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코로나19 공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07:00:00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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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팬데믹? 고비는 추석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개월 동안 진행된 의료파업으로 응급실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문제는 곧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는 것. 의료 현장에선 “이미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되고 있고, 명절이면 응급실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8월 말이면 감소할 것”이라고 낙관 중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달 말 주당 35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 입원환자는 지난달 둘째 주 148명서 지난 둘째 주 1359명으로 무려 9배 증가했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 코로나 유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숨은 확진자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확진자들이 있어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 코로나 환자가 35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정 갈등 사태가 6개월째 지속되면서 병원 응급실은 과부화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최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해서 이미 응급실 자체가 축소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실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는 기관은 지난 2월21일 6곳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24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부터 이미 병상을 축소한 곳은 20개소가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병상은 줄었지만 응급실 이용 환자는 증가 추세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2월 58만2324명서 3월 46만2030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 4월 49만4758명, 5월 52만9130명, 6월 52만8135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달엔 55만784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실 환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경증 환자들의 경각심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응급실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거쳐 발열 클리닉을 곳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 등에서 야간 혹은 주말 동안 발열 클리닉을 운영하면 소방당국이 해당 기관으로 열이 나는 환자를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운영했던 코로나 선별검사소에 호흡기 클리닉까지 더한 개념으로, 비상진료 상황 속에서 응급실 과밀화를 낮추고 코로나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지자체들과 함께 구상하는 단계라 클리닉의 정확한 개수와 인력 규모, 예산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 270개와 긴급 치료 병상 436개, 중앙·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등 관련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응급실은 이미 며칠씩 밤샘 당직을 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교수 등이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인력 부족이 6개월간 이어지면서 환자 수용 역량 급감으로 응급실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어 ‘응급실 뺑뺑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적정한 인원이 교대 근무해야 한다. 또 ‘의료 최전선’으로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8월 말 이후 감소할 것”
정부 예측 믿어도 되나

사직을 앞둔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태 장기화로 배후 진료과의 역량이 대폭 감소되긴 했지만,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들의 조용한 사직·휴직 행렬로 업무가 가중된 남은 교수들이 배후 진료과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환자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진짜 뺑뺑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고열 환자와 코로나 양성 환자가 부쩍 늘었다. 고령환자 중 상태가 축 처지거나 산소 공급이 필요한 경우 입원할 수 밖에 없다. 추석때 코로나가 고비”라고 진단했다.

지방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수도권 광역상황실’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전원 요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산·경남 지역은 이전에도 전원 요청이 많았는데 이번 사태로 전원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응급실 환자 수용 역량이 급감한 요인으로는 번아웃으로 현장을 떠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늘고 있이 있다.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교수들의 대부분은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인 데다 사태 장기화로 1인당 업무량이 급격히 늘면서 연쇄 사직이 일어나고 있다. 

의대가 아닌 병원에만 소속돼있어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임의, 임상강사, 임상교수, 객원교수 등의 사직 또는 휴직까지 고려하면 이탈한 전문의 수는 더 많아진다. 결국 피해는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 의료진은 보름 남짓 남은 추석 연휴에 응급실 위기가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들의 응급실 내원이 늘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코로나19 환자 95% 이상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에 해당해 응급실이 아닌 동네 병의원서도 진료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공공병원 등에 야간·주말 발열 클리닉을 운영하고, 코로나 거점 병원으로 지정·운영된 경험이 있는 병원들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 환자를 입원 치료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가 이달 말까지 유행하다가 이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21일, 코로나 대책반 브리핑서 “여름철 유행은 8월 말까지 늘다가 이후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지 청장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코로나 누적 치명률은 0.1%였고, 지난해 치명률은 0.05%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과 비슷하지만, 고연령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뺑뺑이 

이어 “지방자치단체 합동전담대응팀을 운영해 환자 발생 초기부터 보건소의 환자 관리를 강화하겠다. 코로나 환자 증가에 대비해 중증도에 따라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대응체계도 마련할 것”이라며 “치료제와 진단키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최근 유행 변이에 효과적인 코로나 JN.1 백신을 도입해 오는 10월부터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부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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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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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