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걸리 스캔들 휩싸인 가수 영탁

‘탁걸리’ 몸값 두고 설왕설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트로트 가수 영탁이 몸값 과요구 논란에 휩싸였다. 모델료로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광고모델로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요구 액수가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사랑한다’를 발매하며 데뷔한 트로트 가수 영탁은 어느덧 15년 차 가수가 됐다. 긴 무명시절 끝에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생역전을 이뤘다.

늦게 뜨니 
본전 생각?

영탁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기 전까지 가이드 보컬, 애니메이션 주제가 가창 등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2016년 3월 발매한 ‘누나가 딱이야’라는 곡과 2018년 10월 발매한 본인의 경험이 담긴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된 <미스터트롯> 현역부로 참가한 영탁은 예선에서 올하트를 받으며 본선에 올랐다. 본선 2차에서는 ‘막걸리 한 잔’을 부르며 주목받았다. 영탁은 도입부에서 막걸리 한 잔 가사를 무반주로 불렀는데,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그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던 영탁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탁 소속사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발매 당시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영탁 소속사로부터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업체 대표 A씨가 마케팅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결과가 좋지 않아 환불 과정에서 영탁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이후 영탁은 때아닌 광고모델료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최근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섰는데 과한 몸값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 막걸리 제조업체 예천양조는 곧 출시할 막걸리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다. 백구영 회장이 구상한 이름 후보군에는 예천탁주를 줄인 ‘예탁’, 진짜탁주를 줄인 ‘진탁’, 백구영탁주를 줄인 ‘영탁’ 등이 올랐다.

백 회장은 지난해 가수 영탁이 ‘막걸리 한 잔’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영탁으로 제품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1월 특허청에 ‘영탁’으로 상표출원했다. 

예천양조, 모델료 3년 150억 요구 주장
소속사 “사실무근” 법적으로 강력 대응

예천양조는 광고모델로 영탁을 선정했는데 당시 1년 계약에 1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통주 모델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전통주 업계는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 보통 계약금은 많아야 5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영탁과 계약을 체결한 예천양조는 지난해 1월28일 제품을 출시했다. 

영탁막걸리는 영탁 팬덤의 힘이 더해져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6만병 정도인데 쏟아지는 구매 요청에 수요를 채우기도 부족할 정도였다. 

2019년 당시 예천양조 매출액은 불과 1억1543만원 수준이었으며 영업이익은 3억6371만원의 적자였다. 하지만,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선 후 매출액은 지난해 50억1492만원으로 무려 4244.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억9298만원으로 늘었다.

예천양조는 ‘영탁 효과’로 공장 증축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출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려면 가수 영탁의 승낙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예천양조는 “상표등록을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영탁과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청은 “상표 사용에 대해 모델이 승낙하더라도 상표등록 권리에 대해서 서명 혹은 승낙서가 필요하다”고 재차 통보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등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예천양조는 즉각 영탁 부모에게 승낙서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상표등록 승낙서 제출 기간을 두 차례 연장도 했지만 결국 지난 4월 상표등록이 무산됐다. 

재계약 불발
이후 폭로전

영탁 측과 예천양조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지난 6월의 재계약마저 불발됐다. 재계약이 불발되자 팬들은 예천양조가 영탁을 이용하고 버렸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결국 예천양조는 지난달 22일, 불매운동을 멈춰달라며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예천양조 측은 악덕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피해가 상당하다며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탁 팬을 중심으로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영탁막걸리에 대한 불매운동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계약이 불발된 이유가 영탁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탁 측이 모델 비용과는 별도로 상표 사용을 이유로 현금, 자사 지분 등을 원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영탁 측이 상표 사용료로 3년간 총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상 당시 예천양조는 지난해 재무제표를 근거로 영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안으로 7억원을 제시했으나 입장 차이로 재계약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을 검토한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박영탁(가수 영탁)은 상표 영탁의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니고 상품 표지 영탁의 보유자도 아니다”라며 “예천양조는 상표 영탁을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표 사용의 적법성은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라며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의 출원을 등록받지 못했더라도 상표 영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천양조는 영탁 상표를 출원한 지난해 가수 영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의 인지도가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며 출원 시점을 기준으로 영탁의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이 자신의 성명 등 요소에서 비롯된 재산적 가치를 허락하는 권리)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8월 예천양조는 영탁과 영탁 부모가 영탁 상표를 출원한 사실을 알았고 영탁 측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영탁의 모친이라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백 회장은 지난 3월 양조공장에서 돼지머리를 4개 묻고 제를 지냈다. 제를 지내지 않으면 망한다는 영탁 모친의 조언 때문이었다.

대리인 협의
왜 틀어졌나


예천양조 관계자는 “막걸리에 보면 주천(작은 기와 암자)이 그려져 있다. 영탁 모친이 왜 허락도 없이 그걸 막걸리에 넣었느냐. 빨리 가서 제를 지내라고 했다”며 “제를 2~3번 지냈다”고 말했다. 

영탁 모친까지 등장하는 등 폭로전이 심화되자 영탁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영탁 측은 예천양조가 상표에 대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3월부터 협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쌍방 협상을 통해 4월경 일정 금액의 계약금과 판매 수량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협의해왔다”며 “15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예천양조가 계약하겠다고 한 기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는 점에서 상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예천양조가 협상을 하자고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

영탁 측은 “영탁이 출원하는 상표를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방안으로 협의했다”며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 사용에 적절한 조건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리인들끼리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천양조 측 대리인이 예천양조가 상표출원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을 제안했고, 영탁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지난 6월 예천양조가 대리인을 대형 법무법인으로 교체한 뒤 상표 ‘영탁의 라이센싱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문건을 영탁 측에 보냈다. 해당 문건에는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도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영탁 측은 예천양조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탁 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영탁 측에게 있다며 예천양조에 협상을 종료하겠다는 답신을 전달했다. 

현재 영탁막걸리 상표권 분쟁은 영탁의 <미스터트롯> 출연과 예천양조의 상표출원, 광고계약 체결 등 시점이 얽힌 상태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탁’ 상표권 출원 논란
모친 돼지머리 공방전도

분쟁은 영탁과 임영웅의 생일날짜를 명시해 상표출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B씨는 예천양조와 관련 있는 인물로 전해진다.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는 지난해 10월 ‘안동소주 0513’이라는 상표를 개인적으로 출원 시도했던 기록이 나와 있다. 해당 논란은 B씨가 올린 게시물에서 촉발됐다. 5월13일은 영탁의 생일로 같은 해 11월에는 ‘0616 우리곁애’라는 상표도 출원된 상태인데 해당 날짜는 임영웅의 생일이다. 

B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해당 게시물엔 안동소주 0513의 디자인이 공개됐고, 상표에 영탁의 생일을 의미하는 케이크와 촛불 등이 디자인돼있다. 논란이 일자 B씨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상표출원이 예천양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안동소주 0513 역시 영탁 모친의 항의로 제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임영웅 관련 상표에 대해서도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어 출원을 신청한 것”이라며 “당장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예천양조 측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논란에 대해 영탁 소속사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법원을 통해 따질 예정”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예천양조가 영탁막걸리의 판매를 강행한다면 영탁 측으로부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피소당할 수 있는 만큼 영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 따르면 영탁이라는 상표는 예천양조와 영탁 부모, 영탁이 출원한 상태다. 예천양조는 영탁 측의 사용 승낙이 있어야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협상이 결렬돼 양측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천양조가 상표 승낙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탁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고 계약이 이뤄져 상표가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영탁 측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표법에 따르면 업무상 거래관계 혹은 타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임을 알면서 유사상표를 등록 출원한 경우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상표권 분쟁은 선출원(주의) 여부를 따진다. 선출원 주의란 합당한 요건을 갖춘 동일 발명에 대해 가장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 소유를 갖는 것을 뜻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천양조의 영탁막걸리 매출 하락이 영탁에게도 이로울 게 없는 데다 이미 사재기 논란을 겪은 영탁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치고 박고
과연 진실은? 

일각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소박함에 좋아하게 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중소상인들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실망스럽다”며 영탁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영탁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s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퍼블리시티권 보장법 없는 이유는?
유명인 보호해야 하지만…피해 인정 시 줄소송

연예인 등 유명인들은 이름이나 초상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계약 없이 유명인의 이름과 초상 등을 이용하면 유명인의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별도의 권리가 인정된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보장한 법률은 없으며 이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도 없다.

이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1심, 항소심)만이 있는데, 2000년대까지 하급심 판결은 대체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나라만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유명인과 상표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10년대 이후 법원의 판결은 법에서 정하지 않는 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