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묻지마 범죄를 묻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9 06:00:00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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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늘려? 내근·간부부터 줄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22일 만난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의 핸드폰은 쉬지 않고 울렸다. 모두 묻지마 범죄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이 교수는 현재 묻지마 범죄에 관한 두려움이 한국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나 대낮에 길을 거닐 때 위험을 느끼는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낮에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가용을 타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주차장마저도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마 범죄는 어떻게 예방이 가능할까? <일요시사>는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 사회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묻지마 범죄 사건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최근에 왜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런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니까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오히려 언론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다만 짧은 기간에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까 많은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또 범죄 보도를 대역 배우까지 써서 재연해 보도하는 나라는 없다. 이걸 보고 범죄자가 수법을 배우게 되고 시민들은 불안감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호신용품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호신용품 소지는 조심해야 한다. 몇몇 호신용품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호신용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무기 소지는 전부 불법이다. 예를 들어, 식칼도 마찬가지고. 테이저건도 불법인데 이건 허가받으면 된다. 한국은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테이저건도 눈이나 민감한 곳에 쏘면 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반인이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

▲보통 체격의 여성이 삼단봉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덩치가 큰 남자가 여성에게 가해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호신용품을 빼앗긴다. 그러면 호신용품이 오히려 흉기가 된다.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더라도, 이런 경우 쌍방폭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협을 느끼거나 폭행당해 방어 목적으로 공격해도 쌍방폭행인지?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공격당해야 한다. 또 호신용품을 사용했을 때 상대가 3주 이상의 상해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누가 이걸 계산해서 공격하나? 그냥 정당방위는 인정이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범죄자를 만났을 때는 도망치거나, 도망칠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호신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스 스프레이가 그런 용도다. 범죄자를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미국은 가정집에 범죄자가 들어온 경우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한국도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가해자 중심으로 절차와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피해자 권리장전은 누가 지키나? 존재하지도 않은 것이다.


“경찰 24시간 전국 커버 못 해”
“호신용품도 스스로 보호 불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면 정당방위 범위가 훨씬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가 허벅지에 칼이 찔렸는데, 살기 위해 가해자의 팔을 발로 찼다. 그런데 피해자도 가해자가 돼 경찰청 출두 고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호신용품을 잘못 사용하면 큰일 난다.

-정부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한다는데?

▲CCTV는 범죄 예방용이 아니다. 범인 검거용이다.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 신상을 파악하는 용도다.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는 CCTV와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자는 확신범이다. 본인이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서 저지른다. 그러니 CCTV가 많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 경찰은 15만명이다. 절대 부족한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찰이 40%다. 그러니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경찰을 밖으로 나가게끔 해야 한다. 외국은 경찰이 다 현장 근무를 한다. 사무실에는 민간인 행정직원이 있다. 내근 인력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경찰은 현재 간부가 너무 많다. 순경, 경장, 경사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반대로 역삼각형 형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의미가 없다. 경찰 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 처우도 문제가 되는지?

▲외국은 현장에 나가는 경찰이 생명 수당을 받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다 똑같으니 다들 사무실서 근무하려고 한다. 사무직이 편하니까.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 순경이 진급을 빨리 할 수 있지도 않다. 이러니 경찰이 ‘경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직장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순찰하다가 범인을 만나도 총을 쏘면 과잉 진압을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사실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도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려면 순찰을 많이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게 본래 하는 일이다.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경찰은 계급이 너무 심하게 나뉘어 있고 진급에 목매달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건 권력자, 정치권이다. 결국 정치권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운다. 이런 상황이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이 안 된다. 이러니 해결되기 어렵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형량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법률가들이 바라보는 법과 일반 시민이 바라보는 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법은 우리의 사회 인식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차이가 너무 심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 살인하고도 10년형만 받는 경우가 있다.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양형에는 기준이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 유형, 범죄자, 시민들의 인식이 계속 바뀐다. 이런 것을 제때 반영해 줘야 옳다. 결국 법은 형벌을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는데, 범죄자가 범행을 저질러서 얻는 게 형벌보다 많다면 억제 효과가 없다. 범죄 이익이 훨씬 크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벌이 높으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우발적인 살인이나 치정이나 원한이 있는 상태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재범률은 거의 0%다. 종신형이나 25년 형을 살았는데 살인을 왜 하냐? 그래서 살인 범죄와 사형 제도는 관계가 없다는 말도 많다. 조직범죄라고 해도 20년 이상 형을 살면 행동대장을 할 수 없어 매력이 없다.

그러니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죄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형벌이 높아지면 장기수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교도소가 과밀하게 되면 교정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일반 시민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르면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 중 고등학생 때 친구와 패싸움하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15년 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재범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교도소서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이후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런 경우는 형을 받았지만 무조건 다 채워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의 법 감정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무조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형량 올라가면 
세금도 올라가”

-결국 세금이 문제인가?

▲이미 교도소는 과밀이라 감당하기 힘들다. 옛날에는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면 평균수명에 따라 70세 정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100세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재소자 한 명을 수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만원이다. 그런데 교도소엔 수감자들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도 가석방을 시켜줄 수밖에 없다. 민간교도소 등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민간교도소는 국내에 1개밖에 없다.

-교도소서 교화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교도소 인구가 과밀해서 교화 시스템이 이뤄질 수 없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죽는다. 현재 상황서 교도소서 교화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다. 이런 상황이니 보호 관찰 가석방으로 교도소 수용 인원을 낮춰야 하는데, 가석방 심사를 통해 출소 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감당이 안 된다.

-정신질환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세상에 굉장히 많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자라는 등식화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면 결국 정신질환자 상태가 더 악화하고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게 정신질환자다. 다만 망상 증상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치료만 받으면 된다. 부정적인 낙인 효과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상 공개는 공공의 알 권리, 재범 방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일반 시민이 범죄자를 보고 피하라는 거다. 이건 국민이 알아서 피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너희도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얼굴이 공개된다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도 하는데?

▲전통적 범죄서 벗어난 새로운 범죄 유형이다. 사이버 세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에서는 병신 취급받고 소외당하는데 사이버에서는 왕자로 군림이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을 남겨도 응원받으니까. 그래서 실제로 옮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 그렇다. 포털이 커뮤니티를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경찰이 할 수 없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다음에 수사해서 잡는 일을 한다. 그런데 포털은 본인 고객의 비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적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또는 병에서 낫기 위해서 병원에 가고 건강검진을 한다. 이런 걸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예방은 범죄자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이나 좌절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이 문제’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다. 또 사법제도나 법률을 고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는다. 사회정책, 복지정책, 형사정책 세 개가 통합해서 같이 논의돼야 한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형사정책이다. 경찰이 24시간 전국을 확인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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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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