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보수 여전사’ 조수진

“대통령을 공격해? 있을 수 없는 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는 이전 지도부에 속해 있었던 인사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퇴했고, 이번 3·8 전대를 통한 지도부 재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조 후보는 호남의 딸, 보수의 여전사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일요시사>가 조 후보를 만나 최고위원 출마 이유, 차기 지도부의 중요성, 총선 관전 포인트 등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섰다. 출마 이유는?

▲이번 지도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여당으로서 민생, 정책을 함께 챙기고 뒷받침해야 한다. 전당대회에 나선 모든 후보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뒷받침을 위한 ‘총선 승리’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내년 총선서 제1당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절실하다.

국회에선 국민의힘은 여전히 소수 야당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 비영남 출신으로서 수도권 승리를 돕는 최고위원이 되고자 한다. 당의 근본을 지키면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자부한다.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2020년 4월 힘없는 소수 야당에 들어와 치열하게 싸우고, 논리적으로 맞섰다. 그간의 활약을 당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선거든 끝까지 해야 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국회서 했던 활동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공보단장에 임명해줬다는 게 크다. 윤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에 깊이 공감했던 점을 높이 샀던 게 아닌가 한다. 

-본인의 강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남인이라는 점이다. 호남 출신이 국민의힘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국민통합’의 정책과 기조를 가지고 활동해온 점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활동 면에서는 상임위에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치열하게 일한다는 마인드로 했던 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위원 출마자로서 내세우는 공약은?

▲지난해 3월9일 정권교체를 이뤘고, 6월1일 지방선거서도 많은 곳에서 지방 권력교체도 해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에 의석이 밀린다. 반드시 내년 4월에는 우리 당이 승리해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 전까지 우리 당은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치열하고, 논리적이며, 전투력 있게 싸우는 게 필요하다.

윤정부 성공 뒷받침 위해 출마
내년 총선 수도권 승리는 필수


나는 이 부분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 또 윤 대통령이 구상을 이야기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입법으로 뒷받침해왔다.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대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이 밖에 최종적으로 지도부서 결정하겠지만 선거제도 정당 개혁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러닝메이트는 누구인가?

▲최고위원 후보인데 누군가와 손을 잡으면 힘이 실릴 수 있지만 내 개성이 빠진다. 정치라는 건 때로는 함께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따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 비전과 구상을 평가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에 구성될 지도부는 이전 지도부와 어떤 차이가 있나?

▲2년 전 지도부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지도부다. 그런 뜻에서 30대 0선 대표를 뽑아줬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당원이 품은 열망에 대해 배신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정권교체를 한 뒤 걸핏하면 가출하고, 대통령 후보를 발목잡고, 당내 인사를 SNS에 올려 조리돌림을 했다. 이런 탓에 많은 사람이 상실감이 와버렸다.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비상체제가 오래 지속됐다.

이런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 이번 지도부는 그런 점에서 이 전 대표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그래서 두 전당대회는 완전히 별개로 결부시키면 안 된다. 다음 지도부는 반드시 총선 승리를 통해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친윤 vs 비윤 세력의 대결구도로 보는 이가 많은데?

▲윤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지도 않았다. 비윤이라고 분류된 분들은 언론에 항의해야 한다. 비윤이라고 불리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행동은 해당 행위로 잘못됐다.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통령 공약을 비판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전당대회를 이렇게 늦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당 대표가 분탕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이 계속 흔들려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서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굉장히 크다. 

-당정 일체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당정 일체가 아니라 여당의 숙명이 당정대라는 용어에서 비롯된다. 당이라는 단어가 먼저 나온다. 정부나 대통령의 생각, 철학, 정국 구상이 여당에서 법안이나 정책으로 바뀌어서 국회서 통과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당은 이 점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여당의 책무다. 과거 열린우리당 때의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홀대했다. 인정을 안 하려고 했다.


민주당과 싸움 위해서 선봉장으로
“떼로 몰려다니는 이유 이해 안 가”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정당 정치는 책임 정치다. 이런 게 실종돼버렸다. 그래서 대통령과 당에서 모든 것을 서로의 책임이 아니라고 떠넘겼다. 이런 탓에 당 대표가 3개월에 한 번씩 바뀌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가가 지금 우리 전략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책임 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당정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정일체는 거부감이 드는 단어다. 이 때문에 당정 관계 재정립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다음 지도부는 총선 승리가 필수 과제다. 일각에선 지도부 구성 전부터 공천 파동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선거 때 공천을 해본 경험이 있다.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100% 만족시키는 공천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과거 총선 패배를 복기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말처럼 당시 비례대표들 같은 경우에는 542명을 공모해놓고 다 바꿨다. 훌륭하신 분들도 있지만, 국민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과거 공천 파동을 겪었다


▲영등포서 뛰던 사람을 송파로 보내고, 경북서 진 사람을 서울에 떠미는 행동은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행동이다. 무분별한 낙하산 공천으로 이는 전략공천과는 완전 별개다. 가령 어떤 인물이 필승 카드인데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선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전략적으로 내는 게 맞다.

-내년 총선 관전 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이 4년 동안 국회서 180석이나 가지고 무엇을 했느냐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다. 위선과 내로남불 때문에 정권교체가 됐는데, 여전히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이재명 예산, 이재명 법안에만 매달린다. 국민께서 상식과 법치에 입각한 윤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고 믿는다.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반드시 먹고사는 문제, 민생을 책임지는 실용정당의 면모를 보여드릴 기회다. 

-이준석계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한데 뭉쳐 전대를 치르고 있다

▲왜 떼로 뭉치는지 모르겠다. 정치는 본인 스스로가 해야 한다. 내 구상과 비전을 평가받는 자리다. 그런데 대리 출전했다. 선거로 압축되는 민주주의 역사가 거꾸로 퇴색하는 행위다. 내가 왜 지도부가 돼야 하는지, 총선 지도부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가 써준 것을 읽고, 지역의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을 이야기한다.

“이준석에게 오히려 내가 당했다”
당정 일체보다는 당정 융화 적절

천하람 후보는 과거 내가 참 많이 도왔다. 지난해 5월, 우리 당이 광주에 갔을 때 내 돈으로 기차표를 다 끊어서 천 후보와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나이로 따지면 나보다 어리지만,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 천 후보가 누군가를 대리해 당 대표 후보에 나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에 성상납 무마 시도를 당직자에게 시켰다가 문제가 되면서 당이 폭망의 길을 걸었다. 현재 당원이 아닌 사람이 전당대회 안에 들어온 게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우리는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 논란과 관련해 추문이 나오면 거기에 송구하다고 해명도 하고 사실관계도 따져야 한다. 이러면 우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다를 게 없다. 나는 피해자다. 내가 당했다.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 대표 상황 때문에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자신이 부여받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으니 피해자다. 그리고 SNS에 매번 누군가의 이름을 띄워놓고 조리돌림하는데 선거기 때문에 인내했다. 당 대표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가 나왔다고 색출하라고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항명이라고 했었다. 정당 민주주의를 모른다. 그때 억울했지만, 선거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다.

-친윤이라고 불리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당했는데…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당원 1명이 2표를 행사한다. 친윤 후보가 많아서 표 분산이 많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아직 전대가 끝나지 않았고, 선거라는 것은 마지막까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모두 컷오프를 통과한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고위원 후보 13명 중 8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비윤은 2명뿐이다. 이번 지도부는 소수 여당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고, 국회서도 싸워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 내부 총질이 나온다.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원 100% 투표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정확히 의견이 일치할지 지켜봐야 알기 때문에 예단하기 쉽지 않다. 다만 당원들이 현명하게 생각하리라 믿는다. 우리 당원들은 프로다. 출마자들은 당원들에게 현명하게 생각해달라고 계속 호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민주당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불복도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해왔고, 장외서 투쟁까지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치열하고, 전투력 있게 논리적으로 싸울 사람이 지도부 맨 앞에 서야 한다. 나는 당의 근본을 지키면서 외연 확장할 수 있는 후보다. 선봉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반드시 헌신하는 지도부, 개혁하는 지도부로 당을 이끌겠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