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집중분석>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

뜨거운 감자 들고 편 나뉜 가수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 11월24일 새벽, 아이돌그룹 블락비 출신 가수 박경이 자신의 SNS에 쓴 ‘나도 OO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은 순식간에 가요계를 강타했다. 의구심은 들지만, 실체를 밝히기 어려워 함구하고 있었던 ‘음원 사재기’는 박경의 입을 통해 공론화됐다. 박경으로부터 거론된 가수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을 총정리했다.
 

▲ 사진제공=박경 SNS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박경이 남긴 글은 하루아침에 폭탄이 됐다. 누구나 의심은 있었지만 물증을 밝히기가 어려운 탓에 언급을 삼갔던 대중과 가요 관계자들은, 박경의 발언에 뜨거운 관심을 쏟아냈다. 음원 사재기가 ‘사기’로 여겨질 만큼 민감한 사안인 데다가 뚜렷한 증거가 없어 박경의 사과로 일단락될 것이라 예상됐으나 박경은 실명을 언급한 것만 사과했다.

“있다 없다”

그러자 박경으로부터 언급된 바이브와 송하예, 임재현, 장덕철 등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박경 역시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사안은 점차 커졌다.

박경과 그가 지목한 가수들이 ‘치킨 게임’의 형세를 이루자 대중은 뜨겁게 반응했다. 대다수가 박경의 편에 섰다.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재기 의혹’에 총대를 메고 강력한 발언을 내세운 박경의 용기를 응원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중은 박경을 두고 ‘상남자’라고 칭했으며, 2016년 걸그룹 여자친구의 은하와 듀엣으로 부른 ‘자격지심’이 음원사이트 6위까지 오르게 하는 등 힘을 보탰다.

자격지심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유튜브에는 ‘박경 열사님 인간이 응원합니다’ ‘용기 내서 올린 글 진심으로 응원한다’ ‘유튜브 조회 수라도 올리고 갑니다’ 등과 같은 네티즌 댓글들이 달렸다.


대중뿐만 아니라 가요계 동료들도 박경의 행보를 지지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래퍼 마미손이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777>서 인기를 끈 마미손은 ‘짬에서 나온 바이브’라는 곡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래퍼임에도 힙합의 색을 빼고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들이 일관된 형태를 띤 ‘감성 발라드’ 멜로디에 현 사안을 조명하고 있는 가사와 독특한 창법으로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특히 이 곡의 가사 중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라는 가사로 박경을 지지하는 네티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박경 사재기 언급 글 가요계 강타
‘처음 아니다’…계속된 지적과 의혹

밴드 클릭비 출신 노민혁은 현 사안의 핵심을 짚으며 박경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요는 명예훼손이 아닌 사재기의 실체다.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경쟁할 수 없는 이 구조를 샅샅이 파헤치고 개혁시켜야 한다. 사재기로 돈을 벌 바엔 다른 길을 택한 나 역시 마음 한 켠에 음악은 후회와 울분으로 남아있다. 왜 정당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건가. 포커스에 엇나가지 않는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게 우린 계속 울분을 토해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면서 ‘박경 힘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대중과 일부 가수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박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진해도 후퇴해도 ‘꽃놀이패’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 대응 과정서 증거가 나와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밝혀내면 그야말로 ‘가요계의 열사’와 같은 수식어를 얻게 되며, 수사기관서 증거를 밝혀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사안을 공론화시킨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을 인정받아 충분히 인기를 끌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비록 사재기라는 말을 직접 사용해서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는 했지만, 이 전개가 박경에게는 조금도 불리할 것이 없다. 소위 ‘꽃놀이패’다. 일이 잘 되든 잘못 되든 박경은 인기 측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언만으로도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엄청나게 형성됐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JTBC, 마미손 인스타그램

이번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크게 오르긴 했으나 사재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숱하게 거론돼왔다. 특히 팬덤도 없고 딱히 이슈도 없었던 가수들이 우연한 어느 날 새벽을 틈타 갑작스럽게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 가수들을 누르고 멜론을 비롯한 각종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기록할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의혹을 받는 곡들은 자정과 새벽 2시를 기점으로 갑작스럽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박경이 거론한 가수 바이브, 임재현, 송하예, 장덕철, 황인욱, 전상근 등을 비롯해 닐로와 숀도 이러한 형태로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아

아이유나 트와이스 등 국내 최고의 막강한 팬덤을 뚫고 특정 시간에 인기를 얻었다는 점도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이돌의 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본 사람들은 이러한 그래프 자체를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커다란 팬덤이 일제히 합심을 해도 이 같은 가파른 상승세의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슈나 팬덤도 없는 가수들은 확률적으로 훨씬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음원 차트 연령별 50대 차트서 임재현과 벤, 바이브 등이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송가인을 제쳐 사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때 50대 사이서 “송가인을 밀어줘야 한다”며 송가인의 음원을 하루 종일 틀어놓는 현상이 있었음에도, 이들을 제친 것은 다른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전히 송가인은 고령층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이들 노래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발라드곡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누구나 쉽게 듣기 좋은 노래들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여러 의혹이 즐비함에도 이들은 하나 같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음원 마케팅 곧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대박’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만을 따지기엔 너무 많은 가수들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SNS를 통해 음원 사이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주변서 흔치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런 과정서 “숀 안 되고 닐로 먹는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가수들은 억울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대중의 눈초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숀 안 되고
닐로 먹는다”

이번 사태 이전인 지난해에도 사재기 의혹에 대한 가수들의 발언은 꾸준히 제기됐다. 먼저 폴킴은 2018년 7월 “도둑질 놔두니까 합법인 줄 아는 듯”이라고 남겼고, 기리보이는 2018년 7월 “조작해서 1등할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사재기를 못한다”고 했으며, 로꼬는 2019년 2월 “돈으로 뭐든지 사재끼지. 그걸 작업이라 부른대”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썼다.

이를 두고 사재기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아닌 행정 조사였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 사진제공=더 바이브 엔터테인먼트, 장덕철 페이스북, 디원미디어

증거는 없이 소문만 무성했던 가운데 일부 가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실체는 분명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무명의 가수들을 찾아 ‘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음원 차트의 차트인을 시켜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요계에 따르면 사재기 업체는 1억원에 약 5000개서 1만개 아이디로 특정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순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이용했다. 불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1개 휴대전화 또는 PC로 30~50개 아이디를 제어하는 식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중이 말하는 소위 ‘기계픽’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함께 활용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순위 조작을 방어하는 명분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미 지는 해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준히 페이스북을 통해 음원을 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기계로 스트리밍을 조작한다는 의심이 있는데, 음원 사이트서 구글 트렌드처럼 검색 지역별 분포도 같은 데이터를 내놓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다만 멜론 등 음원사이트는 수사 압박을 받지 않은 상태서 먼저 내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만 ID의 법칙, 실체는?
“마녀사냥 없어져야”

실제로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는 지난달 26일 방송된 팟캐스트 <매일매일 불금쇼>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앨범 낼 때 연락이 왔다. 거기서 제시한 게 ‘이 바닥 10년쯤 됐으니, 이제 뜰 때가 됐다. 맥락이 있어서 (차트 조작해도)연막을 칠 수 있다’고 했다. 수 십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유튜브에 음원을 올리겠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중개업자 8, 가수 2로 수익을 분배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간지는 “앨범이 나오고 초반에 음원을 엄청 사서 차트인을 시켜놓으면, 자연스럽게 음원값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면 가수들은 돈을 못 번다. 하지만 한 번은 빛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빛을 봤다고 해도 사재기 이미지가 있으면 다음 곡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송서 배순탁 작가는 “논란이 되는 노래들을 보면 꼭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들이다. 일명 ‘눈물바다’ 노래다. 좋은 노래도 많긴 하다. 하지만 이 논란에 ‘노래만 좋으면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뇌가 우동사리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노래만 좋으면 괜찮다라는 말이 나오나”라고 일갈했다.

가수 성시경도 사재기의 실체가 있다면서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27일 방송된 KBS 해피FM 라디오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요즘 사재기 이야기가 많은데 실제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런 마케팅 회사서 ‘전주를 없애고 제목을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작품에도 관여를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을 하는 형이 곡을 준 상황서 ‘가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냐’는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 사재기가 실제로 있긴 있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래퍼 딘딘도 사재기를 직접 눈으로 봤다고 실토했다. “최근 사재기 때문에 ‘콘크리트 차트’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남긴 딘딘에 한 네티즌은 “당신이 인정하는 가수가 순위가 낮으면 부당한 거고 다른 가수들은 사재기냐. 사재기인 거 아무것도 판명난 것 없고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딘딘씨도 결국 선동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딘딘은 “뭐하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업계 종사자.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봤다. 당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상위권이라면 축하한다. 사재기가 아니라면 그분은 계속 상위권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가 나셨냐. 쭉 상위권일 거라면 화낼 이유가 있느냐”라고 적극 대응했다.

인터뷰 말고
고발했으면…

가요계 종사자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인해 대중은 ‘음원 사재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경이 지목한 가수들은 어떤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사재기를 한 것처럼 사실로 인식돼 억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논란 가수 중 가장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바이브는 ‘마녀 사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바이브는 지난 3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음원 사재기가 완전히 근절되길 바라면서 자신의 무고함도 털어내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바이브는 “한 아티스트의 발언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그 발언은 명백히 허위사실이었기에 처음 해당 사안을 접했을 때는 그저 실수라 생각했고 소속사를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고 사과는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대신 전달했지만 ‘게시물은 삭제했으나 사과는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며칠이 흐르자 그 허위사실은 저희에게 불명예스러운 낙인으로, 프레임으로 돌아왔다. 논란은 무분별하게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치욕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았다”며 “저희는 다른 어떤 것보다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했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왜곡된 진실을 믿고 조금씩 거들기 시작했고, 증거 없는 소문이 자극적인 이슈로, 자극적인 키워드로 맞춰지면서 저희의 음악과 가족들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가 가능한 모든 기관에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했고, 협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더하기 미디어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박경을 비롯한 일부 가수들의 증언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만약 실체가 있고, 잘못한 사람들을 분명히 안다면 인터뷰를 할 것이 아니라 고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요지다.

이 관계자는 “스트리밍을 조작하든, 음원을 사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터뷰를 할 것이 아니라 고발을 하면 된다. 일부 가수들이 인터뷰로 증거도 없는 말만 해서 괜히 잘못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고한 피해를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멜론과 같은 곳에서 데이터를 내놓으면 사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대중이 이들에게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면 개인정보인데 어떻게 내놓나. 최소한 수사기관의 압박이 있어야 내놓지 않나. 요즘 고발하기도 쉬운 세상인데, 그렇게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으면 고발을 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연령별 차트서 송가인을 눌렀다고 해서 사재기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50대서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경우 특정 음원 사이트 1위부터 100위까지를 그냥 틀어놓는다. 그래서 50대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꼭 사재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심화되고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이번 공론화를 통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도 눈길이 쏠린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메이저 매체서도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해 제보를 받는 등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라 의혹을 완전히 뿌리 뽑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음원 사이트가 공식적인 데이터만 내놓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는 점 역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박경을 향해 일부 가수들이 법적 대응을 한 상황서 수사기관이 음원 사이트 업체도 조사할 것으로 보여 의외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의혹의 실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맴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함으로 권위가 생긴 콘텐츠다. 이런 논란만으로는 데이터를 먼저 공개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합류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유입돼 음원을 산 데이터, 스트리밍 및 음원을 산 사람들의 분포도와 같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혹을 해소할 데이터를 공개하면 잘못을 분명히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