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탁, 음원 사재기의 비밀

“1위 만들어줄게” 유령 조작 브로커의 만행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음원 사재기 논란이 가요계를 휩쓸었다. 가수 박경은 가수들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론화된 가수들은 엄청난 마녀사냥에 시달렸지만, 음원 스트리밍 조회 수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아무리 음원 사재기가 없다고 해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영탁 소속사 대표 이씨가 기소됐다.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조작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음원 사재기는 없다”고 말한다. 명확히 말하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성공한 사재기는 없다’고 한다. 

시도 있어도 
성공은 없다

오랜 기간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조작과 관련해 보안이 뚫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무명의 가수가 엄청난 팬덤을 가진 가수를 제치고 음원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일 테다. 

음원사이트에서 공개하는 차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음원 사재기가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다만 차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 진실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한 달 내내 1위를 차지해도 음원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2억원 내외다. 지난해 1월 가요기획사 메이저나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80만 조회 수를 기록해도 2억5000만원을 넘게 벌기 힘들다.


반면에 음원 조작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수십억원이 넘는다. 이조차도 최소한으로 잡은 금액이다. 

그 배경을 설명하면, 현재 음원사이트의 카운트는 한 사람당 1회로 집계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곡을 1번 듣던 10번 듣던 카운트는 1로 계산된다. 10명의 사람이 B곡을 한 번씩 들으면 카운트는 10이 된다.

음원을 많이 듣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듣는 것이 유리한 시스템이다. 아무리 30만명이 넘는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아이돌이라 해도 차트 1위가 쉽지 않은 건 확장성이 떨어져서다. 약 70만에서 1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해야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인기를 끌어야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트 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카운트를 10만으로 본다. 10만명은 노래를 들어야 급상승 순위에 음원을 올릴 수 있어서다. 최소 10만명은 확보해야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는 것. 

이른바 ‘탑100’을 반복 재생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들면서, 현재 1위 곡들은 하루에 대략 50만명에서 60만명이 듣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발발했던 2019년 이전만 해도 90만명에서 110만명은 들어야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 달 내내 1위 해도 음원 수익은 2억원
엄청난 운이 필요한 사재기…비용 29억원


그 수가 어떻든 간에 최소 10만명은 필요하다. 10만명을 확보해 차트 내 급상승 음원이 돼 대중의 눈에 띈 뒤에는 흔히 말하는 ‘기도 메타’에 돌입한다. 최소 40만명 이상이 들어야 하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유명세가 있는 뛰어난 실력의 가수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운이 따라야지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대중이 듣기에 좋지 않은 곡이라면 10만명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이러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엄청난 운이 따라서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야만 2억원 내외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가수가 적당한 히트곡이라도 내면 각종 행사를 다닐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최소 행사를 다니려면 히트곡이 약 3곡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히트곡으로는 행사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만 조회 수를 조작한다고 할 때 필요한 비용이 대략 수십억원이다. 한 휴대폰으로 음원사이트 아이디 3개를 만들 수 있다. 10만개의 아이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휴대폰은 약 3만3000개다.

아무리 싼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3만개 이상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하나에 2만원씩만 잡아도 6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음원사이트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비용 8000원이 든다. 또 한 지역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면 음원사이트의 보안 체계에 걸리기 때문에 각 아이디 당 아이피(IP)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작업실에서 수백개의 아이디만 스트리밍을 돌려도, 음원사이트에 아이피 정보가 가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는 이를 스트리밍 조작 현장으로 보고 걸러낸다. 한 지역에서는 같은 아이피가 뜨기 때문에 조작하려는 정황이 명확히 포착된다.

따라서 아이디마다 아이피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피 하나에 최소 3000원 이상이 든다. 아울러 휴대전화 요금제 최소금액 1만2000원을 더하면 약 2만3000원의 비용이 든다.

“히트곡으로”
대부분 거짓말

휴대폰 비용 6억원에 아이디 10만개 유지 비용 23억원을 더하면 약 29억원이다. 이조차도 최소 금액이다. 이 금액에는 스트리밍을 지속해서 돌릴 때 발생하는 인건비나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음원 사재기는 약 29억원의 비용을 들인 데 더해 불법을 저지르는 리스크를 감행하면서, 엄청난 운에 기대야만 겨우 2억5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막대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최소 15곡은 1위로 만들어야 이익을 내는 셈이다.


혹시나 중간에 음원 사이트 보안 체계에 걸리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된다. 

해킹을 사용한다고 해도, 해당 사용자가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다른 휴대폰에서는 접속이 통제된다. 해킹을 통한 조작도 불가능에 가깝다.

불확실하고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불법적인 행위에 29억원을 투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음원 사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대중은 음원 사재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가요 관계자조차 여전히 음원 사재기가 통용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한동안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그 소문의 근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한 OST 제작사의 작곡가 K는 음원 조작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다. 당시 테스트 음원으로 사용된 음원이 송하예의 ‘니소식’이다. K는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촬영해 영상으로 남겼다.

K 역시 스트리밍 조작은 실패했다. 


수천만원으로?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K는 촬영한 테스트 영상을 마치 사재기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짜깁기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음반 소속사 대표들을 만나 송하예와 바이브, 볼빨간 사춘기, 임재현, 아이유, 알리 등 가수들을 거론하며 자신이 음원 사재기로 이들의 곡을 차트 1위로 만들었다고 거짓말했다. 

이에 혹한 음반 소속사 대표 대다수가 K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며 자신의 소속 가수 곡도 조작해달라고 거래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대다수 소속사 대표들이 K에게 돈을 건네며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 C는 “K가 영업을 매우 잘한 것으로 안다. 국내의 수많은 소속사에서 그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K가 일종의 사기를 친 것”이라며 “K는 그렇게 돈을 받아놓고 음원 사재기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사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소속사에서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불법인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언론에 알렸다가 혹여 의뢰한 사실이 드러나면 소속 가수의 이미지가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지고, 의뢰한 소속사 직원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K에게 건넨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사기를 당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K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만든 짜깁기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정민당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록 자신의 소속사는 사재기에 실패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가요 관계자 C는 “당시 K와 거래하면서 K가 만든 조작 영상을 본 소속사 직원들 사이에서 음원 사재기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에 숀, 임재현, 바이브, 송하예 등의 가수가 거론됐다. K가 소속사를 상대로 사기칠 때 거론한 가수들이 진짜 피해자”라며 “K가 있지도 않은 음원 사재기 괴소문을 만든 본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가수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대표 이모씨 역시 K로부터 사기를 당한 인물 중 하나다. 이씨는 영탁의 노래 ‘니가 왜 여기서 나와’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2019년 K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기꾼이 만든 가요계 괴소문
당해도 밝히지 못하는 가수들

이씨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데, 이는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당시 ‘니가 왜 여기서 나와’는 주요 음원사이트 순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실제 차트 조작이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가 예상한 만큼 오르지 못하자 K에게 환불을 요구해 1500만원을 돌려받았으며, 2019년 10월에는 K에게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소장 각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가요계 음원 사재기에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내사를 진행했다.

내사 진행 중, 이씨로부터 매니지먼트 권한 위임을 받은 D씨가 투자자에게 ‘영탁의 음원에 대한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고백한 녹음파일과 해당 내용이 담긴 고발장이 같은 해 7월경 접수되자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씨가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고, 의뢰를 받은 K가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와 D씨,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한 K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씨는 음원 사재기를 시도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가요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속사 대표들을 상대로 돈을 받은 K가 혹시나 수사기관에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까 걱정돼서다. 수사기관을 통해 K가 소속사 대표와 가수를 고발하기라도 하면, 해당 가수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음원 사재기 괴소문의 뿌리를 뽑고, 부정한 방식으로 결과를 내놓으려 했던 가요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묻힐 뻔한
이번 사건

한 관계자는 “이씨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지하에 묻혔을 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좀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음원 사재기 괴소문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아티스트가 굉장히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K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탁은 사재기 몰랐나?
“아티스트, 회사 일 잘 몰라”

영탁 소속사 대표 이모씨가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논란의 불길은 영탁에게 향하고 있다.

영탁이 소속사 대표와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를 공모했다는 의혹이 생겨나면서 영탁의 이미지는 완전히 추락하고 있다.

영탁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중은 믿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음원 사재기 내용 어려워”
“들었어도 이해 못 했을 것”

그런 가운데 한 관계자는 영탁이 해당 내용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티스트의 경우 회사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요지다. 

가요계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의 경우 내용도 어렵기 때문에, 이씨가 영탁에게 설명을 명확히 안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영탁이 내용을 들었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아티스트들은 회사의 업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이 본인의 업무와는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며 “영탁이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공모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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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