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보고 뭉개고 ‘왕따 희화화’한 <나혼자 산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TV 속 갑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요즘을 두고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세대, 남녀, 이념 등 다양한 갈래로 나뉜 갈등이 언행으로 파편이 돼 누군가에게 상처주기를 일삼는다. 혐오에 지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존중이다. 많은 사람이 존중의 가치를 내걸지만,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존중이 결여된 모습이 적잖이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된 MBC <나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1992년 KBS2 <밤으로 가는 쇼>에서는 배우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SBS 드라마 <분례기>를 통해 윤여정이 한국방송대상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명목이었다. 토크쇼가 시작되고 불과 3분이 채 되기도 전에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의 속내가 드러난다. 

뻔한 속내
비수 꽂다

“저희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하거든요. 괜찮죠? 10년 정도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셔서 연기를 다시 하는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MC 임성훈은 다급하게 이 말을 꺼냈다. 20대 때 국내 영화계 신성이었던 그가 미국 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연기를 재차 시작한 지도 수년이 지났을 때인데, 굳이 ‘미국 생활 10년’이라는 말을 집어넣은 것에서 천박함이 엿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지 속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 결국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윤여정이 “그 이야기는 불편하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 “아이들은 뭐라고 하냐” “아빠 보고 싶다고 안 하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심지어 “재혼 계획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여배우라 하더라도 이혼 뒤에 TV에 출연하는 사례가 없어 궁금했던 것은 일부 이해가 되지만, 세 명의 MC를 비롯해 <밤으로 가는 쇼> 제작진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마치 힘이 약한 여배우에게 언어로 집단린치를 가하는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이 논란이 되지 않은 건 MC의 무례하고 천박한 질문에도, 놀라우리 만큼 충실하고 솔직한 윤여정의 답변 덕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련되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윤여정이 대단하게 여겨질 뿐이다. 

비단 <밤으로 가는 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출연작품마다 출중한 연기력을 보인 윤여정은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꼭 과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불쾌함을 드러내는데도 꼭 그 질문을 하고야 마는 MC들의 모습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제작진의 요구에 의한 질문이었겠지만, 야만적 행위에 반발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 MC들도 곱게 보긴 어렵다. 약 30년 전의 한국 TV는 그랬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전혀 없다 해도 무방한 시대였다. 아무도 그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출연자에 대한 야만적 행태가 윤여정에게만 가해진 건 아니다.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김영희 PD가 추억처럼 말한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3박4일 동안 유럽횡단을 하며 촬영했다는 내용이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불타는 자동차 앞에서 여가수가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던 것도, 출연자에 배려가 없는 건 같은 맥락이다.


30년 지나도 변함없는 기만적인 태도
차별하고 무시하고…기안84 만만한가?

아마 수많은 연예인의 가슴 속에는 내놓지 못하고 담아둔 충격 비화가 적지 않을 테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방송사 제작진의 무례한 모습이 사라진 건 아니다. 방송국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더 노골적이고 못된 횡포가 자행됐다. 

M.net <슈퍼스타K>에서 보인 악마의 편집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없었던 출연진 간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교묘하게 편집해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들고 이슈화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출연자가 음악적 역량과 무관하게 시청자들에게 낙인찍혀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뒤늦게 언론매체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터뷰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악마의 편집에 반기를 들고 하차하는 사례도 있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프로듀스101>은 이른바 ‘밀실 픽’으로 연습생은 물론 시청자까지 기만했다. 일부 멤버를 회의실에서 결정하고 투표를 조작하는 방식은, 열심히 피땀 흘려가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자 했던 연습생과, 연습생에게 애정을 갖고 문자를 보내며 응원한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다.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린 아이즈원이나 엑스원도 존중 없는 방송 행태의 희생양일 뿐이다. 

이외에도 거론하자면 많다. 우등반과 열등반을 만들고 연습생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을 중계한 M.net <아이랜드>도 있다. 안전하지 않은 세트나 상황에 출연자를 억지로 들이밀어 결국 사고에도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동물에게 물리거나, 다리를 심하게 다쳐 입원까지 했다고 밝힌 연예인도 꽤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내해야만 했거나, 그로 인한 충격으로 방송계를 떠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MBC <나혼자 산다>의 기안84 따돌림 논란도 이제껏 방송계가 보여준 파렴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30년이 지났어도, 순박하거나 비교적 힘이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의 못된 심리는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간 기안84를 못마땅해하던 여성 시청자들마저 제작진과 일부 출연진에 등을 돌리고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의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무례하고
천박하게


논란은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비롯됐다.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을 연재하며 약 10년 동안 이렇다 할 휴식을 가지지 못한 기안84는 이른바 ‘마감 샤워’라는 명목으로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의 여행을 기획했다. 

기안84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기로 하며 기획된 이번 여행은 수년 전부터 기안84가 “기안 여름학교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주는 현장으로 엿보였다. 기안84는 자신이 기획한 여행 스케줄을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 함께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도 전현무와 함께 여주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좋아했다. 그는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여행 중 멤버들과 할 놀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혼자 산다>를 시작하면서부터 무려 5년 동안 고대한 여행은 누구보다도 멤버들을 아끼는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나혼자 산다> 관계자가 모를 리 없었다. 방송마다 ‘기안 여름학교’를 외쳐 시청자들조차도 기억하고 있다. 4년 넘게 동고동락한 출연진은 당연히 알 테다. 또 늘 버팀목이 돼 숱한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운 기안84의 순수함을 제작진이 모르면 누가 알 일인가. 

하지만 제작진은 기안84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출연진과 짜고 기안84의 여행에 전현무만 출연시켰다. 성훈과 박나래, 키가 올 것이라 여겼던 기안84는 전현무가 “다른 멤버는 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너털웃음만 지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기만당했다는 것을 몸소 느낀 순간일 테다.

자의 반 
타의 반

애꿎은 전현무만 낯뜨거운 상황을 견뎌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기안84의 몸을 씻겨주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친한 형의 애교 섞인 모습에 기안84가 비록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일까.

이에 시청자들이 화가 났다. 기안84를 대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기만적인 태도가 드러나서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출연진은 기이한 리액션으로 기안84의 마음에 상처를 덧입혔다. 이는 시청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전현무와 박나래는 기안84를 속인 핑계로 코로나 시국을 댔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전현무만 여행에 참여한 것이라는 얘기다. 

제작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통할 리 만무한 논리다. 촬영이 진행된다는 건 수많은 PD와 촬영감독 및 각종 스태프가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카메라 안에는 두 명밖에 없지만, 카메라 뒤편에는 수십 명의 스태프가 방송을 위해 모여있다.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기안84를 속였다”는 게 과연 합당한 말일까.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는 말없이 어물쩍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태도는, 평소 얼마나 기안84를 깔보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방증이다.

심지어 키는 촬영 당일까지 여행에 참여하는 척했음에도,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혼자 산다>의 초창기 멤버이자 의문스러운 러브 라인까지 있었으며, 대다수 패널이 빠져나간 순간에도 기안84와 둘이서 <나혼자 산다>를 이끈 박나래는 동료애 때문이라도 여행에 참여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제작진이 그를 속이자고 제안했다 하더라도 나서서 말렸어야 하는 게 의리 있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멤버들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서프라이즈’라고 둘러대는 모습도 실망스러운 행태다. 시청자들은 “안 온다고 해놓고 오는 게 ‘서프라이즈’이지, 온다고 해놓고 안 오는 건 왕따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짓말 내뱉고도 반성 없는 제작진
가벼운 사과 한마디 없었던 출연진

제작진은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에 위기의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와 다름없이 기안84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그 이유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건 뇌 밖에 있었다”면서 서운해하는 기안84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에서 죄의식이나 죄책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이 되고 논란이 된 이후에도 기만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MBC 관계자는 “너무 황당스러운 이야기”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치부하고 있고, 심지어 “기안84도 괜찮다고 했다”며 대신 입장을 전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며 치부하면서 왜 해당 방송의 클립은 삭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기안84가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이 모두 풀렸을 수 있고, 무지개 회원들 간의 우정이 여전히 돈독할지라도, 지난 13일 방영분에서 보여준 존중 없는 방송에 대해서는 잘못했음을 분명히 전했어야 하지 않을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임에도, 대중이 무엇에 불편해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여전히 무지한 듯 보인다.

만약 기안84가 평소 이시언이나 성훈처럼 성격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거나 전현무나 박나래, 화사처럼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방송인이었다면 이 같은 기획을 진행했을 수 있었을까. 전형적인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대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가 왕따를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나혼자 산다>의 왕따 방송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문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까지 무려 수십여건의 문의가 이어졌다.

다신 이러한 방송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함께한 출연자를 무시하는 <나혼자 산다>와 달리 SBS <런닝맨>은 패널에 대한 애정을 분명히 보였다. <런닝맨> 멤버들은 방영 기간 내내 이광수를 모두 놀릴 뿐 아니라 기린, 배신자 등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지만, 그가 하차할 때만큼은 모든 멤버가 진심으로 헤어짐을 슬퍼했다. 그 마음을 아는 이광수 역시 하차 방송에서는 차오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심지어 제작진도 이광수의 하차 방송 때 이광수를 중심으로 게임을 기획했으며, 그가 하차한 뒤에도 이광수의 캐릭터를 활용하며, 꾸준히 그와의 인연을 직간접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존중 없는
‘강약약강’

<나혼자 산다>와 너무 뚜렷하게 대비되는 <런닝맨>을 본 시청자들의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타인을 무시하고 깔본 <나혼자 산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진심 어린 사과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껏 보여준 것처럼 어설프게 넘기려고 했다가는 프로그램의 존폐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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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