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백종원에게 뒤통수 맞고 망한’ 이상철 전 한주DMS 대표

“백 대표가 생막걸리 시장 죽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상철 전 한주DMS 대표는 4년 전 마스크를 쓰고 <일요시사TV> 인터뷰에 응했다. 코로나19 시국이었다. 이번에 취재진 앞에 선 그는 맨얼굴을 드러내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종원은) 원수나 마찬가지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3년 전 영상이 ‘파묘’됐다. <일요시사TV>에서 제작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관련 콘텐츠다. ‘‘엇갈린 주장’ 호프식 막걸리 원조 논란(feat. 백종원 더본코리아)’ 영상에는 백 대표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이상철 당시 한주DMS 대표가 출연했다.

기술 개발 후
상업화 과정서

쟁점은 더본코리아가 론칭한 ‘막이오름’의 ‘호프식 막걸리’ 도용 여부였다. 호프식 막걸리는 생맥주 기계인 케그를 이용해 막걸리를 제조,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맥줏집에서 잔 단위로 판매하는 생맥주처럼 생막걸리를 팔겠다는 것이다.

당시 백 대표는 ‘생맥주처럼 즐기는 막걸리’라는 문구를 내세워 막걸리 프랜차이즈 ‘막이오름’을 론칭, 확장하던 중이었다.

더본코리아 측은 이 전 대표의 주장에 “예전부터 일반 생맥줏집과 막걸리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사용하던 방식(생맥주 디스펜스)으로, 이 대표의 아이디어와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세법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주세법과 주류면허에관한법률(주류면허법)에 따르면 주류를 양조장으로부터 출고한 그대로 판매하지 않고 매장에서 물리‧화학적 작용을 가해 가공, 조작해 판매하면 안 된다.

당시 막이오름은 병 막걸리를 맥주용 케그에 붓고 탄산을 첨가해 탭을 이용해 잔에 따라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막이오름의 막걸리 판매 방식이 주세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더본코리아는 탭 막걸리 판매를 중단하고 ‘우리 술의 새로운 막이 오르다’로 문구를 변경했다.

프랜차이즈의 핵심 콘텐츠를 접어버린 것이다.

2021년 10월 <일요시사TV>를 통해 공개된 이 전 대표의 주장은 소리 소문 없이 묻혔다. 다양한 방송 출연으로 백 대표의 인기가 끝 모르고 높아지던 때였다. 3년여 후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 관련 논란이 들불 번지듯이 퍼지는 과정에서 해당 영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상에는 ‘3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라며 놀라움을 표하는 댓글이 줄 이어 달렸다.

2021년 아이디어 도용 의혹 주장
더본코리아 논란 과정에서 파묘돼

지난 10일 충남 천안의 한 사무실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은 각종 기계와 술 등으로 꽉 차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기계를 옮겨 앉을 자리를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생막걸리용 케그였다. 인터뷰는 케그를 사이에 두고 진행됐다.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막걸리의 상업적 가능성을 알아봤다. 막걸리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주류로 꼽히는 맥주와 위스키, 그중에서도 맥주와 비견될 만한 상업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막걸리 세계화 등 ‘대박’을 위해서는 ‘현대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술은 도수가 셀수록 맛있다. 문제는 도수가 세면 금세 취한다는 점이다. 도수가 낮으면서도 술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탄산이 필요하다. 톡 쏘는 맛을 술에 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게 바로 맥주”라며 “맥주 시장의 규모가 600조원이 넘는데 전 세계에서 맥주랑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술로 꼽히던 게 막걸리다. 맥주가 톡 쏘면서도 개운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면 이것과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게 막걸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대 일본에서 세계화가 가능한 술로 막걸리를 꼽으면서 쌀 문화권에서 10조엔(약 1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맥주 같은 음용감을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은 막걸리를 제조하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이 아니었기에 막걸리 세계화에 실패했다. 도수가 떨어질수록 술이 잘 상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5~6도 막걸리를 제조해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 것이다. 그 대신 일본은 하이볼 같은 RTD(Ready To Drunk, 알코올에 탄산수를 섞어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RTD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걸리는 이른바 ‘어르신의 술’로 머물렀다. 고가의 고급 막걸리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 전 대표는 막걸리의 경쟁력, 상업성, 세계화 가능성 등을 보고 현대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국내에 국한돼있지만 막걸리의 시장성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음회 이후
연락 뚝 끊겨

이 전 대표는 “맥주는 제국주의 시절에 세계화가 되면서 나라별로 전부 쪼개졌다. 나라별로 공장을 세우고 토착화되면서 이른바 ‘로컬라이징’ 됐다. 막걸리를 먹어본 외국인은 대부분 ‘좋은 술’이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시장은 뚫지 못했다. 그러니 막걸리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굉장히 큰 시장을 독점적으로 가져갈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이 전 대표는 처음에는 막걸리라는 완성품에 기술을 접목해 현대적인 형태로 바꾸는 기계를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걸리 제조기술 자체도 현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제조와 유통, 판매 과정까지 모두 현대화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전공이 빛을 발했다. 이 전 대표는 “술을 만드는 재료가 전분인데, 전분은 유기고분자다. 유기고분자를 분해해 술을 만드는 것이다. 고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맨 끝단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만 가지고 술을 만드는데,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그 앞단에 있는 고분자를 분해하고 그것이 발효되도록 단위 분자로 쪼개는 과정이다. 막걸리 제조 기술을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학문이 고분자공학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6~2007년, 2015~2017년, 최근 등 기술 개발을 거쳐 특허를 출원했다. 2007년 막걸리용 케그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막걸리 관련 규제가 2015년에야 풀렸기 때문이다. 2015년 전까지 주류 중 막걸리만 유일하게 용기 규격 제한이 있었다. 2ℓ 미만으로 제한돼있던 것이다.

이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 전 대표의 기술이 빛을 볼 기회가 생겼다.


이 전 대표는 “그쯤에 백종원이 주력으로 운영하던 프랜차이즈가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 주류 중심 식당이었다. 특히 한신포차에서 대표 메뉴로 판매하던 닭발이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안주였다. 한신포차에 막걸리를 공급해보자고 생각해 백종원과 미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호프식 막걸리를 한신포차에서 팔아보려 한 것이다.

첫 미팅은 음식점 사장,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서 이뤄졌다.

미팅 1년 뒤
사업 론칭해

백 대표의 주최로 이뤄진 모임에서 이 전 대표는 막걸리 현대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백종원이) 공감한다. 관심 있다. 별도로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고 해서 2018년 4월에 장비를 들고 더본코리아를 찾아가 시음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작 이날 시음회에는 백 대표가 없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당시 백 대표는 방송 출연 등으로 상당히 바빴다. 그러면서도 백 대표가 자신이 꼭 시음은 해봐야 한다고 말해 이른바 ‘백종원용’으로 따로 술을 2ℓ 정도 만들어갔다.

이 전 대표는 “우리 기계로 만든 술은 이 기계가 있는 데서만 맛을 낸다. 그 술을 다시 포장하면 말 그대로 생맥주를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백종원용으로 따로 술을 만들어 더본코리아에 가져갔다. 시음회 이후 더본코리아 관계자랑 연락하면서 백종원이 술은 시음해 봤는지, 반응은 어땠는지 물었지만 말을 아끼더라”고 주장했다.


이후 2019년 말경 더본코리아는 막걸리 바를 내세운 막이오름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론칭하겠다고 발표했다. 막걸리를 생맥주처럼 마실 수 있다는 문구를 간판에 넣어 홍보했고 실제 그런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더본코리아 측에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막걸리 전용 케그를 사용하지 않으면 주세법 위반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점주들이 전부 불법 주류 제조업자가 될 수도 있었다. 백종원을 믿고 창업한 점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 황당했던 점은 막걸리를 맥주용 케그에 넣어서 판매를 시도한 게 처음 있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맥주용 케그가 국산화됐을 때 몇몇 사람들이 막걸리를 거기에 부어 팔아보려 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그게 1990년대 일이다. 그런데 백종원은 30년이 지난 시점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말 그대로 시늉만 한 것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정도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랬다는 게 황당할 노릇”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이 전 대표는 막이오름 점주들의 피해를 우려하면서 백 대표의 행보가 막걸리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백 대표가 쉽게 생각해 ‘그냥 한번 해본 일’이 막걸리 시장의 발전 모멘텀 자체를 망가뜨렸다는 주장이다. 그는 “백종원이 해서 실패했으니 막걸리의 시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막걸리 연구 20년 50억 들어
“사실 안 죽은 게 다행이다”

이 전 대표는 국내 막걸리 시장이 현대화로 가는 길목에 딱 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감한 이야기지만 전통주 시장은 주인이 없는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걸리가 그래도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건 현대화에 대한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예가 서울장수막걸리다. 현재로선 현대화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막걸리는 발효주라서 밀봉된 상태로 두면 터진다. 서울장수막걸리 이전엔 막걸리 뚜껑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서울장수막걸리는 그 병뚜껑에 뚫려 있던 구멍을 옆쪽으로 옮기고 밀봉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을 통해 탄산을 더 잡아둘 수 있었고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장수막걸리의 매출은 3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서울장수막걸리의 매출은 조 단위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양조장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제조 면허는 그대로 두면서 서울장수막걸리의 경우, 사장이 51명인 상황이다. 대구는 48명, 부산은 44명,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 전 대표는 주인이 너무 많아 오히려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전통주 시장에 백 대표가 깃발을 꽂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걸리 시장 자체가 이렇게 굴러가다 보니 누군가가 나서서 산업화를 시킬 동력이 부족했다. 여기에 백종원이 나타난 것”이라며 “하지만 백종원은 막걸리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해 여기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적인 형태로 계속 발전해야 하고, 현대적인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나오는 게 현재 막걸리 시장이 정체된 이유다. 백종원이 일단 막걸리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이상 그거(현대화)를 꼭 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 셈인데 그걸 안 해버린 것”이라며 “말 그대로 어설프게 뛰어들었다가 시장을 다 태워 버렸다. 적어도 생막걸리 시장은 백종원이 거의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 깃발이 완벽하게 꺾이면서 막걸리 현대화의 기세도 꺾였다고 한탄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의 사업이 망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20여년, 액수로 따지면 50억원가량의 손해였다.

이 전 대표는 “사실 안 죽은 게 다행이지, 실제로는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걸 넘어왔다”고 토로했다. “(백종원은) 원수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백종원은 예능인이 딱 맞다”면서 사업가 자질이 없다고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점주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면서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이 두 가지가 잘 조합돼 가야 한다. 최고의 맛을 대중화하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역할”이라면서도 그는 “하지만 백 대표는 최고나 최선이 아니라 적당한 정도, 적당한 형태만 생각한다. 그러니까 더본코리아가 여러 업종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신포차를 가장 맛있는 포차집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가성비가 떨어질 때쯤 다른 모델을 내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안 돼
예능인 딱”

이 전 대표는 인터뷰를 마친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못다 한 말을 전해왔다. “백종원을 요약하면요. 최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당장 돈이 되는 게 중요한 사람. 돈이 넘쳐나도 지금 하는 것을 최고로 만들고 공유하는 것보다 당장 돈이 될 듯한 쉬운 거를 찾는 사람인 것 같아요. 빽다방에 로스팅 시설이 없는 이유가 최고를 만들려고 노력 안 한다는 거죠.” 

<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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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