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DJ처럼 해야 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던진 말이다. 윤정부는 쌓인 숙제도, 고쳐야 할 부분도 너무 많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민생은 뒷전이다. 인터뷰 내내 박 전 원장은 정치권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항상 수첩 2개를 가지고 다닌다. 메모장에는 계획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이 빼곡했다. 최근에는 섭외 대상 1순위다. 하루에 5개 일정을 소화할 정도다. <일요시사>는 박 전 원장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치 현안,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을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하셨습니다.
▲무엇으로 고발했는지 전 모릅니다. 국정원에서 저에 대해 법적으로 감찰하게 돼있는데 감찰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전직 국정원장님을 이렇게 고발합니다’하고 전화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데, 그 예고도 안 하고 “고발됐다”고 했습니다. 가끔 기자들한테 내용을 들어서 그때그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뿐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설명하면 국정원법 위반이 됩니다. 밝힐 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7시간, SI, 전 본 적이 없습니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훌륭한 외교관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서남북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국정원에는 검찰 간부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우리가 하던 짓을 국정원도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검찰의 시각으로 국정원 정보기관의 잣대를 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방부도 해명이 오락가락합니다.
▲MIMS(밈스·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를 국방부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합니까? 군사 기밀이 다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했다’ 이런 말이 나옵니다. 첩보보고서도 국정원은 모든 직원이 쓰는 PC는 메인 서버에 자동적으로 저장이 돼있습니다.
제가 삭제를 지시했어도 (기록이)남아 있고, 삭제됐어도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나는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이제는 ‘청와대 지시받고 했다. 또 비서실장한테 지시한 뒤, 그 비서실장이 담당자에게 삭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면 그런 걸 이미 검찰에서 알았을 겁니다.
“정보 삭제 지시 절대 없었다”
머지않아 내각 개편 있을 듯
-확실히 없나요.
▲저는 삭제한 적 없습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문정부를 향한 공격이라고 보시는지.
▲저와 서훈 전 원장을 아무 소식 없이 검찰에 고발하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얘기한 것처럼 ‘문재인정부의 본격적인 사정을 시작하는 거다’ ‘문정부를 용공, 친북 정부로 규정해서 보수 정권이 본격적으로 차례로 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느꼈습니다.
-검찰에서는 따로 연락은 없었나요.
▲없습니다.
-사실 정보 삭제를 안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저도 처음으로 MIMS라는 정보체계를 알았습니다. 국정원에도 와 있답니다. 국방부는 본인들이 MIMS를 관리하는데, 전군에 다 깔려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떠한 SI에 대해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거지, 삭제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후 삭제했다고 보도가 되니까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뭐라고 했습니까? “MIMS는 우리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했다고 해서 우리 군사 비밀 체계가 이렇게 탄로나게 하느냐. 오히려 국정원을 조사하겠다” 하다가 이제 “첩보보고서를 박 전 원장이 삭제했다”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첩보보고서는 생산되면 메인 서버에 남습니다. 제가 삭제 지시를 해도 남습니다. 제가 왜 그 짓을 합니까?
-윤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미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하는지, 검찰이 하는지 모르지만 언론 플레이를 계속합니다. 마치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오늘은 이 언론사에 주고, 오늘은 저 언론사에 주고… 그러면 언론사는 ‘단독’이라고 해서 보도가 이어집니다. 또 다른 언론사는 저한테 전부 물어서 보도합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부터 저와 개별적으로 잘 압니다. 피의 사실 공표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중시한다면, 고발 진행 후 저에게 무슨 내용으로 고발됐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안 알려줍니다. 계속 피의 사실 공표를 해서 옥죄고 있지만 전 걱정 없습니다.
“윤석열 지지율 더 떨어진다”
어대명에 대적하려면 단일화
-정말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저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부 15년 간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살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고)국민 속으로 파고들면서 소탈한 모습과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같은 게 잘못도 있지만 소통을 하려고 하는 진실성이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도어스테핑을 계속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소통은 계속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에게 발언을 검토받고 정제된 언어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도 도어스테핑은 매일 하지 않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 참모들의 검토를 받아 쓱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씩 출입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간담회를 통해서 소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최근 인사 문제 등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 지시지만, 지금 대통령실 내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대통령밖에 안 보입니다. 대통령이 본변인입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실 또는 내각이 그런 역할을 해야 제 구실을 한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이 만약 실수하면 자기들이 나서서 해명도 하고 책임도 지는 그런 대통령실을 좀 보고 싶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늘 이전 정부를 겨냥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정(공직자 및 기관 감찰)하되, 간단하고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저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경제, 물가를 잡는 대통령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모든 인사나 정책은 ‘실패한 MB 시즌2’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잘해주기를 바랍니다. 참모들도 각성해서 윤 대통령을 보필해야 성공하고 나라가 삽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는 상식입니다.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생각이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께 몇 가지를 고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인사입니다. 검찰공화국. 특히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이 심화된 게 우리 한국사회의 문제인데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실력 위주의 인선’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면 그 지역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김건희 여사의 공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2부속실을 폐지했더라도 국민의 양해를 구해서 부속실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공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시는지.
▲긍정과 부정의 비율 차이는 30%p가 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대로 떨어집니다. 과거 이 전 대통령 때, 박 전 대통령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문 전 대통령 때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사과하고, 박 전 대통령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5개월 만에 물러나고, 4개 수석이 경질됐습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저는 윤 대통령은 머지 않아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을 할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어떻게 대통령한테 책임 추궁을 합니까. 인적 개편이 있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합니다.
“이미 윤정부 향한
역풍 불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깊었습니다.
▲국회는 여야 협상으로 이뤄집니다. 윤 대통령은 늘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도 협치를 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만 하면 협치가 될 리 없습니다. 국회가 어려운 시대에 정상화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소통을 제대로 해봤는가, 노력을 해봤는가도 지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은 협상을 통해서 실리를 택하고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하고, 야당에게는 명분을 줘야 합니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다 먹겠다는 건 안됩니다.
여야가 모두 공히 책임이 있지만 정부여당한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과 함께 가야 합니다.
-청년 정치인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제가 과거에 토사구팽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촉망받는 청년이 보수 야당에 가서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뤄 윤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지방선거도 압승을 거뒀는데… 그 전에 얘기됐던 성상납 문제가 이제 와서 징계를 받은 것은 억울할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한 건 사실입니다. 승복 못 하면 재심을 청구하든,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대표가 당의 결정에 순종해야 된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자기 길을 가야 합니다.
-창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은 언젠가 하고 싶다면 자기가 할 일입니다. 뚜벅뚜벅 광주를 가든 부산을 가든, 그러면서 자기 정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그분이 그대로 그냥 꿇어앉을 분은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에 이기고 콩가루가 된 집안입니다.
-이 대표를 밀어내고 윤핵관 세력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입니다.
▲정당은 다 그럽니다. 전당대회를 앞두면 지도부에 진입하려고, 당 대표가 되려고 그럽니다. 전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주도권 싸움이 한창입니다.
▲선거에 패배하면 야당은 항상 싸우게 돼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들어앉아서 전준위, 비대위 관계를 잘 정리했습니다. 이제 전당대회로 가는데 ‘친명(친 이재명)이냐, 반명(반 이재명)이냐’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으레 그러는 겁니다.
-또 다른 청년 정치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가 불발됐습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이 ‘위원장은 되고, 당 대표는 나갈 수 없다’는 건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 공식기구에서 결정됐습니다. 우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만나 설득했다고 하면 과유불급. 이제 당론에 따르고 호의를 도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말썽이 생기면 국민이 짜증냅니다.
-민주당은 당 대표에 여러 명 출마했습니다.
‘1강6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선거는 모르는 겁니다. 선거 결과는 ‘약육강식’할 수 있습니다.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됩니다. 1대1로 해도 현재 국민 지지나 당원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이재명 의원이 앞섭니다. 97그룹 등이 뭉쳐 이 의원과 1대1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압도적입니다. 이번에 보니까 대통령 지지도 이재명이 40%에 가깝게 나옵니다. 그런데 약육이 강식하려면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결국 단일화가 좋아 보입니다.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정치인입니다. 대한민국, 호남, 민주당, 김 전 대통령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할 것입니다. 또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언하겠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제 혼이 있는 민주당이 잘해서 총선 승리를 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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