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기죽이는 '집 자랑' 예능의 민낯

“자랑하려고 나온 건가?”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특정 연예인이 관찰 예능에 출연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흔히 보이는 제목으로 ‘한강뷰 공개’가 보인다. 요즘 관찰 예능에는 탁 트인 한강뷰를 공개하며, 성공한 삶을 누리는 장면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강 인근의 집에서 살고 싶지만, 턱없이 높아진 집값 탓에 꿈도 꾸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타의 라이프를 엿보는 일은 국내 시청자들에겐 일상이 됐다. 채널마다 여러 작품의 관찰 예능을 제작하고 있으며, 꼭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스타의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타의 집은 물론 안방까지 살펴볼 수도 있게 됐다. 

시기심
질투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스케줄이 없는 경우에는 집에만 있는 상황이 많을 뿐 아니라, 대중의 눈길이 부담돼 종일을 집에서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거실뿐 아니라 집 안 곳곳의 숨겨진 공간마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국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가장 크게 손꼽히고 있는 부동산 이슈다 보니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이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괜한 시기심과 질투가 쌓이고 있고, 박탈감도 늘어난다. 

최근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을 공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 수년 전 3억원 정도에 산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글이 많다. 엄청난 양의 은행 대출을 끼고 산 집이 수억원 이상 뛰었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주변 지역도 이미 엄청나게 올라서 아무리 높은 가격에 매매를 하더라도 세금을 떼고 나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비싸진 세금으로 숨만 턱턱 막힌다. 그나마 운이 좋게 집값이 오른 이들조차도 나아진 게 없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이로 인해 갑자기 요동치는 집값이 전에 없던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에는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데 서울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어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부의 상징이 돼버렸다. 한때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만 해당한 ‘드림 하우스’가 서울 전역에 퍼지고 있는 것.

심지어 전세값마저 급등하고 있어 소시민이 마음은 더 팍팍해진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세금을 피하고자 한국의 집에 눈을 돌린 중국인들의 자본마저 서울과 수도권에 투입되면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정부에서 집값을 잡아보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곳에서 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수백만 국민의 욕망을 몇 가지 정책으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미디어는 끊임없이 스타의 화려한 집을 들춰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강 경치나 남산뷰가 탁 트여있고, 유모차를 끌 수 있을 만큼 넓은 거실과 누가 봐도 좋은 최신형 가전이 즐비해 있다. 

훤히 보이는 탁 트인 뷰…우연의 일치?
“<나혼자 잘 산다>로 이름 바꾸던가요”


집 때문에 고민을 앓고 있는 시청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겹치면서 스타들의 집은 시기의 대상이 되거나, 박탈감의 이유가 된다. 그런 상황에 때아닌 불똥이 튄 곳이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이다. 

최근 전현무와 박나래, 화사, 이시언 등이 집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편한 이미지의 예능인들이 크고 좋은 집에 사는 모습을 보니, 불편함이 생긴 것. 시기와 질투심이 커져 비판의 대상으로 번졌다.

전현무가 <나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새 아파트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삼성’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총 3개동 449세대의 단지로 공급면적 182~345㎡의 대형 평수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가장 작은 평수가 47억원을 넘는다. 

화사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사왔다는 ‘한남포도빌’은 7가구로 구성된 대형 고급빌라로, 매물가격은 30억원이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로 전해진 박나래가 경매로 낙찰받은 이태원동 소재의 단독주택은 대지면적 약 166평, 건물면적 약 97평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졌다. 경매 시장에 48억원에 나왔고, 5명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박나래가 55억1122만원을 써내면서 1순위로 낙찰받았다.

이미 하차한 이시언은 2016년 주택청약에 당첨돼 2018년 상도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 이시언이 약 7억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재 평균 매매가 17억에 거래되고 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수년 동안 노동을 통해 일궈낸 값으로 비싼 집을 사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전현무는 국내 최고의 MC로서 10년 넘게 군림하면서,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수없이 많은 방송을 재밌게 이끌었으며, 실패보다 성공한 프로그램이 많다. 뛰어난 입담으로 MC 영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였다.

상대적
박탈감

광고비를 제외해도 수백억원 단위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일 뿐 아니라 뛰어난 예능감으로 무대와 예능, 광고계를 휩쓴 화사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예능계에서 여성 방송인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나래 역시 국내 예능인 중 탑티어에 속하는 스타다. 

이시언의 경우에는 일반 시민들과 다름없이 청약에 당첨됐고, 집값이 오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혜택을 얻은 것뿐이다. 심지어 그는 해당 집에 거주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스타들이 화려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다. 오히려 돈을 쓰지 않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박탈감을 전한다는 데 있다. 으리으리한 집이 공개될 때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스타들의 일상이 불편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일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말고 <나 혼자 잘 산다>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예인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심정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나 혼자 산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들의 집을 연신 공개한다.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포맷으로 스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tvN <온앤오프>의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집을 공개한다. 성시경, 엄정화 등 유명 스타들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특히 운동장만한 테라스가 있는 엄정화의 집은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고 있다. 

배우 윤진이가 출연한 회차 중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한강이 훤히 보이는 풍경도 전파를 탔다. 의도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보다는 넓직한 한강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한강뷰
남산뷰

유명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문성을 접해보는 SBS <집사부일체> 역시 수많은 유명인의 집을 공개했다. 인물에 주로 초점이 맞추지만, 그들의 삶을 드러내는 집도 자연스럽게 비춘다. 인생과외가 초점이지만, 때때로 호화스러운 집과 그 집을 보며 감탄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함연지의 신혼집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한강뷰가 펼쳐지는 멋진 집을 공개했고, <미운 우리 새끼>의 박수홍과 하석진 역시 한강이 탁 트인 아파트를 공개했다. 

스타들이 혼자 먹기 아까운 메뉴를 공개하면 평가단의 평가한 뒤 방송 다음 날 실제로 전국 편의점에 출시하는 프로그램인 <편스토랑> 역시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게 멋진 집을 소개했다.

한다감은 랜선 집들이를 통해 한옥 친정집을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집 한 채만한 대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정아와 전혜빈 등 출연자들의 집을 공개하기도 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이들의 집에 패널은 “최고의 뷰”라며 감탄하기 일쑤다.

일각에서는 예능에 자주 보이지 않던 스타가 갑작스럽게 출연하는 이유로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어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방송에서 집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끔 연예인들이 관찰 예능에 출연하는 배경에는 현재 사는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다”며 “집이 잘 팔리지 않을 때 예능에 출연해 공개하고 나면 현재 집값보다 더 좋은 금액으로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스타의 집 광고’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 팔려고 관찰 프로 출연도
“신기함서 식상함으로 변질”

그런 가운데 불편함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사이에서 빈틈을 노리고 기획한 KBS2 <컴백홈>은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한 채 종영했다. 청춘을 위로하고자는 목적으로 스타들의 옛날 집을 찾아가 무명시절의 추억을 들어보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청춘과 대화하며 새롭게 인테리어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미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스타의 옛 추억은 곱씹을수록 세입자와 시청자에겐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힘겨운 청춘을 돕는다는 취지로 새로운 인테리어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당 건물의 건물주와 인근 건물주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진정성 논란도 일었다.

기획 의도만으로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지만, 경기 불안과 청년 실업, 치솟은 월세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은 오히려 ‘청춘 코인’을 타려는 못된 속내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차기 시즌을 예고하기 힘든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출연진의 화려한 집은 물론 각종 PPL로도 논란이 됐다. 출연진이 찾는 음식점이나 다양한 식품, 심지어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과 교재까지 PPL로 드러난 바 있다.

일부 출연자의 화장대에 빼곡하게 놓인 화장품이나, 고가의 가전과 신제품까지도 방송에 쉽게 노출됐다. 워낙 심한 PPL 탓에 연예인들의 일상 공간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볼거리?
위화감 조성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사생활이 신기한 볼거리가 됐지만, 너무 많아져 이젠 식상함을 준다”며 “또 방송이 과도한 부동산 욕구를 부채질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방송이 자제해야 하는 국면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세 사는 스타들 이유는?
‘월 1000’의 비밀

tvN <온앤오프>에 출연 중인 가수 성시경은 5년 만에 이사를 했다고 전했다. 성시경은 이사를 오기 전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도 월세를 살았다고 밝혔다. 

한남동 소재의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지역에 있는 고급빌라 월세는 800만원에서 1200만원 사이를 오간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113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월 1000만원 수준의 월세는 1년으로 따지면 1억20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1년 동안 1억원의 주거비를 지급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이 고액 월세를 사는 이유로 세금이 꼽힌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내야하고 보유하면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문제는 고가의 집을 보유할수록 내야 할 세금도 많다는 것.

연예인이 많이 사는 한남동 소재 아파트 가격은 2020년 1월 기준 65억원인데, 이를 기반으로 보유세를 계산하면 재산세는 약 2400만원, 종부세는 6300만원에 이른다. 총 1년에 8700만원에 해당한다.

“집값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에”
연예인은 프리랜서, 월세 유리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으로 인해 앞으로 내야될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가 주택 매매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다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양도세 등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액수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고급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극성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잦은 이사를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월세가 다른 방식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며, 대중의 심리를 거스르게 하는 실수로 모든 방송을 하차하면서 수입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측면에서 집을 사기보다는 월세로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실상 프리랜서”라며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월세에 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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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