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대 동물권 단체 케어 ‘막가는’ 이사님 실체

개, 사람, 단체…거슬리면 손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상해로 실형 선고, 타 동물권 단체를 네 차례 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 CCTV 속 개 폭행 의혹까지. 동물권 단체 ‘케어’ 이사 A씨의 민낯이다. 그는 지난달 법정 구속되기 전까지 케어 내부의 각종 ‘중책’을 도맡았다. 개 농장 철폐 조직 ‘와치독’을 기획해 활동을 주도했고, 기부금 모집 자격을 박탈당한 케어의 후원금 ‘꼼수 수령’을 도왔다. 이 때문에 케어는 그의 흠결을 알고도 감추기 바빴다.

“개 농장주, 전기톱 들고 나와 목 조르는 폭력까지. 꽉 졸린 목에는 상처가 선명합니다. 살인미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케어는 지난해 5월의 어느 날을 이같이 기록했다. 현장서 케어 소속 활동가인 A 이사가 위협·폭행당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칠순 노인을…

지난달 13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A 이사에게 징역 8월을, 개 농장주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초, 충북 음성군 소재의 B씨 소유 개 농장 인근서 쌍방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사건 발생 직후 케어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와치독(케어 산하 개농장 철폐 조직) 후원 독려문에서 A 이사를 일방적인 피해자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A 이사가 전치 1주, B씨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더군다나 아직 중년인 A씨와 달리 B씨는 칠순을 앞둔 노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사건에 관한 사정기관 수사기록 일부와 1심 판결문을 입수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사건 당일 B씨는 인근 야산서 벌목 작업을 마치고 농장에 돌아오던 길에 A 이사 일행을 발견했다. 당시 이들은 농장 주변을 배회하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앞서 와치독이 지자체에 B씨 농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개 농장이 사라지지 않자, 재차 방문한 것이다. A 이사 일행은 “사진을 지우라”는 B씨 요구를 무시한 채 자리를 뜨려 했다. B씨가 A 이사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이사는 쓰러진 B씨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B씨는 현장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이 확보한 진단서에 따르면 B씨는 갈비뼈와 척추 골절, 고막 파열 등의 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고막 영구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건 직후 A 이사는 목과 허리, 골반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양측은 서로를 고소했고,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합의하지 않았다.

“살인미수 당했다” 주장했는데…
법원은 A 이사에 1심 실형 선고

A 이사는 수사 초반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B씨를 진찰한 의사들은 경찰에 “상해가 단순한 신체 제한·압박보단 폭행에 의한 것일 개연성이 크다”는 소견을 전했다. 결국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고, 1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이사에 관해 “피해자 상해 정도가 중하다.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으며,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도 불량하므로 실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가한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워 벌금형에 처한다”면서도 “범행의 발단을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적었다. 케어가 언급했던 ‘전기톱 위협’은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A 이사는 항소했다. B씨 측은 항소 대신 A 이사에 대한 민사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부터 해당 사건에 관한 케어 측 입장을 수차례 문의해왔다. 하지만 케어는 지난해 5월 첫 통화에서 “농장주 상태는 모르겠고 우리 활동가가 다쳤다” “이런 게 기삿거리나 되나. 수많은 동물이 잔인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데 그런 건 왜 기사화하지 않나” 등의 답변을 낸 이후로 줄곧 추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케어 측은 1심 선고 이후에도 과거 올린 게시물의 사실관계를 정정하지 않았다. 글과 함께 올렸던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지만, 글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신 케어는 지난달 25일 올린 게시물에서 A 이사 사건을 언급했다. 게시물이 올라온 건 이미 A 이사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의 시점이다.

하지만 케어는 “(A 이사가)개 농장주와의 실랑이로 재판을 받게 됐다”고만 적었다. A 이사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계속 감추는 모양새다.

케어 내부 사정에 밝은 동물권 활동가들은 “케어는 A 이사를 ‘손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 이사는 케어의 ‘돈줄’에 엮인 핵심 인사”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A 이사는 와치독 활동 전반에 등장한다. 조직 내 4명뿐인 ‘기획자’이자, 구속 직전까지 전반적인 단원 교육과 현장 활동 등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와치독은 강경한 활동 방침(1413호 <단독> 국내 3대 동물권 단체 ‘케어’ 보호소 비참한 현실)을 내세워 상당한 후원금을 모았다. 2019년 ‘무분별 안락사 폭로’ 뒤 후원금 모집에 고전하던 케어는 2021년 와치독 활동을 개시하면서 반등했다. 당해 하반기에 결성된 와치독은 불과 반년 만에 케어의 총수입 20%(전년 대비) 상승을 견인했다.

핵심 돈줄 관리한 핵심 인물 
줄고소 등 그동안 행적 입길

아울러 A 이사는 케어의 ‘꼼수 모금’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케어의 기부금품법 위반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서울시는 케어에 기부금품 모집등록 말소 처분 사전 통지를 내렸다. 

케어는 즉각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당분간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케어는 A 이사가 따로 운영하는 동물 보호소의 후원계좌를 공개하고 후원자들에게 ‘우회 후원’을 요구했다. 케어의 홈페이지와 SNS에는 ‘케어가 구조하고 ○○○(해당 보호소명)이 보호합니다’라는 문구가 걸렸다.

일종의 꼼수를 통해 지자체 행정처분을 무력화한 셈이다. 서울시는 우회 모금 행위의 위법성을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케어에 추가 처분을 내릴지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일요시사>는 케어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던 도중 A 이사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 두 가지를 접했다. 제보에 따르면 A이사는 과거에 개를 폭행한 전력이 있고, 다른 동물권 단체를 마치 개 농장처럼 ‘줄고소’하려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A 이사가 개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입수했다. CCTV 화면에 기록된 사건 시점은 2020년 5월23일이다. 1분 남짓한 짧은 영상은 애견카페로 추정되는 장소를 담고 있다. 

A 이사는 영상 초반 방 한가운데 서 있다가 개들이 서로 뒤엉키자 그쪽으로 향한다. A 이사가 CCTV 사각지대에 걸쳐 급격히 하반신을 움직이자, A 이사 앞에 있던 대형견이 방 반대편으로 달려간다. 불과 10초 뒤, A 이사는 해당 대형견의 목과 가슴 사이를 발로 가격한다.

또 A 이사는 지난해 1월 타 동물권 단체 한 곳을 ▲절도 ▲주거침입 ▲명예훼손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단체활동가들이 자신의 보호소를 드나들며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모두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또 다른 의혹

고소당한 단체는 A 이사가 앙심을 품고 무고를 남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2021년까지 A 이사의 보호소에 위탁업무를 맡겼다가, 자체 보호소가 건립되면서 거래를 끊었다. A 이사의 줄고소는 거래관계가 끊긴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일요시사>는 현재 구속 중인 A 이사를 대신해 그의 법률대리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