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를 집사처럼' 만연한 배우의 갑질

“때리고 막 부려먹어도 되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보호가 필요한 직업이다. 연기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니저나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각종 업무를 도맡으며 뒤에서 배우를 서포팅하는 매니저는 관계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업무를 하는 배우와 비교적 대체 가능한 업무를 하는 매니저 간에는 서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존중해야 하나, 때론 위력을 무기 삼아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배우도 있다. 

배우는 감정노동을 한다. 작품 내에서 비중이 큰 경우 다양한 감정을 구현해야 한다. 작품에 따라 분노나 광기, 깊은 우울을 직접 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좀 더 쉽긴 하겠지만,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 현장감, 창작자의 요구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정확히 짚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민하고
괴롭히고

드라마의 경우 한 회 내내 슬픈 장면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선 종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날도 있고, 영화에서는 몇 달 내내 깊은 감정에 사로잡힌 연기를 해야 하기도 한다. 쉽게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배우는 비교적 정신적 고통을 덜 느낄 수 있지만, 연기한 인물에 애착이 깊게 형성된 경우에는 후유증이 크기도 하다. 

또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배우일수록, 깊게 예민해지고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 나간다. 혼신을 다해 연기했음에도, 흥행 면에서 결과가 좋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맞닥뜨리게 되면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불안감이 커지고 지속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늘 대중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직업이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짧게 국내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의 제약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배우와 같은 방송인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긴장감을 유지하다, 또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잦다. 그런 경우 신체가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증상까지 느껴 쉽게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안함과 괴로움이 심할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배우에게 이런 심리질환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배우가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매니저도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배우를 챙겨주는 건 매니저 업무 차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 배우는 가장 편하고 대하기 쉬운 매니저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심한 경우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술을 마시면 폭력을 빈번하게 행사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위 스태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술 먹으면 손찌검 “돈으로 막는다”
재발 방지 소홀 소속사 대표도 문제

어린 나이에 일찍 인기를 얻은 여배우 A는 여성 매니저에게 잦은 언어폭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물론 드라마 현장의 대기실에서도 나이 많은 매니저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실 문이 열려 있어 어린 여배우의 언어폭력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해 ‘천만 배우’로 불리는 B는 업계에서 매니저를 때리는 배우로 거론된다. 평소에는 매우 얌전한 태도를 보이다가 술만 먹으면 돌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매니저를 때렸다고 한다. 

천성이 모질지는 않아 바로 사과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매니저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께 사죄했다고 한다. 그런다 한들 술 먹고 또 매니저를 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보장은 없다. 이미 워낙 많은 매니저를 때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기력을 가진 배우 C도 술만 마시면 주위에 행패를 부리고, 매니저나 영화 스태프를 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 먹기 전에는 매우 인간적이지만, 술만 마시면 안하무인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는 스태프는 물론 후배 배우들에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터라, 여전히 이야기 시장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지만, 주사 때문에 C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우도 적지 않다.

영화 스태프와 돈독히 지내는 배우 D는 최근 영화 현장에서 영화 스태프를 때려 논란이 됐다. 자고 일어난 뒤 자신이 현장 스태프를 때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한 폭력을 행사에 문제가 된 배우다.

그 역시 매니저들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했다. 그 장면을 본 매니저가 한둘이 아니다. 

꽃미남 이미지의 배우 E도 음주 후 한 매니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바른 생활 이미지에 인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배우라 업계에서는 충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역시 매니저를 때리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리 때문에
성격 때문에

그런 가운데 E의 소속사 대표는 구타당한 매니저에게 “심하게 맞은 것도 아니지 않냐. 적당히 넘어가라”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매니저는 대표의 말에 충격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붙어 있는 관계일 경우 알게 모르게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어, 술 먹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지만, 때린 사람이 더 이해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거론된 배우들이 문제가 되는 건 타인을 때리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술 먹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하기는 하나, 어찌됐든 사건이 잘 무마되면 이 문제를 두고 큰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술만 먹으면 또 손찌검하는 일이 발생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수준의 배우라면, 소속사 대표도 눈치를 본다. 재계약과 연관돼있으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강하게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기에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일수록 직언을 해줄 대상이 없어진다. 오히려 소속사 대표가 나서서 일을 무마하기도 한다. 제작 스태프와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소문이 잘못 나기라도 하면 영화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제작사 임원이 나서서 문제를 막는다.

그렇게 쉬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적당히 돈으로 입막음을 한다. 그렇게 무마가 되면 배우는 자신의 잘못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위치의 대표가 오히려 문제를 막아버리는 사례가 있다. 그런 행위는 회사 차원에서도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 결국 폭력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매니저 폭력 건이 발생하면, 아무리 톱스타라고 하더라도 계약을 포기할 생각으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손찌검하는 사람은 또 누군가를 때릴 것”이라며 “한 회사의 대표라면 재계약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재발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술 대기
골프 대기

최근 배우가 소속사를 상대로 하는 갑질 중의 하나는 매니저를 대기시키는 일이다. 술자리가 있거나, 최근 연예인 사이에서 붐이 일어난 골프를 칠 때 매니저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술 대기’ ‘골프 대기’라고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해서 상향되는 가운데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아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상황은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회식도 없어진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니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소속 연예인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길게는 새벽 늦게까지 술자리를 대기하기 때문에 매니저도 지칠 뿐 아니라, 다음날 회사 업무에도 지장을 미친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해서, 오버페이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매우 당연하게 매니저를 부리는 행위가 만연화돼있었다.

특정 배우는 회사에 노골적으로 자신의 ‘픽업’과 관련된 모든 제반사항을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고 한다. 운동 및 술자리 등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상황에 매니저를 동행시키도록 요구하는 것. 

배우 F는 술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개인 일정에 매니저를 동행시킨다. F의 매니저는 F가 부르면 업무를 보다가도 달려가야 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에 성품이 좋은 배우 중에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때도 있다. 사실 이건 성품이 좋은 게 아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닐 시간에 회사에 앉아 배우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더 발전적”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당 매니저가 말하긴 곤란하니, 배우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끼거나 주위에서 직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프 대기가 만연화되고 있다. 크랭크인을 앞둔 드라마나 영화 스태프들과 친목을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은 배우의 업무일 수 있어 매니저가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 자리까지도 매니저를 동행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일 아닌 사생활까지…악습 되풀이
“매니저 명확한 업무 지침 필요해”

대부분 골프장이 서울 밖에 있어 최소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며, 전체 라운딩은 아무리 빨리 끝나야 네 시간이 소요된다. 저녁까지 먹게 되면 하루에 10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작사와 겸임하는 배우 소속사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많이 고쳐지기도 했고, 의식이 깨인 배우들은 사적 모임에 직접 운전을 하고 나가지만,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는 일부 배우는 여전히 매니저와 동행한다.

한 소속사 매니저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 ‘매니저가 집사냐’는 말이었다. 9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과거의 배우들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니다. 많이 고쳐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우와 매니저 사이의 업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소속 배우가 요구하는 일을 대체로 매니저가 들어준다. 각종 심부름은 물론 때로 가족의 일까지 봐주기도 한다. 배우가 촬영장에 있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상황에 매니저가 가족의 일을 도울 수도 있지만, 가족 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학부모인 경우에는 자식들의 학교 픽업을 맡게 하며, 부모 해외여행 시 공항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게 매니저의 업무라고 하지만, 정도를 넘는 업무 요구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대다수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더 심한 갑질이 존재했기 때문에, 최근 변화된 시류조차 감지덕지하다며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또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성향이 달라 일관된 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매니저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조건 배우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요구에는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상식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배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매니저가 배우의 사적인 일을 대신 처리하는 건 통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평일, 아이들 픽업이나 공항 픽업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당한 도움이냐, 위계를 이용한 불합리한 요구냐를 따져보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계 이용
악습 근절

이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악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시류에 발맞춰 더 발전하려면 악습을 끊어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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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