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어두운 응급실의 현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듣다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타이타닉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크든 작든 위기는 조용히 오는 법이 없다. 사건이 일어난 후 복기를 해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조증상’이 있었다. 문제는 경고를 무시할 때 일어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바로 이 상태다. 경고음은 줄기차게 울리고 있는데 변화는 요원하다.

기자 앞에 앉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탁자에 잔뜩 늘어놓은 자료를 뒤적이면서 “사실 몇 박 며칠을 얘기해도 다 못할 건데…”라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서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소리 없이
다가온 위기

조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000여명 등 총 3000~4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른바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조 교수가 보낸 응급의료체계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받았다. 수십통에 이르는 이메일에는 조 교수가 오랜 시간 파악한 현실과 함께 경고가 담겨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응급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섬뜩한 진단이었다. 

조 교수는 현재의 응급의료체계를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이후 서서히 침몰했듯 응급의료체계도 붕괴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타이타닉은 침몰하기 전 이미 빙산을 발견했다. 하지만 배가 너무 크다보니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부딪혔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지금 그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문제가 눈앞에 있지만 거대한 이해관계로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가 타협할 수 없는 3자 간의 균형 관계 위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환자, 즉 국민과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그리고 보험회사(국가)다. 세 주체가 원하는 바는 모두 다르고 그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맞닿아 있다. 

“환자는 가까운 거리에 대형병원이 있고 그곳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의사가 ‘빠르고 편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값싼 비용’으로 진료를 봐주길 원한단 말이야. 의사는 어떻겠어요. 월급 많이 주고 일을 적게 하는 것을 원하겠죠? 국가는 돈을 쥐고 있으면서 국민과 의료진에게 ‘돈은 내되, 병원에 가지 마라’ ‘의료사고 치지 마라’ 이런단 말이죠.”

3자 간의 미묘한 균형 관계는 최근 들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만든 보험체계가 수명을 다하면서 연쇄적으로 응급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를 넘어 의료체계 자체가 앞으로 10~20년 안에 완전히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고려말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귀족은 산과 강을 경계로 제 땅을 삼고 빈자는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자 조선왕조가 나오고 토지계획이 이뤄졌죠. 영정조 시대 정약용 선생이 또 그런 이야기를 했고. 이런 식으로 어떤 제도가 생기고 시간이 흐르면 모순이 생기면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단 말입니다. 의료체계가 딱 그 꼴이에요.”

의료체계 전반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민은 ‘국뽕’에 취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관한 찬사가 모순점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망조의 시초’가 응급실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민낯 드러나
빅5 몰린 서울에서도 응급실 못 간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응급실은 ‘모래시계’에 비유되곤 한다.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모였다가 상황에 따라 각 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조 교수는 모래가 교차하는 가운데의 좁은 부분, 그곳이 응급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의 모순점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불과 수개월 사이 중증 응급환자 재이송 문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지난 3월 대구서 17세 응급환자가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했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서 차에 치인 70대 응급환자가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이송 도중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강남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이 응급실을 찾아 헤맨 끝에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강남서 응급실 뺑뺑이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응급의료체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서울에는 서울아산병원·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이 집중돼있다. 

조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원인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지목했다. 의료전달체계는 종합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1·2차병원을 거친 다음 3차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이미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 교수는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나 병상 부족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경증환자조차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환자의 대형병원행 역시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형병원에 사람이 몰리면 1·2차병원이 망한단 말이에요. 그럼 병이 났을 때 환자가 갈 곳이 대형병원밖에 안 남아요. 또 몰리는 거죠. 환자가 외래(입원하지 않고 병원에 다니는 것)에서는 아직 문제점을 잘 못 느껴요. 그런데 응급 쪽은 문제라는 거죠. 급하지 않을 때야 괜찮은데 이제 급한 상황이 되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분명한 전조
외면하는 현실

결국 환자를 증상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영국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영국은 1차병원 의사가 환자를 보고 추가 진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킬 때에도 해당 병원의 의사와 조율을 거친다. 환자가 병원을 정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가 갈 병원을 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1차병원 의사는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멋대로’ 갈 수 없게 막는 역할을 한다. 같은 병을 진료하더라도 상급병원으로 가면 의료비가 높아진다. 1차병원 의사가 환자에 대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의료비 상승을 막고 상급병원 과밀화 현상을 방지하도록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도 주치의가 환자의 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가 구성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누구든 상급병원에 갈 수 있다. 환자가 원하는 대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의사가 A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해도 환자가 B 병원으로 가면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다.


조 교수는 “환자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는 방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한 번 걸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가정서 먼저 자가진단을 합니다.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지 개인병원서 처치가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해보는 거죠. 응급의료상황실(가칭)의 상담원은 환자의 설명에 따라 119로 연결할지, 의료기관으로 안내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증환자의 경우는 119가 아닌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과부화를 막는 겁니다.”

조 교수는 이런 방식의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일본 도쿄의 개인병원 산부인과서 임산부의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일어났다. 개인병원 관계자는 도쿄 내 8개 대학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임산부는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유사하다. 

조 교수는 당시 일본 구급의학회의 대처를 예로 들었다. 임산부 사망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 뒤 일본 구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반적인 응급의료 관련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조 교수는 “두 달 만에 성명서를 냈다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평소에도 응급의료체계에 상당히 고민해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문가 집단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없다?
안 하는 것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일어난 뒤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정치권서 칼을 빼든 상태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4개 병원이 철퇴를 맞았고 나아가 현장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사법 처리될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연쇄반응이 의사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소아과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소아응급체계는 빠른 속도로 망가지는 중이다. 응급의료체계 역시 이미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예전에는 학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하다가 개업의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전문의도 따지 않고 개업의로 간다”고 한탄했다. 

조 교수는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서 일어난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을 언급했다.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을 찾았지만 당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결국 사망한 사건이다.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학회 참석, 휴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간호사의 사망 이후 서울아산병원 안팎에서는 ‘충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병원 안에서 의료진이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처치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넘긴 점에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에 뇌질환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3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외과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명이었다. 이 2명이 자리를 비우면서 간호사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다. 

응급환자 분류하고 배분해야
“이대로면 10~20년 내 붕괴”

조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당 신경외과 의사 수를 보면 미국의 3배다. 그런데 그 많은 신경외과 의사가 다 어디에 갔느냐? 개업해서 물리치료를 하고 있다. 뇌수술을 해야 할 신경외과 의사가 다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다고. 그러니 서울아산병원은 의사 2명이 전국서 몰려드는 뇌질환 환자의 수술을 담당해야 한다. 의사양성체계부터 엉망이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조 교수는 “의료체계는 일종의 ‘고차방정식’이다. 크고 작은 병원 간의 관계가 있고 지역 간의 관계가 있다. 사안별로 개선점을 찾아 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은 당장 외래 쪽에서 문제를 못 느끼니 심각성을 모른다. 응급 쪽 문제가 터져도 그때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가 완전히 망가져서 온 국민이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하는 지경에 이르러야 해결될 것 같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숱한 경고음을 냈다. 하지만 국민은 그걸 이해할 생각도 없고 정치인은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타이타닉이 빙산에 부딪쳐 침몰했듯 우리나라 의료체계도 그 단계까지 가야 변화가 시작되리라 본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평생 응급의료학계서 일한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보면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인의 영달을 위해,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도시마다 대형병원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수록 지역의 작은 병원은 망하고 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화될 것을 예상하는 태도였다. 

조 교수는 그럼에도 거듭해서 강조했다. 환자를 배분하고 분산시키는 체계, 특히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뜻하는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KTAS는 응급환자를 평가할 때 증상을 중심으로 분류하기 위해 고안됐다. 분류 결과에 따라 진료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르다. 다시 말해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있다. 소방, 의료 등 응급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 체계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제대로 굴러가면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조 교수가 평생 바라온 바다.

이미 시작
가속화되나

조 교수는 현재 위암으로 투병 중이다. 5년 생존율이 70~80%에 이르는 2기 상태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염을 앓고 있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에 관해 책을 쓰고 싶지만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아 무리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터뷰가 자신의 ‘유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쇼핑백 가득한 서류를 들고 움직였다. 기자를 배웅하면서도 여러 차례 의료계 상황을 언급하고 개탄했다. 조 교수는 이미 빙산을 봤다. 이대로 가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응급의료체계라는 커다란 배는 침몰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