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다 못해 직접 나선 양향자 의원

“대선후보 없어도 당당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3지대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다. ‘생각지대’ 내지는 ‘상식지대’라고 불러달라.” <일요시사> 취재진과 마주 앉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제3지대는 거대 양당에 균열을 내는 데에서 그치지만 신당 ‘한국의희망’은 상식지대로서 좋은 정치, 과학 정치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직원으로 입사해 ‘첫 여성 출신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거친 인물이다.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그는 과학기술을 사용해 ‘패권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양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국의희망’ 창당인으로서 바라본 정치의 현 주소에 대해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들었다

▲지난 6월2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5일에는 광복절 74주년을 맞아 시도당 창당대회를 비대면을 진행했고, 지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등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오는 28일 창당대회가 끝나 한국의희망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당명이 한국의희망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떤 희망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희망이라는 것은 계층별로 다르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세대는 청년이다. 청년들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희망이 없다는 건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매일같이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을 겪으면서 포퓰리즘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정치적 부패까지 만연하다. 지금 드러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 미래 세대를 살아갈 청년에게는 비극일 것이다.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게 바로 정치다. 신당을 창당하는 입장서 바라본 정당의 기능은 국민을 위한 대의제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배출하고 그 정치인들이 정부를 감시해야 올바른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재 정당들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국의희망은 정당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정쟁에 염증을 느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과연 되겠어?’라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도 많다. 당이 아닌 정치집단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대의제로서 구실을 하고자 한다. 그다음에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창당을 결심했을 때 주변서 의아해했을 것 같은데?

▲“왜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자꾸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태어나기를 오지랖이 넓게 태어났는지 남의 아픔을 보고 편한 길을 가지 못하겠더라. 어릴 때부터 동네의 모든 아픔은 내 아픔처럼 여겼다. 삼성전자서 근무할 때도 내가 승진할 때보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행복할 때 제일 행복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가 아니다. 나는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직성이 풀린다.

-2016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국민의힘에서는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당서 영입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


▲내가 봐도 이력이 특이한 편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재료가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반도체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꼽히니까 여당의 러브콜을 받고 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나는 정치세력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도 같은 생각을 했으면 나는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것이다.

호남 민심 바닥 친 민주당
정부·여당은 ‘카르텔 중독’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출마 선언을 하셨다. 현재 호남 쪽 민주당 민심은 어떤가?

▲지난 15일 광복절 행사를 위해 광주에 다녀왔는데 깜짝 놀랐다. 광주 시민들이 내 손을 잡고 “한국의희망 잘 창당했다. 우리 한을 풀어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호남서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예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반대했다가 어르신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내 손을 잡고 응원을 해주신다. 호남 지역 민주당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을 풀어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

▲지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선택하는 ‘불행한 사태’를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전부터 호남은 곡창지대로 불려왔다. 그래서 호남이 중심이 됐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도 호남인들은 국가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놨다는 정신과 자부심, 그리고 긍지가 있다. 이게 정치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호남분들이 자괴감과 실망감에 젖어 계신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제조 공장에 그쳤다. 대통령 후보 배출 유무가 가장 크다. 후보가 없으면 빌려오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추격 국가까지 다다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정치가 제대로 일을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현상에 관해서는 공천과 총선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울타리를 부수고 나온다면 정치 생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다.

그래서 현재 정치를 ‘썩은 고인 물’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물을 길어다 넣는다고 해서 그 물이 맑아지지 않는다. 통째로 옮겨야 한다. 한국의희망 캐치프레이즈인 ‘이제는 건너가자’와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양당을 모두 거친 인물로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우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검찰 체제 이미지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인 만큼 신뢰가 부족한 시작점서 출발했다. 그렇기에 더욱 메시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국민이 느끼는 무게감 신뢰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주변에 있는 장·차관을 포함해서 인재를 두루두루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국민에게 있어 대통령의 인식은 ‘검찰 조직’에 그쳤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도 지적하고 싶다. 한 번은 잘 아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냐”고 질문했는데 “설사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답하셨다. 반면 민주당은 민변 조직으로 이뤄진 큰 틀이다. 결국 검찰과 민변의 프레임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4대강 같은 사안을 두고 장시간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적어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주고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이 모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진실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과 그 신뢰도를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해결된다.

양쪽 정당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선거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서 근거 없이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게 문제다. 선거서 지더라도 확실하게 국민을 설득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정치권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 78주년 광복절이라 하면 국민을 향한 사랑과 조국에 관한 자부심이 담긴 메시지가 필요하다. 결국 상대 진영에 험담만 하시더라. 당선 초 윤 대통령은 “열 가지 중 하나만 같아도 동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열 가지 중 하나만 다르게 보여도 적으로 대한다. 처음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어디 갔는지 잘 모르겠다. 지지율이 단 1%만 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는 기조만 가득하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을 문제라고 보는지?

▲카르텔은 어떤 문제를 과학적·논리적으로 규정한 상태서 찾는 문제점이다. 사안을 쭉 늘어놓은 로드맵서 발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카르텔을 깨부수려면 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바꿔나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 없이 “이건 카르텔”이라고 찍어 누르는 게 문제다.

-예를 든다면?

▲광복절 경축사에서 뜬금없이 과학 혁신 R&D를 언급하면서 또다시 카르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른바 ‘나눠먹기식’ 체계를 개편해서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여기에 선뜻 동참하겠냐는 것이다. 과학기술에 투여되는 예산 대부분을 카르텔로 규정해버렸다. 과학기술서조차 희망을 잃어버리게 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변하는 세상 속 국회는 그대로”
창당 결심 “과학정치만이 살길”

-과거 삼성 반도체 부문서 근무했던 만큼 양향자 하면 과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번 강조하고 있는 과학정치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철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기술을 통해 패권 국가로서 세계를 선도하자는 것이다. 높은 기술력으로 어젠다를 제시하는 국가가 선도국가다. 진정한 자유는 기술력서 나온다. 선의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복잡한 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인간의 삶이 달라졌지만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사회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있어 지난 30년 동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패권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른 나라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글로벌 시장서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식민지로 귀결된다. 나는 과학기술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과학정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학과 정치를 결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앞서 말했듯이 정치는 과학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인간은 타인을 과학적 근거, 논리적 근거, 정량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지 ‘저 사람은 착해서’ ‘저 사람은 마음씨가 좋아서’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요새는 출신이나 학력, 성별을 보지 않고 DNA를 판별해서 뽑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뉴로사이언스(뇌신경 과학)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정치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밖에도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부패는 도덕적 해이나 인간의 선의에 기댈 수 있는 경계를 넘었을 때 발생한다. 정치권에서는 당비 하나만 투명하게 쓰여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선관위나 검찰이 당비의 흐름을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으니 노동력도 줄일 수 있다.

-양향자와 함께할 후보들은 누구인가? 현역 의원 중 뜻을 함께한 이들도 있는지?

▲오는 28일 창당대회서 국민께 모두 소개할 것이다. 우리 당에 들어온 분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좋은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역 의원들 중에는 아직 울타리를 뛰쳐나와 내 모든 걸 걸고 해보겠다는 분은 없다. 아마 공천 과정서 탈락하거나 컷오프를 당하면 함께하자고 하실 분이 많아질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의희망 몇 석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이전에는 50석이라고 말했는데 정치 환경이 나빠질수록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이 진짜 정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창당하고 나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헌·당규도 짧게 소개해준다면?

▲청년 부분을 강화했다. 한국의희망에는 청년위원회도 있고 청년단도 있다. 또 특정한 성 비율이 60%를 넘길 수 없도록 조정했다. 균형적인 성별을 유지하고자 하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건 이전부터 남성의 오래된 영역이었고 여기에 익숙한 사람이 대다수다. 그 익숙함과 결별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이처럼 정했다.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우리 미래세대가 잘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수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나의 호상이다. 이기적인 삶을 정리하고 이타적인 삶을 소명으로 삼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동일하게 지닌 신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기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만 하는 게 아닌 주도 국가로 이끈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주도하지 않으면 끌려가게 된다. 불행의 시작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이미 겪어봤다. 이제는 주도권을 잡고 성장해야 할 때다. 그 성장을 위해 새롭게 건너가는 다리 같은 사람이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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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