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성비위 파문에 고개⋯조국 책임론엔 선긋기

“온전한 피해 회복 위해 최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5일 조국혁신당(혁신당)이 결국 당내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불거진 지 수 개월 만에 강미정 대변인의 폭로가 이어지고 나서야 지도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당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피해자 보호 대책을 두고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미정 전 대변인을 포함해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건으로 마음을 다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도 깊이 사죄드린다. 온전한 피해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도부는 발언에 앞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공식 사과했다.

이날 김 권한대행은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당에 따르면, 성비위 사건 2건은 외부기관 조사를 거쳐 가해자 1명은 제명, 다른 1명은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11건 신고 가운데 1건만 인정돼 해당 가해자에게 감봉 조치가 내려졌으며, 노동청 판단 역시 동일했다는 게 김 권한대행의 설명이다.

그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외부 위원 중심의 공적 절차를 거쳤다”며 당의 대응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당은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수감 중 당내 내홍을 인지하고도 침묵을 지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김 권한대행은 “사건 접수 당시 조 원장은 ‘영어(囹圄)의 몸’이었다. 조사·징계 책임은 제게 있었고, 조 원장은 서신을 통해 사건을 접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조 원장은 당원도 아니었고 당무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 원장이 이 문제를 두고 나와 상의했다면 ‘사당화’ 논란이 불거졌을 것”이라며 “당무에 관여했다면 정당법 위반이자 당헌·당규에도 어긋난다. 옥중 정치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기에 발언을 자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원장은 전날(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비당원 신분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며 “공당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되려 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 성폭행 피해자 대리인인 강미숙 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이날 SNS를 통해 “수많은 옥중 편지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냈고,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수시로 면회 다니며 당무를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당원 여부, 권한 여부를 말하는 건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어 “그렇다면 당원도 아닌 사람이 주요 당직자들의 의전을 받으며 현충원에 참배한 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며 “기자회견 후 다시 확인한 것은, 우리는 ‘사람’을 말하고 ‘마음’을 말하는데 당은 끝내 법과 절차만을 말한다는 점”이라고 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정치권 전반에서도 조 원장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의 해명이 책임 있는 사과라기보다는 회피성 발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사과가 아니라 자기 변명에 가깝다”며 “누구도 ‘비당원’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통은 구체적인데 조 원장의 입장문은 추상적”이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감정적 후회가 아니라 실질적 대책으로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면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직접 주도해야 한다”며 “사과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정치인의 무게는 그 책임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서 “비당원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는 건 비겁한 변명”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옥중 인터뷰로 다른 무수한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라며 “한 줄이면 족했다. 피해자와 연대한다,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문제에 ‘사실’을 따져봐야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조 원장이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입시 비리범죄에 대해 구체적 ‘사실’을 한번도 제대로 말한 적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절차’와 ‘결과’만으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강 전 대변인이 전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당이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폭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당은 향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평등 문화혁신특위’ 권고안을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공식 사과와 쇄신 약속이 반복돼온 만큼, 이번 다짐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혁신당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혁신과 도덕성을 앞세워 출범한 당이 내부 문제에서조차 미흡한 대응을 보였다는 점은 곧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할 것이라는 말도 여의도 정가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도부가 약속한 ‘근본적 쇄신’이 실제 제도 개선과 문화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위기 관리 실패를 넘어 혁신당의 정치적 신뢰 기반 자체를 흔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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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