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vs 김혜경’ 국감 안주인 더비 관전 포인트

민생 버리고 답 없는 집안 털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냉랭한 여야의 대치 전선이 더욱 심화할 양상이다.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정감사에서 ‘우리보다 네가 더 더럽다’에 방점을 찍고 서로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정작 중요한 민생은 뒷전이다. 

국회가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벌써부터 서로를 견제하는 액션을 취한다. 국정감사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대립을 겪는 상황 속에서 열리게 된다. 4일부터 24일까지 총 21일간 쉴 새 없이 양보할 수 없는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국감 스타 탄생보다는 ‘지키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뻔한
국정감사

경제가 어려워지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탓에 양당은 반드시 민생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양당이 꾸준하게 언급하고 있는 키워드는 줄곧 민생이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상대 당의 리스크로 공격 방향이 집중돼있다. 처리해야 할 사안은 산더미인데, 양당은 여전히 여론전에만 몰두 중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다. MBC에 항의 방문까지 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국정감사 사전 점검회의까지 열어 민주당의 공세를 대비하기 위한 방어막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쥐고 있는 공격 카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압살할만한 확실한 공격거리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꺼냈다. 결국 양당 리스크를 통한 발목 잡기에만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는 윤정부와 이 대표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양상을 띤다. 양측 모두 가진 리스크가 적지 않은 탓이다.

대립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원회는 운영위, 교육위, 법사위, 정무위, 국토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운영위의 경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등 총 76명을 국정감사 9개 기관 증인으로 채택했다. 

대치 전운 고조…양쪽 다 긴장
대선의 연장? 끝없는 발목잡기

현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외교 순방 논란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해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비용,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 이전, 경호 문제, 외교 순방 등이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의 경우 이전 당시 5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발표와 다르다. 민주당 대통령실 의혹 진상규명단장인 한병도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예산 등을 분석한 결과 영빈관 신축 등 기존 예산인 1133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이전 비용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각 여론에서는 ‘청와대를 왜 나왔냐’는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을 철회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입주하는 한남동 관저에는 헬기 문제가 대두됐다. 해당 관저는 공간이 부족해 헬기 한 대만 이착륙 가능한 구조를 가졌다. 이런 탓에 2대를 띄워 합류하는 방식으로 비행을 동시에 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각에서는 위장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비상 시 집무실, 전용 병원으로 이송할 때 헬기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이 터지면서 운영위 국정감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막도 전에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MBC 보도를 둘러싼 정언유착을 두고 전체 회의가 20분 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운영위에 이어 교육위 역시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를 소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8명 의원과 무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찬성 표결을 해 단독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반민주적 행위, 입법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증인 두고
파행 연속

민주당이 신청한 증인은 임홍재 국민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등이 포함돼있다. 총 11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셈이다.

대부분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기재 의혹 때문에 신청한 증인들이다. 민주당에서 신청한 증인 대부분은 현재 해외로 출장을 떠난 상태다. 

민주당은 심지어 김 여사까지 국감장에 세우겠다며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모습이다. 현재 김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경찰이 지난달 2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했지만 고발한 시민단체가 검수완박법 시행 하루 전,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한 결과다. 

허위 경력 논란은 지난해 대선 기간 불거졌다. 김 여사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교수 임용 지원서를 제출할 때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수상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2002년부터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에서 일했다고 표시돼있으나, 당시 해당 협회는 설립된 적이 없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또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및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기재돼있으나, 김 여사가 응모나 수상할 수 있던 조건이 아니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의 경우 최초로 국민대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으나 교수 단체 등이 검증한 결과 점집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과 같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보통신 용어 등에 대해선 사전 설명을 그대로 옮겨왔고, 여러 시험자료와 보고서를 파는 사이트에서 자료를 구매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교수 단체의 검증에 따르면 김 여사의 논문에 적힌 문장 860개 중 220개가 표절 문장이라고 파악했다. 교육위는 민주당이 꽉 쥐고 있는 만큼 가장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 역시 김 여사를 국감장에 앉히길 원하고 있다. 김 여사를 불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따져 묻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 

이 밖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까지도 부르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현재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여론도 높다. 민주당이 김 여사를 국정감사에 끌어들인 이유다. 김 여사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윤 대통령 또한 위기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국정은 뒷전
여론 재판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 리스크 대응책으로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과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꺼내 들었다. 증인으로 김씨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직접 불러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을 캐묻겠다는 셈이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역시 대선 기간 불거진 의혹이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기도청 별정직 5급인 배모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또 김씨가 지난해 8월 서울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운전기사, 변호사에게 식사비 7만8000원을 결제했고,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의원들은 이 대표까지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그룹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대표에게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대장동 같은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2018년 쌍방울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난 뒤에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받았던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쌍방울그룹 부회장 A씨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만큼 이 대표 의혹 연결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안을 법사위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의 리스크인 김 여사를 방어하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박범계 의원까지 증인 신청을 하려는 움직임이 비친다.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김 여사 방어를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 김 겨냥 윤 타격
국, 김 놓고 이 조준

민주당이 연일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하지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추 전 장관과 박 의원이 장관 시절 수사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거론된 증인들이 실제 국감장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법사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힘을 주고 있는 위원회다.

그러나 양당이 힘을 준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해 지난해와 비슷한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증인 채택 불발로 파행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증인 채택을 두고 양당 간사 간 협의는 불발된 상태다. 현재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이 대표를 증인으로 세우자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정무위에서는 쌍방울그룹 유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소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역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문제 때문이다. 현재 쌍방울에서 전환사채 편법 발행 논란이 발생하면서 이 대표까지 연결 지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성남FC 후원 의혹과 대장지구, 백현동, 위례지구 특혜 의혹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 국토위 의원들이 신청했던 증인 목록에는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두산건설 이병화 전 CEO, 곽승환·송정호 CFO가 이름을 올렸다. 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화천대유 전 대표, 성남의뜰 대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 사업팀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반발로 증인 채택은 무산됐고, 대신 경기도 국정감사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의힘 국토위 의원들은 경기도야말로 ‘이재명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국감은 경기도의 현안이 아닌 대장동·법인카드 의혹 등을 방점으로 찍고, 해당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약 1000건에 달하는 자료를 요구했는데 이 중 절반이 이 대표와 관련된 자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본래 국감 취지는 무색하게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을 보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의미있는 국정감사가 아닌 여야의 대립만 더 키우는 꼴이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가득하다. 

이번 국정감사로 양당이 오히려 리스크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감이 민감한 이슈에 영향을 받는다지만 여야가 모두 말해오던 것과 반대로 민생은 자꾸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쪽 다
상처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리스크에만 집중할 경우 정쟁과 여론 재판의 맹탕 국감이 될 수도 있다”며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야 모두 민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국감 키워드 은행 횡령 사건

올해는 유독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이 많았다. 국회 역시 해당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할 예정이다. 

따라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대표적인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국감장을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인 최근 5년간 은행의 횡령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15개 은행에서 2017년 이후 98건, 총 911억 7900만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잇따른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데 대책 마련과 책임론을 CEO들에게 질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정무위에서는 론스타 사태도 다룬다.

지난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불복해 판정 취소를 신청한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정부를 겨눈다는 계획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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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