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2 10:57:38
  • 호수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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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정은 외화내빈…그저 특이할 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민연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선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설립해 의사를 군인처럼 복무시킬 수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에 대한 유튜버 겸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향력 논란에 대해선 “인상 비평”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의대 증원 문제 최일선에 서 있고, 민주당의 검찰개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의원을 만나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몇 배로 불려서 노년에 연금으로 돌려준다”거나 “기금을 풀어서 연금을 지급한다”는 오해가 있다.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연금은 보험료·기금 운용 수익·국가의 재정 보조로 운용되는데, 국가 재정 보조가 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수개혁을 하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취지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국민께서 연금을 못 받으실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 이재명정부의 목표이자, 법의 정신이다.

따라서 “내가 낸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15%). 이 상황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일각에선 고갈 가능성을 지적하고, 반대편에선 “기금 고갈 공포는 잘못된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기금이 소진되면, 적립금·투입된 국가 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물론 기금이 전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조정·연금 일부 조정·수익률 개선 등 방법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신·구 연금 분리를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신·구 연금 분리는 ‘사회 연대성’이란 연금의 기본 원칙과 정신을 훼손한다. 자동조정장치는 현재 모수개혁의 일부가 됐다. 적절한 모수개혁을 진행하지 않은 채 자동조정장치를 붙이면, 지급 연금을 줄이는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대부분의 국민은 연금을 거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조정장치를 붙여 대책 없이 지급액만 줄이면, 노인 빈곤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포함되는 만 18세를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시키는 방안이 발의됐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은 폰지인데, 어린 학생을 강제로 가입시키느냐”고 반발하는데…

▲연금에 가입된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받는 연금이 늘어난다. 고3 학생을 무조건 가입시킨다기보단 적절한 지원을 해서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입하면, 기금 전체가 커지고 수익률도 높아진다. ‘윈윈’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런 고민이 나온 것 같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빌미로 약탈한다”는 인식도 있다.


▲반대로 “용돈 연금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실제 납부액보다 받는 연금이 더 많다. 물론 받는 돈 자체가 적은 측면은 있다. 그래서 구조개혁과 수익률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해 개선할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에 가려져 있지만, 간호 인력 증원 문제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를 명확하게 정한 후 그에 맞춰 간호 인력을 충원하자”고 요구한다. 반대로 병원에선 “여러 이유로 상황이 어려운데, 어떻게 그 기준을 또 맞추겠느냐”고 반박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의료 수가인 것 같다.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어느 나라든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비가 많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잘사는 나라에선 의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결국 “늘어나는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하면서,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느냐”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과제다.

“신·구연금 분리는 사회연대 훼손”
“간병 문제는 사회·국가 연대책임”

이 과제들을 풀 방법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이 양호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AI에 의한 진단·처방·로봇 수술 등 새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의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제네릭(합성의약품) 등을 잘 생산해서 약값도 하락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 능력도 많이 향상됐고, 디지털 헬스 케어 등 기술도 경쟁력이 있다. 이를 실생활과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다. 건강보험이 조금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새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는 항상 논란이 된다.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서 판단해야 할 텐데, 그 과정은 매우 민감하고 어렵다. 항상 신속하게 결정해야 해서 많은 행정력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는 아예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환경을 조성하고, 새 기술을 빨리 의료 현장과 접목시키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민한다.

-원칙상 간병도 간호사가 맡아야 한다. 그런데 간호 인력 부족이 구조화돼 “간병은 가족이 맡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간호사가 간병까지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있지만, 정작 중증 환자는 이용할 수 없다. 해법이 있다면?

▲‘간병 파산’이란 말이 유행한다. “간병하다가 살인을 한다”는 말도 나온다. 간병은 굉장히 힘들어서 개인에게 맡기긴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지만, 결국 돈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누굴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지 논의가 분분하다.


물론 간병은 사회·국가가 연대해서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많은 국민 앞에서 드러내놓고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 ‘환자’에 언제 자신이 포함될지 모른다. 국가가 간병 문제에 개입하려면,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정치권은 이 논의를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을 국가·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토론·논의하면서,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연대해 책임질 것인지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 부족 문제 대안으로 지역의사제가 거론된다. 그런데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의사들이 많을 것 같다. 현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데…

▲일본 등에선 지역에 필요한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 의대 재학생이 국가와 계약하도록 한 후 학비 보조 등 혜택을 준다. 의사가 된 이후엔 일정 기간 동안 지정한 장소에서 근무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에서 시험 삼아 진행하고 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제도를 더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 같다. 관련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지역에 가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활 여건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상위 그룹과 같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길 원한다. 지역에 있으면, 그런 기회를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 “지역에 오래 있을수록 의사로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급여를 많이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수련하면서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주거나, 수시로 부수적인 보완책을 제공하는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서울·수도권 소재 의사들이 1주에 1~2일은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대안으로 비의료인의 병원 개설 허용·한의사 대상 추가 교육 후 의료 현장 투입·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거론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제도들을 혼용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궁극적으론 좋은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공공의료사관학교를 만들어서, 이 학교를 졸업한 의사들은 군인처럼 복무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의사를 의료 현장에 투입시키는 방안은 의사협회에서 강하게 반발할 것 같다.

▲일부 의사들은 의사·한의사 면허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를 따로 양성하지 말고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뜻이다. 여러 의견이 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추구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능하다. 기소 검사도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수사 단계부터 사건 관련 교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사를 계속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사실상 다른 작용이다. 그래서 각각 다른 검사가 맡아도 된다.

“김어준? 그 주장대로 결정된 게 있나?”
“오 시장, 서울에 애정·관심 없어 보여”

물론 수사·기소를 같은 검사가 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이 맡았을 때의 폐해가 계속 이어졌다. 기소의 기능 중 하나는 수사 검토다. 기소를 하려면, 잘 진행된 수사인지 살펴봐야 한다.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도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확인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수사위원회가 권력의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통제하면서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괜찮다는 건가? 법무부 장관은 해도 되고,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는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독임제 장관 휘하일 때와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 산하일 때는 구조가 다르다.

위원회의 수사 개입이 더 어렵다.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께는 “예전처럼 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건 괜찮겠느냐”고 묻고 싶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개입이 훨씬 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런데 검찰은 중수청·공수청으로 분리된다.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수처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분리하기 어려운 거다. 물론 여기엔 여러 이론이 있을 순 있다. 누군가는 “공수처는 한정된 대상을 상대로 특별한 범죄만을 수사하니까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 담론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공수처 내부에선 이미 분리하고 있었다.

-일선 재판에선 이따금씩 검사가 관계자 진술을 왜곡·곡해해 조서를 작성한 사례가 더러 밝혀진다. 이에 대해선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소는 분리해야 한다. 기소하기 위해 수사 결과를 왜곡·과장하는 것이다. 기소라는 ‘골’을 무조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기소 단계에서 수사 내용을 점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왜곡·과장하진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선 수사 업무가 너무 많아 기피하고, 검찰에선 검사가 칼퇴근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은 2회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기소는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이 애매함 때문에 도돌이표가 찍혔다. 그런 부분을 깔끔하기 정리하려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려는 것이다. 기관 분리를 9월 내에 끝낸다면, 기관 간 업무 방식은 절차법으로 규정할 것이고, 관련 통제 규정은 그때 입법하면 된다.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공개 갈등하다가 봉합됐다. 공개적으로 갈등한 이유는?

▲둘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고, 뭘 공유했는진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방송인 김어준씨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언론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제가 봤을 땐 인상 비평이었다. 김씨의 의사대로 결정된 게 뭐가 있는가?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총선을 치를 때, 김씨는 계속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김씨가 민주당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김씨의 말대로 결정된 것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짜로 김씨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치한 건지 다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 지역 선전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전략은?

▲부산·경남은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을 이행하려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재명정부를 신뢰하시는 것 같다. 다만 대구·경북에선 여전히 아쉽다. 저희가 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어떤 문제 의식을 느끼는가?

▲오 시장은 시정에 별 뜻이 없고,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강남·송파 내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한 달 후 다시 지정했고, 지난 2023년엔 서부간선도로 평면화·친환경공간 조성사업을 착공했다가 지난 8일 중단했다.

시정의 구조·방향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일정이 정해져 있고, 민원이 들어오면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한다. 정책을 내놓기만 할 뿐, 진행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산으로 가고 있다. 오 시장의 시정은 외화내빈이다. 한강 수상택시 사업도 서울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특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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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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