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후폭풍> 오세훈에 달린 시민단체 운명

10년 꽃길 걷다 어둠 속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7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과반의 서울시민이 야당을 지지한 만큼 인사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정은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제 시민들의 눈은 여당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시민단체’에 쏠리고 있다.
 

▲ 지난 7일, 4·7재보선 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성원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당의 승리를 점쳤지만 생각보다 격차가 컸다. 여당은 정권심판의 뭇매를 피해가지 못했고, 대선·지선·총선 등 선거 4연패 끝에 승리를 거둔 야당은 내년 3월 대선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여야의 엇갈린 희비만큼이나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10년 정책
싹 지우기

지난 4월7일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0%의 득표율을 기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오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강남구에서 73.54%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 신임 서울시장은 2011년 8월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고 이틀 뒤인 26일 사퇴했다. 이후 같은해 10월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됐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9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재입성한 오 시장은 ‘박원순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이었던 ‘35층 룰’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35층 층고 제한은 서울시가 지난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만들어진 규제다. 오 시장은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재검토 또는 중단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편도 6차로의 서쪽 도로를 모두 없애 광장으로 편입하고, 주한 미국 대사관 쪽 동쪽 도로를 7~9차로로 넓혀 양방향 차량 통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착수했다. 당시 2009년 7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화문광장을 불과 10년 만에 다시 800억원을 투입해 뜯어 고치는 게 타당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오 시장은 이미 후보 시절에 “이 공사는 정당하지 않고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시장 때 1000개 늘어 
9년 동안 200억원 넘게 지원

박 전 시장 시절 크게 늘어난 시민단체에 대한 오 시장의 입장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 전 시장이 재임한 9년(2011년~2020년) 동안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가 1017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200억원을 상회한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2월31일 기준 1278개이던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30일 기준 2295개로 7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17개 시도 등록 시민단체는 총 9020개에서 1만3299개로 평균 47.4% 늘어났다.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가 다른 지역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지원한 보조금은 200억5169만6000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윤미향 의원 ⓒ고성준 기자

연도별로는 2012년 21억8300만, 2013년 19억4300만원(141개), 2014년 17억5800만(122개), 2015년 20억3600만원(143개), 2016년 24억4700만원(144개), 2017년 21억9999만6000원(158개), 2018년 21억9000만원(151개), 2019년 26억3870만원(167개) 등이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의혹 유출 등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 등을 위한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해 5월7일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성금 사용과 수요집회 관련 정의연 등 관련 단체를 비판했다. 정의연은 다음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성금 사용 영수증 공개 및 모금 사용 내역을 정기 회계감사 통해 검증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늘어나면서
영향력 커져

하지만 이후 언론을 통해 부실회계, 기부금 논란 등 정의연 관련 의혹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개인계좌를 통해 기부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또 정의연이 운영하는 경기도 안성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고가 매입, 윤 의원의 부친이 쉼터를 관리하면서 운영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터졌다. 

같은해 6월6일에는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졌다. 시민단체들은 윤 의원을 ‘아동학대·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횡령죄, 사기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14일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및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8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11월30일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 정의기억연대 ⓒ고성준 기자

윤 의원은 최근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갈비뼈 골절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해외 일정을 강행하고 노래를 부르게 한 혐의로 고발됐다.

앞서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윤 의원이 지난 2018년 길 할머니와 유럽에 갔을 때 할머니의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가혹한 일정을 소화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 전 위원장은 길 할머니가 “윤 의원은 어디를 가나 날 이용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된 영상도 공개했다. 여 전 위원장이 공개한 의료내역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귀국 다음날인 2017년 12월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늑골의 염좌 및 긴장’이 의심됐다. 통증이 이어져 다음날 방문한 종로구의 대형 병원에서 길 할머니는 ‘4개 또는 그 이상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진단을 받았다. 

횡령, 유출… 
숱한 의혹들

윤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일 “독일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을 의심할 증상이나 정황이 없었고 가슴 통증을 느낀다는 말은 귀국 후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허위사실을 명예훼손 의도를 갖고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를 즉각 멈출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의연 사태가 불거지고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회계 기관 감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지난해 5월 YTN 더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정기적인 외부 회계 기관 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3.2%)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직접 시민단체 회계 관리에 나서야 한다’(21.4%), ‘시민단체들이 공동의 기구를 만들어 서로 감시해야 한다’(15.8%) 등이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의연 사태는 안 그래도 줄어들고 있던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13년 34.6%에서 2019년 25.6%로 감소했다. 특히 ‘모금단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기부를 하지 않는 응답자가 2017년 8.9%에서 2019년 14.9%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소 사실이 시민단체를 통해 유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해 7월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에게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미투’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정의연·여성연합 사태로 불신↑
‘공동경영’ 안철수 부정적 입장

이 요청을 들은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고, 또 해당 관계자는 같은 단체 공동대표에게 말했다. 공동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어 남 의원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임 특보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을 알 수 없으나 피해자로부터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가 예상되고 여성단체와 함께 공론화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말을 전해들은 것을 검찰은 확인했다. 박 전 시장은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후 비서진과 대책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잠적했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여성단체연합은 “피해자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 속에서 함께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활동을 펼쳐야 하는 단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분투하신 피해자와 공동행동단체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시민단체 출신의 남인순 의원은 처음에는 “피소 사실 몰랐고 유출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시민단체의 서울이 아닌 시민의 서울을 돌려드리겠다”고 말한 것과 대조된다.

당시 나 전 의원은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시민단체의 시정 장악’”이라면서 ”서울시의 4급 이상 개방형 직위는 지난해 6월말 56개까지 늘어났다. 이는 이명박 전 시장 당시 14개에서 4배나 늘어난 숫자“라고 지적했다. 

든든한 아군
이제는 견제?

단일화 과정에서 ‘서울시 공동경영’을 이야기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018년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서울시청 위의 진짜 서울시청,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라며 ”시장실이 있는 서울시청 6층에는 30~40명으로 구성된 시장비서실, 외부자문관 명목의 온갖 외부 친위부대가 포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이 시민단체 출신 민간업자에게 일감과 예산을 몰아주는 6층 라인, 그것이 서울시 부패의 ‘파이프라인’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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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