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상규 변호사가 겪은 국회 윤리특위의 한계

“멀뚱멀뚱 허수아비 왜 세워놨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조상규 변호사는 지난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신스틸러’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인수위 해촉 사실과 관련해 “인수위를 누군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촉된 상황을 취재 차 연락 온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 뒤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불공정에 맞서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했다.

조상규 변호사를 만난 장소는 서울 용산구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이다. 사무실 창밖에는 대통령실이 훤히 보였다. 그는 2020년 당시 서울 용산구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바 있다. 대통령실보다 먼저 용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 1번가’로 떠오른 용산은 다가올 총선 격전지로 꼽힌다.

조 변호사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부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와 관련해 윤리특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8일, 조 변호사를 만나 윤리특위와 국회의원 특권의 문제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간 역임하면서 느낀 윤리특위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4년 전 5·18 망언 윤리위 제소 당시 처음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위원이 4명, 미래통합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이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위원 중 최고령자인 한 분을 위원장으로 확정지었는데, 민주당서 갑자기 추천 위원 한 명을 더 고령자로 교체하면서 위원장 자리를 두고 가로채기하려고 했다.

교체된 장훈열 민주당 위원장은 5·18 유공자 출신이라 이해충돌 논란도 있었다. 아무리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다 해도 각자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 같으면 윤리자문위 존재 의의가 없다. 그러면서 2년 임기가 끝나고 재임 당시 각자 정파 색깔을 그대로 비추면 안 된다며 다시 모인 새 위원들과 합의했다.


그 이후 윤리자문위원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 제명 의결도 만장일치로 이뤄냈다. 윤리자문위원회의 발전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윤리특위서 처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윤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김남국 의원 제명 결의도 결국 윤리특위서 멈추나?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 지내면서 느낀 바로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 자문 의결은 절대 본회의에 못 간다. 보수 쪽에서 반발이 심하겠지만 그렇게 예상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당 내부 리스크와 대북송금 의혹은 또 다른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런 상황서 이 대표가 과연 김남국 의원직 제명 의결로 당 내부 사법 리스크를 더 끌어올리겠나?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서 먼저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협조를 하지 않아 결국엔 윤리자문위원회로 올 수밖에 없다. 여당서 윤리심사를 빨리 진행하자 하고 야당에서는 원래 기간대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틀렸다.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다. 윤리심사를 빨리 할수록 김 의원에게 유리하다. 윤리자문위가 자료도 없는 상태서 어떤 의결을 하겠느냐? 자문위 의결만 밀어붙이면 너무 정무적으로 갔다는 색깔만 비쳐진다.

-여당은 왜 성급히 김남국 의원 윤리위 제소에 서둘렀나?

▲이번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현재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이렇게 ‘똥 볼’만 차는 상태서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죄책을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정치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이 있다. 정치적 측면은 국회의원이 너무 고액의 코인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법률적 측면에선 P2E 게임 합법화 발의 과정서 이해충돌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당시 김 의원은 법사위원회 소속이었으니 직접적인 이해충돌 관계로 볼 수 없다.


-여당서도 코인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 여당의 코인 논란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저는 지금 국민이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너무 커서 코인 투기 의혹이 야당에 쏠려 있는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면 여당의 코인 투기 이슈도 솔직히 김 의원에게 들이댔던 잣대 그대로 해야 한다. 거기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이해충돌 측면에선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권 의원은 3000~4000만원 잃었다고 하는데 그건 국내 코인 이야기다.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인 후오비나 바이낸스 해외거래소 지갑도 오픈하라고 해야 한다.

-해외 코인거래소 지갑은 어떤 문제가 되나?

▲코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을 시세조종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마켓 메이킹(MM)이라고 한다. MM은 중국이 제일 잘하는데 중국 쪽에 다수 인원을 이용해서 진행한다. 권 의원은 전 주중대사였다. 코인 투기 의혹이 있는 권 의원이 그런 정보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국민 중 누가 생각하겠나? 애당초 자산신고도 안 했고 이미 다 처분했을 것이다. 해외거래소 지갑은 들고 있어도 상관없다. 핸드폰 압수만 안 당하면 된다.

-코인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는 사실 힘들다. 핸드폰을 압수해서 앱을 열어봐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할 수가 없다. 해외 거래소에도 공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오픈하지 않는다. 김 의원도 국내 거래소에만 50억~60억을 거래했는데 해외 거래소에는 얼마나 했겠나. 해외 거래소는 더 많을 것이다. 김 의원은 공짜 코인을 받았다는 쟁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유는 변명의 여지가 충분한데, 에어드롭으로 받은 코인은 행사로 받은 것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코인이라는 것이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 김남국이 제일 잘 알아”
너무 성급하게 접근…제명의결 본회의 못 갈듯

-누군가에게 코인을 받았다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적용은 힘들다는데?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시세 조작해서 가격을 상승시켜줬다면 그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정거래 행위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상장된 주식 말고는 적용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는 자본시장 증권성이 인정돼야 부정거래 행위를 잡을 수가 있는데 현재 한국서 코인은 증권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이 취약하다. 변화는 있나?

▲ 코인 사기 관련 피해자들을 다수 변호해왔다. 코인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할 수 없어 시세 조정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코인 사기꾼 집단의 주 수법이다. ICO(가상화폐 공개)를 막을 게 아니라 코인을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 내부자 거래 행위를 막았어야 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이제야 법안이 올라갔다. 시세조종 행위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정권도 알았을 텐데도 지난 5년간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당사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김남국 의원은 입법 공백을 노렸나?


▲김남국 의원은 입법이 부재하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시세조정을 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걸 본인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코인을 했기 때문에 코인 전문가다. 본인 모친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서도 코인 투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일 수도 있다. 너무 코인 투기를 많이 해서 코인 중독에 가깝다. 

검찰은 김 의원이 투기한 위믹스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남은 수사는 국회의원 윤리 관련이 아니다. 위믹스 코인을 만든 위메이드 회사와 김 의원 간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못 밝히고 있다. 모친 명의와 여동생 명의 계좌로 코인 거래한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김 의원 가족이 코인 투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도와줬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일각에선 위메이드 업무 담당자가 김남국 의원실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위메이드 대관 업무 담당자가 국회를 갔을 때 출입증에 김남국 의원실을 적었겠는가? 안 적는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각 여당 의원실, 야당 의원실 출입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회 출입 구조가 그렇다. 의원실 하나만 체크해놓으면 그 안에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결국에는 어떤 의원실에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과 모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이 김 의원실을 썼겠나. 그냥 김남국 면죄부 주는 소리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이번 제명 결의에 자료가 다 안 왔다는데?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를 못 밝히고 재명을 결의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자료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뿐이었는데 수사기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료 제한성으로 의견을 낼 수 없다며 의견을 거절했어야 했다. 여당서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출했다고 비판하는 식으로 나서면 안 된다.


오히려 김 의원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 안 해서 의견 못 준다고 압박했어야 했다. 역사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 없이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결의했다. 그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OOO 의원 방지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징계 받으면 최소 6개월 내 의결 내려야”

-윤미향 방지법, 박덕흠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나오기만 할 뿐 실효성이 없는데?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하자는 게 공통분모고,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들을 다 내려놓자는 것으로 헌법을 개정해서 불체포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문제가 되면 최소 6개월 안에 의원 징계와 관련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의원직을 다 마치게 생겼다. 최 의원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고발은 한참 전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제를 해주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 전날 오후 11시50분에 기소가 이뤄졌다. 이런 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최강욱 의원은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으로 3년 전에 최 의원을 기소했다. 당시 최 의원은 조국 사건 수사 과정서 딸 조민씨 관련 의전원 인턴 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건 엄연한 허위 사실 유포다. 권순일 대법관 이야기도 나온다. 권 대법관은 직전에 판결 하나를 만들어놨는데 본인이 본인 관련 사실을 이야기해야 허위 사실 유포라며 제 3자의 이야기를 했을 때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이재명 대표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은 최강욱 의원은 임기 만료되게 생겼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의원직 임기를 다 채우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했다며 ‘고발 사주’라고 주장하는데, 법률자문위원으로서 참고자료를 받은 것이지 누구로부터 사주받은 적이 없다.

-선거법 위반은 윤리특위에 징계를 내릴 수 없나?

▲선거법 위반은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올라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5·18 망언이라던지, 코인 투기 관련 등이 올라온다. 최종 법적 판결이 올라와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구속 수사는 불가해 결국 윤리자문위원회는 안타깝지만 허수아비다.

어떤 징계 사유를 결정했으면 국회의원이 따르도록 강제력을 부여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자기 식구 징계 건을 판단하겠다는 어불성설이다. 자문위원회의 권위가 승격돼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어느 날 TV조선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서 해촉됐느냐는 질문과 사진 관련 질문을 했다. 이게 무슨 해촉 사유냐며 보안 위반 사진 얘기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는데, 기자는 인수위서 나를 해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인수위 실무위원이든, 전문위원이든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공무원을 해촉할 때는 해촉 사유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그런데 당시 인수위로부터 문자 한 통 받은 적 없다.

-인수위 내부서 완력 다툼이 있었던 건가?

▲누군가 기자에게 해촉 사실을 당사자보다 먼저 알린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는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이 있었다. TV조선 보도가 나갔던 당일, 안 위원장과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합법화 관련 면담을 했다. 당시 인수위 과학 분과 실무 위원으로 독대를 했는데 해촉시킬 의사가 있었으면 나랑 논의했겠나? 안 위원장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겠느냐? 과학기술 분과 박성준 간사는 인수위 출근 첫 주에 나를 따로 불러서 인수위 명단에 없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나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왜 문제를 만들어서 조상규를 인수위서 나가게끔 했을까? 분명 인수위가 시끄러워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 내부의 정치적 음해라고 밝혔다. 당시 인수위원의 성 비위 사실까지 같이 폭로했다. 이후로 많은 인수위원들은 숙청 계획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보호받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나를 시작으로 2차, 3차 인수위원 해촉 계획이 있었는데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바람에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해 들었다. 소송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랐기 때문에 부담을 끼칠 수 없었다. 인수위원 자진 사퇴 이후 일주일 뒤 경제 분과로 다시 인수위에 들어갔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에 대한 인사검증은 끝났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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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