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언·욕설·갑질…' 호텔 회장님의 안하무인 본색

입만 열면…직원들 머슴처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한 호텔 회장이 욕설·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일요시사>에 들어온 여러 제보를 종합하면 A 회장은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 욕설을 했고, 사적인 지시와 무리한 요구를 일삼았다. 현재 A 회장 측은 답변을 회피하는 한편, 제보자를 색출해 위협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직원과 A 회장의 통화 녹취 5건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시점은 2020년 말. 당시 A 회장은 직원들에게 각종 불법행위를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언어폭력을 곁들이며 일 처리를 재촉했다.

가족 앞서…
트라우마

20분이 넘는 녹취 속 A 회장은 지속적으로 폭언·욕설을 일삼았다. 각각 다른 시점·사안의 전화 통화에서 수위 높은 욕설이 반복됐다.

“다 똑같은 X끼들이야 니네들. 한 놈이 잡고 체크를 해야 하는데 X신 쭉정이 같은 놈들만 있으니 어떡하냐 대체…(중략)야 이 XX놈아, 알아서 O반장 X치고 해야 할 거 아냐 X끼야.”

“아 XXX 말고 오늘 들어오라고 해서 XX놈 결정내라 그래. 이 XX놈들 X같은 X끼들 사람을 X으로 보나…(중략) 너도 X신같은 X끼야 한 번 얘기하면 XX놈아 좀 들어.”


“XX놈아 니가 (일이 늦어지면)손해배상해 줄 거야? XX놈들. 진짜 X같은 X끼들. 진짜 일하는 거 X같이 해. 진짜 XXX끼들. XX놈들 결정하라고 던져준 것도 못하고 있어 그걸.”

직원 B씨는 이 모든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직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A 회장은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폭언·욕설을 했다. 전화뿐만 아니라 대면 업무보고, 회의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X새끼” “X신” “XX놈아”…
직원들에 상습적으로 언어폭력

A 회장이 던진 말 중 일부는 B씨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어느날, B씨 가족이 주말에도 출근한 B씨를 만나러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려던 그때, 느닷없이 A 회장이 들이닥쳤다. B씨는 사무실 안쪽 문을 닫아둔 채로 A 회장을 맞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가족들을 소개할 겨를도 없었다.

B씨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A 회장의 욕설 섞인 업무지시가 시작됐다. 문 건너편에서는 B씨의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이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B씨는 “그 일 이후로 가족들 볼 낯이 없어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나를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기억”이라고 토로했다.

욕설을 견디다 못한 B씨는 핸드폰을 녹음이 안 되는 아이폰에서 가능한 갤럭시로 바꿨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던 ‘흉기’들이 휘둘러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억울했다”고 말했다. 욕설을 뺀 내용도 정당한 업무지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 다른 직원은 “A 회장은 증축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전후 사정을 전혀 따지지 않은 채 ‘신속한 처리’만 강조했다”며 “그런데도 일단 A 회장이 시한을 정하면 직원들은 어떻게든 그 안에 절차를 마쳐야 했다”고 털어놨다. 일이 늦어지면 어김없이 A 회장의 폭언‧욕설을 감내해야만 했다.

사적 지시
하인 취급

직원들은 “A 회장은 직원들을 하대할뿐더러 소모품·하인 취급한다”고 입을 모았다. 언어폭력과 함께 각종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여러 직원의 증언을 종합하면, A 회장은 각종 사적 지시와 무리한 요구를 남발하며 직원들을 말 그대로 부려 먹었다.

A 회장은 본인의 사생활에도 직원들을 끌여들였다. 그는 여자친구(현재 결혼)와의 ‘100일’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 준비를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직원들은 장소를 꾸미고 각종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이것이 업무와 관련 있을 리는 만무했다.

당시 이벤트 준비에 동원됐던 한 직원은 “이것저것 준비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줘야 했다”며 “자발적으로 도왔던 직원은 사실상 없었다. A 회장이 시키니 억지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회상했다.

A 회장의 사적 지시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계속 이어졌다.

한 직원은 “이전에는 본인 집으로 불러 헤어진 여자친구 짐 정리를 시킨 적이 있었다”며 “당시 타지에 살고 있었는데 ‘출근 전에 잠깐 들려라’ 하고선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짐을 박스 몇 개에 담아 우체국으로 옮길 때 ‘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에 빠졌었다”고 덧붙였다.

A 회장의 무리한 요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업무 중에도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던지곤 했다.

A 회장은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회의 중 일부 직원들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와. 그 돈을 회사에 좀 보태라”고 요구했다. “마냥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A 회장이 너무나도 집요했다”는 후일담이 뒤따랐다.


거래처에 약속한 대금 지급을 미루는 일도 빈번했다. 줘야할 돈을 어떻게든 깎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며 대금 지급을 미루다 돌연 단가를 후려치는 수법이 자주 활용됐다.

그동안 당장 돈이 급해진 영세 거래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A 회장이 이 수법으로 대금을 깎은 것만 수십건, 금액은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업주는 B씨에게 “정말 피눈물이 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A 회장은 직원들을 이런 억지 흥정의 ‘총알받이’로 내세웠다. 직원들은 일이 해결될 때까지 양쪽 모두에게 끊임없이 시달렸다.

한 직원은 “한 번은 A 회장이 박람회에 갔다가 객실마다 걸어둘 액자를 계약하고 온 적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물건을 받고 나니 각종 트집을 잡았다. 그러고서는 그 업체에 ‘돈을 줄 수 없다’고 전하라 지시했다”며 “결국 그 업체에 전화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답변 거부
제보자 색출


<일요시사>는 호텔 측에 관련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호텔 및 A 회장 측은 수차례 연락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A 회장 측은 <일요시사> 연락을 아예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미심쩍은 물밑 ‘눈치작전’은 계속 감행했다. 생뚱맞은 곳에서 걸려온 전화 두 통. 그 뒤에는 항상 A 회장이 있었다. 그는 주변 사람을 방패 삼아 숨고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 회장 측근에게 처음 연락이 왔던 때는 지난달 31일. 자신을 ‘기자 선배’라고 밝힌 그는 “A 회장이 아는 선배”라며 “<일요시사>가 호텔을 취재한다고 들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려고 전화했다”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그에게 여러 의혹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언제 한 번 만나자”며 “‘만날 수 있으면, 봤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 하셨다”고 계속 대면을 요구했다.

“그러기에 앞서 A 회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답했더니, “(A 회장이)원체 바빠서 어려울 것이다. 나도 통화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답했다.

직접 만날 수는 있지만, 전화 통화는 바빠서 어렵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 결국 “‘호텔 측 입장을 반영하고자 하니 꼭 연락줬으면 한다’고 전해달라”는 요청을 끝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이후로 어떠한 답변이나 요청도 받지 못했다. 

전 여친 짐 정리…새 여친 이벤트도
사생활에 직원 동원…대출 종용까지

B씨는 이를 두고 “‘전화 대신 만나자’는 말은 전형적인 A 회장식 회유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기 전, 여러 매체에게 연락에서 왔었다. 그런데 A 회장이 매체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매번 취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열흘쯤 뒤에도 미심쩍은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은 채로 도리어 “전화받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매체 이름, 위치, 기자 이름까지 확인하고서는 “그냥 번호가 찍혀 있길래 전화를 걸어봤다”며 대뜸 전화를 끊었다. 반대로 전화를 걸어 누군지 묻자, 계속 답변을 피하다 ‘향우회’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진 대화에서 향우회 명예회장이 A 회장이라는 사실까지 실토했지만, 이 전화와 A 회장 간의 연결고리는 한사코 부인했다. “그러면 개인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지자 “내가 그런 것까지 다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답변을 거부했다.

<일요시사>는 향우회 측에도 ‘A 회장에게 답변을 요청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역시 어떤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이후로도 호텔을 통해 꾸준히 A 회장 측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영업에 방해되니 연락을 자제해달라”는 답변을 받은 뒤 줄곧 무시당했다. 

그 사이 A 회장은 주변에 “기자 한 명과 퇴사 직원들이 금품 갈취를 목표로 협박 중”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피해 직원 중 1명을 제보자로 단정하고 “그를 고소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듣기 어려운
사과 한마디

B씨는 “A 회장이 직원들에게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하기 전부터 A 회장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 많다”며 “아무리 처우가 좋지 않았어도 (A 회장이)진솔한 사과와 함께 ‘사람 대접’만 해줬으면 다들 충분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호텔 회장님, 직장 내 괴롭힘 성립?

고용노동부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과 함께 관련 매뉴얼을 공개했다.

해당 매뉴얼에 따르면 A 회장의 행동은 법적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시 16개를 제시했다.

A 회장 행동은 이 중 2가지(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반복적으로 지시,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에 해당된다.

고용노동부는 “업무에 성과를 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질책은 원칙적으로 적정 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격모독에 해당할 정도로 과도하거나, 업무상 정당한 근거나 이유 없이 질책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수준이라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A 회장의 ‘욕설 업무 지시’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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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