 현장과 접목시키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민한다.

-원칙상 간병도 간호사가 맡아야 한다. 그런데 간호 인력 부족이 구조화돼 “간병은 가족이 맡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간호사가 간병까지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있지만, 정작 중증 환자는 이용할 수 없다. 해법이 있다면?

▲‘간병 파산’이란 말이 유행한다. “간병하다가 살인을 한다”는 말도 나온다. 간병은 굉장히 힘들어서 개인에게 맡기긴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지만, 결국 돈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누굴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지 논의가 분분하다.


물론 간병은 사회·국가가 연대해서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많은 국민 앞에서 드러내놓고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 ‘환자’에 언제 자신이 포함될지 모른다. 국가가 간병 문제에 개입하려면,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정치권은 이 논의를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을 국가·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토론·논의하면서,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연대해 책임질 것인지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 부족 문제 대안으로 지역의사제가 거론된다. 그런데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의사들이 많을 것 같다. 현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데…

▲일본 등에선 지역에 필요한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 의대 재학생이 국가와 계약하도록 한 후 학비 보조 등 혜택을 준다. 의사가 된 이후엔 일정 기간 동안 지정한 장소에서 근무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에서 시험 삼아 진행하고 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제도를 더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 같다. 관련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지역에 가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활 여건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상위 그룹과 같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길 원한다. 지역에 있으면, 그런 기회를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 “지역에 오래 있을수록 의사로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급여를 많이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수련하면서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주거나, 수시로 부수적인 보완책을 제공하는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서울·수도권 소재 의사들이 1주에 1~2일은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대안으로 비의료인의 병원 개설 허용·한의사 대상 추가 교육 후 의료 현장 투입·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거론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제도들을 혼용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궁극적으론 좋은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공공의료사관학교를 만들어서, 이 학교를 졸업한 의사들은 군인처럼 복무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의사를 의료 현장에 투입시키는 방안은 의사협회에서 강하게 반발할 것 같다.

▲일부 의사들은 의사·한의사 면허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를 따로 양성하지 말고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뜻이다. 여러 의견이 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추구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능하다. 기소 검사도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수사 단계부터 사건 관련 교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사를 계속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사실상 다른 작용이다. 그래서 각각 다른 검사가 맡아도 된다.

“김어준? 그 주장대로 결정된 게 있나?”
“오 시장, 서울에 애정·관심 없어 보여”

물론 수사·기소를 같은 검사가 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이 맡았을 때의 폐해가 계속 이어졌다. 기소의 기능 중 하나는 수사 검토다. 기소를 하려면, 잘 진행된 수사인지 살펴봐야 한다.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도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확인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수사위원회가 권력의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통제하면서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괜찮다는 건가? 법무부 장관은 해도 되고,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는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독임제 장관 휘하일 때와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 산하일 때는 구조가 다르다.

위원회의 수사 개입이 더 어렵다.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께는 “예전처럼 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건 괜찮겠느냐”고 묻고 싶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개입이 훨씬 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런데 검찰은 중수청·공수청으로 분리된다.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수처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분리하기 어려운 거다. 물론 여기엔 여러 이론이 있을 순 있다. 누군가는 “공수처는 한정된 대상을 상대로 특별한 범죄만을 수사하니까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 담론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공수처 내부에선 이미 분리하고 있었다.

-일선 재판에선 이따금씩 검사가 관계자 진술을 왜곡·곡해해 조서를 작성한 사례가 더러 밝혀진다. 이에 대해선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소는 분리해야 한다. 기소하기 위해 수사 결과를 왜곡·과장하는 것이다. 기소라는 ‘골’을 무조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기소 단계에서 수사 내용을 점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왜곡·과장하진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선 수사 업무가 너무 많아 기피하고, 검찰에선 검사가 칼퇴근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은 2회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기소는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이 애매함 때문에 도돌이표가 찍혔다. 그런 부분을 깔끔하기 정리하려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려는 것이다. 기관 분리를 9월 내에 끝낸다면, 기관 간 업무 방식은 절차법으로 규정할 것이고, 관련 통제 규정은 그때 입법하면 된다.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공개 갈등하다가 봉합됐다. 공개적으로 갈등한 이유는?

▲둘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고, 뭘 공유했는진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방송인 김어준씨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언론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제가 봤을 땐 인상 비평이었다. 김씨의 의사대로 결정된 게 뭐가 있는가?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총선을 치를 때, 김씨는 계속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김씨가 민주당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김씨의 말대로 결정된 것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짜로 김씨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치한 건지 다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 지역 선전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전략은?

▲부산·경남은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을 이행하려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재명정부를 신뢰하시는 것 같다. 다만 대구·경북에선 여전히 아쉽다. 저희가 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어떤 문제 의식을 느끼는가?

▲오 시장은 시정에 별 뜻이 없고,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강남·송파 내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한 달 후 다시 지정했고, 지난 2023년엔 서부간선도로 평면화·친환경공간 조성사업을 착공했다가 지난 8일 중단했다.

시정의 구조·방향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일정이 정해져 있고, 민원이 들어오면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한다. 정책을 내놓기만 할 뿐, 진행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산으로 가고 있다. 오 시장의 시정은 외화내빈이다. 한강 수상택시 사업도 서울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특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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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