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에 대해 <일요시사> 독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일요시사> 기사 페이지 하단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설문조사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351명 중 232명(65.2%)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반면 25.6%(91명)는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3.7%(13명)는 “잘 모르겠다”, 5.6%(20명)는 ‘관심 없다 & 기타 의견’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4일, 시민 언론 <민들레>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게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당시 해당 매체는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에게 공개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단 공개 배경에 대해 “희생자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은 이메일로 연락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해당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며 여야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유가족들을 모아서 뭔가 정치적 도모를 하려는 그런 사람들이 저런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분명한 2차 가해”라고 못 박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유족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물론 야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SNS를 통해 “명단 공개는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다. 참담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과연 공공을 위한 저널리즘 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명단 공개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유가족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많은 언론과 국민들께서 함께 도와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죽음의 정치를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민들레의 명단 공개가 적절치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희생자 명단 공개와 제대로 된 추모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유가족 동의가 선행돼야 하며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