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수요일 아침의 일이다. 지난 주 황교안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게재된 칼럼 ‘단식과 꼼수’를 송고할 지에 대해 잠시 망설였다. 황 대표의 단식이 그 글이 기사화되는 순간에도 이어질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전날 초안을 잡고 지인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눈 바 있다. 필자의 원고가 기사화되는 순간까지 황 대표가 단속을 지속하겠느냐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황 대표의 태생적 한계, 즉 정치권에 들기 전까지 양지서만 생활해온 행태를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고생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그가 단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들었다는 게 그 요지였다.
다음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병역을 면제 받은, 혹은 기피한 담마진에 대한 우려였다. 담마진은 일종에 두드러기로 날씨가 차가우면 증세가 심화되는데 그를 견뎌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게 명분이었다. 그는 죽음을 불사한다는 전제하에 단식을 시작했는데 그가 내건 요구 조건은 단지 정치꾼들의 정쟁거리에 불과했다. 필자도 같은 견해를 밝혔었지만, 그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도 동일했다.
이 대목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내건 조건으로는 절대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고 결국 국민들의 냉대로 그는 자포자기 상태로 단식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 역시 황 대표의 단식이 오래 이어지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 글을 <일요시사>에 송고했는데 공교롭게도 황 대표는 그 날 단식을 접었다.
잠시지만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단식투쟁이 길게 이어지지 않으리라 전망했지만 단지 8일 만에 단식을 접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절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내친 김에 그와 관련해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누차에 걸쳐 이야기하지만, 황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치, 그리고 야당의 역할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기간을 살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그러나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가 지니고 있는 본질이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살피면 모두 정도서 벗어나 있다. 젊은 시절 그가 속한 정당에 짧지 않은 기간 머물렀었던 필자로서 연민의 정으로 짚어주고 넘어가자.
야당에 대해서다. 야당은 영어로 ‘Opposite Party’라 표기하듯 집권당이 제시한 정책에 일단 반대를 외쳐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세밀하게 검토해 대안을 제시하며 여당과 당당하게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
그렇다면 황 대표는 이 시점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제 정당 간 땅따먹기 싸움에 불과하니 무시해버리고, 이 시대에 소명으로 자리매김한 검찰 개혁에 대해 접근해보자.
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검찰 조직의 부조리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황 대표는 여당의 검찰 개혁을 빙자한 공수처 신설을 반대할 게 아니라 검찰 개혁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황 대표가 진정 정치인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해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