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끝까지 나답게’ 허은아

“이 당,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나라는 국회의원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세금 주기 아깝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민의힘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당의 때를 벗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미지 컨설턴트 출신답게 의원실은 입구부터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돼있었다. 

딱딱한 인상보다는 환하게 열려 있으니 누구든 들어오라는 이미지마저 느껴진다. 허 후보는 오로지 민생을 위해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허 후보를 만나 출마 이유,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당원 이야기, 공약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허은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공정·혁신이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또 한 가지는 선출직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부분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유를 말하고, 공정한 사다리를 마련하려면 공정한 시스템이 늘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사람이 혁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개혁파다. 

-최고위원 출마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출마 이유는?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당 이미지는 바뀌었다.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이 돼야 하는데, 공정도 자유도 사라지고 폭력과 구태가 횡행한 상태다. 이 안에서 ‘내가 지켜봐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꼭 나여야만 할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스스로 자질이 있는지도 되돌아봤다. 두 번째는 겁이 났다. 지금 당내 분위기 자체가 약간 겁나는 분위기다. 

-출마 고민을 상당 기간 동안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20대라면 덜 두려웠을 것이다. 20대부터 실패를 많이 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DNA가 내재해 도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사실 좀 겁났다. 아이도 있고, 나보다 가족 생각에서다.

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허은아답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권력을 얻겠다고 시작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난 당당하다. 

자유·공정·혁신 최우선 가치로
현장서도 윤핵관 겁나 몰래 응원  

-현장에선 어떤 목소리를 들었나?


▲시장도 가고 현장 가서 당원 목소리, 국민 목소리를 들어보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신다. 당 좀 살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몰래 불러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혹시라도 우리가 잘못될까 봐 그러신단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우리가 상당히 걱정되시나 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사실 존경까지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배운 대로 정치인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상식으로 일을 해왔다. 당원들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부분을 갖고 존경한다, 고맙다. 이준석 전 대표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얼마나 일을 못해서, 우리 당이 도대체 어떻게 해왔기에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지긋하신 60, 70대 분들이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게 힘들지 않나?

▲대구서 출발해서 경북 영천·군위·의성·상주·문경까지 여러 곳을 갔다. 군위는 시장에 가기로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고 가지 말라고 들었다. 그 정도다. 마지막에 갔던 곳도 상점에 딱 두 분이 계셨다. 문경도 나름 큰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현장에 가면 꼭 시장을 찾는다. 큰 시장이 아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이다. 막상 도착하면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람도 없다. 어르신 몇 분이 거기서 장사하고 계신다. 지역 시장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장사하시며 40년째 책임당원으로 계신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께선 내게 “젊은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 힘들겠다”며 걱정해주셔서 너무 미안했다. 그 시장은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뭐 했길래 이렇게 방치하듯이 돼있는지 모르겠다. 동원한 사람들 모아놓고 외치게 했던 그 시장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영남 지역에 대해서 소외된 분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당내 상황이 혼란을 거듭하는 이유를 진단한다면?

▲당내 상황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권력욕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지만 너무 도가 지나쳤다. 새 옷을 입고 우리가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약속을 분명 드렸다. 야당에 있을 때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속했는데 여당이 되면서 뒤에 숨어있던 구태 세력들이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으로 당을 망쳤다.


정상적인 상황이 비상 상황으로 변했다. 18년 동안 당이 변화하던 모습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로 만들고 이 전 대표를 날리면서 두 사람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당 대표 후보한테까지 하는 행위는 상식적이지 않다. 당원들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면서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핵관을 향해 비판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

▲지금 윤핵관과 싸우는 건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자신들만의 권력을 위해 보수의 가치나 당내 민주주의를 흔드는 이들이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그분들이 더 흔들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기존 정치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텐데…

▲작금의 시대정신은 세대교체로 본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가 공부할 때 교과서 격으로 사용하던 <수학의 정석>을 지금은도 똑같이 사용할까? 여의도 문법이라는 것도 기존 문법과 현재 문법, 미래 문법이 계속 달라진다. 이런 부분을 기존의 세력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꽉 쥐고 있는 부분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권력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당 망쳐
‘천하용인 상식적인 것’ 하는 사람들

-국민의힘 상황 중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변인단 공개 선발을 통해 청년들이 우리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30대 후반 여성분들도 많이 유입됐다. 완전히 판도가 바뀐 상황에서 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 계신 어른들도 알고 계신다고 한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최근에는 잠잠하다

▲전면에 나서는 게 역효과라는 걸 스스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리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대서 이슈된 부분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모두가 컷오프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후반전에 임하는 각오는?

▲꼭 당선된다. 과거의 문법에 절대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민심 속에 있는 당원의 마음을 끌어내겠다. 나에게는 아직 여러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도부에 입성해서 이루고 싶은 일은?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지도부가 되고 싶다. 말로만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예전에 했던 일이 고객 만족과 감동시키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기초해서 진행해야 한다. 당원들이 표를 줄 때만 당원이 주인이 되는 건 위험하다. 평상시에도 당원을 주인처럼 모시고, 당원은 우리를 위해 뛰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도부나 리더가 이끌 때 당원들은 따라줬다.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행해야 하는 게 공천 혁명이다. 반드시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 혁명은 낙하산 공천을 없애서 기존에 열심히 일하고, 투쟁한 인물에게 보상해주는 것과 같다.

적어도 공천 시스템이 공정하다, 내가 도전할만하다는 느낌을 들도록 해야 한다. 또 권력 자체를 당원과 국민에게 되돌려드리는 일을 하겠다. 이런 이유에서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 

-안 후보도 공천을 당원으로부터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내가 내세우는 공천개혁은 경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나와서 싸우고 싶으면 당당하게 평가받자는 게 다르다. 경선하고 선택을 받으면 된다. 선택은 결국 당원 몫이다.

“총질 말하는 사람 
국민 복장에 총질”

윗사람이 평가하면 안 된다. 공천권 때문에 지금까지 권력끼리 싸움을 벌여왔다. 공천 혁명은 나에게 하나의 키워드와 같다. 

-천하용인은 개혁보수임을 자처한다. 개혁보수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자유와 공정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 당은 뻔한 걸 안 해서 문제다. 천하용인은 상식적인 것을 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주의서 빠져나와 국민에게 가깝게, 또 당연하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를 움직이기 위해 현재를 걸어간다. 이런 인물들이 개혁보수다. 

-일각에선 너무 개혁보수 목소리만 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내 안정을 원하는 당원도 상당수 있는데?

▲윤핵관이 전형적으로 원하는 프레임이다. 맹목적인 추종과 결 자체가 다르다. 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목소리만 따라가는 건 북쪽에 계신 분들이 하는 것이다. 난 한 가지 생각과 의견만 내는 걸 반대한다. 당선만 되면 쓴소리보다 더한 소리를 하겠다. 우리 당을 위해서라도. 

-내부 총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프레임이다. 정상적·상식적으로 하면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선전·선동하고 있다. 아주 ‘민주당스럽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민주당과 전쟁을 치르려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부 총질을 말하는 사람은 ‘국민 복장 총질러’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어떻게 내부 총질인지 모르겠다. 현장 좀 다녀봤으면 좋겠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당선된다면 공천 시스템이 개선될 거라고 보나?

▲기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비례대표제도 번호 순번을 바꿔 기존처럼 하겠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분명 당원이 주인이라고 김 후보도 외친다. 당원이 주인이라면 당원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 당원과 약속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전 지도부서 사퇴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다시 출마했는데…

▲이번 전대는 보궐선거나 다름없다. 조 후보는 민주당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일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바꿔 자신들이 또 나왔다. 이걸 갖고 우리 당은 얼마나 많은 비판을 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인은 어떤지 되돌아봐야 한다.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스스로 사퇴했다. 멀쩡했던 지도부를 비대위로 만들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대충 할 거라면, 출마도 안 했다. 각오는 충분히 돼있고, 당원들이 조금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응원가를 부르는 것으로 폄훼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응원가를 부르는 이유는 당원들이 원해서다.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한 명의 당원이라도 원했기 때문에 했던 일이다.

당원의 말은 고객의 요청과 비슷하다.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윤 프레임, 이준석 프레임, 아바타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다. 제발 당원만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나는 이 당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