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국에…'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어디 갔나?

방역도 백신도 다 엉망인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떠들썩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던 기모란 방역기획관도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것.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223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1년 반 만에
2000명 넘어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폭증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확진자 수에 따라 단계별로 국민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다. 4단계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4인 이상 함께 모일 수 없고 오후 6시부터는 사적 모임 상황에서 2명만 함께할 수 있다. 여기에 오후 10시면 영업도 제한된다. 자영업자들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대출금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가게 주인도 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던 백신 수급에도 구멍이 났다.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는 국내에 들어오기로 했던 코로나19 백신 8월 물량을 절반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8월로 계획된 공급 물량은 850만회분이다.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앞서 모더나는 7월에도 ‘생산 차질 문제’로 7월 말 물량 공급 시기를 8월로 늦췄다. 백신 공급 차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왔다. 당장 2차 접종이 예정된 50대 등의 화이자‧모더나 접종자 약 315만명의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18~49세 등 9월 2차 접종자들에 대해선 6주로 간격을 설정해두고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할 예정이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백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국내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중 꼴찌를 달리고 있는 터라 공급 차질의 여파는 더욱 크다. 지금으로선 전국 단위로 번지고 있는 확산세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없던 자리 만들어줬더니
시작부터 논란 또 논란

문제는 방역과 백신이라는 코로나19 퇴치의 두 축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부터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민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지난 11일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면서도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기 기획관은 청와대 입성 때부터 백신 수급에 대한 발언, 보은 인사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방역과 백신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 기획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여당은 적극적으로 그를 비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역 일선에서 기 기획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존재하지 않던 직책을 만들어 친정부 인사를 앉힌 것치곤 역할이 전무하다는 평이다. 방역기획관 발탁 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여러 차례 출연해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과 발맞추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백신 수급
거듭 차질

청와대는 지난 4월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초대 방역기획관에 기 기획관을 발탁했다. 방역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이 담당했던 방역정책을 전담하는 자리다. 기 기획관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 등 여러 방역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방역 조치 전담 직책을 신설하고, (기 기획관이)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성공적인 완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 기획관은 발탁 초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기 기획관의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발언으로는 “백신 급하지 않다”였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부터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회 이상 출연했다. 논란이 된 발언도 이 라디오에서 김씨와 나누며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20일 기 기획관은 김씨의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 지금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백신이)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백신이 나오면 이것(기존 백신 계약)을 물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10일에는 화이자·모더나의 백신을 사용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경우는 mRNA 방식을 처음 써본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불안감이 크다”며 “아스트라제네카처럼 기존에 써오던 플랫폼을 쓴 것을 우리가 해보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3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발언
다 틀렸다

결과적으로 백신은 코로나19 퇴치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대부분 국가에서 제1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문제로 국내조차 50대 이하 국민에게는 맞히지 않고 있다. 잔여 백신을 잡으려는 국민들도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 내정 때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청와대는 (지난해 확산 초기)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며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분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국민을 혹세무민했고, 바로 그 백신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점을 들어 ‘보은 인사’라는 주장도 폈다. 

반면 민주당은 기 기획관의 ‘백신이 급하지 않다’ 발언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방어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공개할 수 없지만 화이자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요구가 매우 무리했다”며 “당시 한국과 대만, 독일 등 방역이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백신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청와대 앞다퉈 비호
코로나 확산 책임·경질론

홍 정책위의장은 “(기 기획관의 발언은)당시 방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아마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렇게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이 공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다국적 제약사들이 과도한 조건을 요구해 계약을 서두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집권여당의 비호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부터는 기 기획관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책임론을 넘어 경질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집권여당에 이어 청와대도 기 기획관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 기획관은 방역을 컨트롤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청와대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며 청와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경질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또 다시 기 기획관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목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문 대통령은 뜬금없는 소리 이제 제발 그만하시고, 백신 확보 실패에 이제라도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죄하라”며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을 비롯한 책임자에 대해 즉각적인 경질을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 기획관을 다시 한 번 두둔했다.

난리 났는데
존재감 ‘0’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불거지는 책임론·경질론에도 기 기획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방역 조치로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적인 방역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기 기획관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모란 재산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임용됐거나 퇴직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105명의 재산 등록 사항을 지난 6월30일 관보에 게재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총 26억2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명의의 대전 서구 아파트(7억4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경남 양산 단독주택 및 대지, 세종시 상가 등이다. 

기 기획관은 경남 양산 단독주택에 대해 남편이 부모로부터 4분의 1 지분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명의의 세종시 대지와 상가도 역시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덧붙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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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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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