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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27일 17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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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막걸리 스캔들 휩싸인 가수 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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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걸리’ 몸값 두고 설왕설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트로트 가수 영탁이 몸값 과요구 논란에 휩싸였다. 모델료로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광고모델로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요구 액수가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사랑한다’를 발매하며 데뷔한 트로트 가수 영탁은 어느덧 15년 차 가수가 됐다. 긴 무명시절 끝에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생역전을 이뤘다.

늦게 뜨니 
본전 생각?

영탁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기 전까지 가이드 보컬, 애니메이션 주제가 가창 등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2016년 3월 발매한 ‘누나가 딱이야’라는 곡과 2018년 10월 발매한 본인의 경험이 담긴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된 <미스터트롯> 현역부로 참가한 영탁은 예선에서 올하트를 받으며 본선에 올랐다. 본선 2차에서는 ‘막걸리 한 잔’을 부르며 주목받았다. 영탁은 도입부에서 막걸리 한 잔 가사를 무반주로 불렀는데,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그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던 영탁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탁 소속사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발매 당시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영탁 소속사로부터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업체 대표 A씨가 마케팅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결과가 좋지 않아 환불 과정에서 영탁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이후 영탁은 때아닌 광고모델료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최근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섰는데 과한 몸값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 막걸리 제조업체 예천양조는 곧 출시할 막걸리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다. 백구영 회장이 구상한 이름 후보군에는 예천탁주를 줄인 ‘예탁’, 진짜탁주를 줄인 ‘진탁’, 백구영탁주를 줄인 ‘영탁’ 등이 올랐다.

백 회장은 지난해 가수 영탁이 ‘막걸리 한 잔’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영탁으로 제품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1월 특허청에 ‘영탁’으로 상표출원했다. 

예천양조, 모델료 3년 150억 요구 주장
소속사 “사실무근” 법적으로 강력 대응

예천양조는 광고모델로 영탁을 선정했는데 당시 1년 계약에 1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통주 모델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전통주 업계는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 보통 계약금은 많아야 5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영탁과 계약을 체결한 예천양조는 지난해 1월28일 제품을 출시했다. 

영탁막걸리는 영탁 팬덤의 힘이 더해져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6만병 정도인데 쏟아지는 구매 요청에 수요를 채우기도 부족할 정도였다. 

2019년 당시 예천양조 매출액은 불과 1억1543만원 수준이었으며 영업이익은 3억6371만원의 적자였다. 하지만,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선 후 매출액은 지난해 50억1492만원으로 무려 4244.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억9298만원으로 늘었다.

예천양조는 ‘영탁 효과’로 공장 증축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출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려면 가수 영탁의 승낙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예천양조는 “상표등록을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영탁과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청은 “상표 사용에 대해 모델이 승낙하더라도 상표등록 권리에 대해서 서명 혹은 승낙서가 필요하다”고 재차 통보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등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예천양조는 즉각 영탁 부모에게 승낙서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상표등록 승낙서 제출 기간을 두 차례 연장도 했지만 결국 지난 4월 상표등록이 무산됐다. 

재계약 불발
이후 폭로전

영탁 측과 예천양조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지난 6월의 재계약마저 불발됐다. 재계약이 불발되자 팬들은 예천양조가 영탁을 이용하고 버렸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결국 예천양조는 지난달 22일, 불매운동을 멈춰달라며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예천양조 측은 악덕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피해가 상당하다며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탁 팬을 중심으로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영탁막걸리에 대한 불매운동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계약이 불발된 이유가 영탁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탁 측이 모델 비용과는 별도로 상표 사용을 이유로 현금, 자사 지분 등을 원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영탁 측이 상표 사용료로 3년간 총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상 당시 예천양조는 지난해 재무제표를 근거로 영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안으로 7억원을 제시했으나 입장 차이로 재계약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을 검토한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박영탁(가수 영탁)은 상표 영탁의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니고 상품 표지 영탁의 보유자도 아니다”라며 “예천양조는 상표 영탁을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표 사용의 적법성은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라며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의 출원을 등록받지 못했더라도 상표 영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천양조는 영탁 상표를 출원한 지난해 가수 영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의 인지도가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며 출원 시점을 기준으로 영탁의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이 자신의 성명 등 요소에서 비롯된 재산적 가치를 허락하는 권리)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8월 예천양조는 영탁과 영탁 부모가 영탁 상표를 출원한 사실을 알았고 영탁 측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영탁의 모친이라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백 회장은 지난 3월 양조공장에서 돼지머리를 4개 묻고 제를 지냈다. 제를 지내지 않으면 망한다는 영탁 모친의 조언 때문이었다.

대리인 협의
왜 틀어졌나

예천양조 관계자는 “막걸리에 보면 주천(작은 기와 암자)이 그려져 있다. 영탁 모친이 왜 허락도 없이 그걸 막걸리에 넣었느냐. 빨리 가서 제를 지내라고 했다”며 “제를 2~3번 지냈다”고 말했다. 

영탁 모친까지 등장하는 등 폭로전이 심화되자 영탁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영탁 측은 예천양조가 상표에 대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3월부터 협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쌍방 협상을 통해 4월경 일정 금액의 계약금과 판매 수량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협의해왔다”며 “15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예천양조가 계약하겠다고 한 기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는 점에서 상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예천양조가 협상을 하자고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

영탁 측은 “영탁이 출원하는 상표를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방안으로 협의했다”며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 사용에 적절한 조건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리인들끼리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천양조 측 대리인이 예천양조가 상표출원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을 제안했고, 영탁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지난 6월 예천양조가 대리인을 대형 법무법인으로 교체한 뒤 상표 ‘영탁의 라이센싱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문건을 영탁 측에 보냈다. 해당 문건에는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도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영탁 측은 예천양조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탁 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영탁 측에게 있다며 예천양조에 협상을 종료하겠다는 답신을 전달했다. 

현재 영탁막걸리 상표권 분쟁은 영탁의 <미스터트롯> 출연과 예천양조의 상표출원, 광고계약 체결 등 시점이 얽힌 상태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탁’ 상표권 출원 논란
모친 돼지머리 공방전도

분쟁은 영탁과 임영웅의 생일날짜를 명시해 상표출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B씨는 예천양조와 관련 있는 인물로 전해진다.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는 지난해 10월 ‘안동소주 0513’이라는 상표를 개인적으로 출원 시도했던 기록이 나와 있다. 해당 논란은 B씨가 올린 게시물에서 촉발됐다. 5월13일은 영탁의 생일로 같은 해 11월에는 ‘0616 우리곁애’라는 상표도 출원된 상태인데 해당 날짜는 임영웅의 생일이다. 

B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해당 게시물엔 안동소주 0513의 디자인이 공개됐고, 상표에 영탁의 생일을 의미하는 케이크와 촛불 등이 디자인돼있다. 논란이 일자 B씨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상표출원이 예천양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안동소주 0513 역시 영탁 모친의 항의로 제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임영웅 관련 상표에 대해서도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어 출원을 신청한 것”이라며 “당장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예천양조 측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논란에 대해 영탁 소속사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법원을 통해 따질 예정”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예천양조가 영탁막걸리의 판매를 강행한다면 영탁 측으로부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피소당할 수 있는 만큼 영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 따르면 영탁이라는 상표는 예천양조와 영탁 부모, 영탁이 출원한 상태다. 예천양조는 영탁 측의 사용 승낙이 있어야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협상이 결렬돼 양측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천양조가 상표 승낙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탁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고 계약이 이뤄져 상표가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영탁 측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표법에 따르면 업무상 거래관계 혹은 타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임을 알면서 유사상표를 등록 출원한 경우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상표권 분쟁은 선출원(주의) 여부를 따진다. 선출원 주의란 합당한 요건을 갖춘 동일 발명에 대해 가장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 소유를 갖는 것을 뜻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천양조의 영탁막걸리 매출 하락이 영탁에게도 이로울 게 없는 데다 이미 사재기 논란을 겪은 영탁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치고 박고
과연 진실은? 

일각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소박함에 좋아하게 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중소상인들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실망스럽다”며 영탁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영탁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s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퍼블리시티권 보장법 없는 이유는?
유명인 보호해야 하지만…피해 인정 시 줄소송

연예인 등 유명인들은 이름이나 초상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계약 없이 유명인의 이름과 초상 등을 이용하면 유명인의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별도의 권리가 인정된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보장한 법률은 없으며 이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도 없다.

이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1심, 항소심)만이 있는데, 2000년대까지 하급심 판결은 대체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나라만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유명인과 상표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10년대 이후 법원의 판결은 법에서 정하지 않는 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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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의 뿌리가 검찰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는 30여년 가까이 ‘검사 윤석열’로 살아왔다. 조직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강골 검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친정의 반란일까. 검찰의 칼끝이 윤석열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94년 9수 끝에 대구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부산지검에서 일하던 그는 2002년 초 사표를 내고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당시 복귀 이유로 밝힌 ‘자장면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검찰청에 왔다가 자장면 냄새를 맡고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라 생각했다는 것. 검사서 정치인으로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은 영광과 굴욕의 반복이었다. 검찰 복귀 이후 그는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사 스타일은 그에게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2013년 10월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이 한차례 크게 뒤틀리는 일이 일어난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허락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등 댓글수사를 강행했다. 이날 국감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시그니처’ 발언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국감 스타로 떠오르는 등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가 한직으로 분류되는 대구고검, 대전고검에 좌천되기에 이른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검사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정권이 교체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발탁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정부와 여당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윤 전 총장은 검찰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1년 넘게 ‘추·윤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검찰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직무배제 조치를 당했던 윤 전 총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한 끝에 법원의 판결로 검찰에 돌아왔다. 고발사주 의혹 3곳서 잡아 가족·측근 동시다발 수사 하지만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지난 3월 여권이 발의를 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에 반대를 표명하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여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우며 중수청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검증의 잣대를 피할 수 없다. 지지율이 상위권인 유력 후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퇴임하기 전부터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였다. ‘정치 선언을 하는 순간 꺼질 거품’ ‘찻잔 속의 태풍’ 등의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증의 대상이 됐다. 검사 시절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 주체로 활동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과거 언행, 가족, 측근, 동료, 지인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모든 부분에 검증의 칼날이 가해지고 있다. 이 중 몇몇 건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 돌입한 상황. 검찰의 칼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14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뛰어 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대검찰청 감찰부 등 총 세 곳이 같은 의혹을 두고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 등 7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검은 고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맡겼다. 공공수사1부는 정보통신범죄전담부인 형사12부 소속 검사와 대검 감찰부에 파견된 적 있는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 연구관 2명을 파견 받아 수사팀을 꾸렸다. 지지율 높은 유력 주자 최 대표 등은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통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고발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인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이 합세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불상자는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공안수사 전문가로 지목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지난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도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손 검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겹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과 관련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14일 대검이 지난해 3월 최씨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며 A4 용지 3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경기 성남시 부동산 사기 사건 ▲최씨 분쟁 상대 정대택씨 사건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양평군 오피스텔 사기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 목록과 처리 경과 등이 담겼다. 대검은 “오보 대응 차원에서 만든 문서”라는 해명을 내놨다. 윤 전 총장 측도 대검의 해명을 인용해 “언론 등 문의에 응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소관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 속도 내는 중 문제는 해당 문건의 존재가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대검 사유화 의혹과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해당 문건의 성격과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 등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6일 오전 출근길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결 따라 수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측 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올해 중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이모씨와 공모해 자사 주가를 조작할 당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로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한 의혹도 있다. 해당 수사팀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 수수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윤 전 서장과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선 5개월 앞둔 시점에 전례 없는 선거개입 우려 윤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의 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인허가 로비 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부동산 개발업자는 지난해 11월 윤 전 서장에게 정·관계 로비 자금 약 4억원을 건넸고, 전·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의 접대비를 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윤 전 서장은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서장은 2010~2011년경 육류 수입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과 골프비 등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경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중수1부과장이던 윤 전 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임 담당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 9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배제될 것을 예상했기에 다 기록에 남겼다”며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부에 재배당하려 하고,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었던 임 담당관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임 담당관을 불러 11시간에 걸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 압박 대선 영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두고 검찰 등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수사에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사기관들은 선거 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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