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대격돌> ‘언더독’ 오세훈 필승 승부수

10년 공백 지우고 왕좌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10년의 공백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확정됐다. 만약 오는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승리하면 무너지는 보수정당을 일으킨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고성준 기자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안 후보 등과의 단일화와 본 선거에서 모두 이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당내 경선, 단일화 승리 후 ‘오세훈 신드롬’이 고공행진이다. ‘언더독’으로 꼽히던 오 후보가 야권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상승세
이변

오 후보는 지금까지 두 번의 이변을 보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시나리오다. 오 후보는 당초 본경선 전에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보다 뒤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역시 야권의 단일화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로 확정되는 것을 최악의 대진표로 두고 준비해왔다.

당시 당내에서는 오 후보에 대한 비토 분위기도 높았다. ‘헛발질’에 가까웠던 그의 실언들 때문이다.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의 파일명에 포함된 소문자 알파벳 ‘v’가 문재인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의 약자라고 주장해 조롱거리가 되는가 하면, 지역구민들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정치적 자질을 의심받았다. 10년 전 실패한 시장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여기에 한몫했다.

당내 의원들조차도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승리를 확신했다. 오 후보가 경선 탈락 소감문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게다가 나 전 의원에게는 ‘여성 가산점 10%’까지 주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 후보는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 후보는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41.64%의 득표율을 받아, 36.31%를 받은 나 전 의원을 앞섰다.


여성 가산점을 제한다면, 넉넉히 앞선 셈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단일화 후보로
제1야당 택한 보수 지지층 결집

이후 오세훈 신드롬은 계속됐다. 오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낙승했다. 오 후보의 관록이 빛을 봤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는 비전 발표회와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와의 ‘양보 대첩’에서는 본인에게 불리한 무선전화 100%를 수용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오 후보의 승리에는 무엇보다 그의 입지 덕이 컸다. 그는 강경보수였던 나 전 의원보다 중도적이고, 안 대표보다 보수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이탈했던 민심을 사로잡기 좋은 위치였던 셈.

아울러 단일화 과정에서는 제1야당의 조직력과 김 위원장의 전략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가 제1야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사태’로 인한 정권 교체론은 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오 후보는 보궐선거를 내년 정권 교체의 마지막 기회라며 야권의 결집을 호소했고, 민심은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이에는 김 위원장의 탁월한 전략이 뒷받침됐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는 큰 당으로 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세로 밀어붙였다. 결국 보수 지지층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고, 중도·보수층은 조직력이 탄탄한 오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김종인 매직
이대로 승리?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오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대표의 승리는 당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제1야당의 간판을 걸고도 3석 정당에 밀린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설 곳이 없다. 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당연히 김 위원장을 향한다. 안 대표가 이긴다면 당 체질 개선을 주도해온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리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책임론을 면치 못했을 그림이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과정 내내 안 대표 무시 전략을 취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 당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일관되게 안 후보를 무시하며, ‘안철수 대세론’을 차단했다. 이후 당내에서 안철수 영입론에 이어 합당론까지 제시되자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아예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단일화 과정 내내 둘의 거친 설전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 “토론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상왕(上王)” 등으로 높은 수위의 비난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은 단일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보수 원로들의 성토에도 김 위원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장외에 있는 사람들 얘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후 오 후보가 승리하자 판세가 바뀌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략이 아니었다면 제1야당 재건은 불가능했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야당으로
빅텐트?

김 위원장은 그제서야 그를 저격했던 사람들을 두고 “그런 사람들이 당을 맡아왔으니 당이 오늘날 이 꼴이 됐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을 벼뤘던 김 위원장의 완승이다.

대립각을 세웠던  원로들이 민망해진 꼴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오 후보의 승리를 두고 “김종인의 매직이라고 본다”며 “이번 선거뿐 아니라 차기 대선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중심의 선거여야 하고,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발현하기 위해서 오 후보가 돼야 하지 않냐는 컨센서스가 보수층에서 작동한 것 같다”고 밝혔다.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의 공로를 이유 삼아 일각에서는 재신임 여론도 제기된다. 애초 김 위원장은 오는 보궐선거 이후 직을 내려놓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당내 대표주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며 김 위원장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욕이 있는 김 위원장이 또다시 선거 국면에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정국이다. 선거 직후 당을 떠나더라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과 맞물려, 다시 야권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오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들고 나서 내가 국민의힘으로 와서 해야 하는 임무의 90%는 완성했다. 당선만 시키면 내 책무는 다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후보의 승리로 인해 국민의힘은 대선 정국에서 야권의 중심축 역할을 유지할 전망이다. 당내 흘러나오는 가장 유력한 대선 승리 방안은 오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뒤, 그를 중심으로 대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안철수·금태섭 합류
흥행에 내부에선 ‘축제’ 분위기

오 후보는 “윤석열, 김동연, 홍정욱, 금태섭 등 합리적 중도우파 인사들과 함께해 개혁우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야권의 유력 주자들을 국민의힘 ‘빅텐트’에 모으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금 전 의원은 이미 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전격 합류한 상태다.


제3지대 세력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았던 야권 재편 시나리오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 대표는 오 후보의 요청을 받고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선거 이후에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한 상태다.

야권의 구심력이 국민의힘으로 쏠리면서 장외에 있는 야권 대선 주자들이 국민의힘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의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인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게만 얘기하기 어렵다”며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국민의힘의 강경보수 색채가 거의 없어진 것이고,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까지 한다면 중도 지향의 제3지대는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라며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에 선을 그었다.

승승장구
정권교체?

만약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승리하면 내년 대선의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한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현재 오 후보는 55%의 지지율을 보이며, 36.5%의 지지율을 보인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한참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오 후보가 승리하면 보수정당의 전국 선거 4연패의 고리를 끊게 된다. 야권이 이 흥행을 몰아가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도 가능할 것이란 희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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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