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튜브계 백종원’ 은현장

당당함 온데간데 없고…머리 숙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창업으로 서민 성공 신화를 썼던 은현장씨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씨는 네이버 카페 조회 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현장씨는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직접 가게를 찾아가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제2의 백종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그를 향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튜브를 접는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반지하서…
성공 신화

은씨는 어렸을 때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게서 네 식구가 다 자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반지하서 살았을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면서 가출을 하거나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당시 담임교사가 은씨에게 추천한 건 직업반에 진학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은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걸 목표로 살았다.

그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 곱창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치킨집까지 운영했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못했다. 이후 대박이 나게 되고 프랜차이즈로 급성장했다. 이 치킨집이 바로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다.


돈을 버는 삶에만 집중한 은씨는 건강 문제와 번아웃으로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20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현재까지 500억원 정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 놀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벌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돈 벌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의 곁에는 진정한 친구가 많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은씨는 몰려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없애려 유튜브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기획해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미, 재미, 명예, 자존심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튜브를 그만두려고 벼랑 끝에 있을 때 즈음 유튜버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 측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 영상이 바로 한강서 소주, 감자깡 먹는 영상이다. 원래의 구독자 수 목표는 10만명이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 타격을 입었거나 사업 수완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찾아가 가게를 심폐 소생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담으면서 또 다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사이서 열렬한 팬덤이 형성돼있는데, 그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거나 설루션 장소·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그 가게 앞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렇게 해당 가게를 접해본 지역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가게를 찾으면서 영업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매각해 대박
돈 버는 게 목표 어린 시절 생활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와 달리 은씨는 ‘장사의 신’이란 타이틀에 ‘매울 신(辛)’ 자를 쓴다. 그리고 이름처럼 존폐 위기에 몰린 사장들에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가게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지, 생채기에 소금 뿌리듯 직언을 던지고 때로는 쌍욕을 퍼부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 “모든 걸 쏟아부어라”고 다그친다.


음식 맛, 메뉴판, 가격, 배달앱 팁 등 노하우가 전수되고, 무엇보다 업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은씨의 채널이 유독 인기를 끌었던 건 다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재기 스토리를 은씨와 구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3평 고시원 살며 수천만원 빚에 허덕이는 장사 경력 17년 차 삼겹살집 사장, 코로나로 벌이가 사실상 끊기면서 이혼 위기에 내몰린 황태집 사장, 두 아이 아빠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가게 월세 내는 20대 족발집 사장 등 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진정성 있는 은씨의 솔루션과 구독자의 ‘돈쭐’에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은씨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의정부 정육점 식당을 찾았을 당시 정체성 없는 메뉴 구성과 충격적인 국밥 육수 조리 과정이 공개돼 MC들을 충격에 빠트렸으나 눈물을 쏟아내며 절실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장의 진심에 은씨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기로 했다.

당시 그는 고기 손질법부터 ▲초벌 과정 ▲갈비 김치찌개 레시피까지 전수했다. 긴급 점검으로 불시에 정육점 식당을 찾은 은씨와 MC 제이쓴은 기대 속에 갈비 김치찌개를 시식하지만 기대와 달랐다.

사장들에게
매운맛 조언

당시 은씨는 “이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칫국”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해당 방송에서의 은씨의 독설은 타 식당서도 마찬가지였다. 준비 기간도 없이 급하게 가게를 인수해 10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집을 찾은 은씨는 “도대체 이 가게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제 간식보다 더 많은 기성품을 판매 중인 데다, 수제 간식 클래스를 위해 만든 가게임을 알면서도 “클래스를 안 하는 게 목적”이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태도에 은씨는 화를 냈다. 이어지는 은씨의 일침에 그제야 사장은 “클래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첫 회의에선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하는 은현장 대표가 자영업자를 돕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태도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이 같은 은씨의 독설은 지난해 11월 채널A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서 문제가 됐다. 채널A는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금지하지만 독한 맛의 조언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욕설 비속어 금지는)향후 방송분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는 “이와 함께 방송을 통해 독한 지적의 이유, 그 뒤에 숨은 진정성, ‘장사의 신’에 걸맞은 전문성을 알리는 장치 등을 준비해 반영하고 있다”며 “방송 기준 약 7주 전에 촬영이 시작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각 적용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한 시청자위원은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MC를 맡고 있는 은현장 대표가 사연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 거슬렸다”며 “반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답변을 통해 “은씨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아무래도 유튜브서 장시간 본인 콘텐츠를 하면서 생긴 습관들이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 초반에는 그런 색깔을 많이 빼내고 방송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뒤졌어!”
“짜증 나?”

또 다른 시청자위원도 “은씨가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지나친 표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도를 넘는 표현이 꽤 있어서 업주도 불편하지만 시청자들도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시청자위원에 따르면, 불편하게 느낀 발언으로 1~2화서 “유튜브였으면 넌 뒤졌어” “야” “씨” “음식을 잘할 것 같지가 않아” “짜증 나” 등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은씨의 반말과 독설이 줄기도 했다. 강한 어조의 말을 할 때도 솔루션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효과를 내기 위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위원들이 방송 내용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방송법에 근거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은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라이브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서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거나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게시물을 전부 캡처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장되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프랜차이즈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던 200억이 허위라는 사실과 매각처인 드라마 제작기업 초록뱀미디어의 계열사이자 연예기획사인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조작 연루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은씨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갖가지 의혹도 제기됐다. 은씨가 운영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사들인 기업의 공시에 따르면, 현금 10억원과 전환사채 50억원에 주식 매각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 은씨가 밝힌 매각 대금과 실제 매각액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됐다.

자영업자 솔루션 선행 뒤 잇단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매크로 운용 나락행

이에 은씨는 “200억원의 매각 대금을 한 번에 받은 건 아니지만, 200억원을 받은 건 맞다”면서 계좌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제가 관련이 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회사 매각 대금 받은 것도 인증해서 올렸는데 안 믿고, 사업자 홈택스 캡처한 거 올렸는데도 안 믿는다”며 “주가조작 안 했다고 했는데도 안 믿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은씨는 또 ‘장사의 신’ 채널 운영은 중단을 통해 피해 규모를 입증하고, 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들 때문에)내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증명하는 게 진짜 힘든데 제가 방송하지 않고 수익이 없으면 그걸로 증명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절대로 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비용으로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달 28일 해명 방송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의 슈퍼챗에 발끈해 각자 채널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씨의 취재 의지만 더 불태우게 되자 바로 사과하고 댓글로도 재차 사과했다. 다시 방송을 켜 유튜브 중단을 선언하고 2억원짜리 USB를 입수했다며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가 보낸 슈퍼챗 50만원도 돌려주겠다 약속했으나 다음 날까지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는 지난달 29일 라이브를 통해 ‘장사의신 유니버스’로 묶인 것에 관해 “은씨와 절친한 사이가 아니다. 직접 은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은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서 “네이버 카페 운영에 대해 사죄드릴 게 있다”며 “2022년 8월경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고, 이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카페를 운영해본 지인의 소개로 카페 자동 관리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받은 전문가 플랫폼서 개발자에게 의뢰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다”며 “광고 글이나 회원들의 게시글에서 조회수를 10~15씩, 많을 땐 몇백씩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중지했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광고주들과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하겠다”고 했다.

200억
진실은?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자동으로 댓글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어딜 봐서 큰 문제 없나” “결국 매크로가 맞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암암리에 (매크로)다 한다” “쇼핑몰은 리뷰 작업이랑 상위 노출하려고 저런 거 다 한다. 문제 삼으면 문제 되는 거고 ‘장사의 신’이 마음에 안 드니까 다들 이러는 것” 등의 옹호 의견도 제기됐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