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기죽이는 '집 자랑' 예능의 민낯

“자랑하려고 나온 건가?”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특정 연예인이 관찰 예능에 출연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흔히 보이는 제목으로 ‘한강뷰 공개’가 보인다. 요즘 관찰 예능에는 탁 트인 한강뷰를 공개하며, 성공한 삶을 누리는 장면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강 인근의 집에서 살고 싶지만, 턱없이 높아진 집값 탓에 꿈도 꾸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타의 라이프를 엿보는 일은 국내 시청자들에겐 일상이 됐다. 채널마다 여러 작품의 관찰 예능을 제작하고 있으며, 꼭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스타의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타의 집은 물론 안방까지 살펴볼 수도 있게 됐다. 

시기심
질투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스케줄이 없는 경우에는 집에만 있는 상황이 많을 뿐 아니라, 대중의 눈길이 부담돼 종일을 집에서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거실뿐 아니라 집 안 곳곳의 숨겨진 공간마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국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가장 크게 손꼽히고 있는 부동산 이슈다 보니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이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괜한 시기심과 질투가 쌓이고 있고, 박탈감도 늘어난다. 

최근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을 공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 수년 전 3억원 정도에 산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글이 많다. 엄청난 양의 은행 대출을 끼고 산 집이 수억원 이상 뛰었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주변 지역도 이미 엄청나게 올라서 아무리 높은 가격에 매매를 하더라도 세금을 떼고 나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비싸진 세금으로 숨만 턱턱 막힌다. 그나마 운이 좋게 집값이 오른 이들조차도 나아진 게 없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이로 인해 갑자기 요동치는 집값이 전에 없던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에는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데 서울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어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부의 상징이 돼버렸다. 한때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만 해당한 ‘드림 하우스’가 서울 전역에 퍼지고 있는 것.

심지어 전세값마저 급등하고 있어 소시민이 마음은 더 팍팍해진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세금을 피하고자 한국의 집에 눈을 돌린 중국인들의 자본마저 서울과 수도권에 투입되면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정부에서 집값을 잡아보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곳에서 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수백만 국민의 욕망을 몇 가지 정책으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미디어는 끊임없이 스타의 화려한 집을 들춰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강 경치나 남산뷰가 탁 트여있고, 유모차를 끌 수 있을 만큼 넓은 거실과 누가 봐도 좋은 최신형 가전이 즐비해 있다. 

훤히 보이는 탁 트인 뷰…우연의 일치?
“<나혼자 잘 산다>로 이름 바꾸던가요”


집 때문에 고민을 앓고 있는 시청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겹치면서 스타들의 집은 시기의 대상이 되거나, 박탈감의 이유가 된다. 그런 상황에 때아닌 불똥이 튄 곳이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이다. 

최근 전현무와 박나래, 화사, 이시언 등이 집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편한 이미지의 예능인들이 크고 좋은 집에 사는 모습을 보니, 불편함이 생긴 것. 시기와 질투심이 커져 비판의 대상으로 번졌다.

전현무가 <나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새 아파트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삼성’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총 3개동 449세대의 단지로 공급면적 182~345㎡의 대형 평수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가장 작은 평수가 47억원을 넘는다. 

화사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사왔다는 ‘한남포도빌’은 7가구로 구성된 대형 고급빌라로, 매물가격은 30억원이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로 전해진 박나래가 경매로 낙찰받은 이태원동 소재의 단독주택은 대지면적 약 166평, 건물면적 약 97평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졌다. 경매 시장에 48억원에 나왔고, 5명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박나래가 55억1122만원을 써내면서 1순위로 낙찰받았다.

이미 하차한 이시언은 2016년 주택청약에 당첨돼 2018년 상도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 이시언이 약 7억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재 평균 매매가 17억에 거래되고 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수년 동안 노동을 통해 일궈낸 값으로 비싼 집을 사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전현무는 국내 최고의 MC로서 10년 넘게 군림하면서,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수없이 많은 방송을 재밌게 이끌었으며, 실패보다 성공한 프로그램이 많다. 뛰어난 입담으로 MC 영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였다.

상대적
박탈감

광고비를 제외해도 수백억원 단위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일 뿐 아니라 뛰어난 예능감으로 무대와 예능, 광고계를 휩쓴 화사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예능계에서 여성 방송인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나래 역시 국내 예능인 중 탑티어에 속하는 스타다. 

이시언의 경우에는 일반 시민들과 다름없이 청약에 당첨됐고, 집값이 오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혜택을 얻은 것뿐이다. 심지어 그는 해당 집에 거주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스타들이 화려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다. 오히려 돈을 쓰지 않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박탈감을 전한다는 데 있다. 으리으리한 집이 공개될 때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스타들의 일상이 불편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일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말고 <나 혼자 잘 산다>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예인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심정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나 혼자 산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들의 집을 연신 공개한다.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포맷으로 스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tvN <온앤오프>의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집을 공개한다. 성시경, 엄정화 등 유명 스타들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특히 운동장만한 테라스가 있는 엄정화의 집은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고 있다. 

배우 윤진이가 출연한 회차 중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한강이 훤히 보이는 풍경도 전파를 탔다. 의도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보다는 넓직한 한강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한강뷰
남산뷰

유명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문성을 접해보는 SBS <집사부일체> 역시 수많은 유명인의 집을 공개했다. 인물에 주로 초점이 맞추지만, 그들의 삶을 드러내는 집도 자연스럽게 비춘다. 인생과외가 초점이지만, 때때로 호화스러운 집과 그 집을 보며 감탄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함연지의 신혼집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한강뷰가 펼쳐지는 멋진 집을 공개했고, <미운 우리 새끼>의 박수홍과 하석진 역시 한강이 탁 트인 아파트를 공개했다. 

스타들이 혼자 먹기 아까운 메뉴를 공개하면 평가단의 평가한 뒤 방송 다음 날 실제로 전국 편의점에 출시하는 프로그램인 <편스토랑> 역시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게 멋진 집을 소개했다.

한다감은 랜선 집들이를 통해 한옥 친정집을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집 한 채만한 대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정아와 전혜빈 등 출연자들의 집을 공개하기도 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이들의 집에 패널은 “최고의 뷰”라며 감탄하기 일쑤다.

일각에서는 예능에 자주 보이지 않던 스타가 갑작스럽게 출연하는 이유로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어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방송에서 집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끔 연예인들이 관찰 예능에 출연하는 배경에는 현재 사는 집을 매매할 목적이 있다”며 “집이 잘 팔리지 않을 때 예능에 출연해 공개하고 나면 현재 집값보다 더 좋은 금액으로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스타의 집 광고’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 팔려고 관찰 프로 출연도
“신기함서 식상함으로 변질”

그런 가운데 불편함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사이에서 빈틈을 노리고 기획한 KBS2 <컴백홈>은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한 채 종영했다. 청춘을 위로하고자는 목적으로 스타들의 옛날 집을 찾아가 무명시절의 추억을 들어보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청춘과 대화하며 새롭게 인테리어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미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스타의 옛 추억은 곱씹을수록 세입자와 시청자에겐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힘겨운 청춘을 돕는다는 취지로 새로운 인테리어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당 건물의 건물주와 인근 건물주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진정성 논란도 일었다.

기획 의도만으로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지만, 경기 불안과 청년 실업, 치솟은 월세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은 오히려 ‘청춘 코인’을 타려는 못된 속내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차기 시즌을 예고하기 힘든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출연진의 화려한 집은 물론 각종 PPL로도 논란이 됐다. 출연진이 찾는 음식점이나 다양한 식품, 심지어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과 교재까지 PPL로 드러난 바 있다.

일부 출연자의 화장대에 빼곡하게 놓인 화장품이나, 고가의 가전과 신제품까지도 방송에 쉽게 노출됐다. 워낙 심한 PPL 탓에 연예인들의 일상 공간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볼거리?
위화감 조성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사생활이 신기한 볼거리가 됐지만, 너무 많아져 이젠 식상함을 준다”며 “또 방송이 과도한 부동산 욕구를 부채질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방송이 자제해야 하는 국면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세 사는 스타들 이유는?
‘월 1000’의 비밀

tvN <온앤오프>에 출연 중인 가수 성시경은 5년 만에 이사를 했다고 전했다. 성시경은 이사를 오기 전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도 월세를 살았다고 밝혔다. 

한남동 소재의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지역에 있는 고급빌라 월세는 800만원에서 1200만원 사이를 오간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113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월 1000만원 수준의 월세는 1년으로 따지면 1억20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1년 동안 1억원의 주거비를 지급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이 고액 월세를 사는 이유로 세금이 꼽힌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내야하고 보유하면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문제는 고가의 집을 보유할수록 내야 할 세금도 많다는 것.

연예인이 많이 사는 한남동 소재 아파트 가격은 2020년 1월 기준 65억원인데, 이를 기반으로 보유세를 계산하면 재산세는 약 2400만원, 종부세는 6300만원에 이른다. 총 1년에 8700만원에 해당한다.

“집값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에”
연예인은 프리랜서, 월세 유리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으로 인해 앞으로 내야될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가 주택 매매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다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양도세 등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액수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고급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극성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잦은 이사를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월세가 다른 방식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며, 대중의 심리를 거스르게 하는 실수로 모든 방송을 하차하면서 수입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측면에서 집을 사기보다는 월세로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실상 프리랜서”라며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월세에 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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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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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