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 분석> 문재인 트위터의 이면

온라인서 지핀 불, 정치판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말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 말에도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는다. 퇴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자리가 주는 압박서 벗어난 상태라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발언 하나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떨까?

사실 전임 대통령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 자리서 물러나도 발언과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늘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런 듯 보였다. 재임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잊히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
180도 달라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등 문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박제’돼있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의 실제 행보와 발언 사이의 괴리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SNS 활동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면 지지자는 공감을 표하고 댓글을 단다. 말 그대로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25일까지 1년여 동안 트위터에 58개의 글(날짜 기준)을 올렸다. 6일에 한 번 꼴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트위터에 퇴임 인사를 남겼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습니다”로 시작된 글은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로 끝을 맺었다. 

다음 날인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문파’로 불리는 지지자는 문 전 대통령에 무한한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5년 만에 보수정당에 정권을 빼앗겼다.

대선 직후부터 5년 만의 정권교체에 대한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득표율 격차는 0.7%p에 불과했고,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행보가 진영 사이에 뚜렷한 갈등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정권교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퇴임 사흘 만에 글 올려
책 추천으로 에둘러 비판?

많은 정치인이 선거 패배 이후 외국으로 떠나는 등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줄이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사저서 ‘자연인’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정권교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조용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윤 대통령 취임 사흘째 되던 날인 지난해 5월12일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된 글에는 문 전 대통령의 일상이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퇴임 이후 처음 올라온 근황 글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마음에 들어요’(하트) 4만3000개, 리트윗 1만9000개, 댓글 2793개로 화답했다.  


이후 그는 평산책방 개점 소식을 알린 지난 25일까지 날짜 기준으로 58개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짧은 글에 특성화돼있는 SNS다. 28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어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개를 이어 쓰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링크를 통해 긴 호흡의 글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업로드한 트위터 글을 보면 ▲일상 ▲책 추천 및 서평 ▲기념일 인사 ▲현안에 대한 발언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평산마을 비서실]’이라는 말머리로 시작되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아닌 관계자가 대신 작성하는 것으로 사진을 첨부해 업로드한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글을 올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마을 비서실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쓰시는 글 외에도 평산마을에서의 일상을 비서실에서 간간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내외분께서 평산마을에 오시고 첫 외출을 한 날입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함께 업로드됐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책과 관련된 글이다. 책을 추천하고 짤막한 서평을 덧붙이는 식이다.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해석이 뒤따른다. 추천자의 의중이 책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녹아있기 때문.

책 20여권
담긴 의미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은 더욱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책을 추천했을 때 ‘정치 행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문 전 대통령은 <짱깨주의의 탄생> <실크로드 세계사> <한컷 한국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 <시민의 한국사> <하얼빈> <쇳밥일지> <지극히 사적인 네팔> <옛 그림으로 본 서울>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독일인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기술의 충돌>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나무수업> <차이에 관한 생각> <털 없는 원숭이> <말하는 눈> <조국의 법고전 산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편> <작별하지 않는다> 등 20여권의 책을 언급했다.

처음으로 추천한 김희도 광운대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두고는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짱깨주의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중·혐중 정서를 들여다본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입니다.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합니다”라며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닙니다.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글의 서두에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문구를 넣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을 책 추천을 통해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를 실패로 규정짓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내세웠다. 중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시민의 한국사>를 추천하면서는 “한국사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폐지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책입니다”라고 적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하는 글에는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했다. 정 작가는 평산책방의 첫 손님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조국 책 추천
여전히 옹호?


지난 2월8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자의 처지가 어떻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라고 표현했다. 글 말미에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꽃을 피워낸 저자의 공력이 빛납니다”라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본인과 가족이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책 추천보다 뚜렷하게 의중을 밝힌 글도 눈에 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일 구속됐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전략가·협상가입니다. (중략)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자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도 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대독으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이 전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면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문 전 대통령이 지목된 바 있다.


풍산개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걸 밝혀둡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의 거취를 두고 불거진 논란이다.

서훈 구속, 적극적으로 비판
사회 현안마다 얹은 한 마디

풍산개를 사저로 데려갔던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곰이와 송강을 반납했다. 

평소 반려동물을 아끼던 모습을 보였던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납하면서 파양 논란이 불거졌다. 풍산개 사육비용이 250만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트위터에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28일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랍니다.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4·3희생자 추념일 당일에는 제주도를 직접 찾아 추념식에 참석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4·3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발언이 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현장서 나온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관련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은 “달리 말씀 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유홍식 신부의 추기경 임명(지난해 5월30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지난해 6월21일), 일본 아베 전 총리 서거(지난해 7월7일), 수해 복구(지난해 8월12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지난해 9월9일), 이태원 참사(지난해 10월30일), 튀르키예 대지진(지난 2월7일) 등을 언급했다.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린 가장 최근 게시물은 평산책방 개점 소식이다. 지난 25일 ‘평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했다. “평산책방의 중심은 북클럽 ‘책 친구들’입니다. (중략)여러분을 평산책방과 문재인의 책 친구로 초대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책방지기’로 지칭했다.

해당 글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4·3 추념식 참석에 이어 책방 개점으로 지지자 결집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시기상으로도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11일에는 영화 <문재인입니다>도 개봉한다. 전임 대통령 가운데 역대급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책방 이면
총선 때문?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역대 전직 대통령 중에 가장 활발하게 정치와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이라며 “잊히고 싶다라는 말은 진심이 아닌 게 100%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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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