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금까지 살면서 선택했던 일 중 탁월했다고 자부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부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치판을 떠나 문학인으로 변신한 일이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가정사에 불과하니 접고 왜 정치판을 접었는지에 대해 논해보자.
사실 필자는 정치판을 떠나고자 문학인으로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니다. 우리 정치판에 뿌리 깊은 고질, 즉 패거리 문화 속에서 종속변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필자의 상황을 타개하여 이 나라서 정치다운 정치를 실현해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서 일방적 사고로 경직돼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를 비우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연후에야 필자가 원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시각으로 정치판을 바라보자 정치다운 정치가 아니라 정치판에 진입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심을 비운 필자의 시각서 바라보면 우리 정치판 전체가 구제불능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에 종사하는, 혹은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질 문제도 있지만 모두에 언급했던, 추악한 욕심으로 무장한 패거리 집단이 그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인지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발표한 공천부적격자 판단 기준을 사례로 살펴본다.
한국당은 “국민과 함께 하는 혁신 공천,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공천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의 기준’에 맞는 공천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입시·채용·병역·국적 4대 분야, 도덕성과 청렴성, 국민정서, 그리고 당규상 부적격자의 4개항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입시·채용 비리와 관련해 자녀, 친인척 등이 연루된 경우 ‘부적격’ 처리를 하기로 했다며 “우리 사회의 모든 부모님께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던 ‘조국형 범죄’는 더욱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 부적격자는 원천 배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공들여 발표한 상기 내용을 살피면 어리둥절하다. 먼저 판단 기준에 대한 변이다. 혁신이니 공정이니 이기기 위함이라는 말은 정치꾼들의 상투적인 표현으로 치부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공천이란 대목에 접근해보자.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일개 야당에 불과한 한국당이 공천을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한 마디로 가당치 않다.
이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이 정도면 그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인간의 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부분이 등장한다. 입시·채용 비리에 대해 조국형 범죄로 단정한 부분이다. 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딸의 부정입학 혐의에 관련됐다고 그런 표현을 사용한 모양인데 크나큰 오판이다.
‘조국형 범죄’서 ‘형’은 한자로 ‘形’으로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면 ‘조국이 저지른 범죄 유형’이란 말이 성립된다. 즉 조국이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또 그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조국은 동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은커녕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범죄자로 적시한 한국당의 공천 기준은 한마디로 막장드라마 대본에 불과한데, 이게 바로 우리 정치판의 현주소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