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묻지마 범죄를 묻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9 06:00:00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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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늘려? 내근·간부부터 줄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22일 만난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의 핸드폰은 쉬지 않고 울렸다. 모두 묻지마 범죄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이 교수는 현재 묻지마 범죄에 관한 두려움이 한국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나 대낮에 길을 거닐 때 위험을 느끼는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낮에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가용을 타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주차장마저도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마 범죄는 어떻게 예방이 가능할까? <일요시사>는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 사회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묻지마 범죄 사건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최근에 왜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런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니까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오히려 언론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다만 짧은 기간에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까 많은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또 범죄 보도를 대역 배우까지 써서 재연해 보도하는 나라는 없다. 이걸 보고 범죄자가 수법을 배우게 되고 시민들은 불안감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호신용품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호신용품 소지는 조심해야 한다. 몇몇 호신용품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호신용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무기 소지는 전부 불법이다. 예를 들어, 식칼도 마찬가지고. 테이저건도 불법인데 이건 허가받으면 된다. 한국은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테이저건도 눈이나 민감한 곳에 쏘면 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반인이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

▲보통 체격의 여성이 삼단봉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덩치가 큰 남자가 여성에게 가해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호신용품을 빼앗긴다. 그러면 호신용품이 오히려 흉기가 된다.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더라도, 이런 경우 쌍방폭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협을 느끼거나 폭행당해 방어 목적으로 공격해도 쌍방폭행인지?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공격당해야 한다. 또 호신용품을 사용했을 때 상대가 3주 이상의 상해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누가 이걸 계산해서 공격하나? 그냥 정당방위는 인정이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범죄자를 만났을 때는 도망치거나, 도망칠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호신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스 스프레이가 그런 용도다. 범죄자를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미국은 가정집에 범죄자가 들어온 경우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한국도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가해자 중심으로 절차와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피해자 권리장전은 누가 지키나? 존재하지도 않은 것이다.


“경찰 24시간 전국 커버 못 해”
“호신용품도 스스로 보호 불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면 정당방위 범위가 훨씬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가 허벅지에 칼이 찔렸는데, 살기 위해 가해자의 팔을 발로 찼다. 그런데 피해자도 가해자가 돼 경찰청 출두 고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호신용품을 잘못 사용하면 큰일 난다.

-정부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한다는데?

▲CCTV는 범죄 예방용이 아니다. 범인 검거용이다.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 신상을 파악하는 용도다.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는 CCTV와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자는 확신범이다. 본인이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서 저지른다. 그러니 CCTV가 많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 경찰은 15만명이다. 절대 부족한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찰이 40%다. 그러니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경찰을 밖으로 나가게끔 해야 한다. 외국은 경찰이 다 현장 근무를 한다. 사무실에는 민간인 행정직원이 있다. 내근 인력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경찰은 현재 간부가 너무 많다. 순경, 경장, 경사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반대로 역삼각형 형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의미가 없다. 경찰 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 처우도 문제가 되는지?

▲외국은 현장에 나가는 경찰이 생명 수당을 받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다 똑같으니 다들 사무실서 근무하려고 한다. 사무직이 편하니까.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 순경이 진급을 빨리 할 수 있지도 않다. 이러니 경찰이 ‘경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직장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순찰하다가 범인을 만나도 총을 쏘면 과잉 진압을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사실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도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려면 순찰을 많이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게 본래 하는 일이다.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경찰은 계급이 너무 심하게 나뉘어 있고 진급에 목매달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건 권력자, 정치권이다. 결국 정치권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운다. 이런 상황이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이 안 된다. 이러니 해결되기 어렵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형량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법률가들이 바라보는 법과 일반 시민이 바라보는 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법은 우리의 사회 인식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차이가 너무 심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 살인하고도 10년형만 받는 경우가 있다.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양형에는 기준이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 유형, 범죄자, 시민들의 인식이 계속 바뀐다. 이런 것을 제때 반영해 줘야 옳다. 결국 법은 형벌을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는데, 범죄자가 범행을 저질러서 얻는 게 형벌보다 많다면 억제 효과가 없다. 범죄 이익이 훨씬 크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벌이 높으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우발적인 살인이나 치정이나 원한이 있는 상태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재범률은 거의 0%다. 종신형이나 25년 형을 살았는데 살인을 왜 하냐? 그래서 살인 범죄와 사형 제도는 관계가 없다는 말도 많다. 조직범죄라고 해도 20년 이상 형을 살면 행동대장을 할 수 없어 매력이 없다.

그러니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죄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형벌이 높아지면 장기수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교도소가 과밀하게 되면 교정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일반 시민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르면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 중 고등학생 때 친구와 패싸움하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15년 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재범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교도소서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이후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런 경우는 형을 받았지만 무조건 다 채워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의 법 감정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무조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형량 올라가면 
세금도 올라가”

-결국 세금이 문제인가?

▲이미 교도소는 과밀이라 감당하기 힘들다. 옛날에는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면 평균수명에 따라 70세 정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100세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재소자 한 명을 수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만원이다. 그런데 교도소엔 수감자들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도 가석방을 시켜줄 수밖에 없다. 민간교도소 등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민간교도소는 국내에 1개밖에 없다.

-교도소서 교화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교도소 인구가 과밀해서 교화 시스템이 이뤄질 수 없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죽는다. 현재 상황서 교도소서 교화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다. 이런 상황이니 보호 관찰 가석방으로 교도소 수용 인원을 낮춰야 하는데, 가석방 심사를 통해 출소 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감당이 안 된다.

-정신질환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세상에 굉장히 많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자라는 등식화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면 결국 정신질환자 상태가 더 악화하고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게 정신질환자다. 다만 망상 증상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치료만 받으면 된다. 부정적인 낙인 효과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상 공개는 공공의 알 권리, 재범 방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일반 시민이 범죄자를 보고 피하라는 거다. 이건 국민이 알아서 피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너희도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얼굴이 공개된다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도 하는데?

▲전통적 범죄서 벗어난 새로운 범죄 유형이다. 사이버 세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에서는 병신 취급받고 소외당하는데 사이버에서는 왕자로 군림이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을 남겨도 응원받으니까. 그래서 실제로 옮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 그렇다. 포털이 커뮤니티를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경찰이 할 수 없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다음에 수사해서 잡는 일을 한다. 그런데 포털은 본인 고객의 비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적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또는 병에서 낫기 위해서 병원에 가고 건강검진을 한다. 이런 걸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예방은 범죄자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이나 좌절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이 문제’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다. 또 사법제도나 법률을 고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는다. 사회정책, 복지정책, 형사정책 세 개가 통합해서 같이 논의돼야 한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형사정책이다. 경찰이 24시간 전국을 확인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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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