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중대한 고비 맞은 백종원

점주들하고 대판 붙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산하 브랜드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본사가 허위·과장된 매출과 수익률로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입장문을 내고 일부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더본코리아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코스피 상장을 재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점주들과의 갈등이 기업공개(IPO)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 대표(이하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 산하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신고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허위·과장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하며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악재 터진 
연돈볼카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본사가 월 3천만원 이상의 예상 매출액을 제시하며 가맹점주들을 유치했으나 실제 매출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돈볼카츠는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골목식당>을 통해 화제를 모은 돈가스집 연돈서 출발한 브랜드다.

이후 백 대표는 연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호텔 더본 바로 옆 건물로 이전시켰으며 2021년부터는 연돈볼카츠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점주들은 지난 2022년 본격적인 전국 가맹점 모집에 나선 연돈볼카츠 본사가 예상 매출액·수익률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점주 A씨는 “월 예상 매출액을 3000~3300만원으로 제시하는 본사를 믿고 1억원 넘는 돈을 들여 점포를 열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이하인 15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며 “매출 대비 수익률도 20~25%라고 했지만 7~8% 수준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원가율 역시 본사가 안내한 36~40%보다 높은 45% 수준이었다고 점주들은 호소했다. 임대료·운영비·배달 수수료까지 부담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등록된 연돈볼카츠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점포당 연평균 매출액은 2억597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엔 1억5690여만원으로 1년 새 40% 가까이 감소했다. 

매출액이 1500만원, 수익률이 7~8%라면 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2820여억원서 4100억여원으로 45.4%가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159억여원서 209억여원으로 31.4% 증가했다. 

또 점주들은 신메뉴 개발, 필수물품 가격(물대) 인하, 판매가 인상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본사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개점했던 83곳 중 현재 남은 매장은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점주 B씨는 “요식업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왜 자사 브랜드는 내버려두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가맹거래사업 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달 분쟁조정 과정서 “점포당 일정액의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중재안이 제시됐지만 본사는 이를 거부했다는 게 점주들 주장이다. 

본사 월 3000만원 이상 매출 약속?
허위 계약? “수익 장담 사실 없어”

이에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 보장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과 관련해 해명 및 반박에 나섰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일부 가맹점주들이 당사가 가맹점 모집 과정서 허위·과장으로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했다는 등의 주장을 개진함에 따라 이를 인용한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그러나 일부 가맹점주님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모집 과정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가맹계약 등의 체결 과정서 전국 매장의 평균 매출액, 원가 비중, 손익 등의 정보를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투명하게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연돈볼카츠 월 매출은 1700만원 수준의 예상매출산정서를 가맹점에 제공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동종 테이크아웃 브랜드의 월평균 매출액과 비교해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더본코리아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물품 대금 인하 등을 진행했다”며 “물품 대금 인하나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는 일부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가맹점과 관련해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요 메뉴의 원재료 공급가를 평균 15% 수준으로 인하했고 신메뉴 출시 후에는 해당 메뉴의 주요 원재료 공급가 역시 최대 25% 수준으로 낮췄다. 

이들은 “당사는 전 가맹점주님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물품 대금에 관한 가맹점주님들의 의견에도 항상 귀 기울여 왔다”고 주장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감소와 관련해선 “대외적인 요건 악화, 다른 브랜드로의 전환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만 폭발
이유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변화와 물가 인상 등에 따라 외식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서 일부 가맹점들의 경우, 협의를 통해 연돈볼카츠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본건과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일부 가맹점주들이 위 조정(안)을 거부해 조정절차가 종료된 것”이라며 “본건과 관련된 일부 가맹점주님들의 공정위 신고 등과 잘못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7명은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연돈볼카츠 예상 매출액을 허위·과장 광고했다면서 경영 위기에 내몰린 가맹점주들의 생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가맹점주 2명은 최근 폐점을 결정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가맹점주들은 “과장된 매출 광고 가맹점주 다 속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2022년 초 홍보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최고 매출이 338만원서 465만원이라고 광고했으나 개점한 지 한 달 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매장이 적자를 면치 못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공동회장은 “가맹본부가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홍보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수익률은 7∼8% 정도여서 (가맹점주는)월 100∼150만원 정도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점주는 상품 가격을 올리려 시도했지만 본사가 합의해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근 폐점을 결정했다는 점주 C씨는 “계약서에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합의하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본사는 가격 조정을 절대 합의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연돈볼카츠의 문제점으로 극히 낮은 재방문율을 공통으로 꼽았다. 백종원과 연돈의 이름을 보고 방문한 고객이 정작 맛에 만족하지 않아 매장을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주 D씨는 “볼카츠를 교육하는 본사 매니저조차 제대로 된 볼카츠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틀 교육받고 장사를 시작했으니 어떻겠느냐”라면서 “이런 부족한 교육과 메뉴로는 장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신고
결국은 금전

고객으로부터 받은 불만을 본사에 전달해도 반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점주는 “볼카츠가 짜다거나,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하는 건의 사항을 남겼지만 반영되기까지 오래 걸렸고 결국 실망한 손님들은 유입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방송에 나온 연돈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손님들이 발생시킨 매출을 근거로 단기간에 많은 가맹점을 내어주면서 본사의 이익만 극대화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 측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와이(Y) 연취현 변호사는 “가맹 희망자들에게 명시적으로 (기대)매출과 수익을 액수로 말하는 것은 가맹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예시로 들고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기 전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한경닷컴>이 확보한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의 녹취록서 한 점주는 “1억5000만원이면 내가 협의회를 없애겠다”며 “내가 이런 말까지 드린 이유는 이쪽에 모인 협의회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가고 이 준비 과정서 보상을 원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해 7월 더본코리아 실무진과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에 차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7인이 모인 간담회 대화 중 일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해당 점주는 이전에도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전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언급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이 점주는 “5000만원이든, 6000만원이든 이런 합의점이 있다면 끝낼 것이고 저거 쳐주면 돈 받았다고 소문낼 거고, 1억원을 주면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공개 “1억 주면 조용히”
코스피 상장 앞두고 암초 만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더본코리아 측 관계자는 “저희는 사업 활성화 방안을 함께 얘기하러 나간 자리였는데 금전적인 보상안만 얘기하시니 그때부터 파행을 예감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전 지점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만 대상으로 해달라고 하고 협의가 끝나면 조용히 있겠다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더본코리아가 이미 공정위에 관련 심의를 요청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날 <YTN>에 따르면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의 신고에 앞서 지난 4월29일 공정위에 ‘허위 과장 정보 제공’에 대한 의혹을 판단해 달라며 자진 심의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이 정당하지 않은데 점주들은 계속해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먼저 심의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창립 30주년인 올해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더본코리아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를 준비 중에 있다. 상장 작업에 돌입한 더본코리아의 예상 몸값은 약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뒤 2020년 증시 입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장을 보류했다. 엔데믹 전환 후 외식 경기 회복과 브랜드 확장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며 IPO 계획이 탄력을 받았다. 

이번 논란 이전만 해도 더본코리아의 시장의 분위기는 양호했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410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영업이익도 2020년 82억원, 2021년 195억원, 2022년 25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이번 갈등은 기업가치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이 높은 만큼 상장되기 위해선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점은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말에는 12개이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25개로 불어났다. 늘어난 13개 브랜드 중 8개가 2020년 이후 론칭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 외에도 호텔과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상장 추진을 앞두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발을 들였다.

호텔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억9000만원, 유통 부문은 6억원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월 주당 2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 바 있다. 비상장기업의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유통 가능 주식수를 늘려 IPO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사실무근”
일방 주장?

지난 1993년 식당을 창업한 백 대표는 이듬해인 1994년 더본코리아 법인을 설립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지분 76.69%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21.09%를 보유한 강석원 부사장이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역전우동, 홍콩반점0410 등 2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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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