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0 지상파 3사 연예·연기대상

아무리 비벼도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지상파 3사는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 활약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상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2020년, 방송가의 축제인 지상파 3사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유력 후보는 누구일까. SBS 연기대상을 제외하면 무게감이 확 빠져 있다는 게 절로 느껴진다.
 

▲ (사진 왼쪽부터)방송인 이경규·유재석·백종원 ⓒ코엔미디어, 히스토리 채널

지상파 내에서 예능 프로그램 중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론칭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예능 트렌트를 이끄는 tvN과 JTBC, TV조선, OTT와 유튜브의 활성화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게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누굴 주나?

슬슬 이곳 저곳에서 올해 시상식이 향방을 예견하고 있는 가운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각 방송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손에 꼽힐 만큼 적기 때문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외에 대항마가 없으며, KBS는 <개는 훌륭하다> <편스토랑>의 이경규, SBS는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의 백종원이 유력하게 꼽히긴 하나 흥미로운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예능계의 플레이어이자 ‘촌철살인 평론가’로도 꼽히는 김구라는 “MBC는 유재석, KBS는 이경규, SBS는 백종원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중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해다. 올해 초 트로트를 시작으로 그가 도전한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효리(린다G)와 비(비룡)와 함께 한 ‘싹쓰리’, 엄청화(만옥), 이효리(천옥), 제시(실비), 화사(은비)와 함께한 ‘환불원정대’가 대성공을 거뒀으며, 라면과 치킨, 김장 등 중간에 섞인 작은 프로젝트도 대부분 화제를 이끌었다.


올해 방송 3사를 통틀어 가장 화제를 많이 모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국내 예능을 이끈 <놀면 뭐하니?>의 버금가는 경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유재석의 대상을 더욱 견고히 한다. 

MBC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는 여러 논란에 휘말렸으며, 초반 인기를 끌었던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박나래·한혜진·화사)의 힘도 점점 떨어졌다. <라디오스타>는 윤종신 하차 후 긴 과도기에 놓여있는 듯 보이며, <구해줘 홈즈>가 안정적이기는 하나 <놀면 뭐하니?>에 비할 정도는 못 된다. 

KBS는 이경규가 대표적인 후보자로 거론된다. 이경규는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에서 메인 MC로 출연 중이다.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은 시청률 5~6%를 안정감을 유지하지만, 화제성 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어 MBC의 유재석처럼 무게감이 크진 않다. 하지만 방송사 시상식의 경우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느냐에 대한 충성도도 수상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경규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MBC-유재석 KBS-이경규 SBS-백종원 유력
쟁쟁한 대항마 전무…억지스러운 잔칫상

이경규의 경쟁자로 <1박2일> 팀이 거론된다. 10%가 넘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1박2일>은 2018년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역시 김종민이 가장 큰 활약을 해 다른 멤버에게 단독상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1박2일>이 대상을 받는다면 팀 전체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해 팀으로 수상한 바 있어 대상 후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타 방송사와 달리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경규와 <1박2일>이 올해 특별히 힘을 발휘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긴 어렵다.
 

▲ ▲방송인 김구라 ⓒJTBC

SBS 예능은 예능인이 아닌 비예능인 백종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예년보다는 떨어졌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무용론

백종원은 <골목식당>이 방송된 2018년부터 꾸준히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예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을 고사하는 소신을 보여왔다. 방송사는 애써 대상을 기권하는 백종원에게 상을 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백종원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SBS에 백종원처럼 이름을 내걸고 프로그램을 론칭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백종원만큼 브랜드를 높인 방송인이 전무하다.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이 여전히 인기 프로그램이긴 하나 특정 누군가의 활약으로 구축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란 점에서 백종원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백종원의 대항마로 <미운 우리 새끼>의 신동엽이 거론되고는 있다. 하지만 2017년 출연하는 어머니들이 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 내에서 신동엽의 역할이 크지 않아 백종원보다는 명분이 약한 편이다.

이외에도 <동상이몽2>의 서장훈과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런닝맨>의 유재석도 후보 중에 하나지만, 김병만은 시상식을 불참하기로 했고, 서장훈 역시 신동엽처럼 역할이 크지 않으며 1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상을 받은 <런닝맨>으로 유재석에게 상을 또 수여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지난해 김구라는 연예대상을 따로 하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대중은 물론 다른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어쭙잖게 후보에 올라 억지로 웃음을 짓고 손뼉을 치고 있는 게 지칠 뿐 아니라 긴장감도 감동도 없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이 꼭 필요한지, 억지스러운 잔칫상은 아닌지 깊은 방송사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웃는 SBS

연기대상은 연예대상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폭넓었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매년 방송사마다 히트작이 배출한 덕분이다.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외에도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도 명품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방송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드라마의 수를 대폭 감소하기도 했으며, tvN과 OCN, JTBC, OTT의 작품에 화제를 뺏겼다. MBC는 평일 미니시리즈, 주말극, 일일극 모든 부문에서 내놓을 만한 히트작이 없으며, KBS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오! 삼광빌라!> 뿐이다. 평일 미니시리즈는 전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더 킹> <굿 캐스팅> <펜트하우스> 등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제작한 SBS만 웃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한석규·남궁민·김소연·이민정

SBS 연기대상만이 올해 시상식을 통틀어 유일하게 대중의 눈길을 끈다. 20%를 넘긴 작품도 2편이나 있으며, 거론되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다. 

국내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한석규와 김혜수, 이미 숱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남궁민과 단독 주연으로 호평을 이끈 김서형, <킹덤>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주지훈, 올해 막판 최고의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여론을 힘을 받고 있는 김소연까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이들 중 한석규와 남궁민, 김소연이 대상을 받을 유력한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올해 방송3사 드라마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화제성도 강했다. 김사부를 그린 한석규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는 평가다. 2014년에 같은 작품으로 대상을 받은 이력이 유일한 감점 요소다.

우는 MBC


<스토브리그>는 국내 유일하게 스포츠 장르물로서 큰 인기를 거뒀다는 점과 ‘백승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려낸 남궁민의 연기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아울러 다른 방송사에서 대상 수상 이력이 없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다만 <스토브리그> 시청률이 마의 20%를 넘기지 못하고 19%에 머무른 게 아쉬운 대목이다.

비록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가 짙지만 <펜트하우스>는 현재 방영되는 작품 중 가장 뜨거운 드라마다. 23%가 넘는 시청률을 넘겼으며, 꾸준히 고공행진 중이다. 

김소연은 15회에서 그야말로 광기 어린 연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 미묘하게 보이는 부분까지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며 단숨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올해 SBS 연기대상은 대상뿐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인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받을만한 배우들이 즐비해, 대미를 장식할 잔치로 충분해 보인다. 

반대로 MBC는 시상식을 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마땅한 명분을 가진 배우가 한 명도 없다.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하나 없다. <꼰대인턴>이 7%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현재 방영 중인 <카이로스>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청률이 평균 3~4%이며, 최고 시청률도 5% 수준이다. 대상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꼰대인턴>의 김응수와 박해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사람의 연기로 인해 공동 수상도 점쳐진다.

코믹 오피스 물로 호응을 얻기는 했으나, 최고 시청률 7.1%는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영탁이 특별출연한 회차라는 점은 뼈아프다. 방송 내내 4~6%를 오가는 시청률을 보인 <꼰대인턴>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다. 

SBS 연기대상 유일무이 흥미로운 시상식 
MBC·KBS는 몰락한 드라마 왕국 ‘씁쓸’

이로 인해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과 <그 남자의 기억법>, <카이로스>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아 혹시나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365>의 이준혁과 김지수, <카이로스>의 신성록이 뛰어난 연기로 후보에 대두된다. 

<그 남자의 기억법>을 주도한 김동욱은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어 올해는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하지만 누가 받아도 떳떳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올해 MBC 연기대상은 관심 밖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응수·조여정·전인화 ⓒMBC

KBS도 MBC와 처지가 비슷하다. 지난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 반대로 올해 평일 드라마는 전멸에 가깝다. <본 어게인> <포레스트> <어서와> <영혼수선공> <출사표> <좀비탐정> <그놈이 그놈이다>가 5%를 넘기지 못하며 쓴맛을 봤다. <어서와>는 0.9%로 지상파 최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바람피면 죽는다>도 4%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주말드라마가 선전한 게 위안이 되는 셈이다. 올해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 <99억의 여자> <오! 삼광빌라>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한다다>의 차화연과 이민정, <99억의 여자> 조여정,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옥분을 연기한 차화연에 대해 높은 관심이 쏟아졌으며, 메인 주인공인 이민정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브랜드를 높인 조여정은 <99억의 여자>와 <바람피면 죽는다>에 출연하며 KBS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두 작품의 시청률이 높진 않으나, 예상을 깨고 조여정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2%를 기록 중인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도 유력 후보다. 매회 뛰어난 연기는 물론 황신혜와의 모정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MBC보다는 형편이 낫긴 하지만, 평일 드라마가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는 점에서 2020 KBS 연기대상은 역사상 가장 쓸쓸한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슬픈 KBS

6개의 연말 시상식 중 유의미한 시상식은 SBS 연기대상 뿐이라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1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방송사의 큰 잔치를 즐기고자 하는 손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힘이 빠졌고,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를 주도한 방송사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모양새다. 이번 연말 시상식은 국내 방송 3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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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