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보수 여전사’ 조수진

“대통령을 공격해? 있을 수 없는 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는 이전 지도부에 속해 있었던 인사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퇴했고, 이번 3·8 전대를 통한 지도부 재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조 후보는 호남의 딸, 보수의 여전사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일요시사>가 조 후보를 만나 최고위원 출마 이유, 차기 지도부의 중요성, 총선 관전 포인트 등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섰다. 출마 이유는?

▲이번 지도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여당으로서 민생, 정책을 함께 챙기고 뒷받침해야 한다. 전당대회에 나선 모든 후보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뒷받침을 위한 ‘총선 승리’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내년 총선서 제1당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절실하다.

국회에선 국민의힘은 여전히 소수 야당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 비영남 출신으로서 수도권 승리를 돕는 최고위원이 되고자 한다. 당의 근본을 지키면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자부한다.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2020년 4월 힘없는 소수 야당에 들어와 치열하게 싸우고, 논리적으로 맞섰다. 그간의 활약을 당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선거든 끝까지 해야 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국회서 했던 활동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공보단장에 임명해줬다는 게 크다. 윤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에 깊이 공감했던 점을 높이 샀던 게 아닌가 한다. 

-본인의 강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남인이라는 점이다. 호남 출신이 국민의힘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국민통합’의 정책과 기조를 가지고 활동해온 점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활동 면에서는 상임위에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치열하게 일한다는 마인드로 했던 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위원 출마자로서 내세우는 공약은?

▲지난해 3월9일 정권교체를 이뤘고, 6월1일 지방선거서도 많은 곳에서 지방 권력교체도 해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에 의석이 밀린다. 반드시 내년 4월에는 우리 당이 승리해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 전까지 우리 당은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치열하고, 논리적이며, 전투력 있게 싸우는 게 필요하다.

윤정부 성공 뒷받침 위해 출마
내년 총선 수도권 승리는 필수


나는 이 부분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 또 윤 대통령이 구상을 이야기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입법으로 뒷받침해왔다.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대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이 밖에 최종적으로 지도부서 결정하겠지만 선거제도 정당 개혁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러닝메이트는 누구인가?

▲최고위원 후보인데 누군가와 손을 잡으면 힘이 실릴 수 있지만 내 개성이 빠진다. 정치라는 건 때로는 함께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따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 비전과 구상을 평가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에 구성될 지도부는 이전 지도부와 어떤 차이가 있나?

▲2년 전 지도부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지도부다. 그런 뜻에서 30대 0선 대표를 뽑아줬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당원이 품은 열망에 대해 배신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정권교체를 한 뒤 걸핏하면 가출하고, 대통령 후보를 발목잡고, 당내 인사를 SNS에 올려 조리돌림을 했다. 이런 탓에 많은 사람이 상실감이 와버렸다.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비상체제가 오래 지속됐다.

이런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 이번 지도부는 그런 점에서 이 전 대표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그래서 두 전당대회는 완전히 별개로 결부시키면 안 된다. 다음 지도부는 반드시 총선 승리를 통해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친윤 vs 비윤 세력의 대결구도로 보는 이가 많은데?

▲윤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지도 않았다. 비윤이라고 분류된 분들은 언론에 항의해야 한다. 비윤이라고 불리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행동은 해당 행위로 잘못됐다.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통령 공약을 비판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전당대회를 이렇게 늦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당 대표가 분탕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이 계속 흔들려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서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굉장히 크다. 

-당정 일체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당정 일체가 아니라 여당의 숙명이 당정대라는 용어에서 비롯된다. 당이라는 단어가 먼저 나온다. 정부나 대통령의 생각, 철학, 정국 구상이 여당에서 법안이나 정책으로 바뀌어서 국회서 통과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당은 이 점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여당의 책무다. 과거 열린우리당 때의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홀대했다. 인정을 안 하려고 했다.


민주당과 싸움 위해서 선봉장으로
“떼로 몰려다니는 이유 이해 안 가”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정당 정치는 책임 정치다. 이런 게 실종돼버렸다. 그래서 대통령과 당에서 모든 것을 서로의 책임이 아니라고 떠넘겼다. 이런 탓에 당 대표가 3개월에 한 번씩 바뀌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가가 지금 우리 전략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책임 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당정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정일체는 거부감이 드는 단어다. 이 때문에 당정 관계 재정립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다음 지도부는 총선 승리가 필수 과제다. 일각에선 지도부 구성 전부터 공천 파동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선거 때 공천을 해본 경험이 있다.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100% 만족시키는 공천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과거 총선 패배를 복기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말처럼 당시 비례대표들 같은 경우에는 542명을 공모해놓고 다 바꿨다. 훌륭하신 분들도 있지만, 국민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과거 공천 파동을 겪었다


▲영등포서 뛰던 사람을 송파로 보내고, 경북서 진 사람을 서울에 떠미는 행동은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행동이다. 무분별한 낙하산 공천으로 이는 전략공천과는 완전 별개다. 가령 어떤 인물이 필승 카드인데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선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전략적으로 내는 게 맞다.

-내년 총선 관전 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이 4년 동안 국회서 180석이나 가지고 무엇을 했느냐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다. 위선과 내로남불 때문에 정권교체가 됐는데, 여전히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이재명 예산, 이재명 법안에만 매달린다. 국민께서 상식과 법치에 입각한 윤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고 믿는다.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반드시 먹고사는 문제, 민생을 책임지는 실용정당의 면모를 보여드릴 기회다. 

-이준석계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한데 뭉쳐 전대를 치르고 있다

▲왜 떼로 뭉치는지 모르겠다. 정치는 본인 스스로가 해야 한다. 내 구상과 비전을 평가받는 자리다. 그런데 대리 출전했다. 선거로 압축되는 민주주의 역사가 거꾸로 퇴색하는 행위다. 내가 왜 지도부가 돼야 하는지, 총선 지도부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가 써준 것을 읽고, 지역의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을 이야기한다.

“이준석에게 오히려 내가 당했다”
당정 일체보다는 당정 융화 적절

천하람 후보는 과거 내가 참 많이 도왔다. 지난해 5월, 우리 당이 광주에 갔을 때 내 돈으로 기차표를 다 끊어서 천 후보와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나이로 따지면 나보다 어리지만,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 천 후보가 누군가를 대리해 당 대표 후보에 나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에 성상납 무마 시도를 당직자에게 시켰다가 문제가 되면서 당이 폭망의 길을 걸었다. 현재 당원이 아닌 사람이 전당대회 안에 들어온 게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우리는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 논란과 관련해 추문이 나오면 거기에 송구하다고 해명도 하고 사실관계도 따져야 한다. 이러면 우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다를 게 없다. 나는 피해자다. 내가 당했다.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 대표 상황 때문에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자신이 부여받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으니 피해자다. 그리고 SNS에 매번 누군가의 이름을 띄워놓고 조리돌림하는데 선거기 때문에 인내했다. 당 대표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가 나왔다고 색출하라고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항명이라고 했었다. 정당 민주주의를 모른다. 그때 억울했지만, 선거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다.

-친윤이라고 불리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당했는데…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당원 1명이 2표를 행사한다. 친윤 후보가 많아서 표 분산이 많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아직 전대가 끝나지 않았고, 선거라는 것은 마지막까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모두 컷오프를 통과한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고위원 후보 13명 중 8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비윤은 2명뿐이다. 이번 지도부는 소수 여당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고, 국회서도 싸워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 내부 총질이 나온다.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원 100% 투표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정확히 의견이 일치할지 지켜봐야 알기 때문에 예단하기 쉽지 않다. 다만 당원들이 현명하게 생각하리라 믿는다. 우리 당원들은 프로다. 출마자들은 당원들에게 현명하게 생각해달라고 계속 호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민주당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불복도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해왔고, 장외서 투쟁까지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치열하고, 전투력 있게 논리적으로 싸울 사람이 지도부 맨 앞에 서야 한다. 나는 당의 근본을 지키면서 외연 확장할 수 있는 후보다. 선봉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반드시 헌신하는 지도부, 개혁하는 지도부로 당을 이끌겠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