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지르르’ 한국영화의 빛과 그림자

독립영화, 드디어 빛을 보는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영화 <벌새> <메기> <윤희에게> 등 다양성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추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 상반기, 뚜렷하게 성과를 남긴 독립영화가 <항거:유관순 이야기> <교회 오빠>를 제외하고는 미비했던 가운데 세 영화가 기존 메이저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작품성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 사진=&lt;벌새&gt; &lt;메기&gt; &lt;윤희에게&gt; 포스터

국내 영화산업은 한 해 관객수 2억명을 넘는 등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만 1000만 영화가 네 편(<극한직업> <기생충> <어벤져스:엔드 게임> <알라딘>)이었으며, 상반기에만 총 1억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아울러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듯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불모지였던 미국서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강한 여풍

외연만 보면 한국 영화계가 금자탑을 쌓는 듯 보이지만 내실을 자세히 따져보면 침체기에 가깝다. 올해만 하더라도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를 제외하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찾기 힘들다. 올해 최고 흥행작 10편 중에 6편이 해외 영화다.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이전 다른 작품의 흥행했던 포인트를 적당히 활용해서 만드는 소위 ‘양산형 영화’만 즐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을을 기점으로 일부 다양성 영화가 약진을 보이며 한국 영화에 새 바람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들> <벌새> <메기> <윤희에게>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들이 여성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먼저 첫발을 뗀 건 윤고은 감독의 <우리집>이다. 2016년 10대들의 불안을 소재로 한 <우리들>로 5만 관객을 동원한 윤 감독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집을 사수하려는 노력이 담긴 <우리들>로 또 한 번 5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연타석 흥행을 기록했다. 1만명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독립영화계서 단 두 편으로 10만 관객을 기록, 흥행 보증수표 감독이 됐다. 아울러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등 겨우 10세 무렵의 배우들을 상대로 안정적이다 못해 뛰어난 연기력을 드러낸 디렉팅 능력도 조명받고 있다.


연이은 흥행을 기록한 윤 감독은 “첫 번째 영화가 개봉을 목표로 하고 만들었던 영화도 아니어서 결과가 저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 소화가 안 됐다. 어떤 감독이 돼야 하나 고민도 했다. 답이 잘 안 나오더라. 선배 감독들의 조언을 듣고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는 만들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연만 보면 금자탑
내실 자세히 따지면…

<우리집>에 이어 국내 독립영화계를 강타한 작품이 나왔다. <벌새>다.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제서 무려 34관왕을 차지했고,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수 13만명을 돌파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연출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김보라 감독은 5개의 신인감독상을 차지하는 등 올해 가장 빛나는 신인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생 소녀가 여러 인물들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 이 영화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 서울’이라는 매우 특수한 배경을 다루고 있다. 막 사춘기에 들어선 중학교 2학년 은희(박지후 분)가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남자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 사진=김보라 감독, 이옥섭 감독, 윤고은 감독(위부터 시계방향) 엣나인필름, 리틀빅픽쳐스

현재도 개봉 중인 <윤희에게>는 1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비교적 적은 상영관을 배정 받았음에도 일궈낸 결과다. 배우 김희애와 김소혜, 성유빈을 앞세운 이 영화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이 땅의 ‘윤희’에게 응원과 희망을 전하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뤄 ‘올해 한국 영화의 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는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은 시간을 가족으로 치유받는 이야기”라고 자평했다.

꽤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한국 독립 영화계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개최한 서울독립영화제 역시 이전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무려 118편의 새로운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올 흥행작 60% 흥행영화
다양성 영화 새로운 희망

이번 영화제서 심사위원을 맡게 된 배우 문소리는 “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점은 올 한해에 중요한 영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독립 장편들이 많았다. 최근에 독립 장편들의 경향이 어떤지 보면서 새로운 경향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포근한 가을과 함께 유의미한 성과를 낸 영화들이 등장했지만,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독립영화 중 의미 있는 결과를 낸 작품은 115만 관객을 동원한 <항거:유관순 이야기>와 9만4000명을 동원한 <교회 오빠>였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온전한 독립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독립영화의 경우 상업 영화 및 해외 영화와 공정한 경쟁을 치루기엔 불리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국내 영화계의 발전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스크린 상한제를 비롯한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6년 안철수·도종환 의원이 차례로 내놓은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이하 영비법) 이후 올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진전은 없다.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 상영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취지인데 이마저도 독립영화계를 포용할 만한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독립영화의 그림자

이에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의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영화법과 협약에 따라 강력한 규제·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서 배워야 한다”며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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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