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전환용’ 국민의힘 당권주자 4인 히든카드

어대현? 마지막 한 방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당권주자 4인이 슬슬 마지막 카드를 꺼낼 시점이 다가온다. 민심이라는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전략 하나하나, 판을 뒤집을 한 방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공방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질수록 견제 수위는 높아지고, 네거티브 공방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서로의 표를 뺏고 빼앗는 관계다. 김기현 후보와 황교안 후보,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가 노선이 겹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을 내밀거나 거칠게 뿌리치기도 한다. 

전대 대장정
후반전 돌입 

안 후보의 강점은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하다는 점이다. 소위 전국구라고 불릴 정도다. 스스로를 ‘수도권’ 총선 승리 적임자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확장성도 타 후보보다 상당하다. 다만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부분이다.

지금껏 안 후보는 대부분의 선거서 항상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선거에 돌입하면서 그는 “반드시 완주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왔다.

하지만 레이스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늘 뒷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곤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적으로 규정해버리면서 친윤(친 윤석열) 표심을 모으기에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윤심 대회가 된 이번 전당대회서 안 후보는 누구보다 윤심과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취약한 당내 지지 기반은 그를 더욱 더 반윤 프레임에 갇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킬수록 자신에게는 이득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민주당 DNA를 가지면 곤란하다”는 식의 말로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적극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도 과거 안 후보의 정치이력을 예로 들면서 “당을 해코지한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사실상 ‘멀윤’이 된 것도 모자라 김 후보의 해당 발언은 비윤(비 윤석열) 세력조차 등 돌리게 하는 발언이 됐다.

그는 자신이 보수당의 뿌리 당원임을 내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은 김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안 후보는 반윤 이미지를 뿌리치기 위해 애쓴다. 

다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친윤이다, 비윤이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른바 이도 저도 아닌 ‘낀윤’ 신세 처지다. 문제는 비윤 세력의 표 이탈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천 후보는 안 후보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회동을 제안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연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천 후보 역시 연대가 아닌 “일시적 제휴”라며 선을 그었다. 친윤으로 분류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 역시 “천안 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윤계끼리 뭉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권에서는 천안연대의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안 연대는 변수가 아니다”라며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였으면 변수가 생겼지만, 조직표 싸움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말실수와 무리수 줄여야
안, 확실한 자기노선 정해야


안 후보가 해당 회동 요청을 거절하면서 물 건너갔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천안 연대(천하람·안철수 연대)가 어그러진 것으로 평가했다. 안 후보의 연대 거절을 두고 ▲지지층이 20대와 40대 사이로 대체로 겹치는 점 ▲구조적으로 지지 세력이 나뉠 수밖에 없는 한계 등의 문제가 작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과거 경고를 받았던 안윤 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도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입장 등 안 후보 입장에선 잃을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전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대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지지율은 상대 후보에게로 향할 공산이 크다. 어느 한쪽으로 노선을 정할 경우, 더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6일, 안 후보는 “총선이 끝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공약으로 총선 공천 시스템 정비를 내세웠다.

그러나 ‘총선 사퇴설’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책임 당원의 자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할 수 있고, 오히려 안철수계를 키우기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도 높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김연경·남진 SNS 게시글 및 KTX 노선 변경 의혹 등으로 최근 곤혹을 치르고 있는 김 후보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해볼만한 승부로 보고 있다.

인물론을 반복적으로 띄워 일부 친윤 표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온다면 김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지속적으로 인물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와 함께 양강구도를 구축 중인 김 후보 역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서 과반을 얻는 게 목표다.

피 터지는
치열한 공방

물론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과거의 SNS 게시글 논란, 말실수, 거짓 발표 등이 최근 그를 괴롭히고 있는 탓이다. 김 후보의 강점은 단연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후방에서는 거대 조직이 그를 열심히 지원 중이다. 

김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낮은 인지도였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 의원이지만, 당외에선 인지도가 낮은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TV 토론회, 지역별 합동연설회 등 전대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낮은 인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안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김 후보는 복수의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후로 모든 후보의 타깃이 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김 후보에게는 과거 울산 땅 투기 의혹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과거 자신 소유의 임야와 관련해 1800배 시세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그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발하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이번 논란은 김 후보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후보의 시세차익 논란에 대해 조사단 TF까지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논란은 황 후보가 지난 토론회서 꺼내들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노선이 다소 겹치는데 김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지지층을 황 후보에게 빼앗기는 게 뼈 아플 수밖에 없다. 황 후보는 이를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어도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할 수 있고, 결선투표 시 자신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무리한 발표’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바른정당 출신 당협위원장 일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실명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참여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지지 의사를 밝힌 인물은 30명 정도였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김 후보 측은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 캠프의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름을 올린 인사 중 몇몇은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었으며, 당협위원장이었던 적도 없었다.


밀린 3·4위 
캐스팅 보터

김 후보 측이 재차 논란을 겪으면서도 무리한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데엔 조금이나마 비윤계 표심을 흡수해 과반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뒤늦게나마 중도 세력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중도 우파, 중도 좌파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으나, 목표로 한 과반을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처음부터 과도한 윤심 마케팅으로 일관해왔고, 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탓이다. 

결국 김 후보 측은 막판 선거전략으로 말실수와 무리수 차단을 목표로 정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경우, 표심 이탈은 물론 그를 밀어주는 세력에게도 의심받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관련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실에도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데 명분이 선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황 후보가 연일 김 후보에게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탓이다. 첫 토론회 당시 김 후보는 황 후보를 아군으로 인식해 손을 내밀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확실히 황 후보는 김 후보 입장에서 최대 변수 중 하나다. 김 후보 논란으로 그의 표가 이탈할수록 황 후보에게 흘러 들어간다. 최근 토론회만 봐도 황 후보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부쩍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김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 플러스 효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황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친윤 표심을 끌어올 경우 김 후보 측에서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황 후보가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김 후보의 표를 가져오게 되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연대한 뒤, 당선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황 후보 측은 김 후보와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급해진 김 후보 측에서 손을 잡자고 내밀 수도 있다. 

황, 영향력 확대로 빚지게 만들어야
천, 안정화도 공약도 함께 제시해야 

또 굳이 안 후보와 천 후보를 공격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본래 자신의 표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공격한다고 해도 굳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황 후보가 캐스팅 보터까지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게 국룰로 통한다. 

이는 황 후보의 전대 출마 목표가 결국 당 대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전대를 통해 입지를 다진 후, 세를 가늠해보는 테스트 격인 자리라는 것이다. 이후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한 후, 차기 대선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전대 막판까지 황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인물은 천 후보로 그는 등판 일주일 만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의 상승세는 한동안 뚜렷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확실한 반윤 이미지로 각인돼있기도 한 그는 안 후보와 반윤 표심을 양분하는 관계다. 이후 지역 합동 연설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 후보는 안 후보의 상승세를 잠재웠다. 

여론조사 초반만 해도 안 후보는 김 후보를 앞섰지만 일시적이었다. 그만큼 비윤 세력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나은 것으로 평가했던 셈이다.

문제는 천 후보 역시 반윤 세력으로만은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원내 정치를 해본 이력이 없다는 점도 확장성 부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는 것도 짐이다. 

앞으로 천 후보는 TV 토론회 등 공식적인 자리서 인지도를 높여가며 황 후보처럼 안 후보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 

합종연횡
결국 연대?

천 후보에겐 약간의 노선 변경도 필요해 보인다. 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개혁만을 외칠 경우 ‘안정’을 원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이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다면 연대 가능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황 후보를 띄워 김 후보의 친윤 표심을 황 후보 쪽으로 쏠리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표인 만큼 지지가 거의 굳어진 상황서 후보들이 논란을 최소화하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에서 싸울수록 올라가는 지지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반전을 향해 나아갈수록 후보 간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내부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른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없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당대회의 공방이 컨벤션 효과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안철수 등 4명의 후보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졌고,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친윤, 비윤의 몰아붙이기와 주저 앉히기에 집중됐는데, 현재는 4명이 경쟁해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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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