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3대 동물권 단체 ‘케어’ 보호소 비참한 현실

더러운 개농장과 다를 것 없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케어의 ‘내로남불’식 잣대는 유별나다. 같은 법을 어겼지만 남의 개 농장은 철폐 대상, 자신들 보호소는 수호 대상이다. 개 농장에서 개가 죽으면 학대지만, 보호소에서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케어에게 구조‘당한’ 동물 중 일부는 구조 이후에도 비참한 삶만 살다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면죄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입맛대로 재단한 ‘공익’ 아래 ‘셀프 부여’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와치독’은 2021년 여름, 정식으로 결성된 케어 산하의 개 농장 철폐 조직이다. 이들의 목표는 전국의 모든 개 농장을 문 닫게 하는 것. 무허가 개 농장, 불법 도살 등을 자행하는 불법 개 농장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는 개 농장 역시 이들에겐 ‘타도 대상’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케어와 와치독은 “모든 개 농장이 동물 학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다른 동물권 단체들도 개 식용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대부분의 개 농장 철폐 시도는 불법 개 농장에 국한된다.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는 개 농장은 없앨 근거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이보다 더 과격한 활동 목표를 내건 와치독의 후원 규모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케어 출신 활동가들은 “과거 ‘무단 안락사 사태’로 부침을 겪던 케어가 와치독 결성을 계기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김영환 케어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총회서 “회원이 늘었다. 이대로라면 연말쯤 케어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치독은 결성 직후부터 케어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를 방증하듯 케어의 전·현직 대표와 이사 등은 스스로 ‘와치독 기획자’ 자리에 올라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 중이다. 와치독이라고 해서 없는 문제를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대신 이들은 일종의 ‘우회 공격’을 통해 개 농장을 사냥한다. 이들은 개 농장이 위치한 땅·건물에 넣어볼 수 있는 모든 민원을 마구잡이로 제기한다.

<일요시사>는 와치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 지자체에 보낸 민원서 원문을 확보했다. 와치독은 한 개농장 주소를 특정한 뒤 ▲건축법 ▲국토계획법 ▲농지법 ▲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사료관리법 ▲가축분뇨법 ▲액화석유가스법 ▲물환경보전법 ▲하수도법 ▲지방세법 위반 여부를 판단, 처분을 요구했다. 

민원 답변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선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등에 관한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스·수도·재산세 법 위반을 이유로 행정처분이 예고됐다. 

와치독은 이 같은 주객전도적 상황도 개의치 않는다. 어떤 ‘빈틈’이라도 포착하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와치독은 지자체에겐 엄한 행정처분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개 농장주에겐 “계속 버티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며 폐업을 종용한다. 지난달 와치독은 후원자들에게 “지난해 개농장 218곳을 타격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와치독의 이 같은 행보가 상식과 동떨어져 보일 수는 있다. 다만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부차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위법 사항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진짜 문제는 케어와 와치독의 ‘이중잣대’다. 케어가 직접 운영하는 보호소들은 각종 위법 사항들을 안은 채 수년째 운영 중이다. 와치독 활동 경험이 있는 한 동물권 활동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와치독이 케어 보호소를 친다면 즉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외에도 동물권 활동가 다수가 케어 보호소의 위법 요소를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케어 직영 보호소 두 곳의 위법 사항을 직접 살펴봤다. 이때 ‘와치독이 케어를 치는’ 상황을 상정하기 위해 와치독의 민원서 양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맥을 고려한 최소한의 수정을 거친 뒤 케어 보호소 주소를 적어넣었다. 민원서 분량은 A4용지 2페이지를 가뿐히 채웠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말 각 지자체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충북 충주시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케어 보호소 두 곳은 모두 건축법과 농지법을 위반해 꾸준히 행정처분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충주시는 충주 보호소가 가축분뇨법까지 위반 중이라고 알려왔다.

불법 현장 사냥…확인해보니 ‘내로남불’
각종 위법·행정처분 폭탄 “방법이 없다”

케어는 보호소를 지을 수 없는 곳에 보호소 건축을 강행했다. 현행법상 농지 소유자는 농지를 농업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건 ‘농지 불법전용 행위’로 명명된 금지사항이다.

같은 맥락에서 농지에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일명 ‘농막’이라 불리는 작은 휴게시설을 제외하고는 천장이 막힌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케어는 건축법을 수차례 위반했다. 케어는 과거 충주 보호소에서 위반건축물이 적발된 뒤 이행강제금 부과 직전에 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충주시 현장점검에서 또다시 위반건축물 2~3동이 발견됐다. 

설령 두 보호소 부지가 농지가 아니라고 해도, 케어는 보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두 땅 모두 가축사육 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다. 물론 케어와 와치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불과 지난달에도 케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개 농장을 없애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뒤 근거로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언급했다.

일단 개 농장을 없애면 옮겨갈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와치독 활동이 본격화된 뒤에도, 케어는 “위법 사항을 시정하라”는 지자체 권고를 줄곧 무시해왔다. 이에 각 지자체는 케어에 이행강제금 부과, 폐쇄 명령, 고발 등 각종 행정처분으로 대응 중이다.

특히 충주 보호소는 2017년 처음 행정처분이 내려진 이래로 꾸준히 시설 폐쇄 및 퇴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케어 측은 충주시에 “보호소 이전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나가겠다”며 폐쇄 명령 이행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케어는 보호소를 옮기지 않았다.

충주시는 “폐쇄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폐쇄 명령을 재개했고, 케어는 2021년 4월과 지난해 6월 연이어 내려진 폐쇄 명령에 모두 불응했다.


수년간 법을 어겨온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충주시는 박소연 전 대표를 농지법 위반으로, 김 대표를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충주 보호소 부지 문제로 이행강제금 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도긴개긴
동물 방치

박 전 대표는 압류를 막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한 달에 200만원씩 분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충주시는 박 전 대표에게 이행강제금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케어가 위법 사항을 조속히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케어는 수년 전부터 보호소 이전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케어는 2021년 충청권 모처에 김 대표 명의로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케어는 이곳에도 보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이곳 역시 가축사육 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케어는 관할 지자체에 보호소 건립 허가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끝내 반려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동물권 활동가는 <일요시사>에 “결국 부지 매입도, 이행강제금 납부도 후원금으로 하지 않겠느냐”며 “운영진 역량 부족 때문에 후원금이 계속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소 건립 부지를 선정할 때 가축사육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건 상식이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도 확인할 수 있다”며 “보호소를 지으려고 보호소 못 짓는 땅을 사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케어의 ‘자충수’와는 별개로, 케어의 위법 행위는 ‘동물권 보장’이라는 대의 아래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접촉한 복수의 케어 출신 활동가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케어 보호소의 열악한 실태를 문제 삼았다.

케어에서 나온 뒤에도 한동안 케어 산하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한 활동가는 “사람들이 개 농장보다 보호소에 더 호의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안에 있는 아이들(동물)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보호소 쪽이 훨씬 좋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케어 보호소의 아이들 처우는 개 농장에 갇혀 있던 시절에 비해 나아졌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시설부터 관리까지 모든 게 너무 열악하다”며 “간판 떼고 보면 (여기가)개 농장인지, 보호소인지 구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호된 공익이 없는데 어떻게 위법 사항을 눈감아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케어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수년 전에도 지적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무단 안락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함께 도마에 올랐다. 턱없이 낮은 위탁 비용, 배정 예산 대비 초라한 시설 등이 주된 비판거리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케어 보호소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케어 보호소를 드나든 이들이 촬영한 보호소 내부 사진 수십장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충주와 홍성 보호소는 물론, 동두천에 위치한 위탁보호소 내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장기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 사진이 대다수였다. 길고 떡져 오래된 솜처럼 뭉친 털과 걸을 때 방해될 정도로 자란 발톱은 예사다. 피부염과 교상 등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데도, 마땅한 치료 없이 방치된 듯한 사례도 여럿이었다. 이끼와 진흙 범벅인 바닥에 온몸이 더럽혀진 모습도 보였다.

비공개
보호소

케어 보호소에선 유독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되는 개 시신이 많았다. 무리한 합사가 주된 원인이었다. 이미 수년 전 알려진 대로 박 전 대표는 새로운 구조활동에 나설 때마다 보호소에 안락사와 합사를 지시했다. 새로운 개들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개들에게는 어느 쪽이든 죽는 길이었다. 순화 교육이 미처 이뤄지지 않은 개들도 마구잡이로 합사됐다. 개들은 허술한 관리 아래 서로를 물어 죽였다. 성별 구분 없이 함께 밀어 넣은 탓에 종종 임신하는 개들도 생겨났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2019년 12월29일, 충주 보호소에서 개 한 마리가 또다시 물려 죽었다. 얼마 전 박 전 대표가 자유롭게 풀어놓은 개들이 서로를 공격한 것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표의 첫마디는 “낮에 이랬다고요? XX놈들”이었다.

이는 검찰이 박 전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기소한 지 불과 이틀 뒤 벌어진 일이다.

활동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보호소 속 개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줄곧 방치됐다. 동물 사체는 보호소 속 냉동창고로 옮겨졌다. 사체를 감싼 비닐이나 이불이 사체에 엉겨 붙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냉동창고를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돈이다. 사체를 처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처리를 미루고 냉동창고에 쌓아둔다. 지난해 동두천 보호소 냉동창고에선 사체 한 구가 후원받은 간식 상자 아래에 깔린 채로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활동가가 보호소장에게 항의하자, 소장은 “사체 처리비를 제때 주지 않는 케어 운영진에게 따져라”고 받아쳤다. 

떳떳하지 않으니 문을 열어둘 수도 없다. 케어는 해당 보호소 3곳을 사실상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케어 후원자는 물론 활동가들도 정기적인 출입이 어렵다.

지난해 <일요시사>는 정확한 내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한 후원자의 동두천 보호소 방문에 동행했다. 그는 케어의 오랜 후원자이지만, 보호소에 한 번 방문하기 위해 수년간 운영진을 설득했다고 한다. 내부 상황은 앞서 입수한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끼와 진흙이 가득했던 바닥만은 깨끗했다. 외부인이 온다고 급히 치운 기색이 역력했다. 심지어 견사 내·외부의 거미줄 등은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았다.

열악한 보호소, 수년 전에도 입방아
“달라진 것 없어…처참한 죽음 계속”

수년 간의 설득 끝에 얻어낸 견학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보호소 내부를 자유롭게 살펴볼 수도 없었다. 보호소장이 집요하게 따라붙어 미리 정해둔 듯한 동선으로 유도했고, 보호소의 외국인 노동자와는 끊임없이 눈이 마주쳤다.

동행한 후원자는 결국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열했다. 그는 “말로만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열악한 줄은 몰랐다. 집에서 데리고 있을 여건이 안 돼 ○○(개인 후원하는 개 이름)를 저기 맡겨둔 건데, 그동안 힘들게 지냈을 걸 생각하니 너무 죄스럽다”고 털어놨다.

케어 보호소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보호소 상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케어 보호소들은 주로 소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관리한다. 그런데 이들이 동물 보호 업무의 전문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보니, 자원봉사자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보호소에 들어갈 수 있는 봉사자들은 극히 소수다. 보호소 내부 사정을 보고도 함구할 정도로 ‘검증’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 노동자·동물 등 보호소 식구들과 오랜 유대감을 쌓아온 케어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비정기적인 봉사활동에 나선다. 또 긴 시간 봉사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때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사진과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 그리고 폐쇄성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케어의 보호소 관리가 유독 미진한 이유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단적인 예로, 케어는 동두천 보호소에 개를 한 마리 위탁할 때마다 월 5만원 안팎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는 통상적인 ‘시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일요시사>가 복수의 동물권 단체에 문의한 결과, 평균적인 보호소 위탁비는 대형견 기준 월 20만원 안팎이다.

위탁 보호소 이용 경험이 있는 동물권 단체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위탁비로 월 5만원을 지급하면 (위탁 동물에게)최소한의 여건도 보장해주기 어렵다. 위탁 보호소 측이 필수적인 미용, 의료행위조차 거부할 수 있다. 이들 입장에서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운영진의 무관심도 보호소 여건 개선의 걸림돌이다. 케어 출신 활동가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와 김 대표를 비롯한 대표·이사진은 보호소를 잘 찾지 않는다. “1년에 1~2번 방문해 사진을 찍는 게 전부”라는 비판 섞인 목격담도 나왔다.

연락 거부
답변 거절

<일요시사>는 케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케어 홈페이지에 기재된 사무실 주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케어 사무실은 보이지 않았다. 내부 상황을 봤을 때 리모델링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유선상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1일, 김 대표는 다른 기자 전화기로 건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김 대표는 “전화하지 말라”며 대차게 전화를 끊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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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