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제 케어는 동물들의 생존이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해 후원금을 긁어모은다. 후원금을 걷기 위해서라면 허위 모금을 하고, 타 단체의 활동 실적을 뺏어 오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다. 모두 ‘업보 청산’을 위해서다. 무리한 구조-밀어내기식 안락사의 순환으로 유지되던 균형이 깨지자, 케어 보호소를 가득 채운 동물들은 막대한 고정 지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그 C 이사가 구조한 애가 있는데 (부상이)완전 심하다. 그래서 모금이 잘될 것 같다. 그래서 모금이 잘되면 케어도 좀 갖고, 뭐 일부 또 주고 이러면 되지 않겠냐 그래서(중략)… 일단 뭐 모금이 고양이가 요즘 잘되긴 하는데.” 2021년 4월, 박소연 전 대표는 당시 케어 회계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한 고양이를 위한 모금액을 두고 ‘치료’보다 ‘분배’를 먼저 입에 올렸다.
치료보다
분배 먼저?
‘인영이’는 발견 당시 하반신 피부에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었다. 인영이는 케어 C 이사가 따로 운영하는 D 고양이 보호단체가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위해 설치한 포획 틀 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인영이 치료를 위한 모금이 열린 곳은 D 단체가 아닌 케어였다.
당시 박 전 대표가 회계담당자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C 이사는 케어 측에 “자신의 D 단체는 돈이 필요 없으니, 케어가 모금해 후원금을 모두 가져라”는 뜻을 전했다. 케어 운영진과 C 이사는 논의 끝에 후원금을 반씩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달 케어는 “인영이의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게시글을 올렸다. “튀김을 만든 끓는 기름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이라는 수의사 소견도 인용했다.
약 석 달 뒤 인영이 근황 사진을 공유하며 재차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인영이 앞으로 모인 후원금은 대략 540만원. 앞서 합의한 대로, 케어와 C 이사는 이를 270만원씩 나눠 가졌다.
케어는 인영이를 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인영이는 구조된 이래로 계속 D 단체서 치료받았다. 케어는 D 단체가 제공한 사진과 동영상을 토대로 모금 요청 게시글을 작성했을 뿐이다.
이는 일종의 공동모금, 대리 모금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당시 케어 회계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케어는 자신들 몫으로 분배한 후원금을 인영이를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또한 현행법상 대상을 밝히지 않은 ‘대리 모금’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케어의 게시글에는 ‘인영이는 케어가 직접 보호하고 있지 않다’거나 ‘모금액 중 일부를 타 단체와 나눌 예정’ 등과 같은 상황 설명이 없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영세한 D 단체의 모금활동을 케어가 대행해주고, 수수료로 모금액 절반을 떼간 모양새다. 동물권 활동가 사이에서는 케어가 사실상 허위 모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케어와 D 단체의 ‘부당거래’ 때문에, 인영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한 고양이를 두고 케어는 인영이, D 단체는 ‘도리’라고 불렀다. 허위 모금이 발각될 때를 대비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2021년 8월 말, 한 D 단체의 한 활동가는 자신의 SNS에 “4월에 입소한 길천사 도리”라는 글과 함께 치료 중인 고양이 사진을 게시했다. 이 고양이는 케어의 인영이와 무늬 상처 부위가 일치했다. 심지어 사용 중인 물건의 색깔과 디자인마저 모두 같았다.
돈을 나눠 가진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C 이사는 2021년 8월 당시 회계담당자에게 병원비와 위탁비 명목으로 278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담당자는 회계 처리를 위해 C 이사에게 병원 청구서 등 지출 증빙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C 이사는 “안면이 있는 병원에서 진료비를 할인받았는데, 청구서를 끊으면 세금 문제로 비용이 할인 없이 청구될 것”이라며 “위탁·검사·수술을 일임한 것으로 해서 D 단체에 비용을 일괄 지급하라. 내 사업자 명의로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담당자는 진료비를 병원에 직접 지급하는 걸 한사코 거부하는 C 이사를 수상히 여겼다. 결국 “돈을 달라”는 C 이사와 “함부로 줄 수 없다”는 회계담당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몰래 ‘대리 모금’ 짬짜미…나눠 가져
도살장 폭파? 실상은 활동 실적 뺏기
당시 케어 내부에서 인영이 모금의 내막을 아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 중 반대자는 당시 회계담당자뿐이었다. 반면 박 전 대표와 C이사는 후원금 분배에 적극적이었다. 김영환 현 케어 대표는 이를 알면서도 방관했다.
내친 김에 이들은 완전범죄를 기획했다. 양측이 모두 돈을 원하는 곳에 쓰고도 회계상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이른바 ‘세탁’할 방법을 살핀 것이다.
당초 이들은 ‘모금 대행’ 명목으로 돈을 나누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자 케어는 일단 모금된 540만원 전액을 C 이사에게 지급했다. 돈이 오고 간 표면적 명분은 인영이 ‘위탁비’였다. 당시 C 이사는 회계담당자에게 “인영이를 지난 석 달간 돌봤고, 앞으로 약 석 달 더 돌봐야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6개월치 위탁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C 이사는 위탁비로 하루 3만원, 한 달 90만원을 청구했다. 결국 6개월 위탁비는 540만원으로 인영이 모금액과 딱 맞아떨어지는 액수다.
한 달에 90만원이면 케어 단가(?)로는 개 18마리와 맞먹는 금액이다. 케어는 동두천 보호소에 개 한 마리에 5만원 남짓한 위탁비를 달마다 지급하고 있다.
회계담당자는 “위탁비가 너무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영이가 장기치료를 요하긴 했지만, 병원비는 얼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C 이사가 ‘고양이 치료 경험이 많다’며 자가 치료를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달 중순 위탁비 지급을 완강히 반대하는 담당자를 전화로 설득하며 진땀을 흘렸다. 그는 전화 도중 “(위탁비 3만원은)말이 안 되는 이야기 아니냐” “일당 3만원이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자신 역시 위탁비 산정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약 1시간 뒤 회계담당자에게 “C 이사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두 이체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C 이사는 위탁비로 540만원을 지급받았다.
C 이사는 돈을 받기 직전, 케어에 차명으로 270만원을 후원했다. 입금 내역에는 ‘와치독에만 써주세요’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케어는 와치독 후원금을 동물 구조비나 치료비 등에 보태지 않는다. 와치독 후원금은 와치독 ‘활동 지원비’라는 명목 아래 단원 인건비, 커피값 등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지출된다.
돈세탁
수법은?
케어가 모금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고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동물권 활동가는 “인영이 상처가 기름에 튀겨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확실치 않다. 피부병 병변이 심해져도 상처가 저런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모금 게시물이 올라간 뒤로 여러번 지적이 나왔지만, 끝내 단정적인 표현은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한 수의학 교수에게 인영이 사진을 보내, 상처 발생 원인을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교수는 “일명 길고양이 환부가 외부환경에 오염된 지 오래 되면 원인 구분이 어렵다”며 “화상병변과 유사한 피부병변을 나타내는 질환은 수없이 많다. 작은 상처에 간단한 감염이 이뤄진 후 2차 손상에 노출된 경우에도 화상에 준하는 수준의 피부병변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처 발생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케어는 다른 동물권 단체의 활동 성과를 가로채 모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케어는 지난해 12월 지역활동가가 포착한 불법 도살 현장을 자신들이 적발·철폐한 것처럼 꾸몄다.
지역활동가 두 명은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도 모처의 개 농장에서 잠복하던 중, 불법 개 도살 현장을 포착했다. 이들은 증거 영상을 촬영한 뒤 경찰과 현장을 급습했다. 이들은 대형 단체에 지원 요청을 남겼다. 한 단체가 이에 호응하면서 사건은 며칠 만에 널리 알려졌다.
관할 지자체에는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지자체는 개 농장에 각종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역활동가와 해당 단체는 함께 개 농장주를 설득했다. 이들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을 양도받고, 개 농장 부지에 임시 보호소를 조성해 입양 절차를 밟을 계획을 세웠다. 개 농장주 역시 이 같은 계획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당시 이들은 자유롭게 현장을 드나들면서 개들을 보살폈다. 개 농장주에게 통보한 뒤 몇몇 개와 동물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개 농장 폐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내가 했다?
“방해만…”
그런데 케어 A 이사와 와치독이 현장에 등장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A 이사는 개 농장주를 만나 각종 위반사항을 열거하며 “막대한 벌금을 내고 고발될 것”이라 압박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까지 말미를 줄 테니 개 농장을 자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당초 개 농장 폐쇄를 위해 노력하던 활동가와는 별다른 논의도 없었던, 케어의 일방적인 ‘돌발행동’이었다.
불의의 공격을 받은 개 농장주는 격노했다. 결국 그는 나름의 ‘협조’를 모두 중단했다. 활동가들이 개 농장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주변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개도, 사람도 모두 난처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케어는 되레 자신의 SNS에 “와치독, 도살자 법률로 압박해 무릎 꿇렸다. 해당 도살장을 영구히 폭파”라고 홍보했다. 게시글 말미에는 와치독 후원을 독려하는 문구가 달렸다. 심지어 이들은 해당 게시물에서 지역활동가가 찍은 증거 영상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활용했다.
“케어가 게시물에 ‘케어 활동가들이 현장을 적발했다’고 썼다가 은근슬쩍 지웠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지역활동가가 케어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댓글을 남기자, 케어는 “법적으로 문제된다. 경고한다”며 해당 활동가를 위협했다.
현장 지원을 나갔던 타 단체활동가는 “이번 사건에서 케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방해만 됐다”고 털어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케어는 게시글을 올린 뒤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 이사는 지역활동가를 향해 “왜 영상을 마음대로 올려서 일을 그르치냐. 저 많은 개는 알아서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이사가 구속되자 케어는 현장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뒷수습은 처음부터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들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이들은 인수계약을 마치고 개들을 임시 보호 부지로 옮길 준비에 한창이다.
“안락사 못 하는 동물들 고정 지출 높여”
기부금 모집 자격도…공익단체 지정 취소
앞선 두 사례의 공통점은 케어가 자신의 역할을 허위로, 혹은 과장해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과거 행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기 구리, 남양주시에 허위 구조 실적을 제출해 보조금을 편취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재판에서 “약정된 동물보다 많은 수의 동물을 구조했고, 구조일지를 잘못 작성해 보고했지만 편취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마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복수의 케어 출신 활동가는 케어가 후원금 확보에 혈안이 된 이유로 ‘과도한 고정 지출’을 꼽는다. 과거 케어가 보호소 수용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무리한 구조활동을 추진했던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한 케어 출신 활동가는 “예전에는 구조활동을 무리해서 벌이는 한편 보호소에선 밀어내기식 안락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면서 고정 지출 비용도 통제 범위 안에 있었다”며 “그런데 공론화 이후 안락사를 마음대로 못하게 되자 개체 수와 고정 지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케어가 보호 중인 동물의 입양보다 당장 이슈가 되는 동물의 구조, 입양을 우선시한다는 점 또한 문제다.
그는 “입양 적기를 놓친 아이들은 평생 케어 보호소에서 살아야 한다. 케어 입장에서도 이들은 ‘평생 고정 지출’이 되는 건데, 당장의 모금을 바라보고 구조에 먼저 나선다.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끊을 생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케어가 국세청에 제출한 연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케어의 고정 지출은 케어의 정기회비 수익을 넘어섰다. <일요시사>가 케어의 고정 지출이라 판단한 항목은 ▲인건비 ▲단체운영비 ▲보호소 운영비 등이다.
여기에 동물 병원비·동물 관리비 세목이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동물구호사업비’도 고정 지출에 포함했다. 2021년에는 고정 지출이 정기회비 수입을 밑돌았지만, 이는 보호소 운영에 들어간 비용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결과다.
일각의 지적대로 현재 케어는 정기후원금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원래 ‘계획 외 수입’이 돼야 할 비정기적 모금이 단체 존속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케어의 기부금 모집 자격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앞서 케어는 미등록 계좌를 통해 기부금을 모집하다 적발돼 증여세 수천만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케어에 ‘기부금 모집단체 등록 취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케어의 공익단체 지정을 취소했다.
케어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후원자들에겐 “비영리민간단체 케어는 수익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전환한다”며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사단법인 동물권 단체 케어 회원으로 전환해달라”고 둘러댔다.
해명 요구
연락 두절
케어는 사실상 하나의 단체가 비영리민간단체와 사단법인으로 이원화된 기형적 조직 형태를 갖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단체의 주축이 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일요시사>는 관련 입장을 묻기 위해 김 대표, C 이사 등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