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3대 동물권 단체 ‘케어’ 보호소 비참한 현실

더러운 개농장과 다를 것 없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케어의 ‘내로남불’식 잣대는 유별나다. 같은 법을 어겼지만 남의 개 농장은 철폐 대상, 자신들 보호소는 수호 대상이다. 개 농장에서 개가 죽으면 학대지만, 보호소에서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케어에게 구조‘당한’ 동물 중 일부는 구조 이후에도 비참한 삶만 살다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면죄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입맛대로 재단한 ‘공익’ 아래 ‘셀프 부여’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와치독’은 2021년 여름, 정식으로 결성된 케어 산하의 개 농장 철폐 조직이다. 이들의 목표는 전국의 모든 개 농장을 문 닫게 하는 것. 무허가 개 농장, 불법 도살 등을 자행하는 불법 개 농장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는 개 농장 역시 이들에겐 ‘타도 대상’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케어와 와치독은 “모든 개 농장이 동물 학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다른 동물권 단체들도 개 식용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대부분의 개 농장 철폐 시도는 불법 개 농장에 국한된다.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는 개 농장은 없앨 근거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이보다 더 과격한 활동 목표를 내건 와치독의 후원 규모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케어 출신 활동가들은 “과거 ‘무단 안락사 사태’로 부침을 겪던 케어가 와치독 결성을 계기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김영환 케어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총회서 “회원이 늘었다. 이대로라면 연말쯤 케어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치독은 결성 직후부터 케어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를 방증하듯 케어의 전·현직 대표와 이사 등은 스스로 ‘와치독 기획자’ 자리에 올라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 중이다. 와치독이라고 해서 없는 문제를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대신 이들은 일종의 ‘우회 공격’을 통해 개 농장을 사냥한다. 이들은 개 농장이 위치한 땅·건물에 넣어볼 수 있는 모든 민원을 마구잡이로 제기한다.

<일요시사>는 와치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 지자체에 보낸 민원서 원문을 확보했다. 와치독은 한 개농장 주소를 특정한 뒤 ▲건축법 ▲국토계획법 ▲농지법 ▲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사료관리법 ▲가축분뇨법 ▲액화석유가스법 ▲물환경보전법 ▲하수도법 ▲지방세법 위반 여부를 판단, 처분을 요구했다. 

민원 답변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선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등에 관한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스·수도·재산세 법 위반을 이유로 행정처분이 예고됐다. 

와치독은 이 같은 주객전도적 상황도 개의치 않는다. 어떤 ‘빈틈’이라도 포착하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와치독은 지자체에겐 엄한 행정처분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개 농장주에겐 “계속 버티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며 폐업을 종용한다. 지난달 와치독은 후원자들에게 “지난해 개농장 218곳을 타격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와치독의 이 같은 행보가 상식과 동떨어져 보일 수는 있다. 다만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부차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위법 사항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진짜 문제는 케어와 와치독의 ‘이중잣대’다. 케어가 직접 운영하는 보호소들은 각종 위법 사항들을 안은 채 수년째 운영 중이다. 와치독 활동 경험이 있는 한 동물권 활동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와치독이 케어 보호소를 친다면 즉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외에도 동물권 활동가 다수가 케어 보호소의 위법 요소를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케어 직영 보호소 두 곳의 위법 사항을 직접 살펴봤다. 이때 ‘와치독이 케어를 치는’ 상황을 상정하기 위해 와치독의 민원서 양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맥을 고려한 최소한의 수정을 거친 뒤 케어 보호소 주소를 적어넣었다. 민원서 분량은 A4용지 2페이지를 가뿐히 채웠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말 각 지자체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충북 충주시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케어 보호소 두 곳은 모두 건축법과 농지법을 위반해 꾸준히 행정처분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충주시는 충주 보호소가 가축분뇨법까지 위반 중이라고 알려왔다.

불법 현장 사냥…확인해보니 ‘내로남불’
각종 위법·행정처분 폭탄 “방법이 없다”

케어는 보호소를 지을 수 없는 곳에 보호소 건축을 강행했다. 현행법상 농지 소유자는 농지를 농업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건 ‘농지 불법전용 행위’로 명명된 금지사항이다.

같은 맥락에서 농지에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일명 ‘농막’이라 불리는 작은 휴게시설을 제외하고는 천장이 막힌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케어는 건축법을 수차례 위반했다. 케어는 과거 충주 보호소에서 위반건축물이 적발된 뒤 이행강제금 부과 직전에 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충주시 현장점검에서 또다시 위반건축물 2~3동이 발견됐다. 

설령 두 보호소 부지가 농지가 아니라고 해도, 케어는 보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두 땅 모두 가축사육 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다. 물론 케어와 와치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불과 지난달에도 케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개 농장을 없애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뒤 근거로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언급했다.

일단 개 농장을 없애면 옮겨갈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와치독 활동이 본격화된 뒤에도, 케어는 “위법 사항을 시정하라”는 지자체 권고를 줄곧 무시해왔다. 이에 각 지자체는 케어에 이행강제금 부과, 폐쇄 명령, 고발 등 각종 행정처분으로 대응 중이다.

특히 충주 보호소는 2017년 처음 행정처분이 내려진 이래로 꾸준히 시설 폐쇄 및 퇴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케어 측은 충주시에 “보호소 이전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나가겠다”며 폐쇄 명령 이행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케어는 보호소를 옮기지 않았다.

충주시는 “폐쇄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폐쇄 명령을 재개했고, 케어는 2021년 4월과 지난해 6월 연이어 내려진 폐쇄 명령에 모두 불응했다.


수년간 법을 어겨온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충주시는 박소연 전 대표를 농지법 위반으로, 김 대표를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충주 보호소 부지 문제로 이행강제금 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도긴개긴
동물 방치

박 전 대표는 압류를 막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한 달에 200만원씩 분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충주시는 박 전 대표에게 이행강제금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케어가 위법 사항을 조속히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케어는 수년 전부터 보호소 이전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케어는 2021년 충청권 모처에 김 대표 명의로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케어는 이곳에도 보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이곳 역시 가축사육 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케어는 관할 지자체에 보호소 건립 허가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끝내 반려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동물권 활동가는 <일요시사>에 “결국 부지 매입도, 이행강제금 납부도 후원금으로 하지 않겠느냐”며 “운영진 역량 부족 때문에 후원금이 계속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소 건립 부지를 선정할 때 가축사육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건 상식이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도 확인할 수 있다”며 “보호소를 지으려고 보호소 못 짓는 땅을 사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케어의 ‘자충수’와는 별개로, 케어의 위법 행위는 ‘동물권 보장’이라는 대의 아래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접촉한 복수의 케어 출신 활동가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케어 보호소의 열악한 실태를 문제 삼았다.

케어에서 나온 뒤에도 한동안 케어 산하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한 활동가는 “사람들이 개 농장보다 보호소에 더 호의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안에 있는 아이들(동물)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보호소 쪽이 훨씬 좋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케어 보호소의 아이들 처우는 개 농장에 갇혀 있던 시절에 비해 나아졌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시설부터 관리까지 모든 게 너무 열악하다”며 “간판 떼고 보면 (여기가)개 농장인지, 보호소인지 구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호된 공익이 없는데 어떻게 위법 사항을 눈감아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케어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수년 전에도 지적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무단 안락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함께 도마에 올랐다. 턱없이 낮은 위탁 비용, 배정 예산 대비 초라한 시설 등이 주된 비판거리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케어 보호소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케어 보호소를 드나든 이들이 촬영한 보호소 내부 사진 수십장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충주와 홍성 보호소는 물론, 동두천에 위치한 위탁보호소 내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장기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 사진이 대다수였다. 길고 떡져 오래된 솜처럼 뭉친 털과 걸을 때 방해될 정도로 자란 발톱은 예사다. 피부염과 교상 등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데도, 마땅한 치료 없이 방치된 듯한 사례도 여럿이었다. 이끼와 진흙 범벅인 바닥에 온몸이 더럽혀진 모습도 보였다.

비공개
보호소

케어 보호소에선 유독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되는 개 시신이 많았다. 무리한 합사가 주된 원인이었다. 이미 수년 전 알려진 대로 박 전 대표는 새로운 구조활동에 나설 때마다 보호소에 안락사와 합사를 지시했다. 새로운 개들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개들에게는 어느 쪽이든 죽는 길이었다. 순화 교육이 미처 이뤄지지 않은 개들도 마구잡이로 합사됐다. 개들은 허술한 관리 아래 서로를 물어 죽였다. 성별 구분 없이 함께 밀어 넣은 탓에 종종 임신하는 개들도 생겨났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2019년 12월29일, 충주 보호소에서 개 한 마리가 또다시 물려 죽었다. 얼마 전 박 전 대표가 자유롭게 풀어놓은 개들이 서로를 공격한 것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표의 첫마디는 “낮에 이랬다고요? XX놈들”이었다.

이는 검찰이 박 전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기소한 지 불과 이틀 뒤 벌어진 일이다.

활동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보호소 속 개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줄곧 방치됐다. 동물 사체는 보호소 속 냉동창고로 옮겨졌다. 사체를 감싼 비닐이나 이불이 사체에 엉겨 붙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냉동창고를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돈이다. 사체를 처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처리를 미루고 냉동창고에 쌓아둔다. 지난해 동두천 보호소 냉동창고에선 사체 한 구가 후원받은 간식 상자 아래에 깔린 채로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활동가가 보호소장에게 항의하자, 소장은 “사체 처리비를 제때 주지 않는 케어 운영진에게 따져라”고 받아쳤다. 

떳떳하지 않으니 문을 열어둘 수도 없다. 케어는 해당 보호소 3곳을 사실상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케어 후원자는 물론 활동가들도 정기적인 출입이 어렵다.

지난해 <일요시사>는 정확한 내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한 후원자의 동두천 보호소 방문에 동행했다. 그는 케어의 오랜 후원자이지만, 보호소에 한 번 방문하기 위해 수년간 운영진을 설득했다고 한다. 내부 상황은 앞서 입수한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끼와 진흙이 가득했던 바닥만은 깨끗했다. 외부인이 온다고 급히 치운 기색이 역력했다. 심지어 견사 내·외부의 거미줄 등은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았다.

열악한 보호소, 수년 전에도 입방아
“달라진 것 없어…처참한 죽음 계속”

수년 간의 설득 끝에 얻어낸 견학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보호소 내부를 자유롭게 살펴볼 수도 없었다. 보호소장이 집요하게 따라붙어 미리 정해둔 듯한 동선으로 유도했고, 보호소의 외국인 노동자와는 끊임없이 눈이 마주쳤다.

동행한 후원자는 결국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열했다. 그는 “말로만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열악한 줄은 몰랐다. 집에서 데리고 있을 여건이 안 돼 ○○(개인 후원하는 개 이름)를 저기 맡겨둔 건데, 그동안 힘들게 지냈을 걸 생각하니 너무 죄스럽다”고 털어놨다.

케어 보호소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보호소 상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케어 보호소들은 주로 소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관리한다. 그런데 이들이 동물 보호 업무의 전문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보니, 자원봉사자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보호소에 들어갈 수 있는 봉사자들은 극히 소수다. 보호소 내부 사정을 보고도 함구할 정도로 ‘검증’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 노동자·동물 등 보호소 식구들과 오랜 유대감을 쌓아온 케어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비정기적인 봉사활동에 나선다. 또 긴 시간 봉사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때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사진과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 그리고 폐쇄성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케어의 보호소 관리가 유독 미진한 이유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단적인 예로, 케어는 동두천 보호소에 개를 한 마리 위탁할 때마다 월 5만원 안팎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는 통상적인 ‘시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일요시사>가 복수의 동물권 단체에 문의한 결과, 평균적인 보호소 위탁비는 대형견 기준 월 20만원 안팎이다.

위탁 보호소 이용 경험이 있는 동물권 단체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위탁비로 월 5만원을 지급하면 (위탁 동물에게)최소한의 여건도 보장해주기 어렵다. 위탁 보호소 측이 필수적인 미용, 의료행위조차 거부할 수 있다. 이들 입장에서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운영진의 무관심도 보호소 여건 개선의 걸림돌이다. 케어 출신 활동가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와 김 대표를 비롯한 대표·이사진은 보호소를 잘 찾지 않는다. “1년에 1~2번 방문해 사진을 찍는 게 전부”라는 비판 섞인 목격담도 나왔다.

연락 거부
답변 거절

<일요시사>는 케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케어 홈페이지에 기재된 사무실 주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케어 사무실은 보이지 않았다. 내부 상황을 봤을 때 리모델링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유선상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1일, 김 대표는 다른 기자 전화기로 건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김 대표는 “전화하지 말라”며 대차게 전화를 끊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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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