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 내곡동 진실공방…‘모른다더니’ 말 바꾼 생태탕 사장, 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서울시장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2005년 당시 내곡동 땅 측량 이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는 경작인들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오 후보를 기억한다는 식당 가게 주인 황모씨의 추가 증언이 지난 2일 나왔다. 

하지만 황씨는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불과 4일 만에 이뤄진 황씨의 진술 번복으로 이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은 치열한 진실공방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안고을 식당을 운영했던 황씨는 지난 2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가 측량을 마친 뒤 생태탕 집을 찾았는가”라고 진행자가 묻자 “네 오셨다. 기억한다”며 “잘 생기셔서 눈에 띈다”고 답했다.

황씨는 오 후보가 해당 식당을 방문했던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황씨는 “점심시간을 넘겨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 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혹시 잘못 봤을 가능성은 없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 경작하신 분이 주방에 와서 저한테 ‘오세훈 의원님을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 후보가 가게에 들어오기 전의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그는 “바로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니고, 정원 소나무 밑에서 좀 서 있다가 들어왔다. 손님이 있나 없나 보느라고 그런 것 같아 손님이 없길래 들어오시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증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측량 현장에)오셨으면 오셨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렇게 높으신 분이 왜 거짓말을 하시나 싶어서”라고 밝혔다.

황씨 아들의 기억은 더 구체적이었다. 아들은 같은 방송에서 오 후보의 당시 옷차림까지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면서 “구두 브랜드도 기억나느냐”는 질문에 “페라가모”라고 답했다.

하지만 TBS 인터뷰가 있었던 날로부터 4일 전인 지난달 29일 황씨는 <일요시사>와 10분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정반대로 진술했다.

그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일하는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어 황씨는 “그런 분들 (오세훈 후보)이 자길 노출을 시키겠느냐”며 “날 앉혀 놓고 그런 애기한 적도 없고. 인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황씨는 일했던 직원들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질문에 “오신지 알면 대답을 해주는데, 난 주방에서만 일을 했다. 홀에는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일했다. 중국 사람들은 시장님이라 해도 신경을 안 쓴다”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TBS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2일 오후 수 차례의 연락 끝에 황씨와 전화 연결이 됐다. 하지만 황씨는 “며칠 전 오 후보가 가게에 왔는지 여쭤봤던 기자”라는 말에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2005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던 주인
4일 만에 본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기억

한편 황씨의 TBS 인터뷰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오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수사당국의 수사를 공식 촉구한 상태다. 반면 오 후보는 식당 주인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선거 캠프는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뉴스 공작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비판했다.
 

▲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다음은 3월29일 가진 <일요시사>와 황씨의 통화 전문.

-요새 여기 생태탕 집이 (언론에) 되게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오세훈 후보가 잠시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 보신 적이 있으신가 해서 전화를 드렸거든요. 

▲그건 모르죠.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시는 건가요.

▲예.

-혹시 2005년 당시에 일하셨던 분들 연락처 있으실까요? 관련된 얘기가 계속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데.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문제가 좀 많이 커진 상태여서요.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일만 했지. 그걸 어떻게 기억을 해요? 그분이 설령 “제가 오세훈입니다” 하고 인사했으면 모르지만. 오셔서 식사만 하고 가시는데, 종업원들이 기억을 하겠어요.

-당시 시장님이셨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지 않으셨을까요? (2005년 당시 국회의원. 오류)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종업원들도 뭐. 서빙만 하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때 당시에 일을 하셨던 분 연락처 알려 주시면 제가 불편하지 않게 취재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제가 장사를 안한 지가 오래돼서. 그분이 시장할 때는 또 오래됐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고. 휴대폰 번호도 다 바뀌었고. 일할 때는 휴대폰을 켜놓고 일도 안했고. 일하기 바쁘니깐. 우리 집이 손님이 좀 많았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신경을. 설령 그분이 오셔서 “제가 오세훈 시장입니다” 했으면 기억을 하지만 그런 분들이 자길 노출을 시키겠어요. 모르지.

-그러면 방법이 없겠네요. (식당) 근처에 왔다 갔다 하실 때도 모르시겠네요. 잠시 왔다고 하시는데. 이 집이 보도로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사장님도 관련된 보도 보셨죠?

▲오세훈씨를 봤냐고요?

-안골 생태탕집에 오세훈 후보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관련된 곳을 몰랐다”(…)


▲아니. 제가 텔레비전을 며칠 못 봤어요. 오늘 보는 거예요.

-전화 온 곳은 없었나요?

▲전화는 계속 왔는데, 제가 좀 아프기도 하고 해서. 신경도 안 쓰고 모르는 전화를 안 받았었죠. 선생님 전화도 모르는 번혼데 그냥 받은 거예요. 어제도 어떤 분이 계속 전화가 왔는데 차 안에서 (전화가) 계속 오더라고. 한 10번 왔나? 집에 와서 보니깐 왔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경작인 분들은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을 보고 오 후보랑 생태탕 집을 가셨대요. 오 후보랑 정치 얘기도 했었고. 그런데 오 후보는 “거짓말이다. 난 간 적도 없고 생태탕 집도 안갔다” 이렇게 얘기가 된 거예요.

▲텔레비전 보니깐 내곡동 땅은 오세훈씨가 관여를 안했다고 하는 거 같던데?

-네 맞아요.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일대가 호재가 됐거든요. 그런데 오 후보는 이 땅 존재를 몰랐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주장을 하던데요?

-그래서 사장님 집이 얘기가 많이 되고 있고. 경작인 분들은 “나는 분명 생태탕 집에서 밥을 같이 먹었다. 정치 얘기도 했다. 분명 그 사장님도 기억을 할 거다” 이렇게 얘기가 돼서 그래서 전화가 사장님한테 가는 거 같아요.

▲저는 저 앉혀 놓고 그런 애기 한 적도 없고. “제가 오세훈 시장입니다” 그렇게 인사한 적도 없고. 그냥 손님이면 손님인가보다 생각하지. 그리고 손님들이 얘기하는 걸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죠. 장사하는 사람이? 설령 손님들이 얘기하면 제가 그 자리를 피해줘야지. 제가 그걸 들을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문제를 두고 거짓말이다 아니다 왜 얘기가 나오냐면, 오 후보가 자기가 거짓말 했으면, 그 땅을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 시장직을 사퇴를 할 거다….

▲아니 며칠 전에 오세훈씨가 텔레비전에서 그런 얘기하더만. 그 땅에 개입을 했으면 사퇴하겠습니다 얘기를 하더만.

-그래서 분명히 서빙을 하시는 분 중에는 시장님이시니깐 아시는 분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 

▲일하는 사람들은 더 모르죠. 왜냐면 내가 중국 사람들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아 그래요?

▲왜냐면, 한국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어떤 때는 파출부도 썼지만 대부분 중국 사람이었어요. 난 주방 일은 중국 사람 안 쓰거든요. 한국 사람 쓰다가 그 주방도 마음에 안 들고. 손님이 나 불러 가지고 (음식) 사장님이 안 만들었어요? 그런 소리 많이 했었어요. 왜냐면 제 손맛을 오랫동안 손님들이 알아 가지고. 내가 좀 힘이 없고 아파서 주방장을 썼는데. 손님들이 자꾸 저한테 사장님이 안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아파도 그냥 제가 주방을 도맡아 하고.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국 사람을 썼고. 중국 사람들은 기억을 안 해요 자기들 일만 하지. 시장님이라 해도 신경을 안 쓰죠.

-한국인들이나, 아실만한 분 없으실까요?

▲그렇죠. 제가 모르면 다 모르죠.

-만약에 무슨 얘기 해주실 게 있으시면 이 번호로 연락을 꼭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문제여서. 근처에 계셨던 경작인 분들도 곤란하게 된 상황이고.

▲같이 간 사람들이요?

-경작인 분들은 오세훈 후보가 “그 사람들 거짓말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아시겠지만 2005년 당시에 그 쪽에서 경작하셨던 분들이 2021년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억울하게 된 상황인 것 같은데.

▲오세훈 후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아니요. 경작인 분들이요. 오세훈 후보가 그 경작인 분들이 거짓말 하는 거다….

▲같이 밥 먹으러 안 갔는데 같이 갔다고 한다고, 거짓말이라고요?

-네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걸 믿을만한 이유가 있냐. 나는 생태탕 집에 안 갔다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같이 안 와놓고 뭐하러 오세훈 후보랑 같이 밥 먹으러 왔다고 해요?

-그러니깐요. 증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증인이 될 수 있는 곳이 생태탕 집밖에 없으니깐.

▲그런데 너무나 오래되고. 

-그게 좀 아쉽긴 하네요.

▲그러니깐요. 내가 오신지 알면 대답을 해주는데, 저는 주방에서 일했고.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그냥 일만 하는 거지. 누가 왔다 신경을 안 써요. 일만 열심히 해주지.

-네. 사장님 너무 감사하고요. 기억나시면 연락 꼭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