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끝나지 않은 신드롬 배우 이성민

‘연기의 신’ 전성기는 지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흥행가도를 달리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원찮은 결말과 함께 종영했다. 아쉬운 목소리가 커질수록, 극에서 조기 퇴장한 이성민을 향한 찬사도 덩달아 커졌다. 이성민은 엄청난 내공이 담긴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항간에서는 벌써 “연기대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성민은 지난달 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의 총수 ‘진양철’을 연기했다. 실제 나이보다 20세 이상 많은 노인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성민은 어느덧 연기파 배우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 뒤에는 긴 무명 생활과 꿈을 향한 뚝심이 있다. 

접었던
배우의 꿈

이성민은 1968년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에서 태어나 인근 도시인 영주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성민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렸을 때 자신이 연기자로서의 소질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시민회관에서 단체 관람한 연극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심을 굳힌 이성민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교수들에겐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고, 가족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영화를 아주 좋아하던 그의 아버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부친은 그가 대학원서를 내던 시절 같이 냉면을 먹자고 부른 뒤 “네가 연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너는 아니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좋은 대학 다시 가라. 용돈을 줄 테니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며 그의 면전에서 원서를 찢어버렸다. 결국 이성민은 일단 배우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수생이 된 이성민은 또다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소백산 철쭉제를 구경하러 갔다가 하필 연극 단원 모집 포스터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성민은 이를 통해 비교적 인구가 적은 영주시에서도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이성민은 “이 정도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극단으로 향했다.

그는 극단에서 여러 작품을 새로 접하는 등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집에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극단 선배들의 뒤를 항상 따라다니며 극단 생활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당시 이성민은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첫 대사는 루퍼트 부르크의 작품 <리투아니아>의 “잘 먹었습니다. 아주 잘 먹었어요”였다. 

하지만 은밀한 이중생활은 금새 들통나고 말았다. 독서실 사감이 어느 날 독서실을 찾은 그의 어머니에게 그가 “공부는 전혀 안 하고 매일 밤 셔터를 열고 들어온다. 몰래 극단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다. 결국 이성민은 어머니의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집안은 또다시 뒤집혔다. 고모까지 찾아와 연극 생활을 만류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마지막 공연까지만 하고 군대를 다녀와 다시 공부하겠다”고 가족들과 약속했다. 배우의 꿈을 또다시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성민은 이미 한 번 올라선 무대를 군 생활 중에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한 연출가가 “대구로 오면 담뱃값은 주고 밥은 먹여주겠다”고 제안하자, 전역한 지 일주일 만에 단돈 7만원을 들고 대구로 향했다. 이때가 1991년,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타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당시 이성민은 텅 빈 쪽방에서 지내는 등 끊임없이 생활고에 시달렸다. 쪽방에는 가구도, 가재도구도, 심지어 방충망도 없었다. 오직 대본과 커피포트뿐이었다. 밥값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았다. 당시 이성민은 낯선 타지에서 외롭고 굶주려 혼자 베개를 껴안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끓인 물에 커피 프림을 풀고 남은 마가린 조각과 설탕을 부어 죽을 만들어 마셨다. 1000원어치 떡볶이를 주문할 때도 국물을 더 달라고 사정해 떡볶이 국물로 배를 채웠다. 그는 밤새도록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그럼에도 연극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이성민은 “누가 연극 포스터를 붙이라고 시키면 한 장도 빠짐없이 붙였다. 손가락이 쓰릴 정도로 힘들게 1만장의 포스터를 붙여본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훗날 주연으로 열연한 드라마 <골든타임>에 빗대 자신의 인생 골든타임은 직접 포스터를 붙이던 20대 시절이라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후에도…
뇌리에 박힌 ‘진양철’…열연 찬사

이성민은 극단 활동을 이어가다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이성민이 출연하던 연극 <B언소>의 안무가 제자였다. 이성민은 아내를 만난 이후 2001년 전국 연극제에서 <돼지사냥>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누렸다. 

2002년 이성민은 서른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부인과 딸을 대구에 둔 채로 홀로 상경했다. 앞으로 배우의 길을 쭉 걸을 것인데, 한 번쯤은 대한민국 연극계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서울로 가 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당시 이성민은 가족에게 “3년만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형편은 여전히 좋지 못했던 터라, 서울살이도 쉽지 않았다. 이성민은 1주일에 한 번씩 대구로 내려와 아내에게 10만원의 용돈을 받아갔다. 여기서 차비·교통카드 충전·담뱃값으로 빼면 남는 게 없었다.

교통비를 아끼려 동대구역에서 당시 집이 있던 시지동까지 2시간이 넘도록 걸어 다녔다. 이성민은 혹시라도 일자리를 잃으면 곧바로 돈을 벌 생각으로 택시·대리운전회사 전화번호를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B언소> <돼지사냥> <거기> 등의 연극에 출연하던 이성민은 영화계에도 발을 들였다. 시작은 단역부터였다. 이성민은 2004년 영화 <맹부삼천지교>서 ‘사채 조폭1’역으로 출연했다. 그런데 단역, 조연 출연만으로도 이성민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났다.

<맹부삼천지교에> 함께 출연했던 손현주는 그에게 단막극 출연을 추천했다.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의 주연 안재욱은 이성민이 연극 시간을 이유로 ‘박 검품장’역을 고사하자 본인의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이성민을 배려했다.

가족과 약속한 3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이성민은 그때까지도 무명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성민은 고민 끝에 서울에 남기로 결심한다. 지방인 대구 출신의 배우도 연기 실력이 뛰어나면 전국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가족들도 그와 뜻을 모아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어려운 형편은 여전했다. 어렸던 딸이 유난히 고기를 좋아했었는데, 이성민은 1000원대의 대패삼겹살밖에 사줄 수 없었다. 그때의 아픈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단역서
주연으로


이성민은 2005년 <말아톤> 등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상당수가 편집됐다. 2006년에는 차이무 출신 배우들이 힘을 합쳐 만든 영화 <비단구두>서 인간적인 조폭 ‘성철’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계의 이목을 끌긴 했지만 저예산 영화의 한계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성민은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발돋움했다. <대왕세종>의 집현전 학사 최만리, <고고70>의 팝 칼럼니스트, <부당거래>의 부장검사 역할 등을 맡았다. 

이성민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출연할 기회를 잡았다. 이전에 <밀양>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가 그를 직접 추천했다. 그런데 이성민은 오디션장에서 “송강호와 친하냐”는 질문에 “안 친하다”고 대답했다. 결국 그 대답 때문인지 이성민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훗날 송강호가 “왜 친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성민은 “솔직히 친한 건 아니었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다. 

그래도 이성민은 점차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의 레스토랑 바지사장 설준석역이었다. 이성민은 극 중에서 얄밉긴 해도 쉽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그 뒤엔 드라마 <글로리아> <내 마음이 들리니>, 영화 <작은 연못>,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2011년에는 KBS 2TV 드라마 <브레인>에서 권력욕에 찌든 의사 고재학역을 맡았다.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선 정의로운 척하면서 자기 잇속 챙기기에 열중하는 대통령 이영찬역으로 분했다.

주로 얄미운 악역을 많이 연기하던 이성민은 2012년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다. 당시 그는 주인공(이승기)의 형이자 전임 국왕인 이재강역을 열연해 호평받았다.

몇 달 뒤 방영된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는 외상전문의 최인혁역을 맡았다. 비중만 놓고 보면 사실상 주연급에 가까웠다. 이성민은 같은 의사 역할이었던 <브레인>의 고재학과는 달라진 의사 연기를 선보일 생각에 체중을 7㎏나 감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촬영 때 신을 운동화를 이전부터 질질 끌고 다니는 등 응급실 의사의 실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이성민은 <골든타임>에서 대중들에게 주연급 배우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미생 출연
배우 정점

2013년 말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의 고교 동창이자 부산지역 신문사 사회부 기자인 이윤택역을 연기했다. 조연이지만 나름 적지 않은 출연 비중을 보였다. 같은 시기 방영한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는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으로부터 빚을 받아내려 쫓아다니는 퇴물 조폭 정선생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면서 배우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오상식역으로 출연해 실감나는 직장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성민은 <미생> 출연으로 2015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6년 tvN10 Awards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성민은 2016년 초 개봉한 <로봇, 소리>에서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2018년엔 영화 <공작>으로 생전 처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수상 복도 따랐다. 이성민은 이 작품으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디렉터스컷 어워즈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020년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연기력으로 또다시 극찬을 받았다. 극 중 이성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처음 캐스팅 때는 외관상 전혀 닮지 않은 탓에 부정적인 반응도 감지됐지만, 낮게 깔리는 경북 사투리와 열연을 통해 반전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김규평(이병헌)과 5·16군사정변 당시 새벽 한강 다리에서의 일화를 회상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규평이 한강다리를 건너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질문을 던질 때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하는 연기가 두고두고 회자됐다.

지난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연 강원중역을 맡았다. 가족에게 비정하면서도 아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동시에 공천에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무명 생활 견딘 ‘대기만성형’
올 개봉 영화 3편…대세 이어갈까?

지난해 말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역을 맡으며 연기력이 극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족까지 내칠 정도로 자신이 일군 회사에 집착하는 재벌 1세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본인의 출신을 잘 살린 경상도 사투리와 노인 특유의 탁한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구사하면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성민이 극을 힘있게 이끌어가던 만큼, ‘진양철’이 퇴장한 이후 드라마의 몰입감이 순식간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시청자 사이에서 돌았다.

드라마 전체로 보면 비극이지만, 이성민 개인에게는 이만한 찬사가 없었을 것이다.

이성민은 지난해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이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앵커가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안 할 거라는 얘기는 왜 자꾸 하는 건가”라고 묻자 그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난 다른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많은 배우가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 일을 했다고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 삶이 가끔 불쌍할 때가 있다. 다른 삶을 잘 몰라서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는 그만하고 싶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모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성민은 진양철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내 연령대의 역할이 아니다 보니 나이를 연기하는 게 가장 신경쓰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를 설득하는 힘의 원천은 배우의 힘보다 시나리오의 공”이라며 자신을 향한 찬사에도 겸손함을 보였다.

실감나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대해 “이번 작품은 거의 애드리브가 없었다. 고향 친구들이 연락해 ‘네 애드리브 아니냐’고 묻던데 대본이 그 정도로 완벽했다”며 “작가님 남편이 경상도 분이라서 고증했다고 하더라. 그 당시 분들이 쓰는 단어를 잘 써줘서 감탄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앵커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늘 취해 있지 말라는 그 대사 같으신 분이라고 오늘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자, 그는 “그러려고 오늘도 정신 차리자고 주문을 건다. 내년에도 많은 관객을 만났으면 좋겠고, 새해 3월에 조진웅 배우와 찍은 영화 <대외비>를 개봉한다. 그 때 다시 뵀으면 좋겠다. 내년에 소원 꼭 다 이루레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앞으로
더 기대

올해는 이성민이 출연한 영화 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성민은 <대외비>에 이어 <핸섬가이즈> <서울의 봄>으로 극장가 복귀에 나선다. 대표적인 ‘다작’ 배우답게, 드라마 활동도 이어간다. 이성민은 현재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형사록2> 촬영에 열중하고 있으며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출연도 확정지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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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