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전환용’ 국민의힘 당권주자 4인 히든카드

어대현? 마지막 한 방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당권주자 4인이 슬슬 마지막 카드를 꺼낼 시점이 다가온다. 민심이라는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전략 하나하나, 판을 뒤집을 한 방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공방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질수록 견제 수위는 높아지고, 네거티브 공방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서로의 표를 뺏고 빼앗는 관계다. 김기현 후보와 황교안 후보,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가 노선이 겹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을 내밀거나 거칠게 뿌리치기도 한다. 

전대 대장정
후반전 돌입 

안 후보의 강점은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하다는 점이다. 소위 전국구라고 불릴 정도다. 스스로를 ‘수도권’ 총선 승리 적임자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확장성도 타 후보보다 상당하다. 다만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부분이다.

지금껏 안 후보는 대부분의 선거서 항상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선거에 돌입하면서 그는 “반드시 완주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왔다.

하지만 레이스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늘 뒷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곤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적으로 규정해버리면서 친윤(친 윤석열) 표심을 모으기에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윤심 대회가 된 이번 전당대회서 안 후보는 누구보다 윤심과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취약한 당내 지지 기반은 그를 더욱 더 반윤 프레임에 갇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킬수록 자신에게는 이득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민주당 DNA를 가지면 곤란하다”는 식의 말로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적극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도 과거 안 후보의 정치이력을 예로 들면서 “당을 해코지한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사실상 ‘멀윤’이 된 것도 모자라 김 후보의 해당 발언은 비윤(비 윤석열) 세력조차 등 돌리게 하는 발언이 됐다.

그는 자신이 보수당의 뿌리 당원임을 내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은 김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안 후보는 반윤 이미지를 뿌리치기 위해 애쓴다. 

다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친윤이다, 비윤이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른바 이도 저도 아닌 ‘낀윤’ 신세 처지다. 문제는 비윤 세력의 표 이탈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천 후보는 안 후보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회동을 제안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연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천 후보 역시 연대가 아닌 “일시적 제휴”라며 선을 그었다. 친윤으로 분류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 역시 “천안 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윤계끼리 뭉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권에서는 천안연대의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안 연대는 변수가 아니다”라며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였으면 변수가 생겼지만, 조직표 싸움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말실수와 무리수 줄여야
안, 확실한 자기노선 정해야


안 후보가 해당 회동 요청을 거절하면서 물 건너갔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천안 연대(천하람·안철수 연대)가 어그러진 것으로 평가했다. 안 후보의 연대 거절을 두고 ▲지지층이 20대와 40대 사이로 대체로 겹치는 점 ▲구조적으로 지지 세력이 나뉠 수밖에 없는 한계 등의 문제가 작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과거 경고를 받았던 안윤 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도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입장 등 안 후보 입장에선 잃을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전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대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지지율은 상대 후보에게로 향할 공산이 크다. 어느 한쪽으로 노선을 정할 경우, 더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6일, 안 후보는 “총선이 끝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공약으로 총선 공천 시스템 정비를 내세웠다.

그러나 ‘총선 사퇴설’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책임 당원의 자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할 수 있고, 오히려 안철수계를 키우기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도 높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김연경·남진 SNS 게시글 및 KTX 노선 변경 의혹 등으로 최근 곤혹을 치르고 있는 김 후보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해볼만한 승부로 보고 있다.

인물론을 반복적으로 띄워 일부 친윤 표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온다면 김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지속적으로 인물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와 함께 양강구도를 구축 중인 김 후보 역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서 과반을 얻는 게 목표다.

피 터지는
치열한 공방

물론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과거의 SNS 게시글 논란, 말실수, 거짓 발표 등이 최근 그를 괴롭히고 있는 탓이다. 김 후보의 강점은 단연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후방에서는 거대 조직이 그를 열심히 지원 중이다. 

김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낮은 인지도였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 의원이지만, 당외에선 인지도가 낮은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TV 토론회, 지역별 합동연설회 등 전대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낮은 인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안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김 후보는 복수의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후로 모든 후보의 타깃이 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김 후보에게는 과거 울산 땅 투기 의혹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과거 자신 소유의 임야와 관련해 1800배 시세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그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발하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이번 논란은 김 후보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후보의 시세차익 논란에 대해 조사단 TF까지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논란은 황 후보가 지난 토론회서 꺼내들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노선이 다소 겹치는데 김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지지층을 황 후보에게 빼앗기는 게 뼈 아플 수밖에 없다. 황 후보는 이를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어도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할 수 있고, 결선투표 시 자신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무리한 발표’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바른정당 출신 당협위원장 일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실명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참여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지지 의사를 밝힌 인물은 30명 정도였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김 후보 측은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 캠프의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름을 올린 인사 중 몇몇은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었으며, 당협위원장이었던 적도 없었다.


밀린 3·4위 
캐스팅 보터

김 후보 측이 재차 논란을 겪으면서도 무리한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데엔 조금이나마 비윤계 표심을 흡수해 과반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뒤늦게나마 중도 세력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중도 우파, 중도 좌파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으나, 목표로 한 과반을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처음부터 과도한 윤심 마케팅으로 일관해왔고, 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탓이다. 

결국 김 후보 측은 막판 선거전략으로 말실수와 무리수 차단을 목표로 정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경우, 표심 이탈은 물론 그를 밀어주는 세력에게도 의심받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관련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실에도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데 명분이 선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황 후보가 연일 김 후보에게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탓이다. 첫 토론회 당시 김 후보는 황 후보를 아군으로 인식해 손을 내밀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확실히 황 후보는 김 후보 입장에서 최대 변수 중 하나다. 김 후보 논란으로 그의 표가 이탈할수록 황 후보에게 흘러 들어간다. 최근 토론회만 봐도 황 후보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부쩍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김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 플러스 효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황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친윤 표심을 끌어올 경우 김 후보 측에서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황 후보가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김 후보의 표를 가져오게 되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연대한 뒤, 당선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황 후보 측은 김 후보와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급해진 김 후보 측에서 손을 잡자고 내밀 수도 있다. 

황, 영향력 확대로 빚지게 만들어야
천, 안정화도 공약도 함께 제시해야 

또 굳이 안 후보와 천 후보를 공격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본래 자신의 표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공격한다고 해도 굳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황 후보가 캐스팅 보터까지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게 국룰로 통한다. 

이는 황 후보의 전대 출마 목표가 결국 당 대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전대를 통해 입지를 다진 후, 세를 가늠해보는 테스트 격인 자리라는 것이다. 이후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한 후, 차기 대선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전대 막판까지 황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인물은 천 후보로 그는 등판 일주일 만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의 상승세는 한동안 뚜렷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확실한 반윤 이미지로 각인돼있기도 한 그는 안 후보와 반윤 표심을 양분하는 관계다. 이후 지역 합동 연설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 후보는 안 후보의 상승세를 잠재웠다. 

여론조사 초반만 해도 안 후보는 김 후보를 앞섰지만 일시적이었다. 그만큼 비윤 세력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나은 것으로 평가했던 셈이다.

문제는 천 후보 역시 반윤 세력으로만은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원내 정치를 해본 이력이 없다는 점도 확장성 부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는 것도 짐이다. 

앞으로 천 후보는 TV 토론회 등 공식적인 자리서 인지도를 높여가며 황 후보처럼 안 후보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 

합종연횡
결국 연대?

천 후보에겐 약간의 노선 변경도 필요해 보인다. 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개혁만을 외칠 경우 ‘안정’을 원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이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다면 연대 가능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황 후보를 띄워 김 후보의 친윤 표심을 황 후보 쪽으로 쏠리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표인 만큼 지지가 거의 굳어진 상황서 후보들이 논란을 최소화하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에서 싸울수록 올라가는 지지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반전을 향해 나아갈수록 후보 간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내부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른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없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당대회의 공방이 컨벤션 효과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안철수 등 4명의 후보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졌고,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친윤, 비윤의 몰아붙이기와 주저 앉히기에 집중됐는데, 현재는 4명이 경쟁해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