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튜브계 백종원’ 은현장

당당함 온데간데 없고…머리 숙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창업으로 서민 성공 신화를 썼던 은현장씨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씨는 네이버 카페 조회 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현장씨는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직접 가게를 찾아가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제2의 백종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그를 향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튜브를 접는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반지하서…
성공 신화

은씨는 어렸을 때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게서 네 식구가 다 자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반지하서 살았을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면서 가출을 하거나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당시 담임교사가 은씨에게 추천한 건 직업반에 진학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은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걸 목표로 살았다.

그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 곱창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치킨집까지 운영했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못했다. 이후 대박이 나게 되고 프랜차이즈로 급성장했다. 이 치킨집이 바로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다.


돈을 버는 삶에만 집중한 은씨는 건강 문제와 번아웃으로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20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현재까지 500억원 정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 놀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벌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돈 벌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의 곁에는 진정한 친구가 많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은씨는 몰려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없애려 유튜브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기획해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미, 재미, 명예, 자존심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튜브를 그만두려고 벼랑 끝에 있을 때 즈음 유튜버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 측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 영상이 바로 한강서 소주, 감자깡 먹는 영상이다. 원래의 구독자 수 목표는 10만명이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 타격을 입었거나 사업 수완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찾아가 가게를 심폐 소생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담으면서 또 다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사이서 열렬한 팬덤이 형성돼있는데, 그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거나 설루션 장소·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그 가게 앞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렇게 해당 가게를 접해본 지역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가게를 찾으면서 영업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매각해 대박
돈 버는 게 목표 어린 시절 생활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와 달리 은씨는 ‘장사의 신’이란 타이틀에 ‘매울 신(辛)’ 자를 쓴다. 그리고 이름처럼 존폐 위기에 몰린 사장들에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가게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지, 생채기에 소금 뿌리듯 직언을 던지고 때로는 쌍욕을 퍼부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 “모든 걸 쏟아부어라”고 다그친다.


음식 맛, 메뉴판, 가격, 배달앱 팁 등 노하우가 전수되고, 무엇보다 업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은씨의 채널이 유독 인기를 끌었던 건 다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재기 스토리를 은씨와 구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3평 고시원 살며 수천만원 빚에 허덕이는 장사 경력 17년 차 삼겹살집 사장, 코로나로 벌이가 사실상 끊기면서 이혼 위기에 내몰린 황태집 사장, 두 아이 아빠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가게 월세 내는 20대 족발집 사장 등 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진정성 있는 은씨의 솔루션과 구독자의 ‘돈쭐’에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은씨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의정부 정육점 식당을 찾았을 당시 정체성 없는 메뉴 구성과 충격적인 국밥 육수 조리 과정이 공개돼 MC들을 충격에 빠트렸으나 눈물을 쏟아내며 절실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장의 진심에 은씨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기로 했다.

당시 그는 고기 손질법부터 ▲초벌 과정 ▲갈비 김치찌개 레시피까지 전수했다. 긴급 점검으로 불시에 정육점 식당을 찾은 은씨와 MC 제이쓴은 기대 속에 갈비 김치찌개를 시식하지만 기대와 달랐다.

사장들에게
매운맛 조언

당시 은씨는 “이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칫국”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해당 방송에서의 은씨의 독설은 타 식당서도 마찬가지였다. 준비 기간도 없이 급하게 가게를 인수해 10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집을 찾은 은씨는 “도대체 이 가게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제 간식보다 더 많은 기성품을 판매 중인 데다, 수제 간식 클래스를 위해 만든 가게임을 알면서도 “클래스를 안 하는 게 목적”이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태도에 은씨는 화를 냈다. 이어지는 은씨의 일침에 그제야 사장은 “클래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첫 회의에선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하는 은현장 대표가 자영업자를 돕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태도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이 같은 은씨의 독설은 지난해 11월 채널A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서 문제가 됐다. 채널A는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금지하지만 독한 맛의 조언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욕설 비속어 금지는)향후 방송분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는 “이와 함께 방송을 통해 독한 지적의 이유, 그 뒤에 숨은 진정성, ‘장사의 신’에 걸맞은 전문성을 알리는 장치 등을 준비해 반영하고 있다”며 “방송 기준 약 7주 전에 촬영이 시작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각 적용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한 시청자위원은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MC를 맡고 있는 은현장 대표가 사연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 거슬렸다”며 “반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답변을 통해 “은씨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아무래도 유튜브서 장시간 본인 콘텐츠를 하면서 생긴 습관들이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 초반에는 그런 색깔을 많이 빼내고 방송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뒤졌어!”
“짜증 나?”

또 다른 시청자위원도 “은씨가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지나친 표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도를 넘는 표현이 꽤 있어서 업주도 불편하지만 시청자들도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시청자위원에 따르면, 불편하게 느낀 발언으로 1~2화서 “유튜브였으면 넌 뒤졌어” “야” “씨” “음식을 잘할 것 같지가 않아” “짜증 나” 등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은씨의 반말과 독설이 줄기도 했다. 강한 어조의 말을 할 때도 솔루션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효과를 내기 위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위원들이 방송 내용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방송법에 근거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은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라이브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서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거나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게시물을 전부 캡처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장되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프랜차이즈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던 200억이 허위라는 사실과 매각처인 드라마 제작기업 초록뱀미디어의 계열사이자 연예기획사인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조작 연루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은씨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갖가지 의혹도 제기됐다. 은씨가 운영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사들인 기업의 공시에 따르면, 현금 10억원과 전환사채 50억원에 주식 매각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 은씨가 밝힌 매각 대금과 실제 매각액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됐다.

자영업자 솔루션 선행 뒤 잇단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매크로 운용 나락행

이에 은씨는 “200억원의 매각 대금을 한 번에 받은 건 아니지만, 200억원을 받은 건 맞다”면서 계좌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제가 관련이 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회사 매각 대금 받은 것도 인증해서 올렸는데 안 믿고, 사업자 홈택스 캡처한 거 올렸는데도 안 믿는다”며 “주가조작 안 했다고 했는데도 안 믿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은씨는 또 ‘장사의 신’ 채널 운영은 중단을 통해 피해 규모를 입증하고, 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들 때문에)내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증명하는 게 진짜 힘든데 제가 방송하지 않고 수익이 없으면 그걸로 증명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절대로 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비용으로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달 28일 해명 방송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의 슈퍼챗에 발끈해 각자 채널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씨의 취재 의지만 더 불태우게 되자 바로 사과하고 댓글로도 재차 사과했다. 다시 방송을 켜 유튜브 중단을 선언하고 2억원짜리 USB를 입수했다며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가 보낸 슈퍼챗 50만원도 돌려주겠다 약속했으나 다음 날까지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는 지난달 29일 라이브를 통해 ‘장사의신 유니버스’로 묶인 것에 관해 “은씨와 절친한 사이가 아니다. 직접 은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은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서 “네이버 카페 운영에 대해 사죄드릴 게 있다”며 “2022년 8월경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고, 이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카페를 운영해본 지인의 소개로 카페 자동 관리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받은 전문가 플랫폼서 개발자에게 의뢰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다”며 “광고 글이나 회원들의 게시글에서 조회수를 10~15씩, 많을 땐 몇백씩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중지했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광고주들과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하겠다”고 했다.

200억
진실은?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자동으로 댓글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어딜 봐서 큰 문제 없나” “결국 매크로가 맞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암암리에 (매크로)다 한다” “쇼핑몰은 리뷰 작업이랑 상위 노출하려고 저런 거 다 한다. 문제 삼으면 문제 되는 거고 ‘장사의 신’이 마음에 안 드니까 다들 이러는 것” 등의 옹호 의견도 제기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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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 시나리오

‘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소리 없이 물밑으로 사라졌다. 대통령 부부만 때리던 더불어민주당의 손이 갈 곳을 잃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공천 파열음만 커지는 형국이다. 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설’에 또다시 연기가 오르는 이유다. 총선 레이스 초반부터 정부·여당에는 악재만 몰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부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까지 호재가 이어졌다. 안일했던 탓일까? 총선을 한달 반 앞두고 국민의힘이 각종 승부수를 띄우며 주도권을 당기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지만, 여의도 담벼락을 넘는 요란한 집안싸움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되든 말든 일단 고! 지난 6일,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밝혔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고령인구와 상승하는 의료수요에 비춰볼 때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필수 의료공백의 원인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분별하게 의대 정원을 늘린 정부를 규탄하며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으로 추산된다. 수술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환자를 돌볼 의무를 저버린 의사’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 3주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소폭 상승시킨 데 기여했다는 평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집어 든 ‘사형 집행 논의’ 카드도 주목을 받는다. 어디까지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지만 민감한 주제를 탁자에 올려놨다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한 비대위원장의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깊게 논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일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택배 공약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사형제가 있고, 제가 (법무부)장관을 하는 동안 사형시설을 점검했고 사형이 가능한 곳으로 재배치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안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그 부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고 과감한 논의를 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하다가 그만뒀다. 법에 따르는 집행도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고, 그게 우리 사회를 더 안전히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천으로 두 쪽 난 당심…리더십도 ‘휘청’ ‘영장 기각’ ‘미니 총선’ 기세는 어디로? 민주당은 의대 정원을 콕 집어 ‘정치쇼’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총선 전 이목을 끌기 위해 성급하게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민생 국정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권력의 사유화”라고 꼬집었다.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슈적인 측면서 민주당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윤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총선을 준비했지만 판세가 뒤집히면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시작으로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민주당이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담은 ‘쌍특검’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터지면서 점차 심판론에 무게가 쏠렸다. 기세를 이어가던 중 공천 문제가 뇌관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9일 하위 20% 명단이 발표됐고,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을 배제한 지역구 여론조사가 시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이다. 첫 번째 타자는 민주당서 4선을 지낸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다. 김 부의장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민주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룰에 따르면 하위 10% 의원은 경선 시 득표율의 30%를, 하위 20% 의원은 20%를 감산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김 부의장은 “지난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아 왔다”며 “모멸감을 느낀다.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지난 22일 기준 하위권 통보 사실을 밝힌 의원은 김 부의장을 포함해 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6명이다. 이들은 평가 결과를 향해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터져 버린 공천 화약고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모든 공천 심사는 저의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제가 아는 한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파장을 일으켰던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 발언에 대해선 “책임 있는 분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지,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이야기고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원로인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공천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 전 총리는 “지금처럼 공천 과정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으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일부 지역구서 의도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실행된 것도 당내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여론조사가 현역 의원을 제외한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선을 앞두고 공관위조차 모르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두고도 양측이 격돌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서는 홍 의원을 제외한 이동주 비례의원과 영입 인재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노웅래(서울 마포갑), 송갑석(광주 서갑),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의 이름이 빠진 여론조사가 한차례 지역구를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을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경쟁력도 없는 사람을 자꾸 (여론조사에 넣어)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오히려 갈등만 빚어진 셈이다. 멀고 험한 총선 승리 결국 이 의원은 “이 대표를 도운 것을 후회한다”며 “왜 후회하는지 이유는 곧 밝혀질 것”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등 폭로성 발언을 남기고 사퇴했다. 후폭풍이 불어닥치자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서 비공개 긴급 의견총회를 열고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의총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서 ‘공천과 관련한 반발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자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왜 참석을 안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의총 도중 고성이 오가면서 한때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진화에 나선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경우 공관위원장이 어떻게 평가가 진행됐는지 직접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신뢰성·투명성이 납득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만 세 차례 이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 시일 안에 그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치를 것이란 예상도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이 대표는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며 봉합에 나섰다. 일부 비명계가 ‘원칙과상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집단 탈당했지만 당시 민주당에는 큰 타격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천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놓고 내홍이 커진다면 이 대표의 거취를 장담할 수 없다. 공천을 계기로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단순한 친·비명간의 계파 다툼이 아닌 조기 선대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지금 상황대로라면 이 대표가 총선 전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판도를 봤을 때 자기네(민주당)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이 대표는)뒤로 빠지고 친문(친 문재인)계 비대위원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분오열 안으로 굽어버린 칼날 “툭하면 사퇴” 뼈 있는 한마디 이 관계자는 현재 공천 파동의 핵심인 ‘친명 민주당’이 꾸려지는 이유 역시 비대위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기 비대위원장 등 ‘포스트 이재명’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서 1열에 나섰다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몽땅 뒤집어쓴다면 추후 정치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파도처럼 밀려올 사퇴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를 향한 불신과 공정성 시비가 매우 크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은 채 이 대표가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후폭풍은 불가피하고, 또 국민이 봤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당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것은 곧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총선 패배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의 원로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 역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사표가 아닌 불출마 요구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당 대표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내년 대선을 노리는 만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툭하면 사퇴하라 소리 하는 분들 계신 모양”이라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서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며 “환골탈태 과정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쌍특검 이번엔? 공천 논란을 잠재울만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쌍특검 재표결을 띄우면서 여론 형성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쌍특검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김건희 리스크를 끌어 올려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리겠다는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권 행사는 자신과 가족의 죄를 숨기는 데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국회서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퇴’ 원희룡 반응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서 이 대표와의 매치가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대표의 2선 후퇴설에 관해 “불출마를 전제로 여론을 떠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런 간 보기에 계양은 없다는 것”이라며 “임기 내내 아무것도 안 해도, 또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되는 곳이 계양인가”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원희룡은 다들 어렵다는 계양을 스스로 찾아왔다”며 “계양의 변화에 대한 믿음과 각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