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코로나19 공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07:00:00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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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팬데믹? 고비는 추석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개월 동안 진행된 의료파업으로 응급실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문제는 곧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는 것. 의료 현장에선 “이미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되고 있고, 명절이면 응급실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8월 말이면 감소할 것”이라고 낙관 중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달 말 주당 35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 입원환자는 지난달 둘째 주 148명서 지난 둘째 주 1359명으로 무려 9배 증가했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 코로나 유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숨은 확진자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확진자들이 있어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 코로나 환자가 35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정 갈등 사태가 6개월째 지속되면서 병원 응급실은 과부화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최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해서 이미 응급실 자체가 축소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실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는 기관은 지난 2월21일 6곳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24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부터 이미 병상을 축소한 곳은 20개소가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병상은 줄었지만 응급실 이용 환자는 증가 추세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2월 58만2324명서 3월 46만2030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 4월 49만4758명, 5월 52만9130명, 6월 52만8135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달엔 55만784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실 환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경증 환자들의 경각심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응급실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거쳐 발열 클리닉을 곳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 등에서 야간 혹은 주말 동안 발열 클리닉을 운영하면 소방당국이 해당 기관으로 열이 나는 환자를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운영했던 코로나 선별검사소에 호흡기 클리닉까지 더한 개념으로, 비상진료 상황 속에서 응급실 과밀화를 낮추고 코로나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지자체들과 함께 구상하는 단계라 클리닉의 정확한 개수와 인력 규모, 예산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 270개와 긴급 치료 병상 436개, 중앙·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등 관련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응급실은 이미 며칠씩 밤샘 당직을 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교수 등이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인력 부족이 6개월간 이어지면서 환자 수용 역량 급감으로 응급실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어 ‘응급실 뺑뺑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적정한 인원이 교대 근무해야 한다. 또 ‘의료 최전선’으로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8월 말 이후 감소할 것”
정부 예측 믿어도 되나

사직을 앞둔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태 장기화로 배후 진료과의 역량이 대폭 감소되긴 했지만,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들의 조용한 사직·휴직 행렬로 업무가 가중된 남은 교수들이 배후 진료과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환자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진짜 뺑뺑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고열 환자와 코로나 양성 환자가 부쩍 늘었다. 고령환자 중 상태가 축 처지거나 산소 공급이 필요한 경우 입원할 수 밖에 없다. 추석때 코로나가 고비”라고 진단했다.

지방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수도권 광역상황실’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전원 요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산·경남 지역은 이전에도 전원 요청이 많았는데 이번 사태로 전원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응급실 환자 수용 역량이 급감한 요인으로는 번아웃으로 현장을 떠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늘고 있이 있다.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교수들의 대부분은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인 데다 사태 장기화로 1인당 업무량이 급격히 늘면서 연쇄 사직이 일어나고 있다. 

의대가 아닌 병원에만 소속돼있어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임의, 임상강사, 임상교수, 객원교수 등의 사직 또는 휴직까지 고려하면 이탈한 전문의 수는 더 많아진다. 결국 피해는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 의료진은 보름 남짓 남은 추석 연휴에 응급실 위기가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들의 응급실 내원이 늘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코로나19 환자 95% 이상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에 해당해 응급실이 아닌 동네 병의원서도 진료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공공병원 등에 야간·주말 발열 클리닉을 운영하고, 코로나 거점 병원으로 지정·운영된 경험이 있는 병원들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 환자를 입원 치료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가 이달 말까지 유행하다가 이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21일, 코로나 대책반 브리핑서 “여름철 유행은 8월 말까지 늘다가 이후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지 청장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코로나 누적 치명률은 0.1%였고, 지난해 치명률은 0.05%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과 비슷하지만, 고연령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뺑뺑이 

이어 “지방자치단체 합동전담대응팀을 운영해 환자 발생 초기부터 보건소의 환자 관리를 강화하겠다. 코로나 환자 증가에 대비해 중증도에 따라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대응체계도 마련할 것”이라며 “치료제와 진단키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최근 유행 변이에 효과적인 코로나 JN.1 백신을 도입해 오는 10월부터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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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