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반대로’ 김기현-이준석 엇갈린 행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직 당 대표는 집토끼 잡기에 몰두해 있고, 전직 당 대표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빈틈을 메우기 위해 손을 보태기도,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다른 활로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그럴수록 실점만 거듭 중이다. 과연 정부여당은 차기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당 지도부서 천 위원장에게 자꾸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서다. 문제의 발단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 천 위원장에게 “이 전 대표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핵관
이간질

그러자 천 위원장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 했지만, 윤핵관의 이간질에 넘어가 싸구려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전 대표와 협력자임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당 지도부는 천 위원장에게 계속 구애를 보냈다. 청년 지지층은 바닥도 모른 채 추락 중이고, 연속적인 실책으로 보수당에 등 돌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한 해법으로 여겨서다. 청년과 호남, 두 가지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천 위원장을 포용해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천 위원장은 이 같은 김 대표의 손을 과감히 뿌리쳤다. 

당의 일반적인 대세론에는 이 전 대표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함께 가기 힘든 반윤(반 윤석열)정서로 보는 시각이 강한 탓이다. 사실상 천 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과는 함께 갈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그들의 중심 격인 이 전 대표와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전당대회 기간 천 위원장은 ‘천하용인’에 소속돼 한 팀으로 뛰었다. 이 기간 동안 천 위원장도 상당히 많은 공격을 받았다. 배신자로 불렸던 것과는 대비될 만큼 현재 위상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급할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어서다. 청년을 위한 대책과 호남을 바라본 행보를 하려고는 하지만 어쩐지 순탄치 않다. 물 보내기 운동에 맞춰, 윤석열정부는 4대강 보로 가뭄을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러 여파들로 인해 국민의힘은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위기는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잇따른 말실수 여파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 옹호, 제주 4·3사건 비하 논란 등 벌써 3번째 실책이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침묵형을 받았고, 당분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지지를 철회한 층이 청년층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도층·수도권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김 대표 당선 직후 아주 잠시 반짝했을 뿐이다.

전통적 지지층 역시 부정 평가가 늘면서 위기감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당 지도부는 우향우 성격이 점점 짙어진다는 게 문제다. 집토끼마저 떠나갈까 노심초사 중인 탓이다.

손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
집토끼 결집도 위태위태?


게다가 김기현 당 대표는 제주 4·3사건 추념식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민생’과 서울에 일정이 있다며 참석 불가 이유를 댔다. 그는 제주도 방문 대신 2030부산세계박람회(EXPO, 엑스포) 유치 분수령인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을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사단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

김 대표의 판단으로는 엑스포의 경제적 효과 등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전당대회 기간 첫 합동연설 지역으로 김 대표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바 있던 만큼 더욱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추념식에도 지도부 일부가 방문하기는 했지만 당 대표가 직접 왔어야 한다는 것.

특히 올해 추념식은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등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해소 등의 의미가 담겼다. 정부여당 대표의 불참에 유가족들의 반발도 상당히 거셌다. 

사실 김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예정돼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당심 100%로 진행되는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잡기보다 집 토끼층을 잡으려 했다. 다른 당권 후보들보다도 보수 성향 유튜브에도 출연이 잦았다. 

당 대표 당선 때까지는 우클릭 전환이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도부 구성이 시작되자, 우려하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 줄실수 남발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다음 빅 이벤트는 총선이다. 현실적으로 텃밭층 민심도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마저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인 우려는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당에도 보내는 메시지라고 읽힌다. 

신 변호사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의 후보 시절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이 보수만 챙기고 있다”며 “이런 탓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3:4:3 판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더 얻느냐의 싸움이다. 유권자의 다수가 거주하는 수도권 표심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꼬집었다.

대체재
천하람

사실상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만 치중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실제로 다음 총선에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검사 출신이 대거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럴 경우 총선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최근 잠잠한 안철수 의원이 중도층을 공략할 인물로 떠오르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안 의원이 중도층을 포섭할 수는 있을지라도, 당내에서의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당에서 적으로 낙인찍혀 있는 인물이다. 안 의원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중도층은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이제껏 중도층이 지지를 보내 준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구미를 당길 아이템들을 제시해온 덕이다.

지금은 확장성이 필요한 시기다. 중도층이 빠져나가면서 윤 대통령의 중도층 50% 지지율 선이 붕괴됐고, 이제는 20%대까지 내려앉았다. 여권 전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중도층은 통상 적극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탓에 중도층을 선점해야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가져갈 수 있다.

이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발목만을 잡는다는 말이 나와도 소용없어졌다. 단순 민주당 핑계만 대는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도권과 중도층의 지지세가 컸기 때문이다.

충청권 역시 윤 대통령의 당선에 한몫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선심성으로 느껴지는 민심 챙기기보다는 민주당과 중도층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선점해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선 기간보다 중도층 비율은 10%p 넘게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제1당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제3지대가 탄생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형태다.


중도층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공격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민주당의 지지층이 결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실책으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대론
총선 필패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등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하나의 악재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까지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는 이 대표가 법원을 출두해도, 사법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터져도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다. 더 이상 이 대표의 리스크를 하나의 표 뺏기 수단으로만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지점을 잘 안다는 듯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다른 형식으로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다시 한번 민심 투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서 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 후보를 지도부에 단 한 명도 입성시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대신 민심을 얻었다. 당시 전당대회 구도에서 천하용인을 지지세는 민심서 더욱 두드러졌던 바 있다. 천 위원장은 민심으로부터 선두권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팀으로 움직인 점도 많은 이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핵관 대 천하용인의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었던 덕이다. 실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청년층이 지지율이 빠진 것과 전당대회서 천하용인을 지지했던 수치와 비슷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지도부가 노리는 지역들의 빈틈을 노린다. 이른바 순진(순천-진주)한 계획을 세웠다. 10년 만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해 언어 통역 봉사를 하고 경남 진주서도 교육봉사활동을 한다.

사실상 당 지도부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제주도에도 함께 방문했다는 점도 김 대표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 중도 노리며 장외 정치
김, 해결책 마련 위해 고심

제주도 참석한 자리서 이 전 대표는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언제나 진상규명과 회복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며 김 전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는 “(지도부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기본이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미스러운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당 모든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고 왔다”고 강조했다. 

천하용인은 지속적으로 민심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이는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들은 험지 등에서 자꾸만 존재감이 커져간다. 모두 국민의힘 취약 장소들이다.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들을 계속 공격하면서 자신만의 세를 불려나가는 한편,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전 징계 결정 직전 이 전 대표는 민심투어에 나서서 장외 여론전을 펼쳐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천하용인 역시 당내만을 공격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최근 천하용인의 주요 공격 지점도 민주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중도층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이다. 이 부분은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담당한다.

이 의원은 팀 블로그인 고공행진에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역시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단순히 정치적 공격이 아닌,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한 조직적인 반감을 우려해 마냥 그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계는 개혁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전당대회 당시에는 개혁 이미지가 오히려 당원에게 심판을 받았다.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민심을 자극한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장외서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한 달 만에
시험대 올라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이 본래 지지층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외연확장에 신경써야 한다. 현 상황이 김 대표의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갈 길 바쁜데… 하나씩 터지는 실책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실언 이후 이번에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다. 

조 최고위원은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대안을 묻자 “밥 한 공기를 다 비워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같은 당 김기현 대표도 “대책이 될 것 같냐”며 우려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더 많은 밥을 남기고 더 많이 버려서 해결된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에도 공격거리를 제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황당무계한 발언이라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다”고 지적하자, 조 최고위원은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행동에 대해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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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