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당 문지기 자청한 안철수

“난 건강한 보수 DNA를 가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이번에는 다르다. 더 이상의 철수도 양보도 없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의 이야기다. 출마를 선언하고부터 전국을 다니며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를 다시 봤다는 말들이다. 실제 당원들도 안 후보가 수도권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평가한다. 

정치권에서도 안 후보가 총선서만큼은 확실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본다. 대선 등 여러 대형 선거를 치른 경험을 가진 안 후보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일요시사>가 안 후보에게 수도권 170석의 확보 방안, 당 대표로서의 공약,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김기현 당 대표 후보 논란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마 초기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청취했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당원들이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나를 새롭게 봤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 조작이 정말 심했다. 그런데 당원분들께서 만나보니 이렇게 유쾌하고 진솔한 사람인 줄 몰랐다고 나에 관해 말들 하신다. 앞으로도 열심히 당원들을 만나 뵙고 오해를 풀어드릴 생각이다. 

또, 영남서도 줄곧 강조해오던 수도권 승리의 중요성을 당원들께서 잘 알고 계셨다. 영남 어느 당협에 가도 반드시 내년 총선서 수도권을 탈환해 우리 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라는 숙제를 내셨다. 


-총선 사령관으로 본인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한 이유는?

▲늘 강조해왔지만, 내년 총선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지난 총선 때 우리 당은 121석의 수도권 의석 중 17석밖에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115석의 조그마한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따라서 내년 총선 승리의 열쇠는 수도권서 중도, 2030세대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수도권의 중도층과 청년세대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도덕성과 개혁이다. 나는 사회서 정직하게 성공을 일구고 재산의 절반은 환원했다.

또 정치하는 동안 늘 개혁 의제를 선도해왔다. 이런 이유가 내가 수도권에서 득표력을 유지한 비결이다. 수도권서 확장성 있는 당 대표가 반드시 총선 사령관이 돼야 한다.

-최근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지지율 상승을 위한 발판으로 마련한 전략은?

▲지금 시대가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사안은 바로 ‘개혁’과 ‘도덕성’이다. 모든 당 대표 후보는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꾀하려면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당을 어떻게 더 개혁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당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윤 대통령의 3대 개혁과 국정운영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나는 이미 이에 대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도덕성 역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지금이 보수가 진보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우리가 계속해서 도덕적인 문제로 공격당한다면 내년 총선은 필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개혁과 도덕성 부문은 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명백히 우위에 있다. 이런 선명한 차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당원들을 설득해내겠다.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자신이 실버 크로스를 이뤘다고 주장하는데…


▲실버 크로스는 천 후보의 희망사항이다. 신뢰성 낮은 ARS 여론조사 한두 개로 그런 주장을 한다. 천 후보의 주장이 희망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신뢰 가능한 면접원 전화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다. 여전히 나와 김 후보가 확고한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윤 대통령과 공천 상의는 위험한 일
민주당, 이재명 없는 선거 준비할 듯

다만 천 후보가 아무리 김 후보를 공격해도 김 후보는 이를 회피하지만, 김 후보는 나만 공격한다. 김 후보도 결선 상대가 내가 될 것임을 잘 알아서다. 

-일각에선 결선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천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천 후보가 호남서 패기 넘치는 도전을 하는 점, 참신한 시각으로 당의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높이 평가한다.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나와 천 후보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선투표까지 가서 나와 김 후보가 대결하게 되면, 천 후보 지지자들께서 나를 선택해주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공천을 윤 대통령과 협의하는 게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헌법 제7조엔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가 명시돼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대법원서 실형 2년의 유죄 선고가 있기도 했다. 즉, 윤 대통령과 공천에 대해 상의하겠다는 건 대통령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말이다. 김 후보가 여러 실수를 연발하고 있는데, 만약 당 대표가 돼 실제로 공천 시 얼마나 더 큰 실수를 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여당의 역할은 두 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대통령실서 하고자 하는 일을 국회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용산서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할 때 그걸 정확하게 지적하고 여론에 맞는 더 좋은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용산은 민심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다.

국회는 지역구 의원이 워낙 많다 보니 민심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총선서 승리하려면 당 대표가 전자의 역할만 해서는 안 되고, 후자의 역할도 잘해야 한다.

-총선서 170석 승리를 자신했다. 그래서 캠프 이름도 V170으로 정했다. 어떻게 170석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수도권 탈환을 통한 총선 압승 전략이다. 후반전에 돌입한 현재 전당대회 초기와 달라진 부분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의 조기 붕괴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없는 총선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달라지면 그에 걸맞은 다른 답을 내놔야 한다. 이 대표를 전제로 한 전략은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이 대표를 반드시 극복하고 혁신적인 총선을 준비하려 들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도덕성 경쟁, 개혁 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힘도 민주당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개혁을 선보여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3차례 혁신안을 발표해 이미 그 준비를 마친 상태로, 세상에 내놓을 일만 남았다. 이미 1차 혁신안에서 ‘개혁과 반개혁’의 구도를 만들어 민주당을 제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책임당원 배심원제 등을 띄웠다. 구상한 공천개혁 시스템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책임당원 배심원제는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현역 의원을 책임당원이 직접 거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막말이나 저질 행태 등으로 국민과 당원의 지적을 받은 현역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아닌 책임당원 배심원단과 여론조사의 검증을 거쳐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게 포인트다.

책임당원 선거인단제는 비례대표의 순위를 책임당원 투표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고, 스스로 당비를 내가며 정권교체와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고 묵묵히 헌신해오셨던 선배 당원들에게 권리를 돌려드리는 일이다.

“결선까지 가면 천하람 표 몰린다”
김기현 땅 문제 해결 못 하면 필패


-김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민주당 DNA를 가진 인물, 당을 해코지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상당히 수준 낮은 공격이다. 태영호 의원이 김정은(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DNA를 갖고 있나?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감사원장을 역임한 최재형 의원,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이 문재인 DNA를 갖고 있나? 상대를 더 잘 알기에 더 잘 싸울 수 있는 게 이들의 강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당의 약점과 강점을 잘 알기에 더 잘 싸울 수 있어 당 대표 적임자다. 

-김 후보는 현재 울산 땅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향후 총선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누구보다 민주당 여론조작 방식을 잘 안다. 투기, 이해충돌 의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부동산 의혹은 우리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중요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그 주장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름의 자료를 내놓을 테고, 지속적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다. 김 후보가 땅 문제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총선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LH 사태가 터진 4·7 재보궐선거, 대장동 사건이 터졌던 지난 20대 대선이 민주당 패배 원인의 분명한 예다. 사전에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황교안 당 대표 후보는 가짜 보수와 함께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가짜 보수가 아니라 건강한 보수다. 보수의 핵심은 헌신과 도덕성에 있다. 당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가 아니라, 당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고 자격을 갖췄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점들이 당원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나는 4·7 재보선에 몸을 던져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렸다.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선택해 이 대표의 당선을 막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 결과가 윤 대통령의 당선이다. 다른 후보 중에서 도덕성에 한 점 의혹이 없는 깨끗한 후보다. 보수 유권자들이 바라는 청렴과 헌신의 가치에 제가 가장 잘 부합한다.

-다음 총선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을 회복할 방안은?

▲3대 개혁을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4명의 후보들 중에서 오직 나만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지원 방안을 상세히 밝혔다. 3대 개혁 범국민추진지원단, 100일 개혁 투어, 연금개혁추진 여야 공동선언으로 총선 전까지 소수 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윤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으로서 반드시 3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윤 정부의 개혁을 총력 지원해 정부와 당 지지율의 동반 상승을 이루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잠깐 민주당에 있었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나만큼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의 실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지난 대선서 단일화한 이유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이룬 지금 내 목표는 윤 정부의 성공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은 첫째도 총선 승리, 둘째도 총선 승리, 셋째도 총선 승리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국민의힘 문지기를 맡고 싶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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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