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고발

“내 물고기 밥 좀 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KT 계열사 직원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중 일부는 증거마저 명확하다. ‘센터장’으로 불리는 직원은 피해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사적 지시를 강요했다. 회사 측 대처도 탐탁지 않았다. 회사는 이를 인지하고도 3주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체조사 결과는 한 달 반째 감감무소식. 이제 피해자는 사건이 조용히 묻힐 것이란 불안에 떨고 있다.

피해자 A씨를 간접 고용한 KT에스테이트 이야기다. KT에스테이트는 비주거용 건물을 개발·관리하는 KT그룹 계열사다. 보유 건물이 많은 만큼 건물(센터)마다 직원을 배치하고 시설관리·경비·환경미화 등은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감감무소식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B씨는 KT에스테이트 소속이고 피해자 A씨는 하청업체 소속의 시설관리인이다. 센터장 B씨는 회사 건물에서 각종 화분과 물고기를 키운다. 꽤 정성을 쏟아야 하는 취미생활이다. 어느 날 A씨는 B씨에게 “물고기 밥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것이 업무와 관련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일요시사>는 A씨가 사적 지시를 받았다는 메신저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 메신저 속 B씨는 A씨에게 “내일 물고기 밥 부탁해요. 오늘 주고 온다는 것을 깜빡했네요”라고 지시했다. 다른 날 있었던 대화에서도 비슷한 지시를 찾아볼 수 있었다.

A씨는 “업무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도, 내가 해줄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늘 ‘재계약’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혹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평소 그에게 “70(세)까지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청업체)간부에게 잘 말해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1년짜리 계약직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고용됐다.

또 B씨는 A씨에게 “어항을 바꿔야 한다. 판매처를 알아보고 하나 구매해오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이 지시 역시 거부하지 못했다. B씨가 “얼마에 샀느냐”며 내미는 5만원 지폐도 선뜻 받지 못했다. A씨는 “돈을 받았다가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몰라 받기 꺼려졌다”고 설명했다.

어항 청소도 A씨 몫이었다. B씨는 A씨에게 어항 청소를 지시하는 대신, 넌지시 말을 흘렸다. 눈치가 보인 A씨는 B씨가 말을 꺼낼 때마다 어항을 청소했다.

A씨는 “B씨에게 시설 보수·행정 사항 등을 보고할 때 (B씨가)가끔 어항 청소 얘기를 꺼냈다”며  “‘청소할 때가 됐네’ ‘어항 청소해야지’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냥 나올 수 없었다. 결국 청소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어떤 계약직이 그냥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청업체 직원에 막말·고성
화분·어항관리 사적 지시도 

또 A씨는 B씨가 “이상한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목적과 실익은 불분명한데, 무리한 강도의 업무지시가 반복됐다는 것. 심지어 A씨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들은 대부분 A씨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A씨는 B씨가 하청업체 직원들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이상한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B씨는 지난 2월 그에게 “폐쇄된 테니스장 낙엽을 치우고, 고사목을 자르라”고 지시했다. 그와 경비원·미화원 등 3명은 영하의 날씨에 언 손을 녹여가며 작업에 열중했다. 꼬박 닷새가 걸렸다. 


겨우 일을 끝내자, B씨는 “화단 너머의 낙엽도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다. 30년 동안 쌓인 낙엽을 직원 단 세 명이 처리하라는 지시였다.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인근 건물 시설관리인까지 동원됐다. 낙엽 치우기는 인력 7명이 투입되고 마대자루 24개가 가득 차고서야 끝이 났다.

A씨는 “겨울날 온갖 고생을 다 하며 폐쇄된 테니스장 주변을 치워놨는데, 치운 지 다섯 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그곳을 활용한 적이 없다”며 “이럴 거면 왜 굳이 그 추운 겨울날, 그런 일을 시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가 봐도 괴롭히려는 의도가 다분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B씨는 A씨의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남긴 것도 모자라 막말과 고성까지 이어갔다. 그는 A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뭐 이렇게 말이 많느냐. 말대꾸 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B씨는 A씨보다 나이가 5살가량 적다. 

A씨가 지시에 난색을 표하자 “하려면 하고, 하지 않으려면 말라.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 하겠으면 뻗든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멸감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B씨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압박이자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했다.

결국 A씨는 지난 5월17일 B씨를 KT에스테이트 윤리경영실에 신고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신고당한 B씨는 그 후로도 3주간 정상 출근했다. 이 기간 중 회사는 A씨에 대한 별다른 보호조치도,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도 하지 않았다. B씨는 3주가 지나서야 다른 건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KT에스테이트 측에 A씨와 B씨를 즉각 분리하지 않은 이유를 문의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왔어도 의혹만으로 업무 중인 직원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며 “처음부터 분리를 고려했던 것도 아니었고, 업무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대로 분리했다. 그러다 보니 3주 정도가 소요됐다”고 답했다.

한 달 넘게 “사실 확인 중”
사측 뭉그적에 불안감 호소

그 사이 A씨는 B씨에게 장문의 연락을 받았다. B씨는 A씨 책상에 어항값을 올려두고 메신저를 통해 연락했다. B씨는 메신저에 “소장님 자의가 아니라 제가 시켜서 했다고 하니 기름값 포함해서 드린다”며 “그동안 저한테 했던 것이 순수한 마음인 줄 알고 나름 잘해드리려고 했는데 제 착각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생전 처음 소리 한 번 질렀는데 상처가 됐나 보다. 상처 받았다면 죄송하다”면서도 “소리를 지른 것은 인정하나 업무 강요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 (A씨가)오히려 제게 갑질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요?”라고 따져 물었다. 

글 말미에는 “스트레스로 심장병 생기기 직전”이라는 말도 따라붙었다.

A씨는 자신이 신고한 사실을 알고 있는 B씨와 여전히 마주치며 압박감을 느꼈다. 회사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방책’을 찾는 동안, 그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회사 측은 A씨에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신고가 들어간 지 한 달 반이 지났음에도,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이대로 사건이 묻히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계속 ‘증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말해서 녹취, 사진까지 여러 번 제출했다”며 “그런데도 지금까지 인사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그냥 쉬쉬하다가 적당히 끝내려는 속셈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사안을 살펴보고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며 “신고된 내용이 워낙 다양해서 각각 살피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도 유야무야할 수 없는 사안이라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뭉개기’ 지적을 일축했다.

늑장 대처

A씨는 그저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바라고 있다. 그는 “KT에서 은퇴하고 이젠 하청 직원으로 돌아왔다”며 “다른 바라는 건 하나도 없다. 갑질이 개선돼 노년 계약직들이 고용불안 없이 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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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