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제발 더 이상 안 된다

다시 만난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불법 계엄령에 친위 쿠데타까지. 대통령이 된 후로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나라에 아예 기름을 붓고 불까지 질렀다. 윤 대통령의 파면만이 온 나라, 온 국민이 살길이다. 현재로선 간절히 그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12·3비상계엄 사태는
사람·제도 모두 문제

어김없이 겨울의 끝에선 봄이 오고 있다. 희망과 새로움을 품어야 할 때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의 충격과 불안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대로 멈춰 서 있다. 또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던, 온 세계가 경이로움에 가득 차 찬사를 보냈던 이 나라 민주주의는 지난해 12월3일 밤, 잘못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탄핵 국면에 극단적인 이념 갈등과 법치 훼손, 시민사회 분열로 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회·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며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결과 보고서도 뼈아프다.

심지어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천만다행인 것은 민의의 보루인 국회가 전광석화처럼 결집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아직 비상계엄에 대한 사법기관의 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더 튼튼하고 더 완벽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해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을 떼야만 한다.


그러나 극우와 보수가 혼재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다. 여당이 극우 집단을 옹호하며 보수 지지층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도 보수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가 법치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는 집단인 반면, 극우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강한 행정력이나 폭력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보수가 극우에 편승하는 것이다. 극우화가 심화하면 민주주의가 훨씬 더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현행 권력 구조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낡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명치 못한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앉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어 현 대통령중심제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봄이 왔것만 대한민국은 ‘그대로’
잘못된 지도자 뽑아 순간 ‘와르르’

불법 비상계엄은 사람과 제도 모두가 문제라는 사실을 또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개헌을 통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제왕적 대통령제’ ‘의회 독재’ ‘지방 분권’ 등 권력이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제6공화국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정치체제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및 국회 국정감사권 부활, 언론 검열 폐지 등 민주주의 요소를 골자로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지난 20여년간 국내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지속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던 것인데 이는 소위 ‘87 체제’가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헌이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이 국가 운영 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다 보니 국민 숙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인 데다, 매 선거 때마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한쪽의 일방적 추진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다시금 논의가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점 또한 87 체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산다

대통령의 권한 범위 문제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가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지며 현재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 또한 개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차치하고 대한민국은 1987년 개헌 이후 38년 동안 단 한 번도 개헌을 해보지 못했다. 김종필 전 총리가 내각제를 지속해서 요구했던 김대중정부 이후 모든 정권마다 개헌에 대한 논쟁은 있었다. 그러나 늘 마지막은 지금 헌법 그대로 귀결됐다.

개헌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헌법을 고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1949년 이후 66회, 1990년 통일 이후에만 31회나 개헌을 했다.

독일의 경우 개헌 과정을 통해 국가 과제를 재선정하고 국민 통합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난 38년 동안 개헌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여야 입장이 서로 바뀌게 되면서 개헌에 대한 정치적 견해도 덩달아 바뀌는 데서 기인한다. 즉, 역지사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에는 개헌을 주장하다가도 여당이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다른 면에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국정 위기의 돌파 수단으로 개헌에 정략적 접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인들이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눈앞의 권력과 이익에만 몰두했던 원인이 컸던 셈이다.

특히 대선 국면서 후보들이 저마다 개헌을 약속해 놓고, 선거에 이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곤 했다. 이는 집권여당이 된 후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엄청난 권력의 달콤함에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피 명분으로 짧은 5년 임기 중 개헌하려면 국정이 블랙홀에 빠진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지난 정권들 모두 개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후반이면 늘 스스로 레임덕 블랙홀로 빠졌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개헌과 레임덕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반면,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정당은 5년만 버티면 된다. 차기 대선에는 기필코 ‘우리가 정권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임기 내내 국정 발목 잡기에만 매달리는 일도 반복됐다. 5년마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적자생존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 체제로 굳어졌다.

미성숙 정치
적대적 대결

49%의 국민이 등을 돌려도 51%만 지키면 정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몰두해, 국민 통합의 정치가 아닌 갈등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 적대적 대결만 있을 뿐 경쟁적 협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중계하듯 정치의 모습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갈등 조정이 아닌 갈등을 부추기는 국회 모습은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거의 전부인 92%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실태 조사도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이 이념과 결합하고,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더 해져 극심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신뢰의 위기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정치가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를 되돌리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 분산, 조화로운 사회와 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개헌을 그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제도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필자는 내각제까지 검토해볼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의 신념을 가지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9년, 일기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는 국민을 도저히 설득하기 어렵다면 통일·외교·안보·국방은 대통령이 맡고, 경제·사회·문화는 국회서 추천하는 총리가 내각제처럼 운용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앞당길 수 있었던 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8년 전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을 심판하고자 국회는 여야가 함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연인원 17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새로운 국가 설계⋯반드시 개헉해야
여야 바뀌면 개헌 입장도 또 바뀌어

국회, 시민단체, 국민이 공감대를 이뤘고 헌법재판소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다. 촛불 혁명이었다. 촛불 혁명에 담긴 국민의 요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라는 것이고, 그 방법은 개헌이었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와 정치권은 협치를 통해 촛불 정신을 담아내는 개헌을 실현했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촛불 혁명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다시 미래보다는 적폐 청산이라는 과거에 매몰됐고, 촛불 혁명이라는 연대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어렵게 얻은 정권도 5년 후 도로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쩌면 8년 전보다 더 좋은 개헌의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 다시 찾아온 ‘개헌의 적기’다. 개헌은 힘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또는 미래를 새로 설계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대비해 선(先) 개헌 후(後) 대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탄핵과 조기 대선, 개헌은 각자 별개의 사안으로 각각의 일정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으로, 탄핵이든 사법 위험성이든 과거 문제와 결부시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여야 어느 쪽이든 정략적으로 개헌에 접근하게 된다면, 이번 개헌의 기회도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역대 정권을 통해 경험했듯이 진정성 없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정략적으로 꺼내 드는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조기 대선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조기 대선이 구체화될수록 개헌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쏠린다는 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모두 다 불행했다.

만일 이번에도 아무런 변화와 개선 없이 대선을 치르고 또 5년 동안 여야가 죽기 살기식 싸움만 일삼는다면, 불행한 대통령 한 명 더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더욱 강하게 개헌을 압박해야 한다. 국민의 압박에 못 이겨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가 스스로 임기 단축까지 제안하며, 반드시 개헌하겠다 약속할 정도로 말이다.

제7공화국 
시대 열어야

8년 전처럼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에서 그치지 말고 이번에는 국민이 힘을 모아 헌법 개정까지 쟁취하는 역사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다.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투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우리의 헌법은 국민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2025년 봄, 국민의 뜻을 담아 개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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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