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끝까지 나답게’ 허은아

“이 당,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나라는 국회의원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세금 주기 아깝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민의힘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당의 때를 벗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미지 컨설턴트 출신답게 의원실은 입구부터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돼있었다. 

딱딱한 인상보다는 환하게 열려 있으니 누구든 들어오라는 이미지마저 느껴진다. 허 후보는 오로지 민생을 위해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허 후보를 만나 출마 이유,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당원 이야기, 공약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허은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공정·혁신이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또 한 가지는 선출직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부분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유를 말하고, 공정한 사다리를 마련하려면 공정한 시스템이 늘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사람이 혁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개혁파다. 

-최고위원 출마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출마 이유는?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당 이미지는 바뀌었다.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이 돼야 하는데, 공정도 자유도 사라지고 폭력과 구태가 횡행한 상태다. 이 안에서 ‘내가 지켜봐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꼭 나여야만 할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스스로 자질이 있는지도 되돌아봤다. 두 번째는 겁이 났다. 지금 당내 분위기 자체가 약간 겁나는 분위기다. 

-출마 고민을 상당 기간 동안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20대라면 덜 두려웠을 것이다. 20대부터 실패를 많이 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DNA가 내재해 도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사실 좀 겁났다. 아이도 있고, 나보다 가족 생각에서다.

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허은아답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권력을 얻겠다고 시작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난 당당하다. 

자유·공정·혁신 최우선 가치로
현장서도 윤핵관 겁나 몰래 응원  

-현장에선 어떤 목소리를 들었나?


▲시장도 가고 현장 가서 당원 목소리, 국민 목소리를 들어보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신다. 당 좀 살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몰래 불러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혹시라도 우리가 잘못될까 봐 그러신단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우리가 상당히 걱정되시나 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사실 존경까지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배운 대로 정치인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상식으로 일을 해왔다. 당원들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부분을 갖고 존경한다, 고맙다. 이준석 전 대표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얼마나 일을 못해서, 우리 당이 도대체 어떻게 해왔기에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지긋하신 60, 70대 분들이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게 힘들지 않나?

▲대구서 출발해서 경북 영천·군위·의성·상주·문경까지 여러 곳을 갔다. 군위는 시장에 가기로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고 가지 말라고 들었다. 그 정도다. 마지막에 갔던 곳도 상점에 딱 두 분이 계셨다. 문경도 나름 큰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현장에 가면 꼭 시장을 찾는다. 큰 시장이 아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이다. 막상 도착하면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람도 없다. 어르신 몇 분이 거기서 장사하고 계신다. 지역 시장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장사하시며 40년째 책임당원으로 계신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께선 내게 “젊은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 힘들겠다”며 걱정해주셔서 너무 미안했다. 그 시장은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뭐 했길래 이렇게 방치하듯이 돼있는지 모르겠다. 동원한 사람들 모아놓고 외치게 했던 그 시장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영남 지역에 대해서 소외된 분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당내 상황이 혼란을 거듭하는 이유를 진단한다면?

▲당내 상황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권력욕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지만 너무 도가 지나쳤다. 새 옷을 입고 우리가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약속을 분명 드렸다. 야당에 있을 때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속했는데 여당이 되면서 뒤에 숨어있던 구태 세력들이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으로 당을 망쳤다.


정상적인 상황이 비상 상황으로 변했다. 18년 동안 당이 변화하던 모습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로 만들고 이 전 대표를 날리면서 두 사람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당 대표 후보한테까지 하는 행위는 상식적이지 않다. 당원들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면서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핵관을 향해 비판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

▲지금 윤핵관과 싸우는 건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자신들만의 권력을 위해 보수의 가치나 당내 민주주의를 흔드는 이들이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그분들이 더 흔들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기존 정치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텐데…

▲작금의 시대정신은 세대교체로 본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가 공부할 때 교과서 격으로 사용하던 <수학의 정석>을 지금은도 똑같이 사용할까? 여의도 문법이라는 것도 기존 문법과 현재 문법, 미래 문법이 계속 달라진다. 이런 부분을 기존의 세력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꽉 쥐고 있는 부분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권력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당 망쳐
‘천하용인 상식적인 것’ 하는 사람들

-국민의힘 상황 중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변인단 공개 선발을 통해 청년들이 우리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30대 후반 여성분들도 많이 유입됐다. 완전히 판도가 바뀐 상황에서 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 계신 어른들도 알고 계신다고 한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최근에는 잠잠하다

▲전면에 나서는 게 역효과라는 걸 스스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리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대서 이슈된 부분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모두가 컷오프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후반전에 임하는 각오는?

▲꼭 당선된다. 과거의 문법에 절대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민심 속에 있는 당원의 마음을 끌어내겠다. 나에게는 아직 여러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도부에 입성해서 이루고 싶은 일은?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지도부가 되고 싶다. 말로만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예전에 했던 일이 고객 만족과 감동시키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기초해서 진행해야 한다. 당원들이 표를 줄 때만 당원이 주인이 되는 건 위험하다. 평상시에도 당원을 주인처럼 모시고, 당원은 우리를 위해 뛰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도부나 리더가 이끌 때 당원들은 따라줬다.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행해야 하는 게 공천 혁명이다. 반드시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 혁명은 낙하산 공천을 없애서 기존에 열심히 일하고, 투쟁한 인물에게 보상해주는 것과 같다.

적어도 공천 시스템이 공정하다, 내가 도전할만하다는 느낌을 들도록 해야 한다. 또 권력 자체를 당원과 국민에게 되돌려드리는 일을 하겠다. 이런 이유에서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 

-안 후보도 공천을 당원으로부터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내가 내세우는 공천개혁은 경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나와서 싸우고 싶으면 당당하게 평가받자는 게 다르다. 경선하고 선택을 받으면 된다. 선택은 결국 당원 몫이다.

“총질 말하는 사람 
국민 복장에 총질”

윗사람이 평가하면 안 된다. 공천권 때문에 지금까지 권력끼리 싸움을 벌여왔다. 공천 혁명은 나에게 하나의 키워드와 같다. 

-천하용인은 개혁보수임을 자처한다. 개혁보수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자유와 공정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 당은 뻔한 걸 안 해서 문제다. 천하용인은 상식적인 것을 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주의서 빠져나와 국민에게 가깝게, 또 당연하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를 움직이기 위해 현재를 걸어간다. 이런 인물들이 개혁보수다. 

-일각에선 너무 개혁보수 목소리만 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내 안정을 원하는 당원도 상당수 있는데?

▲윤핵관이 전형적으로 원하는 프레임이다. 맹목적인 추종과 결 자체가 다르다. 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목소리만 따라가는 건 북쪽에 계신 분들이 하는 것이다. 난 한 가지 생각과 의견만 내는 걸 반대한다. 당선만 되면 쓴소리보다 더한 소리를 하겠다. 우리 당을 위해서라도. 

-내부 총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프레임이다. 정상적·상식적으로 하면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선전·선동하고 있다. 아주 ‘민주당스럽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민주당과 전쟁을 치르려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부 총질을 말하는 사람은 ‘국민 복장 총질러’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어떻게 내부 총질인지 모르겠다. 현장 좀 다녀봤으면 좋겠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당선된다면 공천 시스템이 개선될 거라고 보나?

▲기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비례대표제도 번호 순번을 바꿔 기존처럼 하겠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분명 당원이 주인이라고 김 후보도 외친다. 당원이 주인이라면 당원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 당원과 약속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전 지도부서 사퇴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다시 출마했는데…

▲이번 전대는 보궐선거나 다름없다. 조 후보는 민주당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일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바꿔 자신들이 또 나왔다. 이걸 갖고 우리 당은 얼마나 많은 비판을 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인은 어떤지 되돌아봐야 한다.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스스로 사퇴했다. 멀쩡했던 지도부를 비대위로 만들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대충 할 거라면, 출마도 안 했다. 각오는 충분히 돼있고, 당원들이 조금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응원가를 부르는 것으로 폄훼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응원가를 부르는 이유는 당원들이 원해서다.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한 명의 당원이라도 원했기 때문에 했던 일이다.

당원의 말은 고객의 요청과 비슷하다.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윤 프레임, 이준석 프레임, 아바타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다. 제발 당원만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나는 이 당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