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탁, 음원 사재기의 비밀

“1위 만들어줄게” 유령 조작 브로커의 만행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음원 사재기 논란이 가요계를 휩쓸었다. 가수 박경은 가수들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론화된 가수들은 엄청난 마녀사냥에 시달렸지만, 음원 스트리밍 조회 수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아무리 음원 사재기가 없다고 해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영탁 소속사 대표 이씨가 기소됐다.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조작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음원 사재기는 없다”고 말한다. 명확히 말하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성공한 사재기는 없다’고 한다. 

시도 있어도 
성공은 없다

오랜 기간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조작과 관련해 보안이 뚫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무명의 가수가 엄청난 팬덤을 가진 가수를 제치고 음원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일 테다. 

음원사이트에서 공개하는 차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음원 사재기가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다만 차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 진실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한 달 내내 1위를 차지해도 음원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2억원 내외다. 지난해 1월 가요기획사 메이저나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80만 조회 수를 기록해도 2억5000만원을 넘게 벌기 힘들다.


반면에 음원 조작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수십억원이 넘는다. 이조차도 최소한으로 잡은 금액이다. 

그 배경을 설명하면, 현재 음원사이트의 카운트는 한 사람당 1회로 집계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곡을 1번 듣던 10번 듣던 카운트는 1로 계산된다. 10명의 사람이 B곡을 한 번씩 들으면 카운트는 10이 된다.

음원을 많이 듣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듣는 것이 유리한 시스템이다. 아무리 30만명이 넘는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아이돌이라 해도 차트 1위가 쉽지 않은 건 확장성이 떨어져서다. 약 70만에서 1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해야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인기를 끌어야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트 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카운트를 10만으로 본다. 10만명은 노래를 들어야 급상승 순위에 음원을 올릴 수 있어서다. 최소 10만명은 확보해야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는 것. 

이른바 ‘탑100’을 반복 재생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들면서, 현재 1위 곡들은 하루에 대략 50만명에서 60만명이 듣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발발했던 2019년 이전만 해도 90만명에서 110만명은 들어야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 달 내내 1위 해도 음원 수익은 2억원
엄청난 운이 필요한 사재기…비용 29억원


그 수가 어떻든 간에 최소 10만명은 필요하다. 10만명을 확보해 차트 내 급상승 음원이 돼 대중의 눈에 띈 뒤에는 흔히 말하는 ‘기도 메타’에 돌입한다. 최소 40만명 이상이 들어야 하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유명세가 있는 뛰어난 실력의 가수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운이 따라야지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대중이 듣기에 좋지 않은 곡이라면 10만명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이러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엄청난 운이 따라서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야만 2억원 내외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가수가 적당한 히트곡이라도 내면 각종 행사를 다닐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최소 행사를 다니려면 히트곡이 약 3곡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히트곡으로는 행사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만 조회 수를 조작한다고 할 때 필요한 비용이 대략 수십억원이다. 한 휴대폰으로 음원사이트 아이디 3개를 만들 수 있다. 10만개의 아이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휴대폰은 약 3만3000개다.

아무리 싼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3만개 이상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하나에 2만원씩만 잡아도 6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음원사이트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비용 8000원이 든다. 또 한 지역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면 음원사이트의 보안 체계에 걸리기 때문에 각 아이디 당 아이피(IP)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작업실에서 수백개의 아이디만 스트리밍을 돌려도, 음원사이트에 아이피 정보가 가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는 이를 스트리밍 조작 현장으로 보고 걸러낸다. 한 지역에서는 같은 아이피가 뜨기 때문에 조작하려는 정황이 명확히 포착된다.

따라서 아이디마다 아이피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피 하나에 최소 3000원 이상이 든다. 아울러 휴대전화 요금제 최소금액 1만2000원을 더하면 약 2만3000원의 비용이 든다.

“히트곡으로”
대부분 거짓말

휴대폰 비용 6억원에 아이디 10만개 유지 비용 23억원을 더하면 약 29억원이다. 이조차도 최소 금액이다. 이 금액에는 스트리밍을 지속해서 돌릴 때 발생하는 인건비나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음원 사재기는 약 29억원의 비용을 들인 데 더해 불법을 저지르는 리스크를 감행하면서, 엄청난 운에 기대야만 겨우 2억5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막대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최소 15곡은 1위로 만들어야 이익을 내는 셈이다.


혹시나 중간에 음원 사이트 보안 체계에 걸리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된다. 

해킹을 사용한다고 해도, 해당 사용자가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다른 휴대폰에서는 접속이 통제된다. 해킹을 통한 조작도 불가능에 가깝다.

불확실하고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불법적인 행위에 29억원을 투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음원 사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대중은 음원 사재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가요 관계자조차 여전히 음원 사재기가 통용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한동안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그 소문의 근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한 OST 제작사의 작곡가 K는 음원 조작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다. 당시 테스트 음원으로 사용된 음원이 송하예의 ‘니소식’이다. K는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촬영해 영상으로 남겼다.

K 역시 스트리밍 조작은 실패했다. 


수천만원으로?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K는 촬영한 테스트 영상을 마치 사재기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짜깁기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음반 소속사 대표들을 만나 송하예와 바이브, 볼빨간 사춘기, 임재현, 아이유, 알리 등 가수들을 거론하며 자신이 음원 사재기로 이들의 곡을 차트 1위로 만들었다고 거짓말했다. 

이에 혹한 음반 소속사 대표 대다수가 K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며 자신의 소속 가수 곡도 조작해달라고 거래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대다수 소속사 대표들이 K에게 돈을 건네며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 C는 “K가 영업을 매우 잘한 것으로 안다. 국내의 수많은 소속사에서 그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K가 일종의 사기를 친 것”이라며 “K는 그렇게 돈을 받아놓고 음원 사재기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사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소속사에서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불법인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언론에 알렸다가 혹여 의뢰한 사실이 드러나면 소속 가수의 이미지가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지고, 의뢰한 소속사 직원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K에게 건넨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사기를 당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K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만든 짜깁기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정민당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록 자신의 소속사는 사재기에 실패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가요 관계자 C는 “당시 K와 거래하면서 K가 만든 조작 영상을 본 소속사 직원들 사이에서 음원 사재기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에 숀, 임재현, 바이브, 송하예 등의 가수가 거론됐다. K가 소속사를 상대로 사기칠 때 거론한 가수들이 진짜 피해자”라며 “K가 있지도 않은 음원 사재기 괴소문을 만든 본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가수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대표 이모씨 역시 K로부터 사기를 당한 인물 중 하나다. 이씨는 영탁의 노래 ‘니가 왜 여기서 나와’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2019년 K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기꾼이 만든 가요계 괴소문
당해도 밝히지 못하는 가수들

이씨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데, 이는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당시 ‘니가 왜 여기서 나와’는 주요 음원사이트 순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실제 차트 조작이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가 예상한 만큼 오르지 못하자 K에게 환불을 요구해 1500만원을 돌려받았으며, 2019년 10월에는 K에게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소장 각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가요계 음원 사재기에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내사를 진행했다.

내사 진행 중, 이씨로부터 매니지먼트 권한 위임을 받은 D씨가 투자자에게 ‘영탁의 음원에 대한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고백한 녹음파일과 해당 내용이 담긴 고발장이 같은 해 7월경 접수되자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씨가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고, 의뢰를 받은 K가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와 D씨,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한 K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씨는 음원 사재기를 시도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가요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속사 대표들을 상대로 돈을 받은 K가 혹시나 수사기관에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까 걱정돼서다. 수사기관을 통해 K가 소속사 대표와 가수를 고발하기라도 하면, 해당 가수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음원 사재기 괴소문의 뿌리를 뽑고, 부정한 방식으로 결과를 내놓으려 했던 가요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묻힐 뻔한
이번 사건

한 관계자는 “이씨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지하에 묻혔을 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좀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음원 사재기 괴소문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아티스트가 굉장히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K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탁은 사재기 몰랐나?
“아티스트, 회사 일 잘 몰라”

영탁 소속사 대표 이모씨가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논란의 불길은 영탁에게 향하고 있다.

영탁이 소속사 대표와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를 공모했다는 의혹이 생겨나면서 영탁의 이미지는 완전히 추락하고 있다.

영탁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중은 믿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음원 사재기 내용 어려워”
“들었어도 이해 못 했을 것”

그런 가운데 한 관계자는 영탁이 해당 내용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티스트의 경우 회사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요지다. 

가요계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의 경우 내용도 어렵기 때문에, 이씨가 영탁에게 설명을 명확히 안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영탁이 내용을 들었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아티스트들은 회사의 업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이 본인의 업무와는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며 “영탁이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공모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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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