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기죽이는 '집 자랑' 예능의 민낯

“자랑하려고 나온 건가?”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특정 연예인이 관찰 예능에 출연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흔히 보이는 제목으로 ‘한강뷰 공개’가 보인다. 요즘 관찰 예능에는 탁 트인 한강뷰를 공개하며, 성공한 삶을 누리는 장면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강 인근의 집에서 살고 싶지만, 턱없이 높아진 집값 탓에 꿈도 꾸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타의 라이프를 엿보는 일은 국내 시청자들에겐 일상이 됐다. 채널마다 여러 작품의 관찰 예능을 제작하고 있으며, 꼭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스타의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타의 집은 물론 안방까지 살펴볼 수도 있게 됐다. 

시기심
질투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스케줄이 없는 경우에는 집에만 있는 상황이 많을 뿐 아니라, 대중의 눈길이 부담돼 종일을 집에서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거실뿐 아니라 집 안 곳곳의 숨겨진 공간마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국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가장 크게 손꼽히고 있는 부동산 이슈다 보니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이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괜한 시기심과 질투가 쌓이고 있고, 박탈감도 늘어난다. 

최근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을 공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 수년 전 3억원 정도에 산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글이 많다. 엄청난 양의 은행 대출을 끼고 산 집이 수억원 이상 뛰었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주변 지역도 이미 엄청나게 올라서 아무리 높은 가격에 매매를 하더라도 세금을 떼고 나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비싸진 세금으로 숨만 턱턱 막힌다. 그나마 운이 좋게 집값이 오른 이들조차도 나아진 게 없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이로 인해 갑자기 요동치는 집값이 전에 없던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에는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데 서울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어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부의 상징이 돼버렸다. 한때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만 해당한 ‘드림 하우스’가 서울 전역에 퍼지고 있는 것.

심지어 전세값마저 급등하고 있어 소시민이 마음은 더 팍팍해진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세금을 피하고자 한국의 집에 눈을 돌린 중국인들의 자본마저 서울과 수도권에 투입되면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정부에서 집값을 잡아보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곳에서 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수백만 국민의 욕망을 몇 가지 정책으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미디어는 끊임없이 스타의 화려한 집을 들춰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강 경치나 남산뷰가 탁 트여있고, 유모차를 끌 수 있을 만큼 넓은 거실과 누가 봐도 좋은 최신형 가전이 즐비해 있다. 

훤히 보이는 탁 트인 뷰…우연의 일치?
“<나혼자 잘 산다>로 이름 바꾸던가요”

집 때문에 고민을 앓고 있는 시청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겹치면서 스타들의 집은 시기의 대상이 되거나, 박탈감의 이유가 된다. 그런 상황에 때아닌 불똥이 튄 곳이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이다. 

최근 전현무와 박나래, 화사, 이시언 등이 집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편한 이미지의 예능인들이 크고 좋은 집에 사는 모습을 보니, 불편함이 생긴 것. 시기와 질투심이 커져 비판의 대상으로 번졌다.

전현무가 <나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새 아파트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삼성’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총 3개동 449세대의 단지로 공급면적 182~345㎡의 대형 평수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가장 작은 평수가 47억원을 넘는다. 

화사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사왔다는 ‘한남포도빌’은 7가구로 구성된 대형 고급빌라로, 매물가격은 30억원이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로 전해진 박나래가 경매로 낙찰받은 이태원동 소재의 단독주택은 대지면적 약 166평, 건물면적 약 97평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졌다. 경매 시장에 48억원에 나왔고, 5명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박나래가 55억1122만원을 써내면서 1순위로 낙찰받았다.

이미 하차한 이시언은 2016년 주택청약에 당첨돼 2018년 상도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 이시언이 약 7억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재 평균 매매가 17억에 거래되고 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수년 동안 노동을 통해 일궈낸 값으로 비싼 집을 사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전현무는 국내 최고의 MC로서 10년 넘게 군림하면서,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수없이 많은 방송을 재밌게 이끌었으며, 실패보다 성공한 프로그램이 많다. 뛰어난 입담으로 MC 영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였다.

상대적
박탈감

광고비를 제외해도 수백억원 단위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일 뿐 아니라 뛰어난 예능감으로 무대와 예능, 광고계를 휩쓴 화사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예능계에서 여성 방송인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나래 역시 국내 예능인 중 탑티어에 속하는 스타다. 

이시언의 경우에는 일반 시민들과 다름없이 청약에 당첨됐고, 집값이 오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혜택을 얻은 것뿐이다. 심지어 그는 해당 집에 거주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스타들이 화려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다. 오히려 돈을 쓰지 않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박탈감을 전한다는 데 있다. 으리으리한 집이 공개될 때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스타들의 일상이 불편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일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말고 <나 혼자 잘 산다>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예인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심정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나 혼자 산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들의 집을 연신 공개한다.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포맷으로 스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tvN <온앤오프>의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집을 공개한다. 성시경, 엄정화 등 유명 스타들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특히 운동장만한 테라스가 있는 엄정화의 집은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고 있다. 

배우 윤진이가 출연한 회차 중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한강이 훤히 보이는 풍경도 전파를 탔다. 의도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보다는 넓직한 한강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한강뷰
남산뷰

유명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문성을 접해보는 SBS <집사부일체> 역시 수많은 유명인의 집을 공개했다. 인물에 주로 초점이 맞추지만, 그들의 삶을 드러내는 집도 자연스럽게 비춘다. 인생과외가 초점이지만, 때때로 호화스러운 집과 그 집을 보며 감탄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함연지의 신혼집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한강뷰가 펼쳐지는 멋진 집을 공개했고, <미운 우리 새끼>의 박수홍과 하석진 역시 한강이 탁 트인 아파트를 공개했다. 

스타들이 혼자 먹기 아까운 메뉴를 공개하면 평가단의 평가한 뒤 방송 다음 날 실제로 전국 편의점에 출시하는 프로그램인 <편스토랑> 역시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게 멋진 집을 소개했다.

한다감은 랜선 집들이를 통해 한옥 친정집을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집 한 채만한 대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정아와 전혜빈 등 출연자들의 집을 공개하기도 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이들의 집에 패널은 “최고의 뷰”라며 감탄하기 일쑤다.

일각에서는 예능에 자주 보이지 않던 스타가 갑작스럽게 출연하는 이유로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어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방송에서 집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끔 연예인들이 관찰 예능에 출연하는 배경에는 현재 사는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다”며 “집이 잘 팔리지 않을 때 예능에 출연해 공개하고 나면 현재 집값보다 더 좋은 금액으로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스타의 집 광고’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 팔려고 관찰 프로 출연도
“신기함서 식상함으로 변질”

그런 가운데 불편함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사이에서 빈틈을 노리고 기획한 KBS2 <컴백홈>은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한 채 종영했다. 청춘을 위로하고자는 목적으로 스타들의 옛날 집을 찾아가 무명시절의 추억을 들어보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청춘과 대화하며 새롭게 인테리어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미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스타의 옛 추억은 곱씹을수록 세입자와 시청자에겐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힘겨운 청춘을 돕는다는 취지로 새로운 인테리어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당 건물의 건물주와 인근 건물주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진정성 논란도 일었다.

기획 의도만으로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지만, 경기 불안과 청년 실업, 치솟은 월세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은 오히려 ‘청춘 코인’을 타려는 못된 속내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차기 시즌을 예고하기 힘든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출연진의 화려한 집은 물론 각종 PPL로도 논란이 됐다. 출연진이 찾는 음식점이나 다양한 식품, 심지어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과 교재까지 PPL로 드러난 바 있다.

일부 출연자의 화장대에 빼곡하게 놓인 화장품이나, 고가의 가전과 신제품까지도 방송에 쉽게 노출됐다. 워낙 심한 PPL 탓에 연예인들의 일상 공간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볼거리?
위화감 조성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사생활이 신기한 볼거리가 됐지만, 너무 많아져 이젠 식상함을 준다”며 “또 방송이 과도한 부동산 욕구를 부채질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방송이 자제해야 하는 국면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세 사는 스타들 이유는?
‘월 1000’의 비밀

tvN <온앤오프>에 출연 중인 가수 성시경은 5년 만에 이사를 했다고 전했다. 성시경은 이사를 오기 전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도 월세를 살았다고 밝혔다. 

한남동 소재의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지역에 있는 고급빌라 월세는 800만원에서 1200만원 사이를 오간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113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월 1000만원 수준의 월세는 1년으로 따지면 1억20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1년 동안 1억원의 주거비를 지급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이 고액 월세를 사는 이유로 세금이 꼽힌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내야하고 보유하면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문제는 고가의 집을 보유할수록 내야 할 세금도 많다는 것.

연예인이 많이 사는 한남동 소재 아파트 가격은 2020년 1월 기준 65억원인데, 이를 기반으로 보유세를 계산하면 재산세는 약 2400만원, 종부세는 6300만원에 이른다. 총 1년에 8700만원에 해당한다.

“집값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에”
연예인은 프리랜서, 월세 유리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으로 인해 앞으로 내야될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가 주택 매매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다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양도세 등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액수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고급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극성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잦은 이사를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월세가 다른 방식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며, 대중의 심리를 거스르게 하는 실수로 모든 방송을 하차하면서 수입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측면에서 집을 사기보다는 월세로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실상 프리랜서”라며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월세에 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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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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